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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5일 11시 14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1265년6월1 - 1321년9월13 or 14 )

 

이탈리아 시인

 

필명 : 단테 알리기에리(본명은 두란테이고 유아세례를 받은 이래로 단테로 불리워짐)

        두란테 알리기에리라는 그의 이름은 장수하는 날개가 달린 자라는 뜻임. 

 

출생 : 이탈리아 피렌체 사망 : 이탈리아 라벤나

 

작품 : <신곡><칸초니에레><향연><신생>

 

[생애]

 

알리기에리 가문은 귀족이었으나 단테가 태어날 당시에는 사실상 몰락한 상태였고 그의 아버지는 임대 및 대부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음. 집안살림이 특별히 어려운 상태는 아니었음. 어머니는 1272(단테 7)에 사망, 아버지는 1280(단테15)사망함. 그는 10대에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함. 그는 피렌체에서 반평생을 보내고 나머지는 유랑생활을 생을 마감한다.

 

(베아트리체와의 만남)

 

1274(단테 10)51일 아버지를 따라 폴코 포르티나리의 집을 방문한 단테는 폴코의 딸인 베아트리체(비체)를 보고 한눈에 반함. 당시 베아트리체는 9세였음.단테에게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은 그의 생애 가장 큰 사건 중에 하나였음. 첫 만남 후 9년째 되는해(1283년5월1) 바로 그날 베아트리체를 길에서 만나는데 단테를 보고 그녀가 인사를 건넨다. 그후 단테는 그녀를 향한 사랑을 담은 시를 쓰기 시작한다. 라틴어에 능통했던 단테는  키케로와 보메티우스와 베르길리우스등 고전 작가들을 숙독했다. 그 후 단테는 당시 관습에 따라 유력자인 마네토 도나티의 딸인 젬마와 1286년에 결혼. 베아트리체도 1287(단테의 결혼 이듬해) 결혼, 그러나 1290 6월 베아트리체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슬프에 빠진 단테는 그때까지 베아트리체를 그리며 쓴 시를 엮어서 <새로운 인생>이라는 책으로 간행(1295)

 

(피렌체에서의 정치활동과 망명생활)

 

1295(30) 단테는 피렌체의 약제사 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정치에 입문함. 그후 탁월한 지성과 언변으로 두각을 나타냄. 단테가 살았던 14세기 후반 피렌체는 당파싸움이 한창이었음. 피렌체를 양분하는 세력은 교황파 겔프당과 황제파(신성로마제국)기벨린당 이었음. 단테는 교황파인 겔프당 소속이었는데 겔프당내에서도 비앙키당(상인파)와 네리당(귀족파)로 갈림. 결론적으로 단테는 겔프당내 비앙키당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음. 1301년 프랑스 귀족인 샤를백작이 교황의 요청으로 군대를 이끌고 피렌체로 진격하자 단테는 교황을 설득해 전쟁을 막기 위한 사절단의 일원으로 로마로 향한다. 그가 로마에 머물던 111일 샤를이 피렌체에 진입함과 동시에 그 위세를 업은 네리당의 주요 인사들이 권력을 장악하게 됨. 1302(37) 1 27일 궐석재판에서 단테는 최고위원 재직당시의 뇌물 수수 및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선고를 받음.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돌아오던 단테는 이 소식을 듣고 귀향을 포기함. 그 후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향(19)을 전전하는 신세가 됨. 1312년 새로운 황제 하인리히7세가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로 내려오자 단테는 피렌체로 돌아가려는 꿈을 잠시 꾸어보지만 결국 돌아가지 못한다.

 

(타향살이와 최후)

1302 1월 독직죄로 고소당하여 무거운 벌금과 2년간의 유형을 선고받음, 다시 2개월후 영구유형을 선고 받음 시정부에 체포될 경우 화형에 처한다는 통고를 받음. 그로부터 유랑생활시작하여 1321년 라벤나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할 때까지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함. 현재 무덤도 라벤나에 있음. 사후 피렌체는 무덤을 옮겨 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단테의 유랑은 끝나지 않았고. 피렌체는 가무덤을 만들어 놓고 노력 중이라고

 

(신곡의 완성)

 

유랑햇수 반평생인 단테가 필생의 역작으로 남긴 작품. 세편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집필함. 저승세계로의 여행을 주제로 한 서사시. 여행자 단테의 동행자는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 중세의 상류층 언어인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쓰여지면서 대중적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음.

 

(단테의 업적 등)

 

      이탈리아어의 확립

단테의 생애동안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도시국가로 저마다 방언을 사용했음. 신곡이후 피렌체의 말(토스카나 방언)이 공용어의 역할을 함. 단테는 지식인의 공용어인 라틴어보다 각 지역의 일상언어인 속어로 시를 쓰자는 주장을 펼쳤고 신곡은 실제로 라틴어가 아닌 일상어로 쓰여짐. 그래야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음.

 

 학사적 영향력 :

 

문학적 성취나 영향력에서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 세익스피어 세르반테스 괴테 발자크 같은 작가들과 함께 세계문학의 천재들로 불리움.

 

나의 의견

 

종교인인 아니지만 기독교는 종교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 때문에 읽으면서 동화되지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모든 내용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은 제외하고 동행자에 대한 생각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았다. 존경하는 스승과의 동행은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의 동행은 평생간직하고 살아간 사랑이라삶이 늘  깨어있으면서 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스승만한 동행은 없으리라. 그 스승의 입장에서는 동행이 어땠을지 모르지만 스승이나 멘토 같은 존재 삶에서 필요하지. 스승이나 멘토가 없는 삶은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고 때론 그랬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단테라는 사람의 전기가 없어서 기록이 별로 없다. 그의 작품을 통해서 알아지는 저자는 평생사랑했던 여인이고 일찍 떠나간 여인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남아있으리란 생각은 든다. 사랑도 함께 하다 보면 그 색채가 바랠 수 있지만 함께하지 못한 마음이 더욱더 증폭되는 것이 사랑의 속성 아니던가. 그래도 용감하기는 하다. 필생의 역작에 마지막 천국의 동행을 그녀와 함께하는 저자는시기적으로도 생을 마감하는 시기와 거의 맞아 떨어지는데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아 천국에 올랐을까?

 

연옥을 마저 읽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만함, 태만, 분노, 인색, 낭비, 탐식, 애욕을 겸손 관용 평화 배려 정의 은총으로 자신이 지은 죄를 씻고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위하여 기도를 더해주면 그 효력을 더하여 천국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옥편을 쓰면서 단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단테자신도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속신앙. 기복신앙의 모습을 본다. 망자를 위한 기도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 같은 비 종교인에게는 어떤 것도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산자와 죽은자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음이 다행인가 싶다가도 또 한 통로를 열어줌으로써 인간은 더욱 헷갈리겠다. 싶기도 하다. 특히 동시대에 이 작품을 읽었던 이탈리아 사람들로서는 

 

참조 : 신곡 지옥편 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상진 옮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913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892655

http://ko.wikipedia.org/wiki/%EB%8B%A8%ED%85%8C_%EC%95%8C%EB%A6%AC%EA%B8%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706.html

http://www.doopedia.co.kr/doopedia/master/master.do?_method=view&MAS_IDX=1010130006          http://people.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txc&where=people_profile&ie=utf8&quer

http://kin.naver.com/knowhow/detail.nhn?d1id=5&dirId=5&docId=512456&qb=64uo7YWM6rCAI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한번읽기 나를 무찔러 드는 글귀

두번읽기 나를 무찔러 드는 글귀

나의 느낌

[주석]

 

<지옥편>

 

7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중세 시대에 인생은 여행, 특히 하느님과 천국으로 향하는 순례로 생각되었다. 이 첫 문장에서 단테는 신곡의 중심 모티프를 설정한다. 그것은 하느님께 향하는 인간의 순례 이야기다. 우리는 인간 전체가 죄와 회개, 구원으로 나아가는 여행길을 걷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란 단테가 서른 다섯 살 되던 1300년을 가르킨다. 단체는 인간의 자연수명을 일흔이라는 <시편>의 판단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당시 기대 수명은 훨씬 더 짧았고 실제로 일흔까지 산 사람은 5%도 되지 않았지만, <시편>이 지닌 권위는 세속의 현실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거기에 기대어 단테는 <향연>에서 삶의 정점이 서른다섯 살이라고 말한다. 1300년은 실제로 단체의 정치적 경력이 최고로 오른 때였다. 피렌체를 다스리는 여섯 명의 최고위원 중 하나로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고난은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년 후에는 피렌체에서 추방되면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망명 생활을 시작한다. 정점이란 내리막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1300년은 단테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또한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지 1266년이 지난 해였다]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중세에 하느님의 빛이 들이 들지 않는 악 혹은 인간의 문명이 뻗치지 않는 야만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에 처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죽음도 그보다 덜 쓸 테지만, 거기서 찾았던 선을 다루기 위해 거기서 보아 둔 다른 것들도 말하려 한다.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진정한 길에서 벗어난 그때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8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태양,하느님]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그러자 깊은 좌절감에 젖어 고통스럽게 보냈던 밤, 내 마음의 호수에서 지속되었던 무서움이 조금은 잠잠해졌다. 마치 바다에서 해안으로 나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몸을 돌려 위험한 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처럼, 아직도 도망치고 있던 내 영혼은 살아 있는 사람을 그냥 보낸 적 없는 그 길을 되 살피려 몸을 돌렸다.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한 뒤 황량한 비탈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단단한 다리는 언제나 낮은 쪽이었다.[인간에 대한 사랑] 그런데 가파른 길이 막 시작되는 곳에서 아주 가볍고 날랜 표범[음란의 상징]한 마리가 점박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타나더니, 눈앞에서 사라지기는커녕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섰다. 나는 돌아가려 몇 번이나 몸을 돌렸다. 때는 아침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태양은 성스러운 사랑이 처음에 아름다운 것들을 움직였을 때 자기와 함께했던 별들과 함께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바로 하루 중의 그 시간과 달콤한 계절 덕분에 얼룩진 가죽을 두른 짐승에게서 벗어날 큰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광경에 두려움은 떠나지 않았으니, 사자[오만의 상징]한 마리가 앞에 나타난 것이다. 머리를 바짝 쳐들고 허기져 광폭해진 입을 벌리고 나를 덮칠 것만 같았으니, 그놈을 둘러싼 공기마저 떠는 듯했다. 거기에 말라빠진 몰골에 허기를 채우려는 갈망을 그득 담은 암늑대[탐욕의상징]가 가세했다.

 

11 살아있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그놈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던지, 산꼭대기로 오르려는 희망마저 잃고 말았다. 미친 듯 재산을 모은 자는 재산을 잃을 때가 오면 오로지 재산만 생각하며 울부짖고 괴로워한다. 악랄하게 다가오는 그 짐승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놈은 나를 향해 다가오면서, 한 발 한 발 태양이 침묵하는 곳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오랜 침묵으로 목이 잠긴 듯한 사람[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 BC70-19]이 눈앞에 나타난 것은 그렇게 내가 낮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을 때였다. 음란과 오만 탐욕의 상징인 표범 사자 암늑대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순례자에게 동행자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부모 같고 친구 같은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순례자에게 아들이라고 칭한다. 단테가 존경하는 스승이다. 스승을 따라 힘겨운 순례길 첫걸음을 떼어 놓으려 하는 순간이다. 나는 황량한 곳에서 만난 그를 보고 외쳤다. “당신, 사람이오 귀신이오? 무엇이든 날 살려 주시오!”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사람은 아니나 전에는 사람이었다. 나의 양친은 롬바르디아 사람이었고, 둘 다 만토바 출신이셨다.

 

13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그가 대답했다. 이 숲을 벗어나고 싶다면 너는 다른 길로 가야 한다.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저 짐승은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을 그냥 놔두지 않고 가로막아 죽이기까지 한다. 본성이 사악하고 황폐하여 탐욕을 채워 본 적이 없으며 먹으면 먹을수록 더 허기를 느끼는 놈이다. 그 놈과 비슷한 짐승들은 참으로 많으니 사냥개의 사나운 이빨이 그 놈을 죽이기 전까지 그 놈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사냥개는 흙과 쇠가 아니라 지혜와 사랑과 덕을 먹고 살 것이며, 펠트로와 펠트로 사이에서 태어날 것이다.

 

14 그곳을 다스리시는 왕께서 내가 그의 법을 따르지 않았다 하여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모든 곳을 다스리는 곳에 그분의 도시와 높은 왕자가 있으니, 그곳에 들어간 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나는 말했다. 시인이여! 당신이 몰랐던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합니다. 이 사악한 곳에서 날 구하시고 방금 말한 그곳으로 날 인도하여 성 베드로의 문[연옥의 문]과 당신이 말한 그 슬픈 영혼들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움직였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16 날이 저물고, 불그레한 하늘은 지상의 모든 생명에게 하루의 고달픈 일을 놓고 쉬라 하는데, 나 홀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방랑의 길을 떠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기억은 이 모든 것을 틀림없이 기록하리라

 

17-18 그런데 왜 내가 가야 하나요? 누가 허락했습니까? 나는 아이네이아스도, 바울도 아닙니다. 아무도 심지어 나조차도 내가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혹시 경솔한 짓이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현명하신 이여, 내 말의 숨은 의미를 이해해 주소서.” 뭔가를 하겠다고 하다가 이내 의지를 버리고 매 순간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라도 된 양 나는 그렇게 어두운 산기슭에 우두커니 서 있었으니, 머리는 온갖 잡념에 사로잡혀, 처음에는 그토록 서두르던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다.

 

18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19 나의 친구가 불쌍하게도 황량한 산기슭에서 가로막혀 길을 잃고 무서워하며 되돌아가려 한다오. 내가 하늘에서 그에 대해 들으니 이미 멀리 길을 잃고 헤매도 있다 하는데. 그를 도우려 떠나 왔으나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두렵군요.

 

21 그대를 보내는 나는 베아트리체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에서 왔지요. 사랑이 나를 말하게 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당신의 부탁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니 벌써 복종하여 따랐다 해도 늦은 것만 같군요 더 이상 마음을 보여 주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두려움은 남에게 해를 입힐 힘을 지닌 것들에게서만 나오는 법입니다 다른 것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요

 

23 그런데 이게 뭔가! , 왜 주저하는가? 왜 마음속에 겁을 품는가? 왜 용기와 솔직함이 없는가?

축복받는 세 여인이 하늘의 궁전에서 너를 걱정하고, 나 또한 너에게 그토록 충분히 약속하지 않느냐?

 

25 추운 밤에 고개를 숙이고 오므라든 꽃들이 아침 햇살에 모두들 줄기에서 활짝 피어나듯이 나는 지친 힘을 돋우었다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 가슴에서 흘러 자유로워진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나를 구원하신 그분은 참으로 자비로우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진실된 뜻을 주저 없이 따른 당신도 참으로 친절하십니다. 당신께서 이런 말씀으로 내 가슴속의 열정을 움직이게 했으니 처음에 지녔던 내 뜻을 다시 살려 보려 합니다. 이제 가시지요. 우리의 두 의지가 합쳐졌으니 당신은 저의 길잡이요, 주인이자 선생이십니다. 이렇게 말하자 그는 앞장을 섰고 나는 그 험난한 여행을 시작했다.

 

27 그러자 그분은 내 심정을 안다는 듯 말했다. 여기서는 네가 가진 모든 불신과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내 너에게 말한 곳에 우리가 왔으니 넌 지성의 선을 잃은 자들 그 비참한 무리를 보게 될 것이다.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 끔직한 얘기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그리고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마구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그 영원히 깜깜한 하늘에 떠돌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머리를 감쌌다.

 

29 선생님! 지금 들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렇게 고통을 당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슬픈 영혼들이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 하느님께 반항하지도 복종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에게만 충실했던 저 사악한 천사들의 무리도 섞여 있다. 하늘은 그들을 쫓아냈다. 그들이 하늘의 빛을 가릴 테니까 그러나 깊은 지옥도 그들을 거부하니, 그들을 보고 지옥의 자들이 우쭐해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지.선생님! 얼마나 고통을 받기에 이토록 처절하게 울부짖는지요? 그가 대답했다. 간단히 말해주지, 이들에겐 죽음의 희망조차 없다. 앞을 볼 수 없는 생활이 너무나 절망스러워 언제나 다른 운명만을 부러워하지 그들이 지녔던 명성은 세상에서 사라졌고 자비와 법은 그들을 비웃지. 할 얘기가 없구나. 다만 보고 지나치자.

 

31 정녕 살아 있지도 않았던[기억이 없는 사람]그들은 벌거벗은 채 거대한 파리와 벌 떼에게 무참히도 찔리고 있었다.

 

35 악마 카론의 눈은 벌겋게 이글거렸다 손짓으로 그들을 불러 모으면서 늑장을 부리는 자들을 노로 후려쳤다.

