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복동 할머니 찾은 나문희 “날개 달고 편한 곳에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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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29. 오후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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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모델로 한 영화서 주연 맡아


“날개를 달고 편한 세상에 가시라”

배우 나문희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한 말이다. 나씨는 김 할머니의 사연을 토대로 만든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연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건 고인과 닮은 캐릭터 ‘나옥분’. 극 중 미국 의회에서 참담했던 위안부의 실상을 고발한 인물이다.

나씨는 29일 오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 1호실을 찾았다. 홀로 나타난 그는 먼저 숙연한 표정으로 국화꽃 한 송이를 제단에 올렸다. 조문하고 나오는 길, 나씨는 “뉴스를 통해서 김 할머니의 부고를 접했다”며 “고생 많이 하셨으니 날개를 달고 편한 곳, 좋은 곳에 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28일 오후 10시41분 향년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랜 기간 투병해 온 대장암이 결국 김 할머니의 생명을 앗아갔다. 고인은 임종 전 잠시 눈을 뜨고 못다 푼 한을 토해냈다고 한다. 악화한 병세 탓에 기력이 없었지만 일본에 대한 분노를 욕으로 강하게 표출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게 성폭행당한 여성들을 언급하며 “내가 못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에야 마지막 숨을 거뒀다.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과도 같았던 고인의 죽음에 사회 곳곳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그 외 여러 정치인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점심시간을 쪼개 조문에 동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도 30일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할 예정이다.





고인은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태어나 만 15세였던 1940년 일본으로 끌려갔다. 일본군에 의해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끌려다니며 성적 학대를 당했다. 김 할머니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은 것은 해방 2년 뒤인 1947년이다. 고인은 1992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평화 운동가로서 활약했다.

고인은 같은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2012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나비 기금’을 발족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5월 국경없는기자회와 프랑스 AFP 통신으로부터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에 선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2015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끝내 받지 못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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