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란, 호주, 한국, 일본이 나란히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첫 경기를를 치렀다. 성적표는 이란만 ‘맑음’이다.

이란은 지난 8일 예멘과의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5-0 대승을 챙겼다. 비록 상대가 D조 최약체인 예멘이었지만, 이란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그 동안 이란은 골을 적게 넣어도 상대를 꽁꽁 틀어막아 승점을 챙기는 ‘수비 축구’를 구사해왔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이란은 시종일관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예멘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즐겨 쓰는 밀집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차원이 다른 이란의 경기력에 아무것도 못하고 대패를 당했다.

반면 동아시아의 강자인 한국과 일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필리핀은 밀집수비를 들고 나왔는데, 한국은 무려 82%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였음에도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 간간히 나오는 필리핀의 역습에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는 등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중원의 사령관 기성용(뉴캐슬)이 경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물러나 전력에 타격을 입었고, 경고도 3장이나 받는 등 승리를 거두기는 했어도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일본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일본은 지난 9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는 등 졸전을 펼친 끝에 3-2 신승을 챙겼다. 전반 초반 투르크메니스탄의 단단한 수비에 공격 시도가 모두 무효로 돌아갔고,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에 선제골을 허용해 전반을 0-1로 뒤졌다. 후반에 3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기는 했지만, 후반 막바지 수비에 헛점을 보이며 페널티킥을 허용해 실점하는 등 끝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한국과 일본은 호주보다는 낫다. 2015년 대회 우승국인 호주는 지난 6일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B조 0-1 충격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 현재까지 치른 경기들 중 최대 이변이다. 호주도 7대3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요르단을 압도했지만, 정작 중요한 골이 터지질 않았다. 호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애런 무이, 매튜 레키, 마틴 보일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모두 이탈하며 전력이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B조의 다른 팀들과 비교해 전력이 월등히 좋았기에 조별리그 1위 통과는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첫 판부터 발목을 잡히면서 조 1위 통과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번 대회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약체로 평가받는 팀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면서 강팀들을 당혹케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역시 강호로 평가되던 우즈베키스탄도 전력에서 몇 수 아래인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간신히 2-1로 이겼다. 다만 제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팀들 역시 많기에 조별리그 2차전부터는 상황 변화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