 

38 겹겹이 떼를 지은 어린이, 여자와 남자의 육체 없는 고통이{정신고통} 흘러 나왔다 그들의 슬픔은 켜켜이 쌓여 있었다.

 

39 그들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고. 업적도 있으나 아주 중요한 일을 이루지 못했지 바로 세례란다. 네가 믿는 신앙으로 가는 관문이지.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그들은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았어. 나도 그들 중 하나란다.

다른 잘못은 없어. 그 죄 하나 때문에 우리는 버림 받았다. 언제까지라도 희망 없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는 거야.

 

43 그들은 더 큰 영광을 내게 베풀었다. 나를 초청하여 내가 그들의 무리 중에서 여섯 번째가 되도록 한 것이다.

 

48 들어서는 입구에 미노스가 무서운 모습으로 서서 사람들의 죄를 조사하고 판단하여 제 꼬리가  감기는 횟수에 따라 보냈다.

 

49  미노스는 나를 보더니 그 무시무시한 일을 잠시 옆으로 밀쳐 두고 말했다  넌 지금 고통의 집으로 오고 있다! 왜 이곳에 들어가는가! 누굴 믿고 이러는가! 넓게 열린 문에 속지 말지어다! 그러자 길잡이가 말했다. 왜 이리 소란을 떠는가? 그의 운명적인 길을 방해하지 마라 뜻하는 것을 행하시는 권능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신다. 더 이상 묻지 마라. 그때 한탄의 소리가 내 귀를 채우기 시작했다. 무수한 통곡이 나를 뒤흔드는 곳에 이른 것이다.

 

51 나는 그들이 이성을 욕망의 멍에로 씌워 속박시킨 자들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56 말해 보시오. 한숨짓는 달콤한 욕망으로 살던 그 시절에 어떻게 사랑이 당신의 숨은 열정을 알려 주었단 말이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선생님은 아시겠지만 비참할 때 행복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일만큼 괴로운 것은 없어요.

 

57 읽어 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 여러 번 눈을 마주쳤어요 얼굴도 여러 번 붉혔지요. 그러다 단 한 순간이 우리를 엄습했어요. 사랑에 빠진 그 연인이 오랫동안 기다린 입술에/입 맞추는 대목을 읽었을 때 그이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게 입을 맞추었지요 그리고 나를 결코 떠날 수 없게 되었지요 그 책을 쓴 자는 갈레오토였어요. 우리는 그날 더 이상 읽지 못했어요.

한 영혼이 말하는 동안 다른 영혼은 울고 있었다. 비통한 소리에 에워싸인 나는 그들이 불쌍해, 죽어 가는 사람처럼 정신을 읽고 시체가 쓰러지듯 지옥의 바닥에 무너져 버렸다.

평생을 사랑했던, 어쩌면 제대로는 말도 하지 못하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면서 무너져 버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영화 음악 미술 드라마 모든 것의 공통주제가 사랑인 것은 그 모든 것이 우리모두가 경험하는 사랑의 모습이라서 일 게다.

 

59 그 거대한 벌레 케르베로스는 우리를 보자 아가리를 벌리고 송곳니를 번득거리며 온몸을 사정없이 떨어 냈다. 그때 나의 길잡이가 양손으로  흙을 가득 집어 그 동굴 같은 목구멍들로 냅다 던졌다. 그러자 굶주려 짖어 대던 개가  먹이를 입에 물면 삼킬 생각에 자시 잠잠해지듯이 영혼들이 차라리 귀머거리가 되길 바랄 정도로 요란하게 짖어 대던 악마 케르베로스의 포악한 주둥이들도 조용해졌다. 비는 영혼들을 향해 무섭게 내리꽂혔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의 발길은 허공 같은 그 영혼들을 밟고 나아갔다.

 

65 기쁨이든 고통이든 모든 것은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더 뚜렷한 법이다.

66 저주받은 이 무리는 결코 진정한 완전을 누릴 수 없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와서 다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발길은 구부러진 길을 따라 돌며 다음 내리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69 , 하느님의 정의여! 제 눈앞에 펼쳐진 알지도 못했던 번민과 고통은 누가 쌓아 놓았습니까?

왜 죄악은 우리를 이처럼 파멸시킵니까? 함께 부딪히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저마다 몸을 돌려 뒤를 보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모으기만 하지? 왜 쓰기만 하는 거야!

 

71 아들아, 보아라,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은 그 때문에 처절히도 싸운다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77 어디서든 볼 수 있지 않느냐. 물 밑에서 사람들이 내쉬는 한숨으로 수면까지 부글거리는구나

수렁에 빠진 저들은 말하지 상큼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 속에서도  불안과 분노로 음울했거늘

 

79 늪의 자욱한 안개가 네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저 흙탕물결 위에서 알아볼 수 있을 게다.

 

80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제아무리 빠르게/공중을 난다 해도 그처럼 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공이 외쳤다. ! 이 망할 영혼! 또 왔는가!

 

81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 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94-95 그분이 하늘에서 보내신 분임을 알고서 내가 선생님에게 몸을 돌리자, 그는 내게 조용히 인사 드리라는 신호를 했다. , 그분이 얼마나 많은 경멸을 담고 있었던가! 그분이 문에 이르러 가느다란 지팡이로 건드리자 문이 열렸다. 아무런 저항도, 그 어떤 거침도 없었다. 하늘에서 추방된 쓰레기 같은 망령들아! 그분이 무시무시한 문턱에 서서 말했다.

어찌하여 이런 거만에 젖어 사느냐! 어찌하여 위대한 의지에 발길질을 하느냐! 반드시 목적을 이루시는 위대한 분의 의지에 거역하여 너희들의 고통만 더 커지지 않았느냐! 율법에 대항한들 무슨 수가 있겠느냐! 너희들 스스로 잘 기억하듯, 케르베로스는 아직도 목과 턱의 털이 다 뽑힌 채로 살고 있다! 그런 뒤 그분은 돌아서서 우리에게 아무 말도 않고 그 더러운 길을 되돌아갔다. 그분의 얼굴에는 자기 주변의 일보다는 다른 일에 몰두하는 사람의 모습이 어렸다. 우리는 하늘의 거룩한 말의 보호를 받아 가슴을 쓸어 내리며 도시를 향해 발을 옮겼다.

 

99 이편에는 에피쿠로스와 함께 그 추종자들이 무덤에 갇혀 있는데, 몸이 죽을 때 영혼도 죽는다고 주장했던 자들이다.

 

106 아름다운 눈으로 모든 것을 보는 그녀의 부드러운 눈길 앞에 설 때 너는 네 삶의 길을 알게 될 것이다.

 

107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 감각이 이 처참한 냄새에 익숙해질 테니 말이다

 

109-111 그럼 천천히 가는 동안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하시지요.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불의는 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의 끝이고, 불의의 끝은 다른 사람을 폭력과 배반으로 해치는 것이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 하느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이 가장 낮은 고리들에서 가장 깊은 고통을 당하지. 그 첫 번째 고리에는 폭력배들이 갇혀 있어. 폭력은 세 부류에게 행사되므로 그 고리는 세 구렁으로 나눠 만들어졌다. 폭력은 이웃과 자기자신, 그리고 하느님에게 또한 그들이 가진 것들에 행사된다는 것을 너는 듣고 분명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폭력은 이웃에게 처참한 죽음과 쓰라린 상처를 입힌다. 그들의 재산을 파괴하고 불사르며 약탈하기도 하지. 그런 살인자, 폭력배, 도둑, 그리고 모리배 들이 첫 번째 구령에서 무리 지어 벌을 받는다. 사람은 제 손으로 자신과 자기 재산도 파괴할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은 두 번째 구렁에서 뉘우치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서 스스로 제 몸을 더럽히거나 도박으로 살림살이를 탕진하고 그로 인해 비참하게 우는 자들이야. 또 하느님을 마음으로 부정하고 저주하면서 하느님의 선함과 본성을 비웃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있는 세 번째 구렁은 가장 좁다. 그곳에서 소돔과 카오르[소돔은 <창세기>에 나오는 악명 높은 죄악의 도시/ 카오르는 중세 고리대금업자들로 인해 금융 중심지가 된 프랑스 남부의 도시], 또 하느님을 속으로 깔보고 악담을 퍼붓는 자들에게 화인火印을 찍어 표시한다. 우리는 양심을 찢어지게 하는 배반의 죄를 자기를 믿어 주는 사람에게나 조금도 믿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저지를 수 있지. 후자의 경우는 운명이 맺어 준 사랑의 끈을 끊어 버릴 뿐이지 그래서 두번째 고리에는 위선자, 아첨꾼, 마법사, 허풍쟁이 도둑. 성직매매자. 포주. 사기꾼과 같은 추악한 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어.

성직매매자?

마지막으로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반하는 일은 타고난 사랑과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특별한 믿음을 파괴하는 극악이야. 그래서 지옥 맨 밑바닥의 가장 좁은 고리. 즉 지구의 중심부 디스 주변에 모든 배신자들일 몰려 있고, 그들의 고통은 잠들지 않는 거야.

 

113 철학은 그걸 배우려는 사람에게 단 하나만 가르치지 않으니 마치 자연이 성스러운 지성과 그 기술로 제 진로를 잡아 나가는 것과 같다. <물리학>을 잘 읽어 보면 몇 장 넘기지 않아 마치 학생이 선생을 따르듯이. 인간의 기술이 자연을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될 거야. 그러나 인간의 기술은 하느님의 자손과도 같은 것이지. <창세기>를 처음부터 잘 되새겨 보면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런데 고리대금업자는 다른 길을 걸으니  자연 자체와 그 부속물을 멸시하고 다른 것에 희망을 걸지 않더냐

고리대금업자란 곧 금융업을 의미하는 것인데 늘 사기가 함께하는 영역이다. 사기는 왜 일어나느냐 하면 욕심에서 비롯된다. 욕심이란 기준이 좀 애매하긴 하다. 그럼에도 평범한 곳에서는 사기가 일어나지 않지리스크와 리턴의 관계가 둘 다 좋은 경우는 없다. 가끔 그렇지 않다고 하는 대목에서 자신만은 다를 것이란 애매한 생각을 하면서, 이건 또 무슨 생각의 고리인지 모르겠다.

 

118 , 눈먼 탐욕이여!  어리석은 분노여! 짧은 인생 동안 그렇게 우리 뒤를 쫓아 다니더니 영원한 삶에서는 이런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구나!

 

121 그는 진짜로 살아 있다. 정녕 그는 혼자다. 그래서 내가 그를 밤의 계곡으로 이끌어야 한다

재미가 아니고 필요해서 그를 여기 데려온 곳이다. 할렐루야를 노래하는 곳에서 오신 어느 분이 내게 이 고귀한 임무를 맡기셨다. 그는 강도가 아니고 나 또한 도둑의 영혼이 아니다.

 

128 부러진 나무에서는 말과 피가 함께 터져 나왔다. 마치 한쪽 끝이 불타는 푸른 나뭇가지가 다른 한쪽 끝으로 진물을 뿜으며 지나가는 바람을 맞아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나는 질겁하여 실 가지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쿠피도의 화살을 맞아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아폴로와 다프네의 사랑이야기. 아폴로는 사랑에 빠졌고 다프네는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천리만리 도망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힘을 다하여 달아나보지만 역부족인 상태에 이르러 다프네는 아버지, 저를 도우소서. 강물에 신력이 있으면 기적을 베푸시어 轉身전신의 은혜를 베푸소서.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거두어주소서기도를 한다. 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프네의 머리카락은 나뭇잎으로, 달리던 다리는 뿌리가 되고 얼굴은 나무꼭대기가 되었다. 그리스신화를 보다 보면 다프네 같이 식물로 변한 신들이 여럿보인다. 원하여 변신에 성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신의 뜻에 의해 변신되기도 한다. 그 옛날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나무들. 스스로 목숨을 버린 자 들이 가는 곳. 그들이 나무로 변하여 고통받고 있는 곳. 지옥의 7고리다. 다프네도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과 같기는 하다. 변신을 기도하여 스스로 아름다움을 버리고 월계수가 되었으니.

 

129 나는 페데리코의 마음을 움직일 열쇠를 두 개 다 가졌던 사람이오. 그것들을 돌려서 잠갔다가 열었다가 했지요. 그러면서 교묘하게 오로지 몇 사람만 그의 신임을 받도록 했소. 나는 잠과 건강을 희생해 가며 그 영예로운 임무에 충실했지요. 그러나 모두의 죽음과 궁정의 악을 불러온 것은 질투였소. 질투는 왕의 궁정에서 눈을 거둔 적이 없었소. 질투는 모든 마음이 나를 거스르며 불타오르게 했으니 타오르는 그 마음이 다시 왕의 마음까지 불타게 하여 나의 행복한 영예는 슬픈 통곡이 되어 버렸소.

 

130 그런 추악한 일에 시달린 나의 마음은 죽음만이 거기서 벗어나는 길이라 믿고서 올바른 나를 그릇되게 만들었소. 이 나무의 낯선 뿌리에 두고 당신들께 맹세하오. 나는 내가 섬겼던 명예로운 군주의 믿음을 깬 적이 없소. 그대들 중 누군가 세상으로 돌아가면 질투가 가한 충격으로 아직 누워있는 나의 기억을 위안해 주시오.

 

나무에 갇힌 영혼이여! 이 사람이 당신의 부탁을 틀림없이 들어줄 것이오. 그러니 당신도 말해 주시오. 어째서 영혼이 이 가지에 붙잡혀 있는지를. 또 그 가지에서 벗어나 달아난 영혼이 있는지를.

그때 나무가 세찬 바람을 일으켰다. 잠시 후 바람은 이런 소리로 변했다. 아주 짧게 대답하겠소. 잔인한 영혼(자살한 사람의 영혼)이 육신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와 육신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  미노스는 그 영혼을 일곱 번째 고리로 보낸다오. 영혼은 숲에 떨어지는데, 떨어진 곳은 택할 수 없지요. 다만 운명이 몰아가는 대로 잡초 씨앗처럼 싹을 틔운다오. 그래서 실 가지로 피어올라 야생의 나무가 되는데, 하르피아들이 그 잎을 뜯어 먹으면서 고통을 주고 또 고통을 새롭게 한다오. 다른 영혼들처럼 우리도 육신을 가지러 가겠지만, 그렇다고 입지는 못할 것이니 일단 버린 것에 대해서는 권리가 없는 법이지요. 다만 우리는 육신을 이곳으로 끌어 올 것이고 각자 자기가 해친 육신의 나무가 되어 이 슬픈 숲에서 영원히 매달려 있을 것입니다.

식물의 삶. 선택하지 못하고 선택 당하는 삶. 동물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스스로 목숨을 버린 벌로 받는 식물의 삶 이란 것. 숲을 슬픈 숲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말하는 이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니 이건 또 왠 조화인지 모르겠다. 식물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가

 

137 벌거벗은 영혼의 숱한 무리들이 서러워 슬피 울고 있었는데 자세는 저마다 다른 것 같았다. 어떤 무리는 땅바닥에 벌렁 누워 있었으며 어떤 무리는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또 어떤 무리는 계속 서성대고 있었다. 주위를 맴도는 무리가 더 많았고 축 늘어져 있는 자들은 적었지만 더 큰 고통으로 혀는 풀려 있었다.

 

157 내가 밟고 다니는 이 발자국의 주인은 벌거벗고 가죽이 벗겨진 채 비참한 꼴을 하고 있지만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체 높은 분이셨소.

당시의 사람의 지체는 무엇을 이르는 말 인가. 신분을 이야기함인가? 요즘은 지체를 무엇으로 이야기하는가? 돈 권력 직업이런 건가. 단번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이 지체를 구성하는 시대는 없었는가. 당대에는 절대로 알기가 어려운 일 인가.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가 이렇게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오르 내릴 줄 알았을까. 가끔은 스스로 확신하는 경우도 있던데 단테는 그렇지는 않았던듯하다

 

162 , 행동뿐 아니라 지혜를 지녀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사람 곁에서는 얼마나 주의를 해야 하는지!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이 곧 나타나고, 네 생각이 그리는 것이 떠올라 곧 네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진실은 거짓의 여러 얼굴들을 지니는 법이다. 그 앞에서 사람은 되도록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런 진실을 말하면 자칫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으니

 

167 그들의 고통은 눈에서 눈물이 되어 터져 나왔다. 그들은 비처럼 떨어지는 불꽃과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를 손으로 내 저으며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마치 여름날에 벼룩, 파리,빈대에 물어뜯기는 개가 주둥이와 발목으로 버둥대는 것 같았다. 고통스러운 불길이 떨어지는 가운데 몇 사람을 눈여겨보았지만 아무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목에 주머니(고리대금업자를 상징)를 걸고 있음을 깨달았다 색깔과 紋章문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와중에도 그들의 눈은 주머니[문장]를 흡족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168 그들 사이를 돌아보다가 나는 사자의 얼굴과 형체가 하늘색으로 새겨진 노란 주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계속 이리 저리 옮겨 피처럼 붉은 다른 주머니도 보았는데, 버터보다 더 흰 거위가 새겨져 있었다. 또 살찐 푸른색의 암퇘지 형상을 새긴 하얀 주머니를 목에 건 자도 보았다. 그가 내게 말했다. “당신은 이 웅덩이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어서 가시오! 당신은 아직 살아 있으니 나와 동향인 비탈리아노가 여기 내 왼편에 앉으리라는 것을 알아 두시오.

