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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츠마부키 사토시 “형용하기 어려운 우행록의 감정”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일본식 감성영화의 정석을 보여준 츠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聰)가 지난 주 한국을 찾았다. 영화 <우행록>(愚行錄) 개봉을 앞두고 영화홍보를 위해서 서울을 찾은 것이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한국 도착 당일, 기자시사회와 간담회, 저녁에는 영화팬들과 함께한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고, 그 다음날에는 한국 취재진과 잇달아 만나 타이트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진행된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츠마부키 사토시를 만나봤다

일정이 타이트하다. 컨디션은? "치즈핫도그를 먹어서 괜찮다. 치즈닭갈비는 아직 못 먹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행록>은 누쿠이 도쿠로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영화로 옮긴 것이다. 소설은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한 일가족 살인사건의 내면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 1년이 지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건을 잊는다. 그런데 잡지사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그 사건 후일담을 취재하기 위해 나선다. 그런데, 다나카의 여동생 미츠코(미츠시마 히카리)가 지금 경찰서에 붙잡혀있다. 아동(영아)학대죄로. 다나카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가족,친구,대학동기,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듣는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죽은 사람의 이미지가 형상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츠코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이 끌렸는지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사람이 상대방에 갖는 이미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게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지를 그리고, 답을 미리 정해둔다. 머리 속에 그려놓은 이미지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 같다.“

●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했나. 마지막 장면 표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한 것인가.

“소설 속에서 다나카라는 인물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인터뷰 대상의 말을 전한다. 그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영화로 옮기면서 다나카를 어떻게 표현할까 감독님과 상의했다. 너무 강렬해도 문제이고, 너무 약하면 관객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것 같았다. 다나카를 연기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이해하고 스토리를 소화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어느 순간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이 있다. 순수하게 여동생을 생각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 오프닝 장면(버스)과 마지막 장면(여동생과의 면회)이 인상적이다.

“촬영을 한 지가 2년 반이나 지나서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잠시, 당시로 돌아가 보겠다. 음...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놓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답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화) 첫 장면과 같은 모습을 (마지막에도) 보여주고싶었다. 그게 다나카에 대해 가진 생각이다. 중간에 야라 일을 겪으면서 무너졌을 것이다. 내가 같은 표정을 보이더라도 관객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 여동생을 연기한 미츠시마 히카리와의 연기호흡은?

“함께 연기를 한 게 많다.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굳건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가고 생각하고 있기에 따로 만나서 어떻게 연기하자고 상의 같은 것은 일절 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이이다. 나도 그분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자신이 있었다. 현장에서 바로 만나도 곧바로 원하는 연기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따로 준비는 없었다.”

● 대사에도 나온다. 일본사회가 계급사회가 아니라 격차사회라는 말.

“저에게 여동생이 있어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아무래도 영화에 그려진 것이 계급사회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러하다. 그걸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가 강해져야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스스로 노력해야한다고 통감했다.”

● 츠마부키 사토시는 ‘악인’ 이후 연기하는 것이 달라진 것 같다.

“‘악인’을 연기하면서 기존의 연기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한 역할을 맡으면 하나하나 구축해가는 방식이었다. ‘이 캐릭터는 이런 말씨를 사용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악인’에 출연하면서 그런 생각을 다 내려놓았다. 그 인간 자체가 되는 것을 전제로 연기에 임했다. 내면으로, 궁지에 몰아넣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이후 매번 연기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않았다. 괴로운 역할이다.”

“‘우행록’에서도 그렇다. 이런 섬세한 표현은 처음이다. 뚜렷하게 답이 보이는 연기는 아니었다. 내 연기가 난해하였다면 할 말이 없다. 다나카의 감정에 온전히 맡겨 연기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웃을지, 어떻게 분노해야하는지 계산하고 연기를 하지 않았다. 보시는 분들이 무표정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 이번 영화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의 얼굴이 있었는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내가 뚜렷하게 감정표현을 한 줄 알았다. 너무 섬세하게 미묘하게 변화가 나타나서 걱정이 조금 될 정도였다. 마지막 장면, 여동생을 면회하는 장면이 그렇다. 여동생의 말을 듣고 표정변화. 몇 번에 걸쳐 찍은 것이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갔는데 감독님이 몇 번째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 표정에서 처음 느꼈다.

●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후유증이 있을 것 같다.

“‘악인’ 때 좀 심했다. 2년 정도 후유증이 남았다. 이후에는 나를 잘 다스려야지 생각했다.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이 심각했다. 그럴 경우 맛있는 술을 마십니다.”

● 원작 소설이 있을 경우, 독자들에게 갖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원작 팬보다는 원작자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다. 영화가 완성된 후 시사회에서 원작자 근처에서 앉아 영화를 봤었다. 그 분 반응이 두려웠다. 기뻐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불만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분 자체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영화로 판을 키운 것은 우리들인 셈. 작가 입장에서는 마치 아들이 집을 나가 어떻게 성장하고 사회에 적응하는지 지켜보는 것처럼 불안했을 것이다. 불량소년처럼만 안 보이기를 바랐다. 물론 만족하는 뉘앙스였다. 안 그랬으면 그 자리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 극중에서 기자를 연기한다. 준비과정이 어땠나.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기자 사회를 좀 탐구했다. 기자들마다 인터뷰하는 상대에 따라 인터뷰하는 방식이 다르더라. 영화에서 회사동료와 인터뷰할 때는 보이스 레코더를 사용하고 술마시며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다른 대상과 인터뷰할 때는 녹음기를 굳이 꺼내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변화를 줬다. 기자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요령이 있다. 상대에 따라, 명량하게, 밝게 이끌어내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굳이 나서지 않아도 술술 풀어놓기도 한다. 유연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녹음기를 들이대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저 나름대로 신경 써서 연기했다.”

● 본인의 인터뷰 타입은 어떤가.

“영화에 대해서, 순수하고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주실 때 기쁘다. 일본에서는 영화취재라는 명목으로 사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배우들이 작품을 할 때는 목숨을 걸고 연기를 한다. 그런 작품을 제대로 보고 진지한 질문을 해 주실 때는 보답을 받는 느낌을 받는다.”

● 한국기자와 일본기자들의 차이점은

“지금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일본 기자들은 수첩을 들고 받아쓰기를 잘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다들 컴퓨터의 달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키보드를 빨리 두드린다. 다음에 기자연기를 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형식으로 한번 해보고 싶다.”

● 하정우와 <보트>를 찍었었다. 다시 공연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지.

“하정우 형과는 친하다. 일단 하정우씨가 일본에 오면 만나러 가고, 내가 한국에 오면 하정우씨가 날 만나러 온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를 촬영할 때 정우 형을 보고 싶어서 현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여전히 술을 잘 마시고, 많이 마신다. 다시 협업할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기자분들이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로 내보내주시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팬에게는 ‘조세와 호랑이 물고기’에 대한 인상이 짙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고 한다. 당신의 어떤 모습이 한국팬을 열광시키는 것 같나.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적인 모습과 일할 때의 모습이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친근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정우에게도 그런 면이 있어 친해진 것 같다. 그리고 ‘조세’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기뻤다. 참여했던 작품이 이렇게 오래 사랑받고 리메이크까지 된다는 게 정말 기쁘다. 여러분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 아닌가. 완성되면 꼭 보러가고 싶다.”

츠마부키 사토시가 한국을 찾아 홍보활동을 펼친 영화 <우행록>은 17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박재환 kino@k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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