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적은 돈이지만…♡” 꺼져가던 연탄 나눔, 다시 불 지핀 초등생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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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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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행에 이어지는 특별한 후원 사연
가수 션(왼쪽)과 류다영양이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 봉사활동을 하며 포즈를 취했다. 작은 사진은 초등학교 2학년 이예지양이 연탄은행에 보내온 편지. 연탄은행 제공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은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이예지(9)양이 쓴 편지를 받았다. 편지엔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연탄 그림과 함께 “뉴스를 보고 연탄은행에 기부하게 됐어요. 적은 돈이지만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동봉된 편지지엔 “서울에서 9살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라고 밝힌 글이 나왔다. 이양의 부모였다. 자로 잰 듯 꼭꼭 눌러 쓴 글에는 “얼마 전 저희 부부는 결혼 12주년을 맞아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며 “큰 아이가 결혼기념 선물이라면서 용돈을 모아 엄마 아빠에게 각각 2만원씩 담긴 봉투를 줬다”고 했다. 이양은 할머니 할아버지 생신 때 엄마 아빠가 용돈 드리는 것을 보고 똑같이 하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사고 싶은 것을 꼭 사라”는 당부도 했다. 부부는 “아이의 정성이 담긴 소중한 돈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아 고민하던 중 기부자가 줄었다는 뉴스를 보고 연탄은행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적은 월급에 치료받는 아이가 있어 정기 후원은 당장 어렵지만, 아이의 정성과 사랑이 지금 추위에 지친 이웃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썼다. 발신지는 서울 관악구 은천동이었다.

올해 고3이 되는 서울 경기여고 류다영(18)양은 2014년부터 ‘가수 션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1도 올리기’ 행사에 참석해 매년 연탄 봉사를 이어왔다. 지난 11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봉사하러 온 류양은 에너지 빈곤층 4가구가 한 달 이상 따듯하게 보낼 수 있는 연탄 500장을 후원했다. 중1 때부터 이어온 연탄 봉사 이야기로 KBS강태원복지재단의 나눔 수기 공모전에 응모해 대상을 받았는데 이 상금 일부를 내놓은 것이다. 류양은 “나눔은 첫 시작이 어렵지 한번 하면 멈출 수 없다”고 썼다.

문자후원과 함께 연탄나눔을 독려하는 4행시를 보내준 익명의 후원자도 있었다. ‘서, 서울과 전국에는 아직도 울, 울적한 겨울 속에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연, 연탄으로 몸부터 따뜻해져 웃을 수 있는 탄, 탄탄대로 같은 1도 올리기에 동참하셨으면 합니다.’ ‘서울연탄’으로 지은 4행시였다.

연탄 후원은 연말에 집중되고 1월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연탄은행은 그래서 연초를 ‘연탄 보릿고개’라 부른다. 허기복 목사는 16일 “연탄 천사들의 나눔으로 추위에 떠는 이웃들에게 연탄 보릿고개가 오지 않도록 도움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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