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식 화백, 몽유겸재산수화(夢遊謙齋山水畵)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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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식 화백, 몽유겸재산수화(夢遊謙齋山水畵) (제2회)

이하응 흥선군의 둘째 이명복을 국왕으로
가야산에 고종황제 왕으로 옹립한 명당지

  • 승인 2018-12-27 09:11
  • 강영한 기자강영한 기자
한국 화단에서 최수식 화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독특한 이력의 해산 최수식 화백!

최수식 화백이 걸어온 인생역정은 일만 가지 묵(墨)의 빛깔처럼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해산 최수식 화백의 창작 공간은 제한된 시공간을 넘어 소재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흐르며 꺼지지 않는 강인한 기백으로 차고 넘친다.

이번 작품은 몽유겸재산수화(夢遊謙齋山水畵) 이다. 이 작품이 머금고 있는 기운이랄까? 그 것은 명당, 소원 성취, 재물 등 이와 같은 기(氣)를 뿜어내고 있다고 한다.

조선 팔도에서 가장 좋은 명당 '가야산'



이 그림을 그리기도 참으로 어려우며 설명 또한 어렵다. 우선 비보풍수로서의 그림으로 접근해보자.

고려대학교 풍수지리아카데미 최이락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곳은 천하의 명당 가야산입니다. 최수식 화백은 화제(畵題)에서 표현하였듯 몽유(夢遊)라고 했습니다.

꿈속에서 본 가야산이란 뜻이지요. 조선조 초기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보았던 무릉도원의 경관을 안견에게 설명하니 안견을 그 설명을 토대로 3일만에 그림을 완성한 것이 그 유명한 몽유도원도입니다. 거기다가 겸재(謙齋) 정선의 화풍을 가미하였으니 몽유겸재산수화가 된 것입니다"

가야산은 조선 팔도에서 가장 좋은 명당이 있기에 가야산으로 정했다. 지금으로부터 180년 전 조선 철종 때 그 당시 안동 김씨 풍양 조씨를 비롯하여 세도가들이 정권을 잡고 온갖 세도를 부리던 시절이었다.

최수식 화백
해산 최수식 화백
그때 왕손은 왕손이되 별 볼일이 없는 왕손이 있었다. 왜 별 볼일이 없냐하면 그 당시엔 왕손 중에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역모에 엮어서 죽이거나 귀양을 보내던 시절이었기에 바보 아닌 바보 노릇을 하며 살아야 했다.

그래서 시대에 바보 파락호(破落戶)라 별명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파락호란 초상집에서 허드렛일을 해주고 막걸리잔이나 얻어먹던 술주정꾼을 가르쳐 파락호로 불렀다. 본래는 행세깨나 하던 집안이 풍비박산(風飛雹散)난 후 방탕하게 된 자손을 가리킨다. 호(戶)는 본래 '집안'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였다.

왕족에 대한 안동김씨의 감시가 심하자 보신책(保身策)으로 불량배와 어울려, 파락호(破落戶)로서 궁도령(宮道令)이라는 비칭(卑稱)으로까지 불리며 안동김씨의 감시를 피하는 한편, 철종이 후사(後嗣)가 없이 병약해지자 조대비(趙大妃)에 접근하여 둘째 아들 명복(命福:고종의 兒名)을 후계자로 삼을 것을 허락받았다.

파락호라 불린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그 파락호라 불리던 사람은 다름 아닌 흥선군 이하응(李昰應)이다.

이하응은 1820년 영조의 현손 남연군 구(南延君 球)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자는 시백(時伯)이고 호는 석파(石坡)이다. 1843년에 흥선군(興宣君)에 봉해졌다. 1863년 12월 8일 철종이 죽자 그의 둘째 아들 명복이 출계(出系)하여 익종(효명세자)의 후사를 잇는 형식으로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 흥선대원군에 봉해졌다.

흔히 이하응은 아들이 국왕이 되면서 대번에 권력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익종의 부인인 조대비가 수렴청정이란 형식으로 권력을 잡았다. 조대비는 그 2년여가 지난 1866년 2월에 수렴청정을 거두었으며, 고종은 이때부터 친정(親政)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 시대상을 상세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문조(효명세자)는 1809년에 태어났으며 순조 12년 3세에 왕세자에 책봉돼 효명세자로 불렸는데, 그의 나이 18세 되던 해부터 왕위 계승을 위한 대리청정(代理聽政)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승하해 왕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대리청정 3년 3개월 만이다.

그는 당시 안동 김씨 세도정치 세력을 억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아버지 순조를 도와 왕권을 강화하던 중이었다. 외가인 안동 김씨 세력을 배척하고 인재를 널리 등용했으며 백성을 위한 정책 구현을 위해 노력했다.

왕위 계승자이며 잘나가던 아들 효명세자가 급서하자 순조는 힘을 잃고 정치에 환멸을 느끼다 4년 후 세상을 떴다. 이 틈을 타 안동 김씨 세도정치는 극에 달했다. 이에 왕실에서는 효명세자(孝明世子)의 유일한 적자인 어린 나이의 환(奐·후에 헌종)을 왕세손(王世孫)으로 지명하고 곧바로 받게 했다. 이와 동시에 순조의 비이자 대비였던 순원왕후(純元王后)가 수렴청정에 들어갔다.

