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가수 이효리

박경은 기자

“표절사태로 좌절했지만… 이제 날 돌아보는 시간에 감사”

장자는 ‘호접몽(蝴蝶夢)’에서 ‘내가 나비인겐지, 나비가 나인겐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주 몇 잔에 나도 장자가 된 건가. 소주병에서 요염하게 웃던 여자가 어느새 내 앞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희한하네. 자정이 되면 족자 속 미녀가 나와서 사내를 홀렸다는 옛날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게슴츠레 그녀를 올려다보는 순간 술이 확 깨는 한마디가 날아온다. “야, 김제동 정신차려.”

자칭 ‘우주의 중심’ 이효리(33). 시대의 ‘섹시 아이콘’이자 ‘톱스타’지만 내겐 여동생이자 술친구, 아니 이제는 인생의 동지 같은 존재다. 끼와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녀의 미소에 대한민국 어느 남자가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난 그날 이후로 ‘혹시나’ 하는 마음을 ‘역시나’로 바꿨다.

<b>이효리</b>“오빠랑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사진 찍어야 되는 거였어? 표정 좀 잘 잡아봐. 빨리 끝내자.”<br><b>김제동</b>“흥, 나는 뭐 좋은 줄 아니? 나도 길게 하고 싶은 생각 없어.”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이효리“오빠랑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사진 찍어야 되는 거였어? 표정 좀 잘 잡아봐. 빨리 끝내자.”
김제동“흥, 나는 뭐 좋은 줄 아니? 나도 길게 하고 싶은 생각 없어.”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오빠, 난 책 많이 읽고, 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그런 남자가 이상형이야.” “그거 내 이야기인 거야?” 대답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소주잔에 술을 채우던 효리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에휴, 얼굴만 좀 잘 생겼으면….”

-너 화장하고 나왔냐? 오늘 좀 다른 사람 같은데? 간만에 네가 예쁘게도 보이네.

“사인해 줄까?”

-됐고, 너 지난번에 왜 울었냐? 나랑 유기견보호소 침수피해 복구하러 갔을 때 말야. 견사 철창 붙잡고 우는 모습을 나만 살짝 봤어.

“보호소 바로 뒤가 도살장이었잖아. 청소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개를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거야. 한쪽에선 개집 청소하고, 한쪽에선 개를 잡으려고 끌고 가고. 갑자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허탈하게 느껴져서 속상하고 안타까웠어. 유기견보호소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너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서 가슴 아팠어. 그런데 뭐야? 일은 안 하고 날 주시하고 있었던 거야?”

그랬다. 유기견보호소의 철창을 붙들고 눈물짓던 효리는 정말 예뻤다. 효리가 “개나 고양이를 보호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얼떨결에 널 따라갔지만 네가 그런 곳에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게 놀라웠어. 정말 깜짝 놀랐거든.

“동물보호협회에 가입한 뒤에 보호소에 처음 가봤어.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환경인 거야. 이런 데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이런 실상을 알리고 싶었어.”

-첫인상이 어땠는데?

“지옥같았지. 역한 냄새에 동물들 우는 소리, 날아다니는 털이랑 굴러다니는 똥까지. 그런 데가 셀 수 없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충격받았어. 내가 30년 넘게 살면서 그런 데가 있다는 것조차 처음 알았으니까.”

-그전에는 고아원, 양로원에 주로 갔었지?

“그랬지. 그런데 틱낫한 스님이 너무 할 일이 많을 때는 내게 와닿는 것을 먼저 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래서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먼저 시작한 거야. 굳이 도울 사람도 많은데 왜 동물이 먼저냐고 하시면 딱히 할말은 없어.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그전에 안 보였던 불쌍한 사람들이라든지, 열악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다 같은 생명이니까.

“약자잖아. 그중에서도 동물은 사람에 비해 약자고. 어쨌든 그 일을 하면서 앞으로 폭을 넓히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생긴 거네.