노란 주머니, 흰 거위, 암퇘지 형상은 모두 피렌체의 고리대금업을 했던 가문의 문장이다. 고리대금업자, 은행업이란 것이 신성한 노동의 대가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물물교환시대를 지나 금은본위제도를 거쳐 현재의 관리통화제도까지 돈의 효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또 그 돈의 축적을 위하여 현재의 많은 것을 포기 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그럼에도 경계선은 모호한듯하고 지옥에서도 그리 좋은 위치가 아닌 곳에서 그들은 고통 받고 있다. 지옥이라는 프레임이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인간이 이 땅에 살면서부터 있어왔던 관념아닐까 싶다.

, 필요악인가. 필요선인가.

 

185 구멍마다 죄인의 발과 정강이, 넓적다리가 거꾸로 솟아 있었고 몸과 얼굴은 구멍 안쪽에 거꾸로 박혀 있었다. 그들의 양 발바닥에는 불이 붙어 오금이 어찌나 세차게 떨렸는지 밧줄이나 사슬도 끓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기름을 칠한 물건이 겉에서부터  불꽃을 내며 핥듯이 타오르듯이, 불은 그렇게 각자의 발꿈치에서 발끝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193 그들의 몸을 눈으로 더듬어 내려가니 놀랍게도 그들은 하나같이 턱과 가슴 사이가 비틀린 듯이 보였다. 얼굴이 등을 향해 돌아가 있고, 그에 따라 앞을 볼 수 없기에 뒷걸음치며 걸어야만 했다. 혹 중풍과 같은 어떤 것이 그들을 이렇게 뒤틀리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201 어젯밤에 이미 보름달이었다. 언젠가 깊은 숲에서 헤매고 있을 때 보름달이 널 도와주었던 일을 잘 기억해 두어라. 예언 마술 속임수이런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지옥이다. 현실에 충실하는 것과 앞일을 예언하는 것.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먼저 생각하는 자와 나중 생각 하는자. 어떤 차이일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앞일을 예견하는 것. 스스로 앞일을 생각하는 것. 무엇이 다른 거지. 스스로를 믿는 것과 타인을 믿는 것의 차이인가.

 

203 피해야 할 것이지만 보기를 고대하고 있다가 갑자기 섬뜩한 두려움이 엄습하여 슬슬 도망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는 사람처럼

 

215 내 관심은 오로지 역청에 쏠려 있었는데, 구렁의 생긴 모습과 그 속에서 불에 타는 자들의 온갖 모습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지옥에 완전 적응한듯하다.

 

역청의 고통을 줄이려고 죄인들 중 어떤 자는 등을 내보이다가 번개처럼 다시 역청 속에 숨어들었다. 마치 돌고래들이 활처럼 생긴/등으로 선원들에게 신호를 보내/저들의 배를 구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웅덩이 기슭의 개구리들이/다리와 몸은 감추고/웅크린 채 코끝만 내놓듯,

 

227 원래부터 사악하던 마음에 그 짜증이 더해지면/토끼를 물어뜯는 개보다 더 악랄하게/우리 뒤를 쫓아올 것 아닌가!

 

229 길잡이는 갑자기 나를 덥석 껴안았다./마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엄마가/가까이서 치솟는 불길을 보고 제 몸보다 아기를 더 염려하며/속옷 바람으로 아기를 안고/부리나케 달아나는 것처럼. 물이 수로를 따라 세차게 흘러 물레방아의 바퀴를/돌리기 위해 바퀴의 널빤지로 떨어질 때라도 그처럼 빠르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선생님의 동반자가 아니라/ 자식인 듯했다. 그는 나를 가슴에 끌어안고/둔덕의 가장자리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237 한 해가 시작될 무렵, 물병자리 아래서/태양이 미지근한 빛을 내고/밤은 벌써 하루의 절반을 향해 갈 무렵 서리가 땅 위에 하얀 자기 누이()의 모습을 그려 두려 하지만/그의 붓질이 오래가지 않을 무렵. 양에게 줄 먹이가 바닥난 시골 농부가/아침에 일어나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들녘을 보고 걱정하여 허리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와 무얼 할지 모르는/사람처럼 안쓰럽게 서성거리다/밖에 나가 보니 그새 온통 바뀐 세상의 모습을 보고/다시 희망에 부풀어 지팡이를 쥐고/양 떼를 몰고 풀을 먹이러 나서는 것처럼. 바로 그렇게 선생님은 찌푸린 이마로 날/놀라게 하시더니 곧바로 나의 아픈 곳에/약을 발라 치료를 해 주셨다. 나를 밀어 올리는 동안 또 다른 바위를 가리키며/말했다. 다음에는 저쪽 튀어나온 부분으로 올라가거라. 그러나 널 지탱할 수 있을지 먼저 가늠해 보아야 한다.

 

241 이제야말로 네가 나태함을 벗어 버릴 때로구나. 베개를 베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으니라! 명성 없이 삶을 소모하는 사람은/ 허공의 연기나 물속 거품과 같은/흔적만을 세상에 남길 따름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무거운 육체에 눌려/주저앉지 않으려면 모든 싸움을 이기는 정신으로 숨 막히는 어려움을 극복하여라. 우리 더 높은 계단(연옥의 산)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 놈들에게서 벗어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알아들었으면 용기를 내라.

 

돌다리를 따라서 우리가 간 길은/자갈투성이에 비좁고 험난했다/그때까지 오르던 길보다 훨씬 더했다. 나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계속 말을 하며 걸었다. 그때 다음 구렁의 밑바닥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활꼴 돌다리의 꼭대기에 있어서 소리는 잘 들렸지만/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말하는 사람은 화를 내고 있는 듯했다.

 

243 이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시지요. 여기서는 뭔가 들리기는 해도 그 뜻을 알 수가 없고/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너에게 대답을 대신하마, 정당한 요구에는 말없는 실행이 따라야겠지.

 

253 헤라클레스의 몽둥이를 맞고서/ 나쁜 버릇을 고치기는 했지만, 백 대를 때렸어도 열대 맞은 느낌도 들지 않았을 거야.?

 

257 가운 댓 발로 배를 휘감고/앞발로 두 팔을 움켜잡더니/두 빰을 이리저리 물어뜯었다. 뒷발로는 허벅지를 짓누르고 꼬리는/사타구니 사이에 넣어 허리를 휘감아/자기 등 뒤로 뻗어 올렸다. 담쟁이덩굴이 아무리 나무를 얽어 매도/ 그 끔직한 짐승이 자기 몸으로 다른 놈의 사지를 휘감는 것만큼은 못 될 것이다. 마치 뜨거운 초가 녹아 내리듯/ 두 몸은 서로 엉키더니 색깔이 뒤섞여 이전에 지녔던 각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종이가 너울거리는 불꽃 앞에서/처음에는 노란빛을 띠다가 미처 새카맣게 되기도 전에 흰빛이 죽는 것과 같았다.

 

259 그리고 둘 중 하나에게 달려들어/맨 처음 우리가 영양을 섭취하던 부분(배꼽)을 꿰뚫고는 그 앞으로 떨어져 길게 몸을 뻗었다.

 

263 그자의 팔은 겨드랑이 속으로 말려 들어가/파충류의 앞발을 이룰 정도만큼만 남았고 짧던 뱀의 앞발은 그자의 짧아진 팔만큼 눌어났다.

 

264 주저앉은 놈은 입을 앞으로 내밀고/달팽이가 더듬이를 집어넣듯이/귀를 머리 안으로 끌어당겼다.

 

267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자기 얼굴을 /우리에게 덜 가리고 있는 계절/파리가 모기에게 밀려나는 시각에 (여름 저녁) 언덕에서 쉬고 있는 농부가/포도를 경작하고 수확하던 저 계곡에서 떠더니는/무수히 많은 반딧불들을 내려다보듯이. 그처럼 많은 불꽃이 여덟 번째 구렁을/샅샅이 비추고 있었다. 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곳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알았다.

 

269 저 불꽃 속에는 망령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을 태우는 불에 휘말려 있다.

불 속에 있을 때는 무엇이 자신을 태우는지 잘 모르지

 

272 태양신의 딸 키르케는 날 일 년도 더 넘게 숨겨주었지요. 그녀를 떠났을 때 내 자식의 귀여움도, 늙은 아버지의 연민도, 또 내 아내 페넬로페를 당연히 기쁘게 해 주었어야 할 나의 신실한 사랑도 세상과 인간의 악과 가치에 대해/모조리 알고 싶은 내 가슴속의 열정을 이겨 낼 수 없었소. 그래서 나는 오직 한 척의 배에 의지해/늘 나와 함께했던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깊고 넓은 바다로 나왔소. 멀리 에스파냐와 모로코까지 이쪽 해안(유럽)과 저쪽해안(아프리카)를 보았고 이 바다에 몸을 적시는 사르데냐(지중해)와 다른 섬들도 보았소. 나와 동료들은 늙어 갔고 몸도 둔해졌다오. 그 무렵 우리는 그 누구도 넘어가지 못하도록 헤라클레스가 표지를 꽂아 둔 비좁은 어귀(지브롤터해엽)에 도착했소.

 

274 우리는 기뻤소. 그러나 기쁨은 금방 통곡으로 바뀌었다오. 그 낯선 땅에서 풍랑이 일어나 뱃머리를 들이 받았기 때문이오.

10년 전쟁과 10년의 귀환, 지금같이 10년을 줄곧 싸우거나 10년을 줄곧 돌아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쟁의 마무리에 10년이 걸렸다는 것이지. 보통의 생활과함께 전쟁도 생활이 된 것이었겠지. 당시 전쟁에 참가하는 병사들은 모두 용병이었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이 출세하기 제일 좋은 통로였다고 한다. 군인이란 직업. 말은 기쁨이 통곡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오시세우스는 귀향의 과정중에 실질적으로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움직인 시간은 많지 않다. 풍랑을 만나면 그곳에서 다시 삶을 끌고 가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잊지 않고 행한다. 인간의 본성이 자유이고 그 자유는 또 돌아옴이다.

 

275 그 안에 비탄에 빠진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울부짖으면 비록 놋쇠로 만들어졌지만, 마치/고통으로 찢어지는 자의 신음 소리처럼 들리듯. 그렇게 그 불꽃 안에 있는 불타는 영혼으로부터/벗어날 길도, 틈도 찾지 못하던 고통의 소리는 불의 언어로 변해 갈 뿐이었다.

 

277 라모네와 산테르노의 도시들은/여름부터 겨울까지 당적을 이리저리 바꾸는 하얀 소굴의 새끼

사자가 다스리고 있으며 당적을 바꾼다이미 오래된 일? 정치인들의 행보는 알려고 하는 것이 기간낭비 같은 생각이 든다. 급류에 흡쓸려도 나를 지탱하는 말뚝을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들은 그 말뚝을 너무나 자주 이리저리 옮겨다니면 박는 것이 능력같다가 믿음이 없어지다가 그렇다. 이제는 좀 존경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싶기는 하다.

 

279 어머니가 주신 뼈와 살의 형체를/지니고 살아 있었을 때 나는/사자가 아닌 여우처럼 행동했소. 갖은 모략과 술수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재주를 무척이나 잘 부렸고/내 소문은 땅 끝까지 퍼져 나갔소. 마침내 누구나 돛을 내리고 닻을 내려야 하는 나이라고 느낄 시기에/내가 이르렀을 때. 나는 즐거웠던 일들에 싫증을 느껴/죄를 뉘우치며 고백했소. 그것으로 구원을 받았더라면/얼마나 좋았겠소!

 

283 내가 지금 본 상처와 피의 광경은/그 어느 누가 쉽게 풀어 몇 번을 반복해도/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언어라도 분명 흡족하지 못할 것이다./그렇게 엄청난 것을 이해하기에/우리의 말과 정신은 너무나 보잘것없다.

 

285 나는 턱부터 방귀 뀌는 곳까지 찢어진/어떤 자를 보았는데, 허리나 밑바닥이 구멍 난 낡은 술통이라도 그처럼 깊게 갈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두 다리 사이에 창자가 매달려 있고/내장이 드러났으며 먹은 것을 똥으로/만드는 축 처진 주머니도 나타났다. 내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자/그는 나를 보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열어 보시고 말했다. 내가 몸을 찢어 가르니. 보시오!

난도질 당한 무함마드의 몸을 보시오!/내 앞에서 울며 가는 저자는 알리/얼굴이 턱부터 이마의

털까지 찢어졌소. 당신이 여기서 보는 모든 자들은/살아 있을 때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린 자들이오/그래서 이렇게 찢기 것이오. 우리 바로 뒤에는 마귀 하나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가 열을 지어 고통의 길을 한 바퀴 돌면/우리 하나하나에게 칼을 휘둘러 또다시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오/그 놈에게 입은 상처는 우리가 길을 돌아 그 놈 앞을 다시 지나기 전에 아물기 때문이오.

 

291 제 몸으로 제 등불이 되었으니/하나 속에 둘이요 둘 속에 하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그를 벌한 분만 아실 테지

 

292 아버지와 아들을 서로 반목하게 한 사람이오/압살롬과 다윗을 이간질한 아히도벨의 사악한 교사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서로 굳게 믿는 자들을 내가 갈라놓았으니, , 고달프구나! 나의 머리를 몸뚱어리에서 떼어 내 이렇게 들고 다닌다오. 죗값은 내 안에서 이렇게 나타났다오.

 

293 피를 흘리며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과 끔찍하여/바로 볼 수 없는 상처들을 나는 취한 듯. 흐릿해진 눈으로 지켜보았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러나 베르길리우스가 이렇게 말했다./무엇을 보느냐? 어찌하여 너의 시선을 저 아래에 무참하게 잘린 망령들에 틀어박고 있느냐 다른 구렁에서는 그러지 않았거늘!/네가 저들을 생각하려 한다면 이 구렁의 둘레가 삼십오 킬로미터라는 것을 알아 두어라.

 

295 우리가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며 다리를/건너고 있을 때 다른 구렁이 나타났다. 빛이 좀 더 있었더라면 속이 훤히 보였을 것이다. 어둠에는 반드시 빛이 필요하다. 어둠 속에 빛을 넣어 속을 본다. 밝음이 어둠이 되고 어둠이 밝음이 되는 것. 빛이 할 수 있는 일. 물리적인 빛과 사람의 빛. 인광/ 그 인광은 사랑할 때, 기뻐할 때, 감사할 때, 깨달을 때 역순으로 빛난다고 한다.

 

297 나는 서로 기대 앉은 두 사람을 보았다/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딱지가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마치 불에 달아오른 냄비들처럼 보였다. 미칠 듯이 가려워도 다른 방도가 없는/가려움증 환자처럼 몸부림치면서 손톱으로 제 몸을 할퀴고 있었다. 제 주인에게 들볶인 마구간 소년이나/억지로 밤을 새우는 마부가 말을 벅벅 빗질하는 것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들은 식칼로 잉어나 그보다 더 거친/비늘로 덮인 큰 물고기의 비늘을 벗기듯이 손톱으로 상처의 딱지들을 긁어 떼어냈다.

 

300 허위를 용서하지 않는 미노스가 나를 / 이 맨 밑바닥 열 번째 구렁에서 벌을 받게 만든 것은

내가 세상에서 연금술사 노릇을 했기 때문이오. 연금술사는 어떤 권위에 도전 한 걸까. 두 힘의 축인 권력과 경제력. 경제력을 해결하는 일이 아닌가. 권력도 따지고 보면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음이니. 연금술사의 존재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보면 대단한 위협이다. 지구의 심장부에서 꺼내는 금은 진짜이고 만들어내는 금은 유사품의 위력을 뛰어넘을 듯 하다.

