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공직자 대국민 윤리의식 빈약… 교육과 통제 위한 시스템 더 필요"
"인구 적은 농촌 지역에 집중… '고인 물' 벗어나도록 외부 감시 견제 강화해야"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정치인·공직자가 외유성 출장을 즐기며 스트립바에 가려 들거나 여성과 동행해 음주가무를 즐기는 등 상식 밖 행태를 보였다는 이른바 '외투'(外Too·외유성 출장, 나도 봤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공직사회와 정치권은 언제 또 다른 폭로가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시작은 지난해 12월 예천군의회 소속 박종철 부의장, 권도식 군의원 등이 캐나다 연수 도중 술자리에 여성 접대부 동석을 요구하고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곧이어 상주 원예농협에서는 임원들이 선진지 견학 중 정체불명의 여성들과 동행해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폭로가 나왔다. 국회에서도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미국 연수 도중 스트립바에 가자고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로가 거듭되자 '미투'(성폭력 피해 폭로), '빚투'(빚 사기 피해 폭로)에 이어 '외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돈다. 해외에서의 폭력행사 등이 문제되자 마치 봇물 터지듯 또 다른 해외에서의 일탈 증언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여성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외투' 역시 언젠가는 불거졌어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저 개인 일탈로 묵과할 문제가 아닌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악습이라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20여 년 활동한 여행 가이드는 "이른바 '밤 문화' 유흥이 발달한 동남아에서는 일반인 여행객 뿐만 아니라 연수하러 온 공직자, 정치인도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노래방·주점을 찾거나 성매매를 원해 곤란을 겪은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여성 가이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직접 경험했던 의원들의 사례를 폭로해야하나 고민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성의식을 바로잡고 싶지만, 용기를 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시민단체는 이런 관행이 정치인·공직자의 빈약한 윤리의식 탓에 빚어졌다고 비판한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예천군의원들은 이번 사태가 문제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공직자 집단 내 자정능력을 강화하게끔 철저히 교육하고, 외부 감시와 통제도 강화해 출장의 목적과 일정 등을 점검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투' 폭로의 대상이 유독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잇따르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인구가 적은 폐쇄적 사회이다보니 외부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고 구시대 관념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경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도덕성이 떨어지거나 문란한 지역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교적 폐쇄적인 지역 분위기 속에서 체득한 악습이 관행으로 자리잡고, 서로 눈감아 주는 침묵의 카르텔을 구성해 '고인 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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