인천 내 미혼모·미혼부 442명, 기초수급자 절반…생계 이중고
한달 양육비 지원 13만원 불과… '주홍글씨'에 취업도 힘들어

“아이 아빠가 없어요?”

현진(27)의 관심사는 보통 20대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

최신 가요를 좋아하고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지만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살배기 딸 태희다.

매일 육아일기를 쓰고 혼자 들기에도 벅찬 물건을 손에 들고 계단을 오른다.

그녀는 책임을 회피하는 태희 아빠와 이상적인 가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영(29)은 현진과는 다르다.

절절한 사랑도 해봤고 연인에게 배신도 당해봤기에 아직도 사랑을 꿈꾸며 결혼이 하고 싶은 현진을 이해할 수 없다.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의 줄거리다.



영화가 개봉한지 6년이 지났지만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미혼모(미혼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5월 10일을 법정기념일인 ‘한부모가족의 날’로 지정한 만큼 미혼모(부)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역 내 한부모가족 지원법상 미혼모 가정은 186가구(373명), 미혼부 가정은 30가구(69명)로 집계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미혼모 99가구(197명), 미혼부 11가구(20명)로 조사됐다.

이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미혼모(부) 가정은 실제 더 많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혼모(부)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정부가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한부모가정 중 소득이 적은 가구에 매월 13만 원의 양육비 등 각종 복지혜택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돈으로 한 달을 생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혼모(부)들은 양육비 지원 대상 소득 기준도 충족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소득이 2인 가족은 148만 490원, 3인 가족은 191만 5천238원 이하만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복지시설, 모자공동생활가정, 모자보호시설 등 한부모가족을 위한 시설이 있지만, 퇴소 이후의 삶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아이를 혼자 키운다 점에서 직장을 선택할 때 제약이 많고, 직장에서 미혼모(부)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오는 불이익과 편견도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들은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캠페인과 함께 아이돌봄 서비스 등에 있어 미혼모를 우선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순 인천자모원 원장은 “미혼모라는 용어는 도덕적 단죄이자 주홍글씨라고 생각한다”며 “미혼모는 자기가 한 행동을 책임지는 용기 있는 여성이다. 미혼모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과정에서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면 채용이 안 되거나 채용이 돼도 회사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다며 퇴사를 종용한다”며 “미혼모들은 경제적 지원보다도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세움누리의집 원장은 “한부모가족을 위한 주거 제도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육아 부분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많다”며 “미혼모가 육아에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정부에서 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에 있어 한부모 가족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정규·강명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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