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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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한자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석사)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칸트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시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석사에 이어 유식불교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아의 연구』, 『자아의 탐색』, 『유식무경』, 『일심의 철학』, 『불교의 무아론』, 『명상의 철학적 기초』, 『불교철학과 현대윤리의 만남』, 『한국철학의 맥』, 『칸트철학에의 초대』, 『헤겔 정신현상학의 이해』, 『대승기신론 강해』 등이 있다.
목차
- 책을 내면서
제1부. 부산 안국선원에서의 7박8일
* 발원
1. 화두를 받잡고 12월 23일(수)
2. 화두의 답을 찾아 12월 24일(목)
3. 끝없는 답답함을 안고 12월 25일(금)
4. 생각을 놓치 못해 12월 26일(토)
5. 남들은 다 하는데 12월 27일(일)
6. 생각의 벽을 부수고 12월 28일(월)
7. 고통과 환희 12월 29일(화)
8. 일상으로 가는 길 12월 30일(수)
* 공부의 여운: 남해를 바라보며
제2부. 부산 이후 미황사 가기까지
1. 스님과의 차담
2. 부산 동지들과의 재회
3. 독자와의 대화
4. 학생과의 대화
5. 동료와의 대화
6. 나의 작은 변화
7. 연구소 모임
제3부. 미황사에서의 7박8일
* 연꽃
1. 무명의 서글픔에 잠겨 7월 17일(토)
2. 몸의 느낌을 좇아 7월 18일(일)
3. 허탈감에 빠져 7월 19일(월)
4. 왜 화두인가? 7월 20일(화)
5. 남편의 체험 7월 21일(수)
6. 왜 간화선인가? 7월 22일(목)
7. 성불의 꿈 7월 23일(금)
8. 멀리서 삼배를 하고 7월 24일(토)
* 미황사 이후: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책 속으로
“손가락을 튕겨보십시오. 무엇이 손가락을 튕기게 하는가?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하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하긴 한 건데, 그게 무엇인가? 무엇이 손가락을 튕기게 하는가? 나나 마음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을 그냥 ‘나’나 ‘마음’이라고 이름한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손가락이 하는 것이 아닌 것은 이 손가락이 했다면 내가 죽어도 이 손가락은 여기 있으니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무엇이 이렇게 하게 한 것이요? 누가 하는 것인지를 모르니까 답답합니다. 모른다는 말이 가장 친절한 말입니다. 그게 화두입니다. 화두를 들되, 질문은 내가 던졌으니 답만 찾으려고 하십시오. 그것이 화두를 든다는 겁니다. 문제를 외우고 있지 말고 답만 찾으시오. 답을 모르니 답답합니다. 그 답답함을 가득 채우십시오.”
아침에 미산스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여기서 해야하는 것은 화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예요. 의심을 위한 의심, 문제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할 것은 답을 찾는 의심(疑心)입니다. 답을 몰라서 답답함이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의정(疑情)이예요. 그리고 그 답답함으로 인해 온몸이 의심덩어리가 되는 것이 의단(疑團)입니다. 의심이 의정이 되어 답답함이 가득하면, 그때 변화가 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팁이예요.”
수불스님께서 법문에서 그러셨다.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건 누가 그렇게 하는지를 모르는채 그냥 이 이름을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마음을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눈을 보는가? 안 보는 게 아닙니다. 보는 눈을 보라니까 제 눈을 꺼내서 보면 그건 멍청이나 하는 짓입니다. 눈이 본다고 말하지만, 그걸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천안이 열리고 혜안이 열려야 합니다.”
...중략...
간화선이 특출한 것을 그 마음바닥에 내려가 공이 되기까지 복잡한 교리나 원리를 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을 교외별전(敎外別傳)이고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하는 것이다. 교리를 따라 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면 그건 결국 내용을 따라 돌멩이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바닥, 빈 마음이 되지 못한다. 진정한 공(空), 무한에 이르지 못한다. 그 경우 끝까지 그 내용에 매달리게 된다. 바닥에 도달한 것 같아도, 그 바닥은 결국 교리의 바닥, 언어의 바닥이다. 그때는 그 교리에 따라, 그 언어에 따라 다시 이 세상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산 자와 죽은 자로, 구원받을 자와 구원받지 못할 자로 이분하게 된다. 바닥인 근본에 이르러 오히려 근본주의자, 교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표층에서의 우리의 일상적 분별보다 더 엄격한 분별이고 더 잔인한 분별이 된다. 그래서 이 세상의 종교가 끊임없이 종교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지 않고 일체의 내용을 모두 떠나 진정으로 참된 바탕에 이른다면, 그래서 스스로 빈마음이 되고 빈 도화지가 된다면, 그때에는 세상 만물 모든 것을 선과 악의 분별없이, 호와 오의 분별없이 포괄하게 될 것이다. 간화선은 일체의 내용을 다 버리고 바닥으로, 아니 바닥없는 무한의 심연으로 내려가게 한다. 결국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그저 ‘이뭐꼬’라는 화두 하나에만 매달려 빈 자리를 찾아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건 매 순간이 ‘백척간두진일보’이다. 일체의 내용을 떠나 스스로 자신을 비움으로써 그렇게 빈 바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중략...