 

306 마치 갈증 때문에 입술 하나는/턱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하늘을 향해/쳐들린 것처럼. 노상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까닭은 모르지만, 당신들은 이 끔찍한 세상에 아무 벌도 없이 와 있구려. 이 가엾은 匠人장인 아다모를 마음에 새겨 두기 바랍니다. 나는 살았을 때 원하던 것을 원 없이 가졌지만 지금은 물 한 방울을 이렇게 갈망하고 있소. 카센티노의 푸른 언덕에서 아르노 강으로 서늘하고 잔잔하게/흘러내리는 실개천들이 언제나 눈앞에 속절없이 아른거립니다. 그것을 머리에 떠올리는 일이 얼굴 살을 뜯어내는 병보다 더 애타게 목을 태우고 있소. 나를 괴롭히는 엄격하기 그지없는 정의가/하필 내가 죄를 지은 곳을 떠올리게 하며 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 구려

 

310 사람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곳에 자기도 모르게 끼어들게 되면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런 것을 엿들으려 하는 것은 천박한 일이니.

 

317 자연은 코끼리나 고래 같은 거대한 것들을/만들긴 했지만. 그것은 잘 생각해 보면 정당하고 사리에 맞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사악한 의지와 폭력에/이지와 사고력까지 가세하면 아무도 이를 막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319 저자는 버려두자.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말자/그의 말이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듯이 그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324 지옥의 모든 바위들이 내리 누르고 있는/저 슬픈 구멍에 잘 들어맞을/거칠고 쓰디쓴 글을 지을 수 있다면

 

327 처음에는 흐리멍덩했던 눈에서/눈물이 떨어져 입술까지 흘러내렸다. 추위는 입술 사이의 눈물을 얼려 서로를 굳게 접착시켰다.

 

335 그 죄인은 끔찍하게 변한 먹이에서/입을 떼고는 자기가 씹어 먹던 뒤통수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입을 문질러 닦았다.

 

341 벌써 눈이 먼 나는 그들의 몸을 더듬었소/아이들이 죽은 뒤 이틀 동안 이름을 불렀는데 고통보다는 배고픔을 참을 수가 없었소. 가슴이 느끼는 통증과 위가 느끼는 결핍의 통증은 유기체인 인간의 몸을 탓해야 하는가. 이럴 때도 식물적 인간을 동경하게 된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이 있지. 김훈 법벌이란 참지겹지 때로는

 

346 어느덧 망령들이 떼를 지어 얼음에 갇혀/유리 속의 볏짚처럼 투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 두려움을 품고 이를 시에 담고자 한다.

 

347 이놈들은 누워 있고 저놈들은 서 있는데/누구는 머리를 밑으로 누구는 발을 밑으로 하였고 또 누구는 활처럼 몸을 구부려 얼굴이 발에 닿아 있었다. 길잡이는 한참 더 앞으로 나아가다/이전에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피조물을 보여 주시는 것이 즐거웠겠지. 내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여기에 디스가 있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거다.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온몸이 얼어붙어 기진맥진해졌는지. 독자여 묻지 마라! 여기 쓰지 않는 것은 말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354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신곡의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은 모두 별들이라는 단어로 끝난다. 전체 주제가 하느님을 향해 오르는 것임을 강조해준다]

 

[연옥편]

11 나는 죄지은 온갖 무리를 이 사람에게 보여 주었소. 이제 당신의 치하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는 영혼들을 보여주고 싶소이다.

 

12 그러니 이 사람을 기꺼이 맞아 주시오. 이 사람은 자유를 찾아서 가고 있소. 자유를 위해 삶을 포기한 당신이니 잘 알 것이오.

포기한 삶이 무엇일까. 생명. 육신의 껍데기이다. 육신이 삶에 거추장스러운 것은 인정하는 바이다. 오욕에 휘둘리는 나를 볼 때. 차라리 이 육신이 없었으면 할 때도 있었다. 또 그 육신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쓰고 있는 에너지도 싫을 때가 있었다. 지금도 100%자유롭다고는 하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아직 나는 그 이상 진도를 나가지는 않는다. 생명을 벗어 던지는 일. 그것이 자유로 가는 궁극의 길인가. 하는 물음에는 답을 얻지 못했다. 삶을 포기하면 자유를 얻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삶에서 자유를 찾는 길을 나는 더 모색할 것이다.

 

17 마음으로는 갈 길을 가지만 몸은 제자리에 머무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바닷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21 다만 다른 길을 거쳐 조금 먼저 이곳에 왔을 뿐이오. 거칠고 험했던 그 길에 비하면 지금부터의 오르막길은 장난 같기만 하군요.

 

22 , 겉모습 말고는 공허한 영혼들이여, 그를 세 번이나 껴안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손은 내 가슴으로 되돌아왔다.

 

27 나는 오직 내 앞에만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보고 혹시 혼자 남은 것이 아닌지 두려워 재빨리 옆을 돌아보았다. 영혼에는 그림자가 없다 하니이럴 법도 하겠다. 무섭겠는데, 가본 길도 아닌곳에서 처음인 곳에서 혼자 남겨지는 일. 누구에게나 편한 길은 아니니. 놀이동산에서 엄마손을 놓친 아이의 심정이 이럴까? 모두 엄마 아빠의 손을 붙들고 다니는데. 이 넓은 곳에 팽팽돌아가는 놀이기구처럼. 어린아이는 얼마나 어지러울까. 순례자도 그랬겠다. 그래도 지옥의 9고리가 아니어서 다행인가?

 

28 삼위일체를 하나의 존재 안에 내포하는 그 무한한 길을 인간의 이성이 가로지를 수 있기를 바라는 자는 미친 것이다. 인간들이여,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라! 그대들이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면. 마리아께서 아이를 낳을 필요도 없었겠지.

34 우리의 감각이 기쁨이나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때 영혼은 그 둘 중 하나의 감각에 쏠려서 다른 기능에는 완전히 무디어진다. 이는 우리 안에서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함께 타오른다고 믿는 오류에 반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보거나 들으며 우리의 영혼이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힐 때 시간이 흘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을 알아차리는 감각과, 영혼은 완전히 지배하는 감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전자는 영혼에서 풀려나 있고 후자는 매여있다. 이 진실을 나는 그때 경험하고 있었다. 만프레디의 영혼이 하는 말을 들으며 놀라고 있는 동안 태양은 무려 오십 도나 떠올랐지만, 나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혼이 풀려나 있는 경우(이원화) 왠 만한 일은 이원화가 잘 되어있는 것 같다. 이걸 보면 나는 집중력은 많이 떨어지는 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씩 지나는 일은 잘 없다. 내가 집중을 잘 할 때는 딱 한경우. 사람한테. 가끔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통화시간을 볼 때가 있다. 몇 분, 몇 십분, 한 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 습관적으로 수다를 떠는 사람은 아니라서 고객이 물고 늘어지는 경우 아니면 용건만 간단히 한다. 특정인과의 통화는 늘 시간이 후딱 가버리는 걸 나중에 알았다. 별로 한 이야기 없고 중요한 대화도 아닌데 꼭 끊고 보면 몇 십 분이 지나가 버렸다. 이게 뭘까 싶은데 이것이 그 사람에게 몰입하는 정도를 이야기하지 싶다. 산행중에는 거리로 느낀다. 꽤 긴거리를 꽤 긴 시간 동안 하염없이 걷는 일. 참 좋다. 사람들은 이야기하지. 산에 가면 무슨 생각하며 걷느냐고. 사실 산에 가며 무슨 화두를 가지고 가는 건 아니다. 산적한 문제가 있어서 일단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 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그 빈상태가 좋아서 산에 간다. 무슨 심오한 생각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헉헉거리며 할 수 있는 건 없다. 숨을 몰아쉬는 일 밖에는. 그러고 보면 사람은 한번에 여러가지를 하는 그런 전능한 존재는 아니고 하등 한 존재라고 생각함. 나의 경우는.

 

45 바람이 불어쳐도 끝자락조차 흔들리지 않는 탑처럼 굳건하여라!

사람이란 생각에 생각을 겹쳐 놓다 보면 원래의 목표를 잃게 마련이니, 힘이 서로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가겠습니다라는 말 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용서를 비는 사람의 낯빛으로 서 있었다.

일단 멈춤 후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 습관이 필요하다. 북극성이 어디쯤 있는지 잊을만하면 한번씩 올려다 봐야 다른 길로 가지 않는다. 가다가도 돌아올 수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요즘 베스트셀러. 멈춤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한 말씀이다. 책을 보지는 않았다. 트윗에 올라오는 스님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어떤 호기심도 갖지 않는 것. 내 기질 탓일 텐데. 불가의 근본교리는 공부하고픈 생각이 드는 건 전투적이지 않은 사람이어서 이겠지. 끝까지 직면하지 못하는 성향도 한 몫 할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 경우에도 이것은 진리다. 이런 것이 잘 안 보인다. 특히 사물이 아닌 사람에게서는, 사람관계에서는, 사물도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 지구에 우주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던가. 독수리요새이다. 지탱하는 바닥이 움직이는 것. 가느다란 한 줄에 매달린 신세. 그 줄이란 몸숨 줄 이겠지.

 

70 때는 뱃사람의 머리에 집 생각이 가득하고 마음에는 남겨 두고 떠나온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이는 그런 시간이었다. 해질 무렵이면 누구나 두고 온 곳이 그립지. 누군가 기다리지 않아도 어딘가에 정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면.

 

75 눈과 손길로 계속 불을 붙여 주지 않을 때 사랑의 불꽃이 여자에게서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그녀을 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소. 관리하지 않는 사랑의 유효기간? 관리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랑이 지속되기는 힘들지. 대단한 믿음이 있지 않는 한.

 

81 무서워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라. 우리는 우리 길을 잘 가고 있지 않느냐. 뒤처지지 말고 내가 가진 힘을 다해 앞으로 가거라. 너는 이제 연옥에 도착했다. 오르막길로 빙 둘러쳐진 비탈이 보이느냐? 거기 벌어진 틈이 바로 그곳의 문이다.

이 길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문득 이 길이 아니면 어떻게 하나? 이 길이 맞나? 멘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네가 가고 있는 길이 맞아. 잘 가고 있어. 한마디에 힘을 얻고 신발끈을 고쳐 매고 일어날수 있는 거겠지.

 

87 문지기의 음성이 친절하게 바뀌었다. 그분이 너희 앞길을 잘 인도하시기를! 그러면 우리 계단으로 올라오너라. 우리는 그리로 갔다. 첫 번째 계단은 새하얀 것이 너무나 반들반들하게 닦여 나를 있는 그대로 비쳐 주었다. 두 번째 계단은 흑자색보다 더 검게 물들과 불에 그을린 거친 돌들이 위로 아래로 옆으로 갈라져 있었다. 세 번째 계단은 맨 위에 놓여 있었는데, 핏줄에서 터져 나오는 피처럼 벌겋게 이글거리는 반암 같았다. 바로 그 위에 하느님의 천사가 양쪽 발을 디디고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문턱 위에 앉아 있었다. 길잡이가 나서서 선한 의지로 나를 세 개의 계단 위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자물쇠를 열어 달라고 정중하게 여쭈어라! 나는 거룩한 발 앞에 경건하게 엎디어서 자비의 이름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무엇보다 나는 가슴을 세 번 두드렸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를 반성하는 의미]

 

89 그가 거룩한 문을 뒤로 밀어 열면서 말했다. 들어가라! 그러나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밖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규칙. 그 규칙을 어기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만다는 규칙. 살면서 지켜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믿음의 부족이다. 사람에 대하여도 일에 대하여도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줄곧 계속 하는 것. 누구의 판단도 내 사유에 끼어들게 하지 않고 가는 것. 사람이 행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이다.

 

97 우리는 유충들, 최후의 심판을 향해 온전히 날아갈 천사 나비가 되기 위해 태어난 유충들임을 모르는가!

 

101 매일의 양식을 오늘도 우리에게 주소서. 양식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열망하는 자들이라도 이 거친 광야로 돌아가고 맙니다.

 

103 나는 라틴사람. 위대한 토스카나 사람인 굴리엘모 알도브란데스코의 아들이었지. 그 이름을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구려.

나를 설명하는데 주변인을 매개로 설명하는 사람. 듣다 보면 나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누구누구의 누구로 끝나는 사람. 좀 안타까움이 있다. 자존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108 이윽고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그를 떠나자. 여기서는 각자가 있는 힘을 다해서 돛을 펼치고 노를 저어 자기 배를 밀고 나가야 한다.

 

114 이런 초대에 화답하는 이들은 어찌 그리 드문 건가! , 날아오르도록 태어난 인간들이여, 어찌하여 한 줄기 바람에도 넘어지는가!

 

119 이 단지에서는 질투의 죄를 응징한다. 그렇기에 여기서 사용되는 채찍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다.

 

129 그 강물이 흘러내리는 곳에 깨물기보다는 짖는 데 능한 개들이 살았는데 강물은 그 꼴이 보기 싫었던지 거기서 방향을 틀었어! 무엇이던지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133 , 우골리노 데 판톨린이여, 그 이름은 안전하지만, 그것은 그를 어지럽히고 더럽힐 후손이 없기 때문일 뿐이오. 무자식 상팔자. 무엇이든 내가 매듭을 짓는 단계이면 심플하다. 리스크가 덜하다. 가끔 스스로 일을 더 그르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자식이 짊어진 짐은 부모도 일부분 책임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 그 인과에서 부모가 자유롭지 못함이다. 성년이 되지 않은 자식의 문제에서는 절대적이다. 결혼과 자식을 낳은 일이 한 세트인줄 알았다. 예전에는. 아닌 듯 하다. 자식은 잘 키울 수 있는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인듯하다.

 

134 이제 우리 주변은 다시 한번 조용해졌다. 길잡이가 말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기 분수를 지키도록 만든 억센 재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끼에 걸려들어 낚싯바늘을 냉큼 삼키고 적대자의 꼬임에 넘어가니 재갈도 권유도 다 소용없구나. 하늘은 사람들 주위를 돌며 그 영원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부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구나, 그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 벌을 내리시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다.

 

141 우리를 사랑하는 자를 벌한다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147 사람들은 모든 것이 어떤 예정된 계획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모든 원인을 하늘에 돌리려고 하오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신들의 자유의지는 없어질 것이며, 선에 대한 기쁨도 악에 대한 슬픔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오. 하늘이 사람들의 행동을 주관하시지만,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은 아니오. 모두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릇된 것과 옳은 것을 구분하는 스스로의 빛을 지니고 있소. 자유의지는, 처음에는 하늘과의 갈등으로 상처를 입고 약해졌지만, 잘 키우기만 하면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소. 인간들은 더 위대한 힘을 가진 자유로운 주체들이오. 사람들의 마음을 창조한 더 고귀한 성품에 속해 있지요. 하늘도 이것을 넘어서서 통제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날 세상이어리럽다고 해도 원인은 사람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오! 이제 그 점을 잘 설명해 주겠소.

지옥편에서의 입장에서 조금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단테가 신곡을 쓴 기간은 10년이 넘으니 지옥 연옥 천국을 기술하면서 생각도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온전히 절대자에게 맞기는 것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인간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걸 보니.

 

155 사람이 사람을 대하듯 우리를 대하신다. 다른 이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먼저 요청해 오기를 기다린다면 이는 벌써 거절한 것과 같음이라.

 

158 어떤 사람은 남의 추락에서 자신의 성공을 바라다가 바로 그런 욕심 때문에 자신의 출중함을 잃기도 하고 , 어떤 사람은 남이 높아지면 자기의 명예와 명성, 힘과 은총을 잃을까 두려워서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며, 어떤 사람은 잘못된 격정에 휘말려 모든 열정을 복수에 쏟아 부으면서 오로지 남에게 해를 입힐 궁리만 한다. 교만, 질투, 분노 어떤 감정도 상대보다는 스스로가 힘이 든다. 이 이치만 깨치면 스스로를 상처내면서 상대를 해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싶다.

 

162 사랑이 우리 외부에서 온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영혼으로서는 어떻게 좋은 사랑인지 나쁜 사랑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이성이 보는 만큼만 설명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신앙의 문제니 베아트리체를 기다려라.

인간의 실체적 형상[영혼]은 물질과 떨어져 있으나 동시에 물질과 결합되어 있기도 하며, 자체 내에 이성적 능력을 함유한다. 이는 그대로는 파악되지 않고 오직 나무의 생명이 푸른 잎으로 증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작동과 효과를 통해서만 나타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성의 근본 규칙이 어디서 오는지, 원초적 욕구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지 못하며, 마치 꿀벌이 꿀을 만드는 본능을 갖고 있듯이 사람들도 그런 규칙과 욕구를 안에 지니고 있을 뿐, 그 근본적인 의지는 칭찬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다른 의지들은 이 근본적인 의지에 부합하고, 사람들은 충고하는 이성의 타고난 능력을 지녔으니 합의를 나오게 하는 문턱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좋고 나쁜 사랑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기본 원리다. 이성의 깊이를 실증한 사람들은 이러한 타고난 자유를 알았기에 세상에 윤리를 남겼다. 이제 사람 안에서 타오르는 사랑은 모두 필요에 따른 것이라 생각하자.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지탱할 힘을 아직 지니고 있으니. 이러한 고귀한 힘을 베아트리체는 자유의지라고 알고 있을 터이니, 그분이 너에게 이런 말을 하거든 잘 명심하여라!”