한편, 문조 부인 신정왕후(神貞王后) 조씨는 풍은부원군(?恩府院君) 조만영의 딸로 효명세자 승하 3년 전에 유일한 자식인 헌종을 낳았다. 신정왕후는 왕실생활 11년 되던 해 남편 효명세자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자 23세에 홀로 돼 82세까지 60여 년을 수절했다.

아들 헌종(憲宗)이 왕위에 오르면서 왕대비가 된 신정왕후는 이후 철종(哲宗) 때 대왕대비가 됐으며, 철종의 5명 아들이 모두 일찍 죽자 흥선대원군의 차남인 고종(高宗)을 철종의 양아들로 삼아 수렴청정을 했다.

당시 정권을 주도하던 안동김씨들은 헌종이 사망하자 헌종의 7촌 숙부 뻘인 철종을 들여다 왕으로 삼는다. 철종은 순조 재위 31년인 1831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왕족이지만,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희박하던 사람이 왕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었다.

흥선대원군의 아버지를 양자로 입적

신정왕후는 대원군의 차남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남연군(南延君,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을 사도세자와 숙빈 임씨 사이의 후손인 은신군(恩信君, 흥선대원군의 조부)에게 양자로 입적했다. 익종과 신정왕후는 1899년 고종이 조선을 대한제국의 황제국으로 바꾸면서 윗대 5대조를 황제로 추존해 문조익황제(文祖翼皇帝)와 신정익황후(神貞翼皇后)로 추대됐다.

몽유겸재산수화-2
몽유겸재산수화.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곳은 천하의 명당 가야산
흥선군이 살던 곳은 지금에 운현궁(雲峴宮)이었고, 살림살이는 그런대로 살만했으리라 생각된다. 운현궁(사적 제257호 1977년 11월 22일 지정)은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의 생부인 흥선대원군의 저택으로서, 고종이 탄생하여 즉위하기 전 12살까지 살았던 잠저(潛邸)이기도 하다. 잠저는 나라를 처음 이룩한 임금이나 종실(宗室)에서 들어온 임금으로서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 또는 그 동안에 살던 집을 말한다.

그런 흥선군이 왜 파락호행세를 했을까? 그건 안동 김씨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살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던 중, 흥선군은 가산을 정리하여 명당을 찾기 위해 전국 팔도강산 유람을 한다.

그러던 중, 가야산(伽倻山)을 발견하고 그 명당지를 찾았을 때, 그곳에서는 절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서 가야산은 경상북도 성주군, 경상남도 합천군, 거창군에 걸쳐있는 가야산이 아닌 서산과 예산에 걸쳐있는 가야산이다. 정확히 말해 가야산(伽倻山)은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과 해미면, 예산군 덕산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예로부터 절 집에는 무덤이 없었고 무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도라하여 돌로 깎아놓은 탑 안에 화장을 한 유골이나 사리를 안장봉안 하는 것이 유래였다. 그런데 그곳에 무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흥선군은 '천서방, 안서방, 하서방, 장서방' 등 4명의 노비가 있었다. 천서방은 우직하고 힘이 쌔고, 안서방은 머리가 좋았고, 하 서방은 발이 빨랐고 장서방은 입이 무거웠다고 한다.

그 중에서 천 서방과 하 서방에게 가야산 중턱이 있던 그 절 집에 불을 지르도록 하였고 불에 탄 절집은 사라졌다. 그 다음 그 묘터를 구입하여 연천에 있던 흥선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무덤을 그곳에 이장하였다.

그 후, 흥선군의 둘째 이명복을 임금으로 만들었으니 그분이 바로 고종 황제였고 가야산은 고종황제를 탄생시킨 명당지 중에 명당지였다. 그래서 이 그림으로 구도를 가야산으로 정했고 이 그림을 그린 화법은 몽유도원도를 그린 화법을 겸재(謙齋) 정선(鄭?) 선생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그릴 때 썼기에 이 그림의 이름을 몽유겸재산수화(夢遊謙齋山水畵)라고 한다.

고려대학교 풍수지리아카데미 최이락교수는 풍수 해설을 덧붙인다. "풍수지리에서 좌우대칭형 삼각산을 목형산 문필봉이라 하는데 문필봉은 권력자나 학자가 나올 곳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좌우 문필봉이 그려져 있고, 가운데에는 고만고만한 연봉이 수형산으로 되어 거부가 나올 곳이기도 합니다. 산과 집 사이에 넓은 하천이 있고 새가 무리지어 나르는 모습은 고요함속에 강한 기(氣)를 품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은 공직자나 사업가의 자리 뒷 쪽에 걸어두면 그림의 기운으로 승승장구하고 사업이 잘 됩니다."

해산 최수식화백의 수제자 화백 월해 류신영박사는 "몽유겸재산수화는 중국의 동양화를 최초로 벗어나는 조선시대 안견화백으로부터 한국동양화를 완성해가는 겸재정선을 지나 이당 김은호화백의 정교함을 거쳐 운보 김기창 화백이 완성을 보지 못한 진경산수화 즉 한국동양화를 해산 최수식화백이 완성의 마침표를 찍은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강영한 기자 gnews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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