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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브렉시트 합의안` 내각지지 이끌어낸 英메이의 뚝심

김인오 기자
입력 : 
2018-11-15 17:30:02
수정 : 
2018-11-15 2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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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 위기 벼랑끝 몰리다
일대일·6시간 토론 거쳐 설득
의회 비준이 마지막 고비
브렉시트부 장관 등 잇단 사임

2020년까지 EU관세동맹 잔류
북아일랜드 국경문제도 합의
사진설명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여론 분열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소프트(soft) 브렉시트' 안에 대한 내각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까지 영국에서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에 반발해 일부 장관에 대한 사퇴설과 함께 메이 총리 불신임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메이 총리는 강한 뚝심을 내세우면서 브렉시트 안을 밀어붙였다. 외신은 '진퇴양난'에 놓였던 메이 총리가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의회는 여전히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대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이 최종 관문인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오후 2시부터 장장 5시간30여 분에 걸쳐 이뤄진 회의 결과 영국 내각이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합의 초안을 지지하기로 공동 결정했다. 메이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 차가 있었지만 확고하게 국가 이익 차원에서 의견을 모은 최선의 협상이 이뤄졌다"면서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고, 나아가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며 브렉시트 안이 내각을 통과한 사실을 알렸다. 같은 날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대표도 27개 회원국 특사 회의에서 "결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내각회의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 이슈는 '북아일랜드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이다. 메이 총리가 EU와 합의한 브렉시트 초안 특징은 백스톱을 인정하되 가능한 한 백스톱 규정을 쓸 일이 없게 하자는 것이다. 초안에서는 영국이 2020년 12월까지 EU 관세동맹에 남되 잔류가 끝나기 6개월 전까지 영국과 EU가 새 무역협정을 만들기로 했다. 일종의 '지연(delay) 전략'이다.

그간 영국과 EU는 백스톱 인정 여부를 두고 지루한 협상을 벌였다. 영토 때문이다. 백스톱은 EU에서 제안한 것으로 영국 소속인 북아일랜드는 EU의 부가가치세와 시장 원칙이 적용되는 EU 관세동맹에 남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통관·관세 체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간 실질적인 국경인 이른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필요해진다. 이 경우 두 국가 간 해묵은 역사적 갈등과 제도상 혼란이 커질 수 있어 EU가 '보험' 격인 백스톱을 제안했지만, 영국이 '국가 통합'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나머지 주요 내용은 시민권이다. 초안은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시민이나 EU 회원국에 사는 영국 시민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돼 있다.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는 2021년부터 5년 이상 해당 국가에 거주하면 영주권이 주어진다. 5년 미만인 경우에는 임시 체류권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안에는 영해권 관련 내용도 담겼다. 영국 어업권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스페인이 영국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 문제에 대해선 두 나라 간 공동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고용, 환경, 세금, 국가 원조 등과 관련해서는 영국이 EU와 일정 부분 조율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마지막 남은 관문은 의회 통과다. 의회는 이미 떠들썩하다. BBC는 이날 "16일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청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보수당은 메이 총라와 브렉시트 초안을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초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조기 총선이나 제2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총리 소속 당인 보수당의 피터 반 의원은 다가올 총선을 의식한 듯 "메이, 당신은 오늘 수백만 표를 잃었다"면서 "결코 사람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지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보수당은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민주연합당(북아일랜드 집권당·DUP)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야당 격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협상이 난장판(shambolic)"이라면서 "나라 전체의 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나쁜 합의"라고 '국익 차원의 합의'를 강조한 메이 총리의 기자회견을 정면 반박했다.

한편 15일 내각회의에 참여했던 장관들이 사임을 발표했다. 샤일레시 바라 북아일랜드 장관에 이어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 온 브렉시트부 도미닉 랍 장관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날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다수결로 하자'는 에스터 맥비 노동연금부 장관의 요구를 메이 총리가 두 차례 거절했고, 장관 10여 명이 합의에 불만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총리는 정면돌파를 통해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늦어도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의회에 합의안 비준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EU는 브렉시트를 안건으로 오는 25일 회원국 정상 긴급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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