사랑은 윤리나 도덕의 잣대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맨스와 불륜 그 사이도 누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사랑일지 치정이 될지는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정도와 외도. 이 낱말을 쓰려한다. 지금까지가 정도인지 지금부터가 정도인지는 사랑을 하고 있는 당사자만 아는 것이다.

 

195 사실 나는 탐욕과 전혀 관계가 없었소. 오히려 수천의 달이 뜨고 지는 동안 저 밑에서 내가 은 죄는 부절제였소. 늘 인간의 본성을 꾸짖는 당신은 그 지겨운 황금의 굶주림이 우리를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구나.’라고 썼지요.

 

205 무엇이 자네를 야위게 했는지 꼭 말해 주게. 얼떨떨한 내게 대답을 요구해선 안 돼.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사람은 헛소리나 하는 법이니.

 

 여기 있는 이들은 지나치게 목구멍의 즐거움을 좇다가 이렇게 울고 노래하면서 갈증과 허기를 겪으며 죄를 씻고 있네. 잎사귀들에 부딪혀 퍼져 나가는 물 냄새와 열매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먹고 마시는 싶은 욕망을 더 부채질하고 있네. 한 번 뿐이 아니네. 이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의 고통은 계속해서 새로워지지. 고통이라 말하지만, 차라리 기쁨이라 해야겠네.

 

213 “사랑이 내게 불어올 때 받아 적고, 사랑이 안에서 불러 주는 대로 드러내려는 사람이오.”

 

214 “내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금방 돌아온다 해도 내 마음은 그보다 먼저 연옥의 해변에 도착해 있을 것이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살았던 곳은 날이며 날마다 덕이 사라지고 황폐해져 가기 때문이네.”

 

219 필요에 따라서 가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꾸물거릴 수 없고 끝까지 자기 길을 곧게 간다. 우리도 그렇게 좁은 산길로 들어갔는데, 좁기 때문에 우리는 아래위로 줄을 지어 계단처럼 올라갔다. 황새 새끼가 날고 싶은 욕망에 날개를 올려 보지만, 둥지를 떠날 만큼 대담하지 못하여 이내 날개를 다시 접는 것처럼.

 

239 선뜻 나서지 못하고 못 박힌 듯 서 있는 나를 보고 선생님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 “아들아!보이느냐? 오로지 이 벽만이 너와 베아트리체를 가르고 있구나!” 죽어 가던 피라무스가 티스베의 이름을 듣고 눈을 들어 그녀가 거기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날로 오디는 붉게 물이 들었듯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영원히 피어나는 그 이름이 들리자, 그처럼 썼던 내 마음의 완강함은 녹아 사라졌다. 나는 현명한 길잡이에게 몸을 돌렸다. 길잡이는 머리를 흔들며 웃음을 지으면서 사과 하나로 어린애를 달래듯이 말했다. “옳지! 그래! 어제 이쪽에는 뭐가 있겠느냐?”

 

244 별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동안 나는 잠이 들었다. 가끔 그러하듯이 잠은 사실을 미리 알려준다.

 

245 서둘러 위로 오르고 싶은 욕망이 거듭거듭 내 안에서 자라났다. 걸음마다 날개가 돋아 날아가는 듯했다. 디딘 계단들은 가볍게 뒤로 물러났고 우리는 어느새 가장 높은 계단에 서 있었다. 그때 베르길리우스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들아! 너는 순간의 불과 영원의 불을 보았다. 이제 너는 내가 더 이상 알지 못하는 세계에 온 것이다. 나의 지성과 기술로 널 여기까지 데려왔으나, 여기부터는 너의 기쁨이 너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좁은 길과 절벽은 저 멀리 아래에 있다. 너의 이마를 비춰주는 태양을 보아라! 이곳 땅에서 씨앗도 없이 혼자서 솟아나는 풀잎과 꽃 나무를 보아라! 날 너에게 가도록 눈물로 호소하던 저 아름다운 눈이 기쁨에 젖어 올 때까지 넌 여기 앉아 있거나 여기저기 거닐어도 좋다. 이젠 내 말이나 눈짓을 기다리지 마라! 너의 의지는 곧고 바르고 자유로우니 그 뜻대로 해야 할 것이다. 너의 머리에 왕관과 면류관을 씌운다.”

 

268 내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앞에서 애모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떨며 서 있었던 이래로 몇 년이 흘렀지만, 그녀를 온전히 볼 수 없었던 나의 영혼은 순식간에 그녀의 신비와 권능에 압도되어 전부터 지속되어 온 사랑의 힘을 다시 느꼈다. 어린 시절이 지나가기 전에 이미 내가 알았던 그 지고한 덕의 힘이 내 눈에 무딪혀 오자, 곧바로 나는 무섭거나 위로가 필요해서 어머니의 가슴으로 달려가는 어린나이의 믿음을 지니고서 왼편으로 돌며 베르길리우스에게 말했다. “네 핏줄 속에 떨리지 않는 피는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 눈에는 오래된 불꽃의 흔적만 남았어요.”

 

277 울먹이며 나는 말했다. “당신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을 때 세상이 내민 허망한 즐거움이 나를 방황하게 했습니다.” “그대가 방금 고백한 것을 말하지 않았거나 부정했다 해도 그대의 죄는 모든 것을 아시는 위대한 판관 앞에서 모두 드러날 거예요. 그러나 죄의 고백이 죄인의 입술에서 터져 나올 때 우리의 법정에서는 칼날이 숫돌에 거꾸로 갈리듯 죄가 가벼워집니다.

 

283 십여 년의 갈증을 풀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다른 감각들은 모두 꺼진 듯했다. 그렇게 바라보던 나의 눈마저도 무심해진 나머지 그녀의 거룩한 미소에 이끌려 옛날 나를 사로잡던 그 친근한 매력에 도취되어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눈이 왼편에 섰던 여신들에게서 옮겨 갔으니,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뚫어지게 보시면 안 돼요!” 말이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태양을 오랫동안 정면으로 바라본 눈처럼 잠시 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286 그렇게도 허전하기만 했던 그 가지들은 장미 색깔은 아니고 오랑캐꽃보다는 더 밝은 색으로 꽃을 피우고 새로워졌다.

 

288 나는 그녀의 명령에 충실하고 싶었기에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마음과 눈을 경건하게 모았다.

 

300 고귀한 영혼은 변명을 하지 않고 다른 이의 의지가 드러나면 곧 거기에 자신의 의지를 기꺼이 맞추듯이.

 이 더없이 성스러운 물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와 새로워진 나무로 다시 살아나고 순수해져서, 별들에게 올라갈 열망을 가다듬었다.

 

[천국편]

 

9 베아트리체는 왼쪽을 향하고 돌아서서는/눈을 태양으로 쳐들었다. 독수리라도 태양을 그렇게 정면으로 쏘아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치 순례자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고/내려오는 햇살이 반사광을 만들어 간절히 되돌아 올라가려 하듯이. 그녀의 행동은 내 눈을 통해 내 정신으로 번져 행동을 일으켰다. 그래도 나는 우리의 습관을 넘어서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곳은 원래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이 세상에서 안 되는 일이라도 그곳에서는 넉넉히 허용되는 것이다/오랫동안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분명 도가니에서처럼 이글거리는 불똥이 튀어나오고/빛이 번쩍거리는 태양을 보았다. 어느덧 태양이 태양에 포기지는 듯 보였다. 마치 전지전능한 그분께서 하늘을/또 다른 태양으로 꾸며 주신 듯했다.

 

13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저들의 원천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저들의 위치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피조물들은 존재의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다양한 항구들로 퍼져 가고 그러면서도 제각기 자기의 본능을 지키고 있어요. 이 본능은 달을 향해 불을 가져가고/피조물의 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니지 않는 피조물뿐 아니라/지성과 사랑을 지닌 피조물과도 그 본능의 활의 당겨진 힘을 체험하지요

그처럼 이 모든 질서를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원동천을 감싸고 있는 하늘을/그 빛으로 언제까지라도 고요하게 만듭니다.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그러나 흔히 형상이 예술가의 진정한 /의도를 반영하지 않고/질료가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피조물도 진정한 목표를 향해/날아갈지라도 때로는 빗나가는 힘을 받아서/경로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하늘로 올라야 할 빛이 땅으로 떨어지듯이/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사람을 몰락시킵니다. 그대는 이제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대가/날아오르는 것은 산에서 밑으로/흘러내리는 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대가 중력에서 벗어났는데 아래에 머문다면/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불빛이 세상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지요./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하늘이 갖는 의미. 사람들은 죽어서 왜 하늘로 오른다고 생각했을까? 며칠전 피라미드의 설명을 보면서 그 시대의 사람들이 동경하던 하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곳에 가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그들의 시선으로 피라미드를 바라보라고 한다. 그러면 하늘로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돌아가는 원동천하에서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힘. 그 힘은 하느님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그분의 힘도 가끔은 과녁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이런 재수없는 화살이 내 것이면 어떻게 하나? 경로를 벗어난 화살. 목적지를 읽어버린 화살.

 

15 깊은 바다로 들어서지 말고 해안을  볼 수 있는 지금 돌아가시오 나를 읽고 길도 잃을 수 있으니

 

24 한때 사랑으로 나의 젊은 가슴을 뜨겁게 했던/ 저 태양(베아트리체)은 아름다운 진리의 부드러운 모습을 논박과 증명으로 내게 나타내 보였다. 나는 내 오류와 그녀의 지혜를 / 이해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말하기에 필요한 정도로만 고개를 들었다.

 

29 그러나 한 가지 음식에 배부르면/다른 음식에 구미가 당기고 이것에 감사하면서도 저것을 찾는 것처럼 인간본능이다. 한가지가 총족 되면 다른 것을 구하고 또 아무리 흡족한 상태라도 지속되면 흥미가 떨어지는, 인간은 참 불안한 존재이지 싶다. 변화하지 않는 인간이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우린 서로 비슷한 인간들이니까.

 

32 같은 거리에 놓인 두 음식 사이에서/선택의 자유를 지닌 사람이 둘 중 어느 하나에도 입술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고, 비슷하게 두 마리 사나운 늑대들 사이에서/한 마리 양이 두려움에 떨기만 하고 두 마리 사슴 사이에 개도 그러할 텐데. 이는 곧 내가 두 가지 의심에 이끌려 침묵을 지킨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우물쭈물한 상태에 대해서는/탓도 자랑도 않겠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침묵하였어요 내가 바라는 바는 얼굴에/쓰여 있었다. 내 모든 의문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드러났다.

어쩔 수 없음과 최선을 다하지 않음은 같은 말일까. 아닐까. 다른 말인가 보다. 어쩔수 없음은 어느정도까지는 노력해봤는데 그 다음은 내 영역이 아니어서 멈추었다라는 말로 들린다. 이런 친구가 있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요. 미묘한 차이이다.

 

34 나는 지금 그대에게 맞는 정도로 말하고 있어요. 그대와 같은 사람들의 인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선 감각적인 앎에서 출발하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성서도 그대들의 지력에 맞추어/손과 발을 지닌 하느님을 묘사하지만 사실은 다른 의미가 들어 있지요

누군가와 맞는 정도로 말하는 것. 이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는 듯하디. 애초부터 사람과 사람이 뭔가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잘못된 부정출발 같은 거다.

 

36 폭력에 고통 받는 사람은/폭력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마치 바람이 불어도 불은 타오르는 것이/자연스럽듯이. 의지는 원하기만 하면 굴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크든 작든 의지를 굽히면 폭력이/뒤따르는 법입니다. 이들은 수녀원으로 피신할 수 있었으면서도 폭력에 굴복했던 겁니다.

이런 비난은 가해자와 피해자 누가 더 억울할까? 물론 피해자가 억울하겠다. 폭력에 고통받는 것도 힘든데 네게도 책임이 있어 하는 것이니 말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어린아이들의 자살이 많다. 이유도 많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부모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비관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분명 그런 환경을 조성한 사람도 책임이 있고 당사자도 책임이 있다. 아마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되지 싶기는 한데 아주 가끔은 불가항력인 경우도 있으니 잘 살펴봐야겠지.

 

37 일이 이렇듯이, 의지와 폭력이 뒤섞여 해서는 안 될 잘못도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그대는  아시겠지요

물론 알고 있지요. 다만 그 상태를 극복할 내공이 있느냐의 문제아닐까 싶다.

 

38 인간의 정신은 다른 진리들 위에/우뚝 서는 그분의 진리의 빛 없이는/결코 만족될 수 없습니다. 그 진리에 닿는 순간 인간의 정신은/그 안에서 마치 굴속의 맹수처럼 편안히 쉽니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소망은 헛된 것이 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의심은 진리의 발치에서 솟아오릅니다. 우리의 의심은 높은 곳으로 거듭 우리를/울리는 자연스러운 힘입니다.

여인이여! 그것은 내게 분명하지 않은/어떤 진리에 대해서 아주/공손하게 물을 용기를 줍니다. 서원을 어긴 사람들이 그러한/선한 행위를 당신의 저울에 /합당하도록 보완할 수 있는지요? 그러자 베아트리체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사랑이 타오르고 성스러운 물결이 일었다. 나의 시력은 그 힘에 굴복했다. 눈이 감기면서 나는 어찔한 느낌이 들었다.

굴속의 맹수처럼 편안해 지는 그 진리에 닿고 싶다. 나도

 

40 내가 저 아래 세상에서 보기 힘든/ 사랑의 열기로 그대를 태워서 그대의 시력을 빼앗는다 해도 놀라지 마세요. 내 사랑의 열기는 보면 볼수록/선을 터득하게 되는 완전한/시각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대의 정신에서 영원한 빛을/보고 있습니다. 그 빛은 보이는 즉시 사랑을 영원히 타오르게 합니다. 혹시 다른 어떤 것이 인간의 사랑을/유혹한다면, 그것은 이 영원한 빛이 잘못 이해된 흔적일 뿐이라는 걸 알아 두세요

천국편의 베아트리체는 아무리 생각해도 과함이 있다. 어제 과제를 하다가 작은아이에게 물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 그리고 만남, 횟수, 천국편 순례길의 동행까지. 그랬더니 아이말이 엄마! 그건 거짓말이예요. 두 사람은 두번 만난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많이 만났어요. 사람들이 모를 뿐이라고. 그렇겠지? 그래야 이해가 간다고, 엄마도

 

41 그대는 하느님의 징벌에서 영혼을/구하기 위해서 깨진 서원 대신 다른 어떤 보상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으신 거지요? 나의 베아트리체가 이 곳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었다. 그녀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처럼/거룩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계속했다. 하느님깨서 만물을 창조하실 때 우리에게 주신, 그분이 가장 소중히 여기시고 그분과 가장 닮은 위대한 선물은 의지의 자유였어요. 지성을 지닌 피조물/그들 전체와 그리고 오직 그들만이 그때나 지금이나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42 내가 밝히는 것을 마음을 열고/간직하세요. 지식이란 이해했어요. 간직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법이에요.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 그 열쇠를 스스로 잘 가지고 있으면서 사용하는 것.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수 있는, 외롭지 않게 살아갈수 있는 비기인데 잘 못한다. 마음을 열면 외롭지 않고 외롭지 않으면 주변의 어떤 것도 내 마음에 들어와 나와 함께 하게 된다. 지속도 마찬가지이지 내가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많다. 내가 그리스도에 대한 편협함도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계약은 엄숙하기 때문에 완성이 있을 뿐/무효는 없어요 일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 바로 이 점이에요

계약은 하는 순간 이행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신용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은 누구와도 함께 살아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44 그리스도교인들이여! 서원 앞에서 언행을/무겁게 하세요!  바람에 날리는 새털처럼 되지 말 것이며/물이라고 다 씻어 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물이 씻어준다는 것은 죄의 사함을 이야기함인가. 워낙 그리스도교인들의 새털 같은 가벼움을 잘 알아서 하는 말 같다.

 

45 활줄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과녁을 /꿰뚫는 화살처럼 우리는 두 번째 구역으로 내쳐 올랐다. 거기서 나는 나의 여인이 기쁨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새로운 하늘의 빛 속에 들어갔을 때 유성(수성)을 제 빛보다 더 밝게 빛났다. 잔잔하고 맑은 연못에서/물고기들이 떨어진 뭔가를/ 먹인 줄 알고 모여 들듯이. 나는 수천의 별들이 우릴 향해 다가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 곳에서 나는 보라! 우리 사랑을 키워 줄 저분을! 이라는 말을 들었다.

