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85. 깜깜이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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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13. 오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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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 있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의문 해소다. 특히 국어사전은, 한국어 사용자 누구라도 알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게다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은 그리 싹싹하지 않다. 7000쪽이 넘는 종이사전이나 끊임없이 수정 중인 웹 표준사전을 아무리 찾아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일이 드물지 않다. 표준사전에도 없는 말로 뜻풀이를 하기 때문이다.

*정분: 조선 세종·문종 때의 문신(1394~1453). 자는 자유. 호는 애일당(愛日堂). 문종의 고명대신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의정을 지냈으며, 계유정란으로 낙안(樂安)에 안치되었다가 죽임을 당하였다.

먼저, 이 뜻풀이에 나온 ‘낙안’은 표준사전에 없는 지명이다. 지금의 전남 순천시 낙안면으로 추측만 할 뿐…. 또 ‘계유정란’도 표준사전에 없는 말인데, 다만 이런 올림말은 있다.

*계유정난(癸酉靖難): 조선 단종 원년(1453)에 수양 대군이 정권 탈취를 목적으로 반대파를 숙청한 사건. 10월 10일의 정변으로, 김종서·황보인 등은 피살되고 안평 대군은 사사(賜死)되었다.

물론 ‘정난(靖難): 나라가 처한 병란이나 위태로운 재난을 평정함. =정란(靖亂)’이라는 뜻풀이가 있으니 국립국어원이 면피할 구석은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아래 뜻풀이들에서는 ‘계유정난’으로 썼는지 궁금해진다.

*강맹경(姜孟卿): 조선 시대의 문인(1410~1461).…계유정난(癸酉靖難) 때에 이조 참판으로서 수양 대군을 도왔고 좌참판,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을 지냈다.

*구치관(具致寬): 조선 전기의 문신(1406~1470). 자는 이율(而栗). 계유정난 때 공을 세워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으며….

*봉석주 모란 사건(奉石柱謀亂事件): 조선 세조 11년(1465)에 일어난 역모 사건. …계유정난 때에 공을 세워 병조 판서가 된 봉석주가 역모를 꾸몄다는 죄로 사형되었다.

*이양(李穰): 조선 세종 때의 문신(?~1453).…우찬성을 지냈으며, 계유정난 때에 피살되었다.

이 가운데 ‘강맹경’ 뜻풀이에 나온 ‘좌참판’도 표준사전에 없는 말. 이러니, 어둠 속에서 빛이 돼야 할 사전이 되레 혼란을 주는 셈이랄까.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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