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어이 ‘예타’ 건너뛴 균형발전案 세금 낭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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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24조1000억 원 규모의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과 5년간 175조 원을 투자하는 ‘국가 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수도권의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 지역 경제 회복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지방의 상대적 낙후가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투자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을 살리는 것은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공기업 이전, 혁신도시 등 인위적인 정책보다 기업이 정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획기적인 친(親)기업 정책은 뒷전이고, 타당성 조사도 없이 천문학적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를 자초하는 일이다. 또 대형 국책사업을 졸속 추진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68조 원에 달하는 예타 면제 사업 중 4조7000억 원이나 들어가는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등 23건, 총 사업비 24조1000억 원에 대해 예타 면제를 허용했다. 예타는 예산 규모 500억 원 이상 되는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예측해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번 조치는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킬 뿐이다. 가장 규모가 큰 남부내륙철도 사업만 해도 김대중·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3년 경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민자사업 유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번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예타 면제된 4대강 사업을 비판하던 문 정부의 또하나의 ‘내로남불’이다.

국가균형발전 계획도 사업과 비용을 지방자치단체로 대거 이양한다는 것인데,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않으면 예산 낭비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이 살려면 양질의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돈과 인재가 몰리게 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그런데 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친노동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옥죄면서 한편으로 세금을 대거 퍼붓겠다고 한다. 이미 실패한 탁상공론식 정책을 되풀이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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