출판사 서평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그 단 하나의 물음에 빠져 있는 것이 꽤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것은 답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물음, 묻고 또 물어도 미로를 헤매듯 답이 보이지 않는 물음, 그렇지만 그 문제만 해결되면 인생의 의미와 우주의 신비가 다 밝혀질 것 같아 끝까지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은 내게 화두(話頭)가 되어 30년 넘게 나를 철학 공부로 내몰았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가끔 회의가 밀려오기도 했다. 이 물음이 과연 인간의 사유와 인간 이성의 힘으로 풀릴 수 있는 물음인가? ‘너 자신을 알라!’는 델피의 신탁에 충실했던 소크라테스도 ‘무지의 지’를 고백했고, 20세기의 뛰어난 철학적 지성 비트겐슈타인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혜의 화신 장자(莊子)도 ‘득의망언(得意忘言)’을 말했고, 선종의 초조 달마도 ‘언어도단(言語道斷)’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개념적 사유?분별적 사유로써 과연 진리에 이를 수 있을까? 머리로 하는 철학이 과연 존재를 밝히는 빛이 될 수 있을까? 적지 않은 시간을 개념적 사유로써 개념 너머를 생각하고, 철학으로써 철학 너머를 꿈꾸어왔다.
그것이 사교입선(捨敎入禪)의 염원이었을까? 불교를 공부하면서도 단지 책상머리에 앉아 교(敎)에만 전념할 뿐 온몸으로 정진하는 선(禪)을 행하지 못함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언젠가 나도 화두를 들고 선을 해보고 싶은 마음, 나를 진리의 세계로 이끌어줄 선지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마치 우연처럼, 마치 선물처럼 내게 그런 기회가 왔다.
이 책 『화두』는 그런 인연으로 체험한 선수행의 기록이다. 글은 3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와 3부는 6개월의 차이를 두고 각각 부산 안국선원과 해남 달마산 미황사에서 7박 8일의 집중수행 기간에 바로 그 자리에서 쓴 것이고, 그 사이에 있는 2부는 미황사에 가기 전에 썼던 것을 후에 조금 손을 본 것이다. 본래 이 글들은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자 나 자신을 위해 일기처럼 썼던 글들이다.
미황사에 다녀온 후 1부와 3부의 수행 체험기를 우연한 기회에 송암 스님께 메일로 보내드렸는데, 그때 송암 스님께서 글을 출판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한국에 위빠사나 수행 체험기는 적지 않게 있지만 선 수행기는 거의 없으니 선수행 체험기의 출판이 선을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글이 수불 스님과 미산 스님을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이 글을 출판해도 괜찮겠냐고 미산 스님께 말씀드린 지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수행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순전히 개인적 체험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염려하시는 것 같았다.
미산 스님의 허락을 기다리는 중에 도피안사에서 책이 나와버렸다. 기쁜 마음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 글이 정말 세상에 내놓을 만한 글일까? 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술하였지만, 이것이 혹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거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이 글에서는 수불 스님, 미산 스님, 혜민 스님, 버스웰 교수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모두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 모든 기술은 다 내 마음에 비치고 내 마음이 그려낸 그들의 모습일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내가 잘못 보고 내가 잘못 판단한 탓일 것이다. 그만큼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 주관적인 판단과 해석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간화선이 궁금한 사람, 철학과 종교, 이성과 영성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싶은 사람, ‘나는 누구인가?’, ‘시체를 끌고 다니는 그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 ‘주인공’ 내지 ‘이 뭐꼬’의 화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그런 사람으로부터 말을 듣는 그런 책이 되고 싶다.
기본정보
ISBN | 9788990223692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10월 25일 | ||
쪽수 | 264쪽 | ||
크기 |
148 * 210
* 20
mm
/ 44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돈오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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