 

54 그러나 진정한 사랑에서 벗어난 목표를 향해 소망을 키울수록 하늘을 향해 오르는 빛은 더 약해진다

진정한 사랑. 목표를 위한 수단이 되는 사랑. 당연히 빛이 바래지겠지. 사랑한다고 감히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너무 어려운 일이라서.

 

55 그를 시기하여 맞선 프로방스인들은/길게 웃지 못할 것이다. 다른 이의 선에 분개하는 자는 악의 길을 걷는다.

그 후 모함하는 말들에 빠져 그의 군주는/제가 가진 열보다 더 많은 열둘을 벌어 준 이 의로운 사람을 의심했다. 로메오는 늙고 가난했지만 자존심을 지켜 떠났다. 이리저리 빵을 구걸하며 다니는 동안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세상이 알았다면 오늘 찬미하고 더욱더 찬미해야 마땅하리라.

 

57 베아트리체가 빛나는 미소로 나를 고통에서/벗어나게 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미소는 불구덩이에 갇힌 사람이라도 기쁘게 할 터였다.

빛나는 미소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다. 나의 베아트리체도 미소가 아름답다. 나도 그 미소에 녹아날 때가 많이 있었다. 요즘은 나의 베아트리체는 상태가 별로다.

 

60 곰곰이 잘 생각해 보시면 알 텐데/하느님께서 친절을 베풀어 용서를  내리시거나,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 어리석음을 씻는, 그런 통로들 중/하나를 지나지 않고서는 어떤 길로도, 잃어버린 것을 찾지 못할 겁니다.

인간 스스로 어리석음을 씻는 일. 나는 그것을 마음에서 읽는다. 어떤 경로를 통하든 스스로 터득한다고 생각한다. 꼭 신의 존재에서가 아니라 책에서도 사람에게서도 자연에게서도 구할 수 있는 것인데 키는 스스로의 마음안에 있다고.

 

67 저 아래 세상에서 내 삶은 짧았는데, 더 길었더라면 기억해야 할 악이 많았을 거요. 나를 감싸는 행복의 빛으로 인해 당신은 나를/ 잘 볼 수 없겠지요. 나는 명주실로 제 몸을 감싸는 누에처럼 축복으로 감싸여 있소. 당신은 한때 날 무척이나 사랑했고 그만한 이유도 있었소. 내가 그렇게 금방 죽지 않았다면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을 나뭇잎들보다 더 많이 보여 주었을 거요.

이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금방 죽어서 아직 신비에 싸여 있을 수도.

 

70 당신은 날 행복하고 현명하게 해 주셨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군요. 어떻게 좋은 씨에서 나쁜 열매가 맺히는 걸까요? 내 말에 그가 대답했다. 내가 진리를 당신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 등 뒤에 있는 것을 앞에 있는 듯이 볼 것이오

인간이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내 시선안에 들어온 것 말고 다른 것을 대신 보아주는 눈. 그것은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믿음의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다. 그 믿음이 사라져버린 사람은 아마 불안해서 살기가 더 힘들거다.

 

71 사회의 질서가 없다는 것이 세상에서는 참 좋지 않은 일이지요? 물론이지요. 추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른 본성들을 지니고 있기에/서로 다른 목적들을 추구하는 것이겠지요. 당신 선생이 쓴 것이 맞아요. 그는 여기까지 하나하나 추론을 하다가 결론을 맺었다. 그래서 인간이 행위의 뿌리는 다를 수 밖에 없어요.

인간행위의 뿌리. 다를 수 밖에 없는 그 뿌리는 무엇일까. 나를 구성하는 부모로부터 받은DNA라는 씨앗. 그리고 그 씨앗에 흙덮고 물주고 햇볕 바람을 주는 환경은 가족 사회 공동체 이런 것이다. 싹을 틔우고 잎이 돋고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고 다시 거름으로 돌아갈 때 까지 뿌리가 되어주는 것. 그 태초의 본성. 내가 선택한 것인가 선택된 것인가. 황무지에 떨어지 씨앗도 때로는 싹을 틔운다. 물론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렵지만. 생존이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늘 과제이다. 살면서 부딪히는 벽. 그 벽의 존재가 이것과 많은 연관이 있지 싶어서다.

 

72 자연은 운명과 일치하지 않을 때/마치 낯선 토양에 뿌려진 씨가 죽듯이 실패하고 맙니다. 자연이 닦아 놓은 바탕을 사람들이 더/생각하고 그 위에 쌓아 나간다면, 더 나은 사람들이 될 것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칼을 허리에 차기 위해/태어난 자를 수도회에 처박고 설교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을 왕으로 섬기려 하지요. 이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은 길을 벗어나는 것이오!

그러니 그 길을 언제 누가 가르쳐준단 말이오. 스스로 찾아야 한단 말이오. 언제지금 열심히 찾고 있나 나는. 길을 찾기 전에 이미 여러 길에 들여놓은 발 때문에 빼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사람들.

 

74 그리고 말했지요. 아무 말도 마시오! 세월이 흐르게 놔두시오! 이러니 나는 잘못을 저지르는 자들은 눈물로 대가를 치르리라는 말만 할 뿐이오

 

76 나로 말하면 나는 운명이 저지른 것을/기꺼이 용서하고 슬퍼하지 않습니다/세상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겁니다

백 년이 다섯 곱을 더하도록 살아 있을 거예요/첫 번째 삶이 두 번째 삶으로 길이 남기 위해 사람이 얼마나 탁월하게 노력해야 하는지 보세요.

 

78 기쁨은 저 위에서[하늘] 밝음으로/여기서는[현세] 웃음으로 드러나지만, 저 아래[지옥]에서는 마음이 슬프니 망령들이 더욱더 어두워진다. 왜 나의 소망을 채우지 않나요?/당신이 내 안에 있듯이 내가 당신 안에 있다면 당신이 묻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겠지요.

 

81 그런 당신의 도시는 사악한 꽃(백합/당시는 돈에 백합이 그려짐)을 만들고 유통시켜 목자를 늑대로 만들고/울을 파괴하여 양들을 방황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복음서와 교회의 사제들은/버림을 받았고, 그저 주석이나 붙이면서 오로지 교회법 연구에 몰두합니다. 교황과 추기경들이 이렇게 정신을 팔고 있으니/ 그들의 생각은 가브리엘이 한때 날개를 넓게 펼쳤던 나사렛으로 갈 수가 없소. 83 독자여! 식탁을 떠나지 말고/당신들이 맛본 것을 생각해 보라! 그러면 지칠 줄 모르고 참으로 즐거우리라. 나는 음식을 내놓았으니, 이제 여러분들 스스로 먹기 바란다.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도록 만드는 주제가/바야흐로 내 모든 힘을 다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늘의 계획을 새기고/그 빛으로 우리의 시간을 재는/자연의 가장 숭고한 대리자(태양)는 내가 앞서 말한 그곳과 결합해서/나선형으로 돌아가면서, 겨울에서 여름으로/갈수록 매일 조금씩 일찍 뜬다. 나는 태양 안에 있었지만, 거기에 오른 것은/미처 모르고 있었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생각이 자신에게 와 있음을 모르는 사람처럼

 

85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감사드리세요!/ 천사들의 태양께 가사드리세요. 은총으로 그대를 올려 이곳을 보게 하신 분이에요. 어떤 필멸의 마음이라도 이 말을 /들었을 때의 내 마음만큼/하느님께 귀의하고 굳건한 정성을 바친 적은 결코 없었으리니, 나는/ 나의 사랑을 온전히 그분께 돌리느라/베아트리체의 존재마저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언짢은 기색 없이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웃음 띤 눈에서 나오는 광채는 내 정신을 사로잡은 마력을 깨뜨렸다. 나는 살아 있는 수많은 광채들이/우리를 에워싸고 면류관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그 찬란한 모습보다 더 달콤했다.

 

87 진실된 사랑에 불을 붙이고 사랑하면서 더욱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은총의 햇살은 당신 안에서 겹겹이 쌓여서 당신이 이 별들을 오르도록 해 주네./오름만이 있을 뿐 내려감이 없는 이곳을

 

90 당신의 눈길이 마지막 머문 곳은 한때/무거운 생각에 잠겼던 영혼의 빛인데 죽음이 더디게 오는 것을 슬퍼했던 영혼이오.

 

92 더러는 법을 맹종하고, 더러는 경구에 충실하고/더러는 사제직에 연연하고 더러는 폭력이나 궤변으로 다스리려 하고. 더러는 도둑질을 생각하고, 더러는 나랏일을/걱정하고, 더러는 육체적 쾌락에 빠져들고, 또 더러는 피로에 지치는가 하면 편안함에 몸을 내 맡긴다.

 

93 그분의 빛을 받아서 내가 빛나듯이/영원한 빛을 바라보면 당신의 생각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게 됩니다.

 

98 그 키잡이는 우리 교회의 창시자였소/그의 명령을 따르는 자들은 그들의 배에 실은 짐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 것이오. 그러나 그의 양 떼는 더 많은 풀에/욕심을 부려서 낯선 숲으로 마구 돌아다니고 있소. 양 떼가 그에게서 아득히 멀어져/여기저기 방황할수록, 우리로/돌아올 때 지니고 오는 젖은 적어진다오

 

101 마치 아침 햇살에 마른 이슬처럼/사랑에 쉬어 버린 애처로운 여자의 목소리로 안의 것에서 밖의 것이 울려 나온 듯 보였고

 

104 조금만 게을러도 포도가 시들고 마는 포도밭을 보살필 부지런한 일꾼이 된 것이오.

 

106 그분의 가족은 한때 그분의 족적을 따라 곧은 길을 걸었으나, 이제는 방향이 틀어져 발가락을 발꿈치에 대고 걷고 있소. 곧 힘겨운 시간이 올 것이고 경작지가 어떻게 나빠졌는지 우리는 보게 될 것이오. 가라지는 창고로 들어가지 못해 한탄할 것이오. 내가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의 책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는 자는 이런 구절을 발견할 것이오. 나는 항상 있던 대로 있다

 

109 하나가 다른 하나 속에서 자기의 빛을 지니며/둘이 함께 돌고 있는데, 그 조화로운 것이 하나는 앞서고 하나는 뒤따르는 듯하구나

 

111 죽는 것이나 죽을 수 없는 것이나/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으로 키우시는 이데아의 빛을 받고 있으니 살아 있는 빛은 원천의 빛에서 쏟아져 나오지만/그로부터 갈라지지 않고 또한 그들과 함께 삼위를 이루는 사랑과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112 그러나 뜨거운 사랑이 이데아이며 말씀이신/하느님의 지혜를 움직여 그 인장을 만들어 찍는 가운데 완전한 사물들이 태어납니다. 이것이 세상의 먼지가 완전한 /살아 있는 존재를 형성하는 원리이고 처녀가 아이를 가지게 된 원리예요

 

113 당신이 맑은 눈을 들어 일어나다라는 말을 바라보면/그것은 오직 왕들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게 될 겁니다. 왕들은 많아도 좋은 왕은 드물지요.

 

114 내 말을 이런 의미로 받아 주시면 당신이 우리의 첫 아버지와 우리의 환희이신 그분을 믿는 믿음과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분별력으로부터 부디 아니요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예요. 급하게 내놓는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115 자신의 판단을 너무 빨리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삭이 익기도 전에 수확량을 헤아리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의 긴 시간 동안 앙상하고 드세던 가지에 결국에는 아름다운 장미를 틔우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에요. 항로란 항로는 모두 종횡하며 거침없이 항해하다가 항구게 돌아올 무렵 침몰하는 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만만한 세상 사람들은 하나가 움치고 하나는 자선하는 것이 보인다고 해서 하느님의 눈을 통해서 본다고 생각하며 안 됩니다. 누가 오르고 누가 떨어지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을 이야기하면서사람이 살아가는데 계산기로 게산하듯이 모든 일이 되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다는 가정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협한다. 그들의 영업형태가 그렇다. 이것이 무슨 말인고 하니돈벌이와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명 재무설계. 나의 지론은 돈이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된다 주의이다. 애매하다고 하지만 필요한 액수는 사람마다 다르니그것까지는 기준을 잡을 수가 없다. 다만 자신의 판단에 근거하여 향후 어떤 변동이 생길지 모르는 인생에 가이드를 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이름이다. CMA수익율 0.1%의 차이를 엑셀작업하여 몇 년치를 계산하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116 둥근 그릇의 물은 안으로부터 치느냐 밖에서부터 치느냐에 따라 잔물결이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일기도 한다.

이 글을 읽으며 의사소통의 방법을 생각했다. 둘러 둘러 이야기하는 사람. 바로 치고 들어오는 사람. 나 같은 사람을 둘러가 잘 안 된다. 바로 가야 한다. 직행코스이다. 이것이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고 주의를 받는다. 이제 좀 둘러볼까 싶기도 하다.

 

121 여기서 나의 지성은 나의 기억에 패한다. 그 십자가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지만 그것을 묘사할 적절한 비유를 찾을 수가 없기에. 다만 스스로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타오르는 하늘의 흰빛을 바라만 보면서 어쩌지 못하는 나를 용서할 것이다.

 

123 숭고한 찬미였던 것 같다. 내가 들은 것은 오르라정복하라라는 말이었는데 듣기는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124 어쩌면 너무 경솔한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바라보기만 해도 평안이 깃드는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기쁨을 잊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든 아름다움의 살아 있는 인장인/그녀의 두 눈은 오를수록 더욱 빛나건만 내가 아직 그 문으로 향하지 않음을 본 사람은

 

125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선을 행하려는 의지에 깃들며 최고의 선으로 향한다. 마치 탐욕이 악을 행하려는 의지에 깃드는 것과 같다. 영원히 지속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느라 진정한 사랑을 잃는 사람은  정녕 끝없이 슬퍼하리라.

 

126 오 나의 피여! 하느님의 가늠할 길 없는 은총이여! 그대 말고 그 누구에게 하늘의 문이 두 번씩이나 열렸단 말인가! 그 빛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눈을 돌려 나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둘 사이에서 얼이 빠진 채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미소가 반짝이고 있었다/그것을 바라보는 내 눈은 나의 축복의 깊은 곳. 나의 천국을 스친 것 같았다. 보기에도 듣기에도 즐거운 이 빛이/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파악할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그의 말은 그렇게 깊었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일부러 감추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가 말하는 내용이 인간의 정신을 넘어서는 까닭이었다. 그 열정적인 애정의 활이/시위를 늦추자 그의 말이/우리 지성의 과녁을 꿰뚫었다.

 

128 너는 내가 들어 있는 이 불꽃 속에서 풀었다. 이 고귀한 비행을 위해 날개를 만들어 이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준 그녀 덕분이다. 마치 하나가 이해되면 다섯, 여섯이 이해되는 것처럼, 너는 너의 생각이 하느님의 생각으로부터 나에게로 흐른다고 믿기 때문에 너는 내가 누구이며 왜 내가 너를 만나면서 이 즐거운 무리의 다른 누구보다도 더 큰 기쁨을 보이는지 묻지 않는구나 네가 믿는 것이 맞다. 이곳에서는 축복을 많이 받았든 적게 받았든 모두가 그분의 거울을 보는데 그 안에 과거나 미래에서 생각하는 것이 다 들어 있다. 그러나 내가 영원히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은/성스러운 사랑 안에서다. 그 사랑은 나의 달콤한 갈증을 만드시고 가장 잘 채워 주신다. 이제 너의 목소리를 자신 있고 당당하며/기쁘게 드높여서 네 의지를 표현하고 네 마음의 소망을 표현하라! 나의 대답은 이미 마련되어 있노라! 나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언제나 내 얘기를 들어 준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로 내 소망의 날개에 힘을 주었다.

 

129 내가 나무라면 너는 가지다. 나는 너의 뿌리였다. 네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도 나는 기뻤다. "

 

135 당신께서는 나의 조상이시며, 저에게 말할 자신을 주십니다. 당신께서는 제 마음을 높여서 저를 실제 이상의 무엇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137 사람들이 뒤섞이면 언제나/도시가 타락하는 법. 음식을 이것 저것 들이부으면 배탈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 눈먼 황소가 눈먼 양보다 더 쉽게/쓰러지고, 다섯 자루의 칼보다 한 자루의 칼이 더 효과적으로 벨 수 있는 법이다

나 하나쯤 심리가 내재된 것이 아닐까. 또 하나는 개인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도 보인다. 한 자루의 제대로 된 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건 욕심인 것 같다. 잘 드는 칼 하나 멋지게 갈아놓고 나머지는 도움을 청하는 편이 좋겠다.

 

140 도망가는 자들에게는 용처럼 위협하는/오만 불손한 핏줄은 이빨이나 돈주머니를 보여 주는 사람들에게는 온순한 양으로 변했다.

 

143 단지 우리가 아는 것에 좀 더 덧붙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잔을 그대를 위해 채우고 그대의 갈증을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거예요.

