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몹시 화가 났다. 그가 여주인공을 너무나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분노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혹시 저 집요한 가학성이 우디 앨런의 본모습이 아닐까? 나는 그간 감탄하며 보았던 그의 영화들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너무 많이 남겨 놓았던 것이다. 이혼 위기에 빠진 커플을 다룬 1992년 영화 ‘부부 일기(Husbands and Wives)’에 실제 자신의 아내를 출연시킨 뒤 정말로 그녀와 이혼했다. 79년 영화 ‘맨하탄’에서 어린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던 그는 현실에서 막 미성년을 벗어난 의붓딸 순이 프레빈과 97년 결혼을 했다. 게다가 언제나 그는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우디 앨런 본인의 이야기이고 어디서부터가 상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그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상상과 현실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이 사람은 뭘까 싶어 섬뜩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로 혼란스러운 것은 본인이 아닐까? 물론 그 혼란은 전적으로 본인의 탓이다. 그는 이상한 호기심으로 인해, 혹은 막을 수 없는 충동이나 야망으로 인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혹시, ‘블루 재스민’은 다름 아닌 우디 앨런 본인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수록 두 사람은 닮았다. 순수하게 매력과 재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뉴욕 사교계를 동경하고, 마침내 그곳에 입성하여 꿈꾸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는 순식간에 추락해버렸다는 점에서 말이다. 망하고 나서도 화려했던 옛날을 도무지 잊지 못하는 재스민의 허영심을 집요하도록 파고드는 우디 앨런의 가학적인 시선은 결국 자신을 향한 것은 아닐까? 허영심으로 가득 찬 엠마 보바리를 파멸로 몰아넣은 플로베르가 “엠마는 다름 아닌 나”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1856년 플로베르가
김사과 장편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 단편집 『02』 『더 나쁜 쪽으로』 등이 있다. 2016년부터 미국 맨해튼에서 글 쓰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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