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차가운 밤, 싸락싸락 싸락눈이 내리던 밤, 찹쌀떡을 팔고 간 어느 소녀의 큰 눈이 아른거리던 밤, 사립문 여는 소리와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던 밤, 누가 볼까봐 즈믄 밤 호젓이 나온 걸까?

고운 님 수줍은 눈썹 같은 그믐달이 기다림에 울다 지쳐 잠든 이들의 새벽길을 지키는 별, 샛별과 함께 그믐날 밤하늘에 신방을 차렸다.

동지섣달 그믐날의 새벽하늘은 이들이 부르는 로맨틱 아리아로 언제나 청초하게 푸른빛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던 이종선님의 이야기를 이들은 언제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가장 나중까지 남아 가장 멀리까지 동행하는 저들….

여기, 창조의 신비와 천체의 경이로움을 잘 나타내주는 음악이 있다. 하이든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The Creation)`인데, 그 중에 창공의 빛나는 광채를 이야기하는 곡, `해, 달, 별의 레시타티보`가 바로 그 곡이다.

해가 솟는 모습과 달빛의 고요함을 신랑, 신부로 묘사하면서 그 주위로 수많은 별들이 찬란히 쏟아지는 모습을 정교한 리듬으로 묘사(Text Painting)하며 우주의 신비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그 뒤에 따르는 `천사의 3중창과 합창` 은 한층 더 충만에 찬 외침이다. "저 하늘은 주 영광 선포하고 창공은 빛난다. 놀라운 주의 일!"

어디 이 뿐인가, 세상을 둘러보자. 아름다운 꽃과 열매들, 산과 들과 나무와 저 멀리 언덕들, 경이로운 일과 놀라운 기적들로 가득한 일상의 신비들을.

뜨거운 여름, 눈 내리기 전의 가을걷이, 샛별과 그믐달과 함께 사랑의 증거로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다.

어느 날 새벽, 우연히 샛별과 그믐달과 조우한 이후로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밖이 넓게 보이는 창가로 나아가 하늘을 내다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오늘은 무슨 달이 떴을까? 어떤 별이 보이나? 그리운 이름 걸어 놓고 함께 별이 되기도 하고 달이 되어 보기도 한다.

하이든이 `천지창조(The Creation)`를 작곡하면서, 왜 한 곡, 한 곡을 마칠 때마다

"Laus Deo(하느님께 영광을)!"라고 썼는지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다.

김덕규 중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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