 

144 어떤 운명이 내게 다가오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저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운명의 화살은 기대할 때 더 느리게 날아갑니다

 

145 우연이란 어떤 식으로도 너희 세상의 책을 넘어서서 확장될 수 없으며 영원한 통찰 안에서 온전히 그려진다. 그러나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는 눈에 비치는 대로 움직이는 필연성을 지닌다. 우연과 필연 너무 의미를 두는 것도 너무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다 위험하다. 우연과 필연의 사이를 잘 들여다 보며 살아야겠지.

 

146 너는 네가 가장 사랑하는 모든 것을/버려야 할 것이니, 이것이 곧 너의 추방의 활이 처음으로 쏘게 될 화살이다. 남의 빵을 먹고 사는 맛이 얼마나 짠지/또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너는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를 가장 무겁게 누를 것은/그 슬픈 계곡에서 네게 겪어 내야 할 둔감하고 비열한 자들이다. 그들은 온갖 배신과 광포함을 너에게 돌리겠지만, 곧 그들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붉어질 것이다. 그들의 짐승 같은 성격은 그들 자신의/언행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너의 편을 만들어 두는 것이 널 위해 좋을 것이다.

 

148 네 이웃들을 시기해서는 안 된다./그들의 죄와 벌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미래가 너에게는 있느니라.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이 떨어지듯이, 그런 타격을 주기 위해 나를 향해 시간이 질주하며 공격하는 것을 봅니다.

 

149 자신의 혹은 남의 언행에/부끄러움을 느껴 검게 탄 양심은 너의 말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150 그래도 거짓으로 위안하지 말고/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 너의 말이 처음에는 쓴맛을 줄 수 있으나/잘 새기면 나중에는 차츰 모두가 생명의 양식으로 삼을 것이다. 너의 외침은 가장 높이 오를 때/가장 힘든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명예가 하챦은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하늘들에서, 산에서 그리고 고통의 골짜기에서 네가 본 영혼들은 이름이 알려진 자들뿐이었다. 왜냐하면 듣는 자의 마음이란 알려지지 않고/감추어진 뿌리를 지닌 예나, 혹은 명증하게 나타나지 않은 증명에 대해서는 믿음을 가질 수도,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151 그 거룩한 거울은 이제 자기 말에 잠겨 즐기고 있었고, 나는 내 말의 쓴맛을 단맛으로 조절하며 음미하고 있었다. 나를 하느님께 인도하던 그녀가 말했다. 이제 다른 생각은 그만 하세요. 내가 모든 고통을 덜어 주시는 그분과 함께 있다는 것을 생각하세요.

 

152 그 순간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것은/그녀를 바라보면서 내 마음이 다른 모든 추구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원한 기쁨이 베아트리체의 얼굴에 곧게/비치고 있었고, 그 반사광이 나를 기쁨으로 채워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미소의 빛 줄기로 나를 압도하면서 말했다.  이제 몸을 돌려 잘 들으세요. 천국은 내 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세상에서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을 만큼 되면 그 정열이 때로 눈에 드러나듯이 내가 향하고 선 거룩한 불꽃의/섬광에서 나는 그 불꽃이/ 좀더 할 말이 있음을 알았다.

 

160 당신은 당신의 말을 듣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아십니다. 당신은 나를 그리도 오랫동안 굶주리게 만든 의심이 무엇인지 아십니다.

 

162 해안에서는 바닥을 볼 수 있는 반면/바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러나 바닥은 심연에 감추어진 채 거기에 그대로 있다. 빛이란 언제까지라도 맑은 하늘로부터 오는 것이니, 그 나머지는/둠이며 그림자, 혹은 육신의 독약이다. 이제 네가 의심스러워하며 애를 태우던/살아 있는 정의의 진실이 네게서 /감추었던 것을 볼 수 있다.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거나 읽거나 쓰는 영혼이 없는 인더스 강변에서 태어난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소망과 행동은 인간의 이상으로 볼 때 선하고 말이나 행실에서 죄를 짓지 않지만 세례를 받지 못하고 신앙을 갖지 못한 채 죽는다면, 이런 영혼을 벌하시는 정의는 무엇입니까? 믿지 않아서라면 그런 죄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코앞도 볼 수 없으면서 심판의 자리에 앉아 수천 킬로미터 너머를 바라보려고 하는너는 도대체 누구냐? 우리를 인도해야 할 성서가 없다면/나와 더불어 세세하게 따져 보려는 사람은 의심밖에 만나지 못할 것이다. , 땅의 피조물들이여! , 둔감한 마음들이여! 그 자체로 선하신 최초의 의지께서는 최고의 선이신 스스로에게서 결코 떠나지 않으신다. 그 의지와 일치하는 것만이 올바르다.

 

165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시기 전이나 이후에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던 사람은 누구도 이 왕국에 오르지 못했다. 그 왕국에 꼭 가야만 하는가. 가야 하는데 못 가는 것인가. 안가도 되는 것 아닌가. 다른 더 좋은 곳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아예 그런 곳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후자다

그러나 그리스도여! 그리스도여! 하고 외치는 자들이 심판의 날에 그리스도를 모르는 자들보다 그분 곁에 더 가까이 서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시각 좋다.

 

170 샘의 풍부함을 자랑하며/바위에서 바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처럼/냇물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파의 목에서 가락이 선율을 타듯이/피리를 채운 숨이 음악이 되어/구멍으로 나가는 것처럼 독수리의 속삭임은 한 순간도 늦추지 않고서 텅 빈 공간인 양 그 목을 통해서 올라가는 것 같았다.

 

171 세상의 독수리가 태양을 보고 견디는 눈을 초점을 맞춰 바라보기 바란다. 나의 형상을 이루는 불의 영혼들 중에서 내 머리에 달린 눈의 형상을 이루는 영혼들은 가장 값진 빛을 낸다

 

173 광활한 하늘을 나는 종달새가 처음에는 노래하다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자기 노래의 감미로운 가락에 도취된 탓인데 그렇게 독수리의 이미지는 하느님의 기쁨을/반사하며 만족하는 듯하고, 그분의 의지에 의해 모든 것은 저마다의 본분대로 되는 것이다. 유리를 통해서 색깔이 분명히 나타나듯이/나의 당혹도 그렇게 비쳐졌을 것이니 당혹스러움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174 너의 이름으로는 사물을 이해하지만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그 본질을 볼 수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구나. 사람이 사람을 이기는 것과 다르게/하느님의 의지는 지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그 자비를 통하여 그렇게 지면서 이기시는 것이다.

 

178 벌써 나의 눈은 베아트리체의 얼굴에 다시 고정되었다. 내 눈과 함께 내 정신은 그 밖의 다른 것은 다 잊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지 않았고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미소를 짓는다면, 그대는 세멜레처럼 재로 변하고 말 거예요. 나의 아름다움은, 그대도 보았지만, 우리가 오르는 영원한 궁정의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더 빛을 냅니다. 그래서 조절하지 않는다면 그 현란함은 /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번개처럼 그대의 필멸의 능력을 해칠 거예요. 우리는 이제 일곱 번째 빛에 올랐어요/그 빛은 사자의 불타는 가슴 아래에서 자기 힘을 뒤섞은 빛을 감추고 있어요. 마음을 집중하여 뒤를 돌아보세요/ 그대의 눈을 완전한 거울로 만드세요 그러면 거울에서 그 형상이 나타날 거예요. 그 축복받은 얼굴이 내 눈에 비친 기쁨이/어떠한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요청에 뒤를 돌아 보았을 때. 이 하늘의 길잡이에게 순종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는지, 한 기쁨과 다른 기쁨의 무게를 견주면서 알 것이다.

 

183 네가 헤아리고자 하는 진실은 영원한 법의 심연에 깊이 가라앉아 있으니 어떤 피조물의 시각도 이르지 못한다. 너는 돌아가거든 필멸의 세상에/내가 말한 것을 말해 주어라. 그래서 이처럼 높은 목표에 이르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 주어라. 여기서는 빛나는 정신도 세상에서는 연기만 피워 낸다/그러나 하늘에서도 이룰 수 없는 것을 아래 세상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184 필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나는 악에서 더 나쁜 악으로 옮겨 가는 것일 추기경이 되라는 부름을 받았다. 맨발의 비쩍 마른 게파 베드로도, 성령의 강건한 그릇 바울도, 아무 데서나 닥치는 대로 먹을 것을 구하면서 하느님을 섬겼다. 너희의 요즘 목자들을 어떤 식으로든/도움을 필요로 한다 여기 저기서 부축해 주고 이끌어 주고 뒤에서 옷자락을 들어 주기를 원하지.

 

186 나는 놀라서 길잡이에게 몸을 돌렸다. /언제나 가장 믿는 사람에게 달려가 /안기는 어린애 같은 모습으로 그녀는 파랗게 질려 숨을 몰아 쉬는/자식에게 달려가 언제나 온화한 목소리로 돌봐 주는 어머니처럼 말했다. 그대가 하늘에 있다는 것을 모르세요?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거룩하고 모든 행동이 의로운 열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세요? 그대가 그들의 외침에 그렇게 떨고 있으니 그들의 노래와 나의 웃음이 그대를 얼마나 바꿔 놓았는지 아시겠지요. 그대가 그들의 외침 속에서 기도를 들었더라면 이제 닥쳐올 복수를 알 거예요. 그대가 죽기 전에 목격하겠지만 말예요. 하느님의 심판의 칼은 급하지도 더디지도 않게 옵니다. 그 칼을 바라거나 두려워하며 기다리는 이들에게 급하거나 더디게 보일 뿐이지요

 

188 여기 다른 불꽃들은 모두 명상가들이었다./성스러운 꽃과 열매를 키우는 따스함으로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189 나는 믿음을 열어 주시니, 그 믿음은/태양에 따뜻해진 장미가 꽃잎을 열며 활짝 피어나듯이 자라납니다.

 

190 수도원의 성벽은 이제 짐승의 소굴이 되었고/수도승이 걸치는 옷은 부패한 밀가루를 담은 자루가 되었다. 그러나 무거운 이자를 받는 돈놀이라고 해도 수도승들의 굶주린 마음이 교회 재산에 광분하는 만큼 하느님을 욕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니 교회가 지키고자 하는 재산은 수도승들의 가족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구하는 가난한 자들인 것이다. 인간의 필멸의 육신은 참으로 약하다. 세상에서 좋은 시작이라 해도 참나무가 도토리를 맺을 때까지 자라나는 만큼도 오래가지 않는다.

 

192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그대는 이제 마지막 축복에 이르렀어요. 그러니 이제 눈을 맑고 예리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195 좋아하는 잎들 사이 사랑스러운 새끼들의 둥지 곁에 우리 눈에는 세상을 감추는 밤이 다 지나도록 앉아 있다가 그리웠던 모습들을 모고 싶어 먹이를 찾고 싶어, 그 힘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빛나는 사랑의 햇살이 나뭇가지들 사이로 깃들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날의 시작을 응시한다.

 

196 기다림은 젖은 그녀를 보다 보니 더 많이 가지기를 바란다면, 희망을 천천히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못하는 거다. 천천히 키운다는 것. 조바심 때문인가. 아니면 키워다가 남 좋은  시킬까봐 못 기다리나? 무슨 욕심이 이리도 끝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건 순전히 이순간 나에게 하는 독백이다.

 

197 , 베아트리체여!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길잡이여! 그녀가 대답했다. 지금 그대를 초월하는 것은 어느 것도 막을 수 없는 힘이에요. 그것이 바로 길고 긴 밤 동안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하늘과 땅 사이의 길을 열어 준 지혜와 힘입니다.

눈을 뜨고 내 얼굴을 잘 보세요! 그대는 지금 그리스도의 빛을 목격했으니 나의 미소쯤은 능히 감당할 거예요 잠에서 막 깨어나 꿈꾼 것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하려 헛되이 애쓰는 사람처럼,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내 과거의 삶을 기록해 둔 책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닌 권유처럼 들렀다.

 

199 나는 베아트리체의 말을 따르고 싶었기에 다시 한 번 나의 연약한 눈을 빛과의 전투에 투입시켰다 때로 흐린 날 구름들 사이오. 언뜻언뜻 비치는 깨끗한 햇살을 꽃밭처럼 보았던 적이 있다.

 

205 시곗바늘이 가까이 보는 사람에게는 느리다 못해 정지한 듯이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에 비해 나는 듯이 보이는 것처럼

 

206 스승이 결론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라 논의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질 때까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정신 무장을 하는 학생처럼 나 역시 그녀가 말하는 동안/마음을 모아 내 논점을 정리하여 묻는 자에게 대답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

 

207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

 

217 소망은 앞으로 축복을 받으라는 것을 확고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이 미리 쌓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219 소망은 많은 별들에서 저에게 옵니다. 그러나 처음 제 마음에 소망을 부어 준 자는 지존의 군주의 숭고한 가수였습니다.

 

222 베아트리체를 보려고 몸을 돌렸을 때 나는 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내 곁에 있었고 우리는 천국에 있었다. 내 마음을 가로지르는 느낌은 참으로 이상했다.

 

224 이 문제를 걸러 낼 더 촘촘한 체가 필요하겠다. 너의 사랑을 하느님께 향하도록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해야 한다. 철학적인 논증과 여기(성서)에 나오는/권위(계시)를 통해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당연하게 제 안에 새겨졌습니다. 신은 그 자체로 이해되면서/사랑을 불태우고, 더 큰 신과 조화를 이루어 더 큰 사랑으로 옵니다. 이런 증거에 기초하는 진실을/분별하는 자의 정신은 사랑하면서 그 본질(하느님)로 향할 수 밖에 없으니 그 외부에 있는 어떤 신이라도/그 빛의 반사일 뿐이기에 그 본질은 단연 두드러지는 것입니다. 영원불멸의 실체들에 대한 제일의 사랑을 저에게 보여 주시는 분(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 그러한 진리를 명백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231 어떠한 인간 정신의 산물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니, 자연의 모든 사물처럼 인간의 경향도 별들과 함께 변한다. 사람이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말하느냐 이렇게 혹은 저렇게 말하느냐는 네가 좋은 대로 하도록 자연은 허락하신다

 

235 여기서 저 밑을 내려다보면, 목자의 가죽을 입고 강도 짓을 하는 늑대들이 득실거린다. 하느님의 권능이시여! 왜 아직 가만히 계시는지요?

 

238-239 탐욕은 재빠르게 인간을 깊숙이 끌어들여 아무도 그 넘실대는 파도 위로 머리를 내놓을 수 없게 합니다. 사람의 의지는 언제나 잘 피어나지만 끊임없이 내리는 비가 싱싱한 자두를 약하고 썩은 열매로 만드는 법이지요. 오직 어린이들에게서 우리는 진정한 순수와 믿음을 볼 수 있어요. 그들의 빰에 수염이 나기 전에 순수와 믿음은 사라집니다. 말을 배우는 어린 시절에는 금식을 하지만 자유롭게 말하게 되면 일 년 사시사철 어느 때나 입에 닥치는 대로 집어넣지요.

말을 더듬는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말을 사랑하고 듣다가도, 자라서 말을 배우면 곧 어머니가 죽어서 묻히는 것을 보고자 합니다. 그러니 순수의 하얀 피부는 아침을 가져오고 저녁을 남기는 태양의 유혹적인 딸 앞에 드러나면 곧 검게 됩니다. 내 말을 이상하게 듣지 말고 생각해 보세요. 인간을 다스리는 자가 세상에 없기 때문에 인간은 길을 잃고 있어요.

탐욕의 바다에 빠져서 사는 이. 그들은 머리를 들지 못한다. 아마 물밖에는 세상이 없는 줄 아나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아이들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자유로운 인간에의 갈망아닐까 싶은데, 그 자유를 얻느라고 숨기거나 버리거나 해야 하는 순수와 믿음은 어찌하나. 어떻게 잘 간직하면서 어른이 되면 좋겠다.

 

247 그대는 또 모든 정신들의 안식처인 그 진리에 그대의 시각이 깊이 젖어 들수록 축복의 기쁨을 누린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축복을 받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보는 행위에 따른다는 것이 보이겠지요. 사랑은 그 뒤를 잇습니다. 본다는 것은 이러한 가치가 있으니 선을 향한 의지와 은총으로 생겨나지요. 그렇게 단계를 이루며 나아간다오

 

254 더 말을 해 주고 순수한 진리를 보여 주려고 합니다. 세상에서는 순수한 진리를 이러저러한 논쟁들로 모호하게 만들며 혼동하고 있어요. 하느님의 얼굴에는 모든 것이 드러나니, 천사들은 그 안에서 축복을 발견하는 처음 순간부터 결코 그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았어요. 새로운 대상이 그들의 시선을 가로막지 않으며 그들은 기억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들은 여러 갈래의 사고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저 아래에서는 잠을 자지 않아도 꿈을 꾸면서 올바르거나 잘못된 믿음을 말하는데 잘못된 믿음보다 더 큰 죄와 수치는 없습니다. 저 아래 그대들은 철학을 하면서 하나의 길을 따르지 않아요. 그래서 외관에 집착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입니다.

