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헤지펀더] 바이오전문 씨스퀘어운용, 여행·화장품으로 눈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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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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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2천억 모아 `돌풍`
`잃지 않는 투자`철학으로 멀티에셋펀드 최고 30% 수익


최종혁 대표
2016년은 헤지펀드업계의 '티핑 포인트'가 된 해였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10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헤지펀드 운용업 진입규제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했고 최소 자기자본 기준도 기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면서 헤지펀드 운용사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여럿 등장했다. 주식운용에 특화돼 있었던 최종혁 씨스퀘어자산운용 대표(사진)가 '멀티 인베스터'의 꿈을 품고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때다.

2세대 헤지펀드 운용사 대부분이 투자자문사에서 전환했던 것과 달리 씨스퀘어자산운용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소위 필드에서 뛰던 인물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투자자문사라는 명성도 없는 신생사가 오로지 증권사 PB센터를 돌며 자금을 유치했다. 이름값보다는 '헤지펀드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운용을 하겠다'는 진심이 통했다.

총괄 매니저 역할의 최 대표는 증권사 지점 브로커리지부터 시작해 업력을 쌓았다. 2002년 대우증권 지점 영업직으로 업계에 첫발을 들인 후 2004년부터 3년간 증권사의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프랍트레이더로 근무했다. 1조원 펀드를 굴리겠다는 목표로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들어 유리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거쳤다.

최 대표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국민연금의 돈을 운용하면서다. 사회책임형펀드 담당 매니저로 발탁된 후 실력을 인정받아 마이다스에셋의 국민연금 위탁 자산규모가 5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마이다스에셋 싱가포르법인의 아시아헤지펀드, 마이다스거북이펀드 등도 운용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을 설립한 후 2년 만에 2000억원을 끌어모으며 주요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운용 철학은 보수적이다.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높은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상방보다는 하방을 주시해야 된다는 것. 최 대표는 "'헤지(Hedge)'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결국 '위험을 피한다'는 게 본질"이라며 "벌 때 못 벌어서 아쉽다는 접근보다는 잃지 말고 운용하자는 철학으로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로 출발했던 씨스퀘어자산운용이 최근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주식을 모두 비워낸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다. 최 대표는 "옥석은 가려야 하겠지만 가격 자체는 부담스럽다"며 "올해는 바이오의 경우 선별적으로 일부 종목에만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은 씨스퀘어자산운용에 설립 초창기부터 성장 파트너였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2016년 한미약품 사태로 조정을 겪은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은 같은 해 5월 헤지펀드 운용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씨스퀘어자산운용에는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최 대표는 "펀드 포트폴리오에 바이오 종목이 담겨 있다고 하면 투자자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게 사실"이라며 "국가적인 측면에서 신성장 산업이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많이 좁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은 주력 바이오·헬스케어 대신 국내 여행주와 화장품주, 콘텐츠주로 투자 대상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최 대표는 "한한령이 해빙 분위기로 가고 있어서 올해는 국내 여행, 화장품, 면세점, 콘텐츠 관련주를 유망 투자처로 보고 있다"며 "사드 보복 이후에 그동안 역성장을 해왔는데 향후 1~2년간은 턴어라운드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 대표는 "역사적인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개혁·개방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대북 관련 주식에 대해서도 스터디를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은 수익률 최고점에서 최하점까지 하락폭을 나타내는 지표인 MDD(Max Drawdown)를 통해 변동성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최 대표는 "헤지펀드는 어느 달은 이기고 어느 달은 지느냐가 아니라 매달 조금씩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MDD는 4% 이내가, 연환산 변동성지수는 낮을수록 좋은 펀드"라고 설명했다. 설정 이후 49.5%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씨스퀘어 드래곤 멀티전략 1호' 펀드는 MDD가 3.52%에 불과하다.

철저한 변동성 관리는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운용하는 39개 펀드 중에 설정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상품은 10개 정도지만 손실률이 1% 안팎으로 크게 낮았다. 이 중에서도 4개 펀드는 출시된 지 두 달이 채 안된 코스닥벤처 펀드로 향후 수익률 상승 기대가 크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메자닌 투자를 잘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딜소싱에 주력하는 반면 씨스퀘어는 사후 관리에서 노하우를 자랑한다. 적정 시점에 메자닌을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내거나, 차익거래를 활용한 추가 수익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실제 '씨스퀘어 메자닌 플러스1' 펀드는 과표기준가로 환산한 메자닌 수익은 2.17%지만 주식전환과 차익거래를 통해 설정 이후 19.34%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은 향후 국내 대체투자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해외 투자로도 보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다만 올해는 기존에 설정된 펀드의 질적 관리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최 대표는 "코스닥 벤처 펀드 등 초기 안정화가 필요한 펀드들이 많아 올해는 퀄리티 컨트롤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롱숏 비중이나 중소형주 편입 비중 등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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