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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공유, 지은탁=김고은, 태희=정해인(은탁의 첫사랑·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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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유퉁이세요? /사진=tvN '도깨비' 캡처 |
scene 1. 김신 집 앞 (밤)
김신: (은탁이 다리에 매달리며) 지은탁.. 가지마. 사랑해.
은탁: 아저씨. 왜 이렇게 질척거려요? 태희오빠랑 나, 서로 사랑해요. 그래, 이게 맞는 거지. 아저씨랑 나랑 몇 살 차이인지 알아요? 아저씨 태어났을 때 나는... 아니 우리 엄마는... 아니 엄마의 엄마의 엄마조차 세포분열도 못했을 거라고! (김신의 쪼인트를 깐다)
태희: (은탁을 잡아 끌며) 가자. 비행기 놓치겠다.
짐 챙겨서 나가는 은탁과 태희
김신: (ㅂㄷㅂㄷ) 뭐? 세포분열? 야!!!! 지은탁!!! 너 비행기 탄다고 내가 못잡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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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
scene 2. 서울역
은탁: 부산행 두 장이요~
태희: (징징) 은탁아.. 그 도깨비가 우리 찾아내면 어떡해..
은탁: 저만 믿으라니까요? 그 도깨비 지금쯤 공항에서 헤매고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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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탁이 어딨니...? /사진=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
scene 3. 인천국제공항
김신: (♬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지은탁. 감히 도깨비를 우습게 봐? 잡히기만 해.
덕화: 삼촌! 집에 가자. 딱 봐도 걔네 여기 안 올 것 같아.
김신: 시끄러워! 분명 비행기 탄다고 했어.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등 공항이란 공항은 다 헤집고 돌아다니는 김신. 그 시각 은탁과 태희, 부산에서 알콩달콩 햄볶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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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
이게 무슨 똥망진창 전개냐고? 믿기 힘들겠지만 설화나 민담 속 도깨비들의 특성을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야. 사실 도깨비들은 생각보다 더 멍충 돋았어. 사람들의 농담이나 거짓부렁을 그대로 믿었거든. 늘 인간들한테 뒤통수 터져서 재물이며 방망이까지 뺏기곤 했지.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q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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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지만 조금 모자란 친구... |
설화자료집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 도깨비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골려주려고 "너는 뭐 싫어해?" 물어봤대. 그 사람이 "나는 금은보화 싫어해" 하고 대답했더니 다음날부터 계속 그 사람 집 앞에 금은보화가 쌓여 있었지. 그 사람은 도깨비를 속여서 재물을 얻어내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거야. 바보 도깨비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거고.(#이런 멍청이 또 없습디다)
그러면 도깨비는 멍청하니까 이렇게 계속 공항이나 헤매다가 얘기가 끝나는 거냐고? ㄴㄴ. 아직 얘기가 좀 더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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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갱아, 내가 왔어. /사진= tvN '도깨비' 캡처 |
scene 4. 김신 집 앞
10년 뒤 빈털털이가 되어 돌아온 은탁. 김신의 집 앞을 서성인다.
김신: 누구..?..(한참을 갸웃하다) 지은탁?
은탁: (수줍은 듯) 아저씨! 저 왔어요. 아저씨 신부. 사랑해요.
김신: 뭐? 신부? 이거 완전 돌i네?? 너 10년 전이랑 지금이랑 상황이 같다고 생각해?
은탁: 아저씨한테 10년이 뭐 대수인가? 어차피 940살이나 950살이나 다 그게 그거지. 언제는 내가 뭐 처음이자 마지막 신부라더니. 사랑이 어떻게 변해요?
김신: 얘 진짜 웃기는 애네. 내 사랑이 변했니? 너가 나 버리고 시집 갔잖아. 그 첫사랑인지 뭔지 야구선수한테!
은탁: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는) 오빠 얘기 하지 마요! 저승 아저씨가 데려갔단 말이에요... 얘기 못 들었어요? 5년도 더 됐는데?
김신: (좋아한다) 5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너 그러면 이제 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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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tvN '도깨비' 캡처 |
scene 5. 부엌
은탁: (맥주캔을 들며) 재회 기념으로 짠~
김신: 10년 만에 나타난 주제에 짠? (혼잣말) 과부니까 봐준다.
은탁: 아저씨 빨리 술이나 마셔요.