“주제 넘지만 그런 것 같아. 언제부터 왜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식도 시작했어.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고. 그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잖아. 동물, 자연, 환경, 소외계층. 사람들이 먹는 가축들의 사료를 재배하려고 정작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잖아.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던 땅에서 밀려나니까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도 생기는 거 아닐까. 게다가 TV도, 게임도 은연중에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 같아.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를 촬영할 때 닭 잡는 장면도 많이 나왔잖아. 그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네가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고기 먹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제대로 잘 키워서 제대로 먹었으면 하는 거야. 워낙 많이 소비하다보니 유전자를 조작하고, 공장식으로 사육하잖아. 더 많이 생산하겠다고. 거기서 온갖 문제가 생기는 거지. 그게 싫은 거야. 잘 키워서 잘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소비를 줄여야 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키워서 먹으려면 좀 비싸지겠지만 대신 먹는 걸 줄여야겠지. 몸에도 좋잖아. 난 육식이 아니라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는 거야. 구제역도 그래서 생긴 거잖아. 결국 그 피해는 사람이나 환경에 가거든. 우리 어릴 때만해도 한 달에 한 번 고기 먹으면 많이 먹는 거였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세번은 먹는 것 같아. 그렇다고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어? 아니잖아. 그래서 난 소비를 좀 줄이자는 의미로 채식을 하는 거야.”

인터뷰를 하다보니 ‘섹시아이콘’ 이효리는 온데간데 없고, ‘환경운동가’ 이효리가 와 있었다. 효리가 채식을 한다고 하자 비난도 있었다. 과거 그녀가 한우홍보대사를 한 게 빌미가 됐다.

“당시엔 기왕에 고기를 먹을 거면 수입쇠고기보다 한우를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홍보대사를 했어. 근데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면서 고기 먹는 걸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거지. 내가 뭘 하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사실 구제역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었잖아. 축산농가도 고통이 컸고. 그런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바로잡자는 거야.”

-너를 비난하는 기사가 쇄도하고 논란이 됐잖아. 그 때문에 너 충격받고 나랑 했던 약속도 펑크냈던 거 알지? 집들이 가기로 해놓고, ‘나 은퇴할 거야’ 이러기까지 했는데.

“오빠도 그때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나는 가수다>에서 재도전 사건이 터졌잖아. 그때 오빠도 은퇴한다며?”

-네가 뭐라 그랬는지 알아? 내가 은퇴한다니까 ‘오빠는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될 거야’라고 했어.

역시 효리는 톡톡 튈 때가 예쁘다. 2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를 읽어봤느냐고 했더니 “못들어 봤다”며 눙친다. 내가 사인해서 보내줬건만 은근한 내 자랑을 심술스러운 표정으로 뭉갠다. 대신 틱낫한 스님이나 법륜 스님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효리의 눈빛이 예전보다 깊어 보였다.

[김제동의 똑똑똑](35) 가수 이효리

▲ “소비 줄이자는 의미로 채식… 육식이 나쁜게 아니라 공장식 사육 반대하는 것”
▲ “인터뷰를 하다보니 ‘섹시아이콘’ 이효리는 온데간데 없고, ‘환경운동가’ 이효리가 와 있었다.” - 김제동

-너 종교가 불교였니?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인데 불교사상을 존중하고 있어. 그리고 나한테 참 잘 맞는 것 같아.”

-너랑 나랑은 참 공통점이 많아. 그런데 왜 우리가 얼굴 맞대고 밤 늦도록 소주를 마셔도 스캔들 기사가 안 터지지? 네 마음이 나한테 안 땡기니까 그런 거야. 사람 너무 얼굴만 보고 판단하는 거 아니다.

“딱히 얼굴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전체적으로 안 땡겨.”

-그래서 우리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 땡기는 것도 축복이야.

“그래. 한쪽만 땡기면 얼마나 서로 힘들겠어. 난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 참 좋긴 좋다고. 누군가가 ‘내일 봉사활동 가는데 모여주세요’ 하고 트윗을 한다고 얼마나 모이겠어. 그런데 오빠나 나 같은 연예인들이 트윗 하면 사람들이 모여주고 기꺼이 동참하잖아. 이건 연예인들의 특권이야. 이 특권을 의미있는 데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지.”