 

255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에 뿌리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는지,  그리고 성서를 마음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가 얼마나 기쁜 마음을 갖는지.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사람들은 으스대느라 저들이 꾸민 진리를 들이대고 설교자들은 복음서 얘기는 한마디도 없이 이를 더 꾸며 내지요.

 

259 속세의 삶에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첫날부터 지금 그녀를 보기까지 나의 시는 그녀를 찬미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글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그만두어야 하겠다. 최고에 오른 예술가만큼이나 난 많은 것을 해 왔기 때문이다. 힘겨운 얘기는 이제 마감하고, 나보다 더 위대한 나팔을 부는 악대에게 그녀를 넘겨주려 한다.

 

260 그녀는 길잡이로서의 임무를 다했다는 표정과 몸짓으로 말했다. 우리는 가장 위대한 하늘로부터 순수한 빛의 하늘로 나왔어요. 지성의 빛, 사랑으로 가득한 빛, 환희로 가득한 진정한 선의 사랑, 가장 감미로운 기쁨도 초월하는 환희의 빛이에요.

 

263 여느 때보다 무척 늦게 잠에서 깬 젖먹이가 엄마 젖을 찾아 아무리 빨리 열심히 얼굴을 돌려도 흐르는 강물에 얼굴을 숙여/내 눈이 그 빛을 더 잘 비추어 내고자 하는 열망에는 미치지 못했으리라. 이 세심한 관찰력에 감탄을 아니할 수 없다. 단테는 혹시 여자인가? 젖먹이 어린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특히 수유를 하지 않은 여자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가 많이 배가 고파서 깨면 눈도 뜨기 전에 본능적으로 젖꼭지를 찾아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잠이 덜 깨 눈은 못 뜨지만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익숙한 것이 입에 걸리고 그러면 잽싸게 물고 빨아댄다. 어미의 몸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려는 듯이 어떤 누가 빨아도 이렇게 세게 빨기는 어렵다. 아이를 낳아 젖을 먹여본 어미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272 이르는 거리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거리는 아무런 차이도 만들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은 중간에 섞이지 않은 채 내게 내려왔다. 언제나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나의 구원을 위해 지옥의 문턱에 발자국을 남기는 수고를 한 나의 여인이여! 당신의 힘을 통해, 당신의 미덕을 통해 그 동안 내 눈으로 본, 그 많고도 많은 모든 것들을 받아들입니다. 가능한 모든 길들로, 모든 수단들을 사용하여 당신은 나를 속박에서 자유로 이끌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이루는 힘을 지녔습니다. 당신의 큰 사랑을 내 안에 간직하여 당신이 치료해 준 나의 영혼이 육신에서 놓여날 때 당신에게 기쁨이 되게 하소서.

 

279 일정한 조건 아래에 놓여 있는/이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기 전에 육신에서 벗어난 영혼들이다. 그들의 얼굴을 눈여겨보고/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그들이 어린아이들임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280 이 광활한 영역 내에서는 슬픔이나/목마름, 굶주림이 없듯이 우연은 티끌만큼도 있을 수 없다. 네가 여기서 보는 모든 것은 손가락에/반지가 딱 들어맞듯이 완벽하고 영원한 법으로 정해진 것이다. 그러니 이 진실된 삶으로 서둘러 온 영혼들은 이유 없이 높고 낮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 저들의 공덕에 따른 것이다.

 

286 당신의 배 속에서 따스함을 준 사랑이 다시 불타올랐으니, 그 따스함으로 이렇게 무량한 평화 속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한 낮의 횃불이시며 저 아래 세상에서는 영원한 희망의 살아 있는 셈 이시옵니다. 당신은 그렇게 위대하고 강하셔서 당신께 회귀하지 않고 은총을 구하려는 자는 날개 없이 날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289 그때부터 나의 봄[]은 말함이 보여 주는 것보다 더 컸다. 말함은 그런 시각 앞에서는 실패한다. 기억은 그러한 한없음 앞에서 굴복한다. 마치 꿈을 꾸면서 뭔가를 보는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면 그 열정은 자국으로 남고, 나머지는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듯이 내가 지금 그러하다. 비록 나의 눈은 흐릿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으로 본 그 달콤함은 가슴속에 아직도 방울 진다.

 

292 , 말이란 얼마나 약하며, 내 생각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가! 내가 본 것이 그러하니 그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야 하리라.

 

293 고심하며 원을 측량하려는 기하학자가 담겨진 원리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다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로 생각하듯이 나도 그 새로운 시야에 그러했다. 나는 우리의 모습이 그 원에 어떻게 들어맞았는지, 거기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보고 싶었다. 내 날개는 거기에 오르기에는 너무 약했지만, 내 정신은 그 광휘로 깨어나 원했던 것을 마침내 이루었다. 여기서 나의 환상은 힘을 잃었다. 하지만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

 

[매번 순례자의 눈은 별들에 고정된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별에 눈을 고정시켰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행복이 있고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기에]

 

3.     내가 저자라면

 

목차와 전체적 뼈대에 대하여

 

1304년 단테 알리기에리는 지옥편을 구상하기 시작하여 1321년 그가 세상을 뜰 때까지

유랑을 자양분으로 삼아 책으로 세상에 남았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

 

1304-1309  지옥편 구상 및 집필/ 1314년 출판

1308 -1312년 연옥편 구상 및 집필/ 1315년 출판

1315 1320년 천국편 구상 및 집필 / 즉시 배포.

 

언어는 이탈리아어로 되어있고, 각 편은 33절로 구성. 맨 앞부분에 이 시를 소개하는 절이 하나있어. 모두 100개의 절로 이루어짐.

 

<지옥편>

 

구조는 역 피라미드 원추형이며 9개의 층으로 구성. 동행자 베르길리우스(단테가 존경하는 스승)

 

1층 림보(변옥)

고대인이나 아기등 세례를 받지 않은 자가 가는 곳으로 형벌도 없고 신도 볼 수 없음. 성현들의 성

 

2층 색욕지옥

색욕에 빠져 간통을 저지른 자들이 가는 곳/ 시도 때도 없이 폭풍에 휩쓸려야 함

 

3층 폭식지옥

폭음폭식에 빠진 자가 가는 곳/더러운 비를 맞고 흙탕물에 누워 신음한다

 

4층 탐욕지옥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자가 가는 곳/자신들이 모았던 커다란 돈주머니를 굴리는 형벌을 받음 영원히 굴려야 한다.

 

5층 분노지옥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죄를 저지를 자들이 가는 곳/스틱스 강이 주변에 흐르고 있으며 중심부에는 디스의 성벽이 있음

 

6층 이단지옥

이단자들이 가는 곳/뜨거운 관 속에서 신음. 죄악의 정도에 따라 열의 세기가 심해짐. 심하면 영혼도 분해되어 없어짐

 

7층 폭력지옥

폭력을 휘두른 자들이 가는곳/끓고 있는 피의 강에서 고통받음. 나무가 되어 고통받음(자살한자)

사막위에서 뜨거운 우박을 맞으며 고통받음(신성모독자 동성애자 고리대금업자)

 

8층 사기지옥

사기로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 넣은 자가 가는 곳

 

9층 반역지옥

국가 가족 친구 스승 은인 등을 배신한자들이 가는 곳/영원히 차가운 얼음 속에서 신음해야 한다.

 

<연옥편>

 

여전히 순례길의 동행은 베르길리우스이다.

연옥은 지옥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올라갈수록 천국에 가까워지는 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올라갈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지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옥에서는 구제방법이 없는데 연옥은 다르다. 일단 고통의 시간이 유한하고 죄의 씻김도 본인과 타인이 가능한 구조이다. 타인이라고 하면 인간의 형태로 살고 있는 사람이 멸한 영혼을 위하여 기도를 열심히 해 주는 것이다. 그 약발이 미치는 곳이 연옥이다. 인간의 오만함, 태만, 분노, 인색, 낭비, 탐식, 애욕을 겸손과 관용 평화 배려 절제 정의 은총으로 속죄하면 된다. 노력하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하는 곳이 연옥이다. 판도라의 상자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다는 희망. 그 희망에 기대어서 기도하면 된다.

 

<천국편>

 

동행자가 베르길리우스가 아니고 베아트리체로 바뀜.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인물이라 천국에는 갈수가 없다.

 

화염천_지구와 달의 중간 경로

1영역 월성천

2영역 수성천

3영역 금성천

4영역 태양천

5영역 화성천

6영역 목성천

7영역 토성천

8영역 항성천

9영역 원동천

10영역 최고천

 

감동적 장절

 

109-111 

그럼 천천히 가는 동안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하시지요.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불의는 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의/ 끝이고, 불의의 끝은 다른 사람을/폭력과 배반으로 해치는 것이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하느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이 가장 낮은 고리들에서 가장 깊은 고통을 당하지. 그 첫 번째 고리에는 폭력배들이/갇혀 있어. 폭력은 세 부류에게 행사되므로/그 고리는 세 구렁으로 나눠 만들어졌다.

폭력은 이웃과 자기자신, 그리고 하느님에게/또한 그들이 가진 것들에 행사된다는 것을 너는 듣고 분명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폭력은 이웃에게 처참한 죽음과 쓰라린/상처를 입힌다. 그들의 재산을/파괴하고 불사르며 약탈하기도 하지 그런 살인자, 폭력배, 도둑, 그리고/모리배 들이 첫 번째 구령에서/무리 지어 벌을 받는다. 사람은 제 손으로 자신과 자기 재산도/파괴할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은/두 번째 구렁에서 뉘우치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서 스스로 제 몸을 더럽히거나/ 도박으로 살림살이를 탕진하고/그로 인해 비참하게 우는 자들이다. 또 하느님을 마음으로 부정하고 저주하면서/하느님의 선함과 본성을 비웃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있는 세 번째 구렁은 가장 좁다.

그곳에서 소돔과 카오르[소돔은 <창세기>에 나오는 악명 높은 죄악의 도시/ 카오르는 중세 고리대금업자들로 인해 금융 중심지가 된 프랑스 남부의 도시], 또 하느님을/ 속으로 깔보고 악담을 퍼붓는 자들에게 화인火印을 찍어 표시한다. 우리는 양심을 찢어지게 하는 배반의 죄를/ 자기를 믿어 주는 사람에게나 조금도 믿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저지를 수 있지. 후자의 경우는 운명이 맺어 준/사랑의 끈을 끊어 버릴 뿐이지/그래서 두번째 고리에는 위선자, 아첨꾼, 마법사, 허풍쟁이 도둑. 성직매매자. 포주. 사기꾼/과 같은 추악한 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어. 성직매매자?

마지막으로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반하는 일은/타고난 사랑과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특별한 믿음을 파괴하는 극악이야. 그래서 지옥 맨 밑바닥의 가장 좁은 고리./ 즉 지구의 중심부 디스 주변에 모든 배신자들일 몰려 있고, 그들의 고통은 잠들지 않는 거야.

이 부분을 보면서 지옥의 맨 밑바닥이 나의 자리인가? 그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종교가 없다.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는 타 종교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래도 저래도 다 해당사항 OK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 그것도 종교적 관점에서 좋은 직업군에 속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옥이 있다면 맨 밑바닥이 내가 갈 곳이구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 자체를 믿지 않으니까 뭐 괜챦다.

 

241

이제야말로 네가 나태함을 벗어 버릴 때로구나. 베개를 베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으니라! 명성 없이 삶을 소모하는 사람은/ 허공의 연기나 물속 거품과 같은/흔적만을 세상에 남길 따름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무거운 육체에 눌려/주저앉지 않으려면 모든 싸움을 이기는 정신으로 숨 막히는 어려움을 극복하여라. 우리 더 높은 계단(연옥의 산)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놈들에게서 벗어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알아들었으면 용기를 내라.

돌다리를 따라서 우리가 간 길은/자갈투성이에 비좁고 험난했다/그때까지 오르던 길보다 훨씬 더했다.

베개를 배고 이불 속에 누워 편안함을 즐기다가는 명성을 얻을 수 없으리라그러지 않아도 명성을 얻기가 그리 쉽겠는가.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수 있다면 해 보는 거지. 북극성에는 누구도 가지 못한다 다만 그 별을 보면서 가면 그만이다.

[연옥편]

 

162

사랑이 우리 외부에서 온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영혼으로서는 어떻게 좋은 사랑인지 나쁜 사랑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이성이 보는 만큼만 설명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신앙의 문제니 베아트리체를 기다려라. 인간의 실체적 형상[영혼]은 물질과 떨어져 있으나 동시에 물질과 결합되어 있기도 하며, 자체 내에 이성적 능력을 함유한다. 이는 그대로는 파악되지 않고 오직 나무의 생명이 푸른 잎으로 증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작동과 효과를 통해서만 나타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성의 근본 규칙이 어디서 오는지, 원초적 욕구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지 못하며, 마치 꿀벌이 꿀을 만드는 본능을 갖고 있듯이 사람들도 그런 규칙과 욕구를 안에 지니고 있을 뿐, 그 근본적인 의지는 칭찬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다른 의지들은 이 근본적인 의지에 부합하고, 사람들은 충고하는 이성의 타고난 능력을 지녔으니 합의를 나오게 하는 문턱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좋고 나쁜 사랑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기본 원리다. 이성의 깊이를 실증한 사람들은 이러한 타고난 자유를 알았기에 세상에 윤리를 남겼다. 이제 사람 안에서 타오르는 사랑은 모두 필요에 따른 것이라 생각하자. 사람들은 그런 사랑을 지탱할 힘을 아직 지니고 있으니. 이러한 고귀한 힘을 베아트리체는 자유의지라고 알고 있을 터이니, 그분이 너에게 이런 말을 하거든 잘 명심하여라!”

사랑은 윤리나 도덕의 잣대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맨스와 불륜 그 사이도 누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사랑일지 치정이 될지는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정도와 외도. 이 낱말을 쓰려한다. 지금까지가 정도인지 지금부터가 정도인지는 사랑을 하고 있는 당사자만 아는 것이다 

 

[천국편]

 

114

그 분별력으로부터 부디 아니요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예요. 급하게 내놓는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자신의 판단을 너무 빨리 믿어서는 안 됩니다/이삭이 익기도 전에 수확량을 헤아리는 농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의 긴 시간 동안 앙상하고/드세던 가지에 결국에는 아름다운/장미를 틔우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에요. 항로란 항로는 모두 종횡하며 거침없이/항해하다가 항구게 돌아올 무렵/침몰하는 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만만한 세상 사람들은 하나가/움치고 하나는 자선하는 것이 보인다고 해서 하느님의 눈을 통해서 본다고 생각하며 안 됩니다. 누가 오르고 누가 떨어지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당신 발에 추를 달라는 말/ 추상 같은 말로 내게 얹힌다. 빠른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것이 아닌 것은 분명한가 보다 때로 빠른 것이 좋을 때도 있지 요즘 LTE폰 빨라서 좋긴 하더라 전자기기 말고 다른 것은 빠른 것이 좋은 것은 아닌 듯

 

150

 

그래도 거짓으로 위안하지 말고/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 너의 말이 처음에는 쓴맛을 줄 수 있으나/잘 새기면 나중에는 차츰 모두가 생명의 양식으로 삼을 것이다. 너의 외침은 가장 높이 오를 때/가장 힘든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명예가 하챦은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하늘들에서, 산에서 그리고 고통의 골짜기에서 네가 본 영혼들은 이름이 알려진 자들뿐이었다. 왜냐하면 듣는 자의 마음이란 알려지지 않고/감추어진 뿌리를 지닌 예나, 혹은 명증하게 나타나지 않은 증명에 대해서는 믿음을 가질 수도,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작가론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 다른 사람을 긁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의 외침이 나의 명예가 하챦지 않음을 글로 표현해야 된다는 생각은 정리가 되었다.

 

보완점

 

개인적인 아쉬움을 적는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필생의 역작이고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면서

돌아가고픈 피렌체와 돌아가고픈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며 쓴 작품으로 생각된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신화와 기독교가 어우러진 작품이라정치적인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에서는 사실 지명도 사람도 감이 덜 와서 읽기가 수월치 않았다. 연옥편을 빼고 읽은 상태라 다음에 두 번 읽기에서 세편(지옥 연옥 천국)을 모두 읽어보면 조금 다른 시각이 생기겠지 싶다

기독교적인 사관에서 벗어난다면 지옥의 6고리에 있는 이교도들과 림보에 있는 성현들을 나같으면 연옥으로 옮겨놓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좀더 넓은 의미의 하느님은 이렇게 쫀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내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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