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전교생 46명 아이디어 모아… “세상 하나뿐인 놀이터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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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01. 오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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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전남 영광군 군남면 군불로 군남초등학교 소강당에서 열린 ‘어디든 놀이터’ 개원식 겸 활동보고회에서 놀이터의 주인공인 학생들과 교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광교육지원청, 녹색어머니회 관계자 등이 한데 어우러져 환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놀이키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컬링을 즐기는 장면(작은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전남아동옹호센터가 지원한 영광 군남초교

거의 사용 안했던 소강당 선정

학생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바꿔

놀이 확대 반대한 이들도 ‘긍정’

교육청 “향후 정책에 적극 반영”

전남아동옹호센터·초등생 함께

소통·협력 ‘놀이키트’ 개발 활용

각 학교 배포되며 ‘창조적 변형’


“와,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우리만의 놀이터가 생겼어요.” “우리들의 생각을 듣고 디자인한 놀이터가 생기니 정말 신기합니다.” 지난해 12월 전남 영광군 군남면 군불로 군남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놀이 공간이 들어섰다. 군남초는 전교생이 46명에 불과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통폐합이 가속화하고 있는 농어촌학교의 현실을 보여준다. 몇 개의 공과 자전거뿐인 데서 알 수 있듯 놀이활동시설, 공간도 부족하니 아이들은 늘 놀이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남초 아이들만을 위한 ‘어디든 놀이터’ 시설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아동옹호센터의 지원으로 빛을 보게 됐다.

군남초 학생들은 “뛰어놀기, 술래잡기 아니면 그냥 복도에서 친구들과 놀았다. 좀 더 중간 놀이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며 “학교에 와도 놀잇감이 부족하고, 여름과 겨울이면 운동장에 나가 놀 수 없어 답답했는데 멋진 공간이 생겼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어디든 놀이터를 만드는 데는 모두가 힘을 보탰다. 군남초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영광군과 영광교육지원청, 녹색어머니회 등이 사업 방향과 의미, 일정을 공유하고 머리를 맞댔다. 이후 영광교육청, 군남초, 전남아동옹호센터가 3자 협약을 맺고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놀이 환경 조성 과정에 재학생 모두가 참여해 놀 권리를 이해하고 의견조사와 함께 4차례의 아동디자인회의를 열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 공간을 만들기 위한 취지다. 교사들도 2차례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학교 공간 활용과 놀이시간을 늘리는 데 대한 일부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놀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재학생의 참여, 만족도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 사고가 파급됐다.

어디든 놀이터 장소로는 이용률이 낮아 늘 비어있다시피 했던 교내 소강당을 선정하고 학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트램펄린, 미끄럼틀, 아지트를 만들었다. 놀잇감을 변형해 지속해서 놀 수 있도록 바닥 놀이터도 조성했다. 지루하지 않게 마음껏 뛰어놀고 생각하는 ‘놀이 천국’이다. 전남아동옹호센터는 모두 5000여 만 원을 지원했다.



2017년에 나주 영강초교에 설치한 어디든 놀이터와 함께 올해 3호를 설치하기 위해 공모를 거쳐 심사 중이다.

영광교육청은 어디든 놀이터 조성 후 만족도가 높은 점에 주목해 이를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놀이활동 학교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놀이활동 프로그램 개발, 아동 놀이문화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학생 수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끼리 특성화된 공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협동학교군’과의 협력강화 및 연계, 놀이터 사후관리 지원과 예산편성을 약속했다. 김준석 영광교육청 교육장은 “아이들이 지속 가능하게 놀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아동옹호센터는 어디든 놀이터와 함께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인 교사의 놀이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초등학생 40명으로 구성된 아동정책참여단을 중심으로 ‘놀이키트’를 개발해 시행 중이다. 다양한 놀이환경에 맞춰 소통·협력 중심으로 자유로운 놀이활동이 가능하다. 학교에서 권한이 큰 교장, 지도교사의 의지가 병행되지 않는 한 아동의 놀 권리 실현이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후 기획됐다. 교사들이 놀이를 경험하고 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계획을 짜고 놀이활동 가이드북, 조례이행점검표, 놀이 활용 영상을 제공했다.

놀이키트 개발과정에서 처음 제안한 놀이는 8가지가 기본이었다. 그러나 5개교, 2000여 명의 아이에게 배포한 지 한 달 만에 23가지 이상으로 변형되고 재창조되는 놀라운 장면이 확인됐다. 예컨대 딱지치기 놀이가 딱지 탁구로 바뀌는 식이다. 오래은 전남아동옹호센터 과장은 “교실에서 소리 나는 놀잇감에 대한 교사들의 거부감이 사라지고 노는 소리에 교사, 학생 모두 즐겁게 웃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만족해했다”며 “아이도, 교사도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우리 의견을 물어봐 준 것만으로도 존중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교사들은 “놀이형태가 다양해져 준비하는 부담을 덜었다. 놀이는 아이들이 전문가이고 교사는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게 역할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남지역에 이런 여가 놀이지원 확충이 시급한 것은 환경과 관련 있다. 아동 여가활동 시간, 아동 삶의 질, 주관적 행복감은 전국 하위권이다. 전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제정한 ‘전남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보장에 관한 조례’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전남 22개 시·군 중 현재 7개 시·군에서만 놀이활동 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남아동옹호센터는 이에 맞춰 아동권리옹호활동에 관심 있는 청년 10명과 전문가 집단을 꾸려 놀이활동 활성화 선도교육지원청을 찾아 놀이활동 지원 현황 및 이행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안예은 전남아동옹호센터 모니터링 담당 팀원은 “현장 인터뷰 결과에서는 놀이시간에 독서를 하거나 전교 어린이회의를 여는 등 놀이시간을 침해받거나 놀이활동정보, 놀이도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놀이를 업무로 생각해 업무부담을 줄여주거나 놀이에 대한 연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놀이에 대한 인식이 더 바뀌고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박정연 전남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올해도 전남지역의 놀 권리 조례 이행률을 파악하고 놀 권리에 대한 전남지역 아동의 의견을 담을 연구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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