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뛰게 하세요, 돈 한푼 안들여도 아이들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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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 아이를 키운다] [5] 영국 '데일리마일' 프로그램
데일리마일 만든 와일리 인터뷰



데일리마일은 7년 전 스코틀랜드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젠 전 세계 36개국, 7000여 개 학교로 퍼졌다. 데일리마일 창시자인 일레인 와일리(Wylie·64·사진)씨는 지난달 본지 전화 통화에서 "교육부 예산 한 푼 없이도, 학교 교육과정을 바꾸지 않아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며 "돈 한 푼 안 들이고 전 세계 학생을 돕는 방법"이라고 했다.

와일리씨는 스코틀랜드 스털링 세인트 니니안스 초등학교 교장이던 2012년 데일리마일을 개발했다. 80세 자원봉사자 할머니가 학교를 둘러보더니 "애들이 뚱뚱하다"고 걱정한 게 계기가 됐다.

그날 오후 체육교사에게 물었더니 "요즘 애들은 준비운동 하다 퍼져버린다"고 했다. 실험 삼아 6학년 한 반을 데리고 나가 1마일(1600m) 뛰게 해봤다. 태반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와일리씨는 '교장으로서 이대로 가만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뭐라도 하기로 했다. 이후 와일리씨는 전교생이 매일 15분씩 뛰게 했다. 그렇게 데일리마일이 시작됐다. 와일리씨는 "데일리마일이란 이름과 달리 꼭 1마일을 뛸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 교실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함께 15분 동안 걷거나 뛰면 될 뿐, 1마일을 꼭 채울 필요는 없다. 체력이 되면 뛰고, 체력이 떨어지면 걷다 뛰다 해도 된다. 그래도 초등학교 고학년은 90% 이상 자발적으로 15분간 1마일 이상을 뛴다고 한다.

첫 한 달은 '이게 잘될까' 고민도 됐다. 달리기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구기종목과 달리 아이들이 재미없어 할 거란 걱정이 컸다. 하지만 기우였다. 와일리씨는 "오히려 남과 경쟁하는 운동이 아니니까 아이들이 더 즐기면서 걷고 뛰기 시작했다"고 했다. "1마일을 못 뛰었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방식이 아이들 참여를 이끌어낸 것 같아요."

그는 "아이들이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사회적 평등을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고 했다. 가난한 집 학생들일수록 비만율이 높아, 아동 비만 문제가 곧 사회적 형평성 문제로 꼽힌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와일리는 "가난한 아이들도 하루 15분 데일리마일에 참여하면 부자 아이들처럼 건강해질 수 있다"면서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 (데일리마일) 효과는 충분한 것"이라고 했다. 와일리씨는 3년 전 교단에서 은퇴한 뒤 지금은 데일리마일 재단을 차리고 전 세계 학교에 프로그램을 보급 중이다.

[양지호 기자 ex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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