-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정말 오늘 보면 볼수록 기특한데?

“내가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가 많았어. 지금 봉사활동한다고들 하지만 난 수행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좋은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어서 민망해. 내가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나를 위해 하는 이기적인 활동인 거지.”

-난 네가 유기견보호소 계신 분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화도 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 사람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도 안하고 진짜 너희 엄마 아빠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 진심을 알게 됐지. 봉사의 대상, 약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 말야.

“종종 보면 봉사의 대상이 되는 분들과 봉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일이 생기면 봉사하러 갔다가도 정떨어지고 지쳐서 나자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끌리고, 해야할 것 같고, 힘들다고 울면서도 또 가는지 모르겠어. 언젠가 아는 날도 있겠지.”

-야, 우리 효리 도텄다. 이러다가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 되는 거 아냐?

“요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

-너랑 같이 보호소 갔을 때 여러사람이 함께했잖아. 구룡마을 피해 복구 갔을 때도 그렇고. 봉사하러 모인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하더라.

“나도 그래.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와는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생기고, 동지같다는 느낌도 있어. 내가 춤추고 노래하며 살다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하고 생각해 봤지. 그냥 나와서 웃겨주고 즐거움을 주던 연예인이 안보여서 서운하다가 아니라, 나와 뭔가를 함께 하던 동지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느끼는 희열은 달라. 게다가 그 목표나 신념이 내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 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보람,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효리만큼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연예인이 또 있을까. 화려한 무대 위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양손에 쥐고 10여년을 보냈다. 그런데 그 세월동안 외롭고 공허했다고 했다. 늘 목말랐다고.

“그동안 나랑 관련 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기아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든 내 관심은 오직 나에 대한 것뿐이었지. 하지만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 나 행복해. 많이 좋아.”

녀석, 예쁜 줄만 알았더니 사람을 짠하게 울리는 재주까지 가졌다. 나는 울컥 올라오는 걸 참느라 벌컥 소주를 들이켰다.

[김제동의 똑똑똑](35) 가수 이효리

▲ “왜 하는지 모르면서 끌리고, 힘들어 울면서도 또 가고… 언젠가 봉사의 뜻 알겠죠”
▲ “봉사의 대상, 약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 진심을 알게됐지.” - 김제동

“표절 사건 때문에 내가 방송을 쉬었잖아. 그동안 생각해봤어. 내가 13년간 활동했는데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는 거야. 매일 흔들리고 흩날리는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1년을 쉬면서 알게 됐어. 내가 원하는 게 뭐고 하고 싶은 게 뭔지. 그래서 표절 사건 때문에 미워했던 그 사람(작곡가)에게 감사의 절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사실 그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거든. 그런데 지금 너무 고마운 거야.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던 나에게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줬잖아. 스님이 그러셨어. 이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고.”

-맞아. 원하는 게 다 이뤄진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원치않던 일이 생겼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고. 그땐 힘들어도 지나고 보면 새로운 깨달음이 있어.

“그땐 별의별 원망을 다하고 자책도 많이 했어. 창피했고, 내가 가진 인기를 다 잃어버릴까 두려웠지. 그 사람이 미웠고 찾아가서 욕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난 사기당했고 피해자인데 왜 악플을 달고 욕을 할까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고맙다고 하고 싶어. 그때 잘 됐으면 여전히 바쁘고 돈 더 버는 게 다였겠지. 인간이 알지못하는 힘이, 그러니까 우주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우주의 중심’아 잠깐 쉬거라. 난 그렇게 생각해. 하하”

-미치겠다. 우주의 중심 이효리가 어련하시겠어? 그래.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거네? 사랑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할 때가 행복하니?

“당연히 줄 때가 행복하고 좋지. 내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 행복해. 나 요즘 행사도 안하잖아. 수천만원짜리가 와도. 그런데 얼마전에 한 군데 갔어. 내가 가면 1년 동안 유기견보호소에 개 사료를 대주겠대. 한달에 1t씩. 그래서 얼른 갔지.”

