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또만나/반또 칼럼]‘어그로’ 비법 대방출 단, 신상 털릴 것 각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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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공격적인’이란 뜻의 ‘어그레시브(aggressive)’에서 유래한 인터넷 용어. 한 온라인 게임에서 괴물을 공격하면 ‘어그로’ 수치가 올라가 강해지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 인터넷에서는 글로써 주위의 관심을 끄는 행위를 뜻함.

뭘 해도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이 없어 화나십니까? 여자 친구는 당연히 없으시죠? ‘찌질이’ 취급 자주 당하세요? 그렇다면 어그로의 세계로 오십시오. 어그로 문화가 당신의 무료한 삶을 바꿔 드립니다.

입장료가 있느냐고요? 천만의 말씀! 편안한 복장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됩니다. 그리고 누리꾼들이 즐겨 찾는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하십시오. 무심한 척, 무식한 척, 무정한 척만 하면 준비 완료! 당신을 하루아침에 인터넷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줄 손쉬운 비법 세 가지, 지금 공개합니다.

① 지역감정=
전라도·경상도로 대표되는 지역감정 유발법은 가장 흔한 방법이죠. 자, 최근 기사를 봅시다. ‘광주에서 불법 도박장 차린 일당 검거’ 기사를 읽습니다. 내용은 몰라도 됩니다. 댓글을 답니다. “전라도가 다 그렇지 뭐.” 반대로 ‘여자 가슴 만지고 ‘살아있네’ 외친 부산男 입건’ 기사에는 “갱상도 ㅉㅉ”라는 댓글을 답니다.

② ‘레전드’ 자극=중급 어그로 종자들이 즐겨 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최대한 ‘청순하게’ 물어보는 겁니다. 가수 조용필의 컴백 기사에 이렇게 답니다. “아이돌 가수 A의 음악성이 조용필 정도 되지 않나요?”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B그룹의 기사에는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B랑 비틀스랑 누가 더 영향력이 있나요?” 비교 대상이 없어도 좋습니다. 김연아 선수 기사에 이렇게 씁니다. “김연아, 이제 한물가지 않았나요?”

③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넌 말하기만 하면 돼) 어그로=상황 설정은 물론이고 가상의 자아를 만들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이라는 여성 누리꾼의 글에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저는 170cm에 48kg인데 너무 뚱뚱하지 않나요?” 혹은 취업 못 해 한숨 나온다는 한 구직자의 글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서울대 나와 K로펌에 간신히 들어갔는데, 이 정도면 취업 잘한 건지 평가해 주세요.”

좋은 세상이지요? 아무런 비용도, 노력도 들이지 않았는데 댓글 하나로 수백 수천 명의 관심을 끌 수 있으니까요. 이 짜릿한 맛에는 중독성까지 있어서 지금도 수많은 ‘어그로 종자’들이 인터넷 공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답니다. 관심 받고 싶은 당신, 지금 도전하세요! 단, 이름과 주소, 나이, 직업 등 ‘신상 털리기’쯤은 각오하고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반가워 또만나#어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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