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분말처럼 부드러운 눈의 세계… 삿포로는 '스키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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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15. 오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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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알프스 스키


보드라운 눈밭이 펼쳐진 홋카이도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 스키를 타고 하얀 눈 속을 질주하다 보면 일상의 근심이 달아난다.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

일본 삿포로 인근의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로 2시간쯤 가면 '동양의 알프스'라 불리는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가 나온다. 12월 초반부터 꽤 많은 눈이 내려 아름다운 설국(雪國)으로 변신하는 곳. 그림 같은 풍경이 4월 초까지 계속돼 초봄에도 겨울의 여운을 느끼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여기저기 이동 안 하고 원스톱으로 느긋하게 겨울을 만끽하려는 이들에게 안성맞춤.

이곳 눈은 미세한 분말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워 '파우더 스노(powder snow)'라 불린다. 가루처럼 보드라운 눈이 빚어내는 설질(雪質)은 세계적인 수준. 전 세계 스키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끈다.

여기에 유명 셰프들이 만드는 전 세계 명품 요리와 따뜻한 온천을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리조트 직원들이 펼치는 퍼포먼스까지 감상할 수 있다. 흰 눈 바라보며 수영장과 스파에서 피곤을 풀고, 오픈 바에서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댄스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설국에 펼쳐진 파라다이스다.

넘어져도 황홀하다… 밀가루 같은 눈

아침 일찍 스키 장비를 챙겨 리조트를 나섰다. 사호로 리조트에는 상급 코스 5개, 중급 코스 3개, 초급 코스 9개가 있다. 이날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탓에 중급 코스 1개만 개장했다. 스키장에 도착하니 일본의 유명한 충견(忠犬) '하치'를 닮은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가 사람들을 반겼다. 이 정도 추위쯤은 끄떡없다는 자세로 늠름하게 인증 샷 기다리는 듯한 표정. 녀석에게 얼른 다가가 사진 한 장 찍었다. 스키 장비를 착용하고 1인승 리프트에 앉아 사호로 산을 오르는데 발아래로 하얀 도카치 평야가 아득하게 펼쳐졌다. 순백의 평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일상의 티끌이 씻기는 것만 같다.

중급자 코스였지만 첫 구간은 경사가 꽤 가팔라 거의 상급자 코스 수준이었다. 가파른 경사면을 앞에 두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잠시 망설이다 코스에 들어섰지만 처음부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렇게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수십 번 거듭한 끝에 겨우 경사가 익숙해졌다.

‘동양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 안의 노천탕. 눈밭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

신기하게도 그렇게 수십 차례 넘어져도 아프지 않았다. 눈에 미끄러질 때 포근함을 느낄 정도로 설질이 부드러워서다. 얼른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보다 조금만 더 이 부드러움을 느끼고 싶다는 충동이 컸다. 넘어지면 일부러 그 자리에서 뒹굴며 부드러운 파우더 스노를 만끽했다. 초반 급경사 구간만 빠져나오면 완만한 구간이 나타난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리프트를 타기 위해 줄 설 필요도 없다.

스키와 스노보드 강습을 무료로 진행한다. 강사들은 유럽의 스키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 한국인과 프랑스·뉴질랜드·일본·캐나다 출신 강사들이 있다. 스키 스쿨 교장, 부교장은 모두 한국인이다.

미국·일본·이스라엘·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온 초보 스키어들과 함께 강습을 받았다. 친절하고 실력 있는 강사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스키의 기본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서로 언어는 달라도 몸짓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스키 타고 외국 친구도 사귀고 일석이조다.

나베 요리로 노곤한 몸 달래

클럽메드 사호로는 식도락 여행지로도 소문난 곳. 뷔페식 레스토랑 다이치에서는 한식·중식·양식 등 다양한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 미나미나에선 홋카이도의 대표 음식인 나베 요리와 홋카이도 사케, 와규와 해산물이 들어간 샤부샤부를 먹을 수 있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예약은 필수다.

리조트 오픈 바는 노곤한 몸 달래며 하루를 마무리할 최적의 공간이다. 1층 로비의 오픈 바에서 무제한 제공하는 와인·샴페인·생맥주·칵테일을 마시며 자정 넘도록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에서 직원들이 펼치는 공연도 여흥을 돋운다.

객실은 아이누족 전통 패턴과 현대적 스타일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다. 침대에 누워 창밖의 자작나무와 설원을 바라본다. 설국의 파라다이스에서 스르르 단잠에 빠졌다. 일장춘몽이 아니길, 이 밤이 지속되길. 감겨오는 눈꺼풀에 힘주며 되뇌었다. 이튿날 아침, 거짓말처럼 헐었던 입안이 나았다.

여행정보


사호로 리조트에서는 실내 온수 수영장 외에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야외 자쿠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스키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이 다양하다. 배드민턴·요가·스트레칭·피트니스·스노트래킹·에어보드·포켓볼·탁구·스쿼시 등을 즐길 수 있다.

키즈 클럽(만 4~11세)은 부모들이 잠시나마 육아에서 해방할 수 있는 서비스. 아이를 맡겨만 두면 스키도 가르쳐주고 밥도 먹이고 낮잠까지 재워준다. 저녁이면 부모들 앞에서 공연도 한다. 저녁에는 이브닝 G.O 쇼와 파티,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메인 레스토랑에선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최고의 셰프들이 준비한 지라시돈(회덮밥), 생선회 등을 먹을 수 있다.

[홋카이도=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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