-네가 그동안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효리였다면 지금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찾아가고 있는 거야. 난 그게 기분이 참 좋아.

“내가 작년에 활동을 쉬게 되면서 만난 분이 그러셨어. 집에 금은 무지하게 쌓여 있는데 밥 해 먹을 쌀이 없다고. 정작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 거야. 그 말씀을 듣는데 나를 위한 게 뭘까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바람은 그래.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깐 하다 마는 거, 이건 아니잖아.”

-난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너 행복한 대로, 즐겁게, 놀듯이 하면 되는 거야.

“어떤 때는 이것저것 안보고 스님처럼 산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만 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법륜 스님이 그러시더라. 산에는 이꼴 저꼴 없는 줄 아느냐고. 흠흠. 네가 행복해 보여서 참 좋다. 그런데 활동도 해야지. 앨범 작업은 안하냐?

“해야지. 나는 계속 연예인으로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잘 해야돼. 그래야 사람들을 더 규합해서 함께 원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거든. 예전에 ‘텐미닛’으로 인기가 높을 때 이런 것들을 진즉 깨닫고 이야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그땐 내가 한 마디 하면 신문 1면에 나왔잖아. 내가 산 신발이 불티나게 팔리고, 어떤 액세서리를 했는지 관심 끌고…. 만약 그때 내가 유기견을 입양하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면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연예계 생활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 한때는 다 귀찮고 건성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방송도 더 열심히, 앨범도 더 잘 만들어서 멋진 연예인으로 살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그러니까 동기부여가 더 잘 돼. 나를 위해 살던 그 때보다 더 잘하고 싶은 거지.”

-장하다. 그때는 정상의 인기를 어떻게 유지할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왜 해야하는 건지 명확해진 거야. 장하다, 장해. 나 특강할 때 너를 청해 들어야겠다.”

“아 뭐야. 착한 이미지 너무 부담스러워. 그렇게 몰아가지마.”

-알아. 걱정마. 그리고 사람들이 너 착하게 안봐. 너 술 많이 먹고, 주정부리고, 노래방 가면 벽타고, 남자들 뒷목 잡고 이름 부르고, 이런 거 사람들이 다 알아. 절대로 너 착하고 조신한 이미지로 안봐.

“주변에 어떤 분들은 감동했다고 칭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 그런 사람 아녜요’하고 말하고 싶어. 민망해.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여러가지 모습이 있잖아. 특히 우리같은 연예인은 그 이미지란 게 무서운 거야. 누구나 욱하고 욕할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잖아. 예를 들어 이승기처럼 착하고 반듯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연예인이 누구한테 욕이라도 했다고 쳐봐. 확 가는 거잖아.”

-이중성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알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 속에선 그걸 알 거야. 술 먹고 주정하는 것도 너고, 더러운 견사의 똥을 치우는 것도 너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귀쫑긋 세우고 듣는 것도 나고, 야심한 시각에 케이블 에로채널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거든.

“알겠는데, 앞으로 특정한 이미지로 몰아갈까봐.”

-걱정마. 그러면 앞으로 봉사활동 갔다가 저녁엔 클럽 가서 춤추고 노는 건 어때? 부지런하다고 칭찬받을 만한 일일걸?

“오빠 언제 갔었어? 그 클럽 물 되게 안좋아졌겠다.”

-이거 왜 이래? 나 근래에 두번 갔었는데 인기 짱이었어.

“아, 됐고요.”

-알았어. 나랑 술만 마시다가 인터뷰란 걸 해본 소감이 어때?

“괜찮네. 친해서 그런지 속에 있는 것도 술술 털어놓게 되고. 내실 있는 이야기도 하게 되고. 제법이야. 하하”

술기운이 올라오는 걸까. 오늘따라 효리가 미치도록 예뻤다. 아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어쩌겠나. 난 조용히 소주병 속 미녀에 눈을 맞췄다. 그래, 산다는 건 좋은 거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하면서 흘러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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