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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우행록', 병폐된 사회와 인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스릴러

사진=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으로 속절없이 빠져든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를 당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 그로부터 1년 뒤, 주간지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다시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피하고만 싶은 진실을 마주하지만, 이를 송곳처럼 더욱 날카롭게 파고드는 뚝심. 끝없이 숨 막히는 전개에도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관객을 끊임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사실상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하 ‘우행록’) 이야기의 힘은 원작이 가지는 탄탄한 스토리의 덕이 크다. 지난 2006년 일본 출간 당시 압도적인 반전과 정교한 구성으로 추리 소설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던 누쿠이 도쿠로 작가의 ‘우행록’. 사건을 찬찬하게 훑어가는 르포 형식의 이 작품은 단순하게 자극적인 사건만을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깊게 파헤쳐가는 전개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제135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처럼 탄탄한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니 당연히 이야기는 거의 흠을 가지지 않는다.

사진=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스틸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원작이 있더라도 좋은 각색과 연출이 없다면 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법. ‘우행록’을 연출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이번이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연출력으로 서사를 더욱 강하게 옭아맨다. 또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최근의 일본영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촘촘하지만 차가운, 그러면서도 정갈한 스타일의 영상을 풀어내면서 그 신선함을 더한다. 어떠한 면은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하지만, 또 어떠한 면은 장 피에르 멜빌의 느와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탄탄한 연출력과 스토리만큼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강렬하다. 특히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타코우’ 가족의 구성원들에 대한 주변의 이야기가 풀어나가면서 ‘우행록’은 현대사회가 가진 관계의 이면성을 끊임없이 영화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누가 봐도 나쁜 행실을 일삼았던 대상이었지만 ‘참 좋은 친구였지’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타당성을 정립하려는 인간들과, 그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 쉽게 타인에 대해 평가하고 재단하는 인간 군상은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너무 뚜렷하게 닮아있어 등골이 서늘해진다.

또한 영화는 계층의 계급화가 지속되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고자 하는 군상과 이를 위해 타인을 쉽게 이용하고 내치는 인물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또 타당성 있게 그려낸다. 그 덕분에 인물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스스로 이들의 변명에 쉽게 긍정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인물들이 내뱉는 변명이 우리 모두가 사회를 구성하며 너무나 쉽게 가져왔던 생각과 닮아있기 때문일 터다. 그런 의미에서 ‘우행록’이 그리는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관객과 그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의 기록으로 확장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다.

사진=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스틸
이처럼 사회와 인간 본연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영화의 중심에는 ‘다나카’를 연기하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존재한다. 원작 소설 속에는 인터뷰어로 등장하며, 정확한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던 ‘다나카’. 하지만 영화에서 ‘다나카’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이들의 군상을 더욱 날카롭게 바라보는 인물로서 기능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과 츠마부키 사토시는 자연스럽게 동화되어있다. 120분의 런닝타임 동안 이 무거운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함에도 전혀 힘에 부치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워터보이즈’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의 작품들을 통해 일본 청춘 배우의 대표 격으로 이름을 날렸던 츠마부키 사토시가 강렬한 존재감으로 무장한 강골의 중년배우로 성장한 모습은 더욱 영화 ‘우행록’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또한 ‘러브 익스포져’와 ‘데스노트’를 통해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던 미츠시마 히카리도 ‘우행록’을 통해 그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내보인다.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만으로 ‘우행록’은 이미 일본 영화의 긍정적 미래를 엿볼 수 있게 만든다.

배우들의 남다른 호연과 신예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완성된 ‘우행록’. 다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끊임없이 반전 전개들이 이어지다보니 다소 관객의 입장에서는 충격의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을 법하다. 또한 몇몇 부분에서 꽤나 직설적으로 내뱉는 대사들은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나 영화적 의미는 다소 반감시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미스터리는 계속해서 관객을 그 매력 속으로 빨려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오늘(17일) 개봉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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