10분 만에 꽐라가 된 김신, 거실에 널부러져 잠든다.
scene 6. 방
인감도장을 찾는 은탁.
은탁: 여깄네, 여깄어.
준비해 온 서류에 도장을 쾅쾅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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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워♡ 호갱♡ /사진= tvN '도깨비' 캡처 |
scene 7. 거실
은탁: 서류는 다 만들어놨고.
김신 가슴에 꽂힌 칼을 잡아보는 은탁.
은탁: (만지작거리는) 오랜만이네, 이 검.
김신: (아픈 듯 신음한다)
은탁: (망설이더니 검을 뽑으며) 예뻐져서 좋~은 데로 가요!
허무하리만큼 쉽게 뽑히는 검. 검이 뽑힘과 동시에 김신은 빗자루가 되어 버린다.
은탁: 뭐야! 빗자루 되는 건 아니라더니. (피식 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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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율 쩌는 공유가 빗자루가 된다면. /사진=픽사베이 |
배신 때리고 떠난 지은탁을 김신은 왜 받아줬을까? 지은탁을 정말 사랑해서? 놀라지마. 답은 지은탁이 과부가 되었기 때문이야.
도깨비들은 '과부 킬러'였어. '남녀칠세부동석'이니 뭐니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기 바쁜 조선시대에서의 '과부'란 '평생 남자 못 만나는 여자'였으니까 오히려 더 유혹하기 쉬울 거라 생각한 거지. (#어디까지나_조선시대_얘기 #오해_ㄴ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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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부를 노리는 도깨비./사진=JTBC '마녀사냥' 캡처 |
학술지 '기획회의' 통권277호 '민속학의 대가, 도깨비를 논하다'에서 김열규 전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원장은 이런 얘기를 했어.
"도깨비는 사랑을 할 때 절대로 처녀를 고르지 않습니다. 홀리기 쉬운 과부(#조선시대만의 기준)를 대상으로 고릅니다. 과거에는 여성이 과부가 되면 절대로 남자에게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도깨비가 그 틈새를 노린 거죠. 과부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도깨비는 보통 멋쟁이가 아닙니다. 입맞춤을 하면서 구슬을 주고 받습니다. 온 세계의 남자치고 그렇게 멋진 키스를 해본 남자는 도깨비 밖에 없을 거고 그런 키스를 받아본 여자는 한국 여자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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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아 나대지마. 너한테 한 거 아니야./사진=tvN '도깨비' 캡처 |
공유 같은 비주얼이라면 못 홀릴 여자가 없겠지만 도깨비는 사실 잘생기지 않았어. 조선시대 사헌부·사간원에서 왕에게 올리는 계본이었던 '대계' 속에 도깨비에 관한 묘사들이 있어. '커다란 엄두리총각(엄더레총각의 방언)'이라든지 '낮에는 싱싱하고 큰 총각, 밤에는 전신에 털이 난 털보', '팔대상 같은 놈' 등으로 도깨비를 표현해. 만약 도깨비가 잘생겼다면 '미남'이나 '호남형', '장군감' 등 멋진 말을 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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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쓴 양반 밑에 희끄무리한 사람 형체가 우리나라 도깨비를 최초로 그린 것./사진=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허련의 '채씨효행도 5' |
1987년 발행된 종합학술지 광장에 실린 '한국도깨비의 생태진단'이라는 글에는 이런 얘기가 나와. "사람들과 친근한 물건에 사람들의 피나 땀이 묻음으로써 변신하여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깨비는 물건+신령=인간상의 구조를 가진다". 즉, 도깨비의 실체는 '물건'이란 소리지. 드라마에서도 나오잖아. "사람의 손때나 피가 묻은 물건에 염원이 깃들면 도깨비가 된단다"라고.
설화나 민담을 통해 추측해보면 김신의 가슴팍에 꽂혀있는 검을 뽑으면 도깨비는 빗자루, 책상, 의자 등등 사람의 손때가 탄 물건으로 변하게(=돌아가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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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 '공유'들./사진=뉴스1 |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옛날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예상에 불과해. 드라마 '도깨비' 엔딩은 김은숙 작가 뫰에 달려있으니까. 부디 기승전망이 아닌 여운 쩌는 멋진 엔딩이 되길... (#이_글은_성지가_됩니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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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시여,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사진=tvN '도깨비'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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