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ㆍ펠로시 충돌… 셧다운 해소 때까지 신년 국정연설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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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24. 오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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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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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9일 국정연설 강행 의지에 펠로시 재차 제동

트럼프, 대체 장소 찾다가 결국 “셧다운 끝나면 국정연설”


멕시코 장벽건설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33일째를 맞은 23일(현지시간) 미 역사상 최장기간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국정연설 연기를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이 해마다 연초 하원 회의장에서 진행해 온 국정 연설이 올해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끝날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로 예정된 국정 연설을 강행할 의사를 피력했으나,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셧다운 해소 전까지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정 연설을 위해선 하원 초청장이 필요해 다른 장소에서 국정 연설을 검토하겠다며 치킨 게임식 공방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셧다운 해소 이후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23일(현지시간) 하루 종일 국정 연설 강행과 연기를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펠로시 의장이 지난 3일 국정 연설에 초대하는 편지를 보낸 것을 근거로 국정 연설 강행 의사를 밝혔다. 펠로시 의장이 16일 입장을 바꿔 셧다운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로 셧다운 이후로 초청을 연기하는 서한을 다시 보냈지만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밀어붙인 것이다. 이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서한을 보내 거듭 반대 의사를 밝히며 편지 설전을 벌였다. 전통적으로 하원 회의장에서 열리는 국정연설을 위해서는 대통령을 하원 회의장에 초대하는 결의안 통과가 필요한데,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설 수 없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맹비난하면서 국정 연설을 다른 장소에 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며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국경 안전 관련 보수 진영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펠로시 의장에 의해 국정 연설이 취소됐다며 “그는 극좌 민주당 인사들, 급진적 민주당 인사들을 두려워한다. 그 정당에서 일어나는 일은 충격적"이라며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우리 모두 사랑하는 이 위대한 나라에 대한 큰 오점이다. 정말로 큰 흠집"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대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 회의장이나 멕시코 접경 지역, 공화당 집회장 등에서 연설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밤 늦게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셧다운이 끝나면 국정 연설을 할 것이다. 대안 장소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원 회의장의 역사와 전통, 중요성에 비견될 수 있는 장소는 없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훌륭한 국정연설을 하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까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연초에 진행되던 국정 연설 전통이 깨지는 전례 없는 일을 맞게 됐다. 공화당과 민주당 일각에선 타협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어 현재로선 셧다운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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