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2.21 05:40

장항제련소 피해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부각
기업이 적법운영하면 책임 물을 수 없는 '법 조항' 때문

지난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임종한 인하대학교 교수이자 '환경정의' 공동대표(전면 가운데)가 토론자료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지난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임종한 인하대학교 교수이자 '환경정의' 공동대표(전면 가운데)가 토론자료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주거지역까지 밀고 들어온 주물·철가공 공장에서 배출한 먼지·악취·소음으로 고통을 겪은 경기도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일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구제를 못 받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인사말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부는 2017년 2월 16일 김포시 거물대리 사례는 구제급여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제23조 '피해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알 수 없거나 그 존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무자력인 경우' 구제급여 지급대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김포시 주민들은 당초 김포시 역학조사는 인과관계 등이 부족해 피해구제등을 위해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정부는 2017년 9월부터 신청건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2017년 12월부터 올해 11월 23일까지 인과성 규명, 피해구제방안 마련을 위해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했다"면서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추가 정밀조사에서 건강문제 확인결과 순환기계, 호흡기계 등에서 일부 질환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계속해서 이 대표는 "그러므로 환경부는 빠른 시일내에 추가 정밀조사결과를 토대로 환경피해 구제심의를 개최해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행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23조 제2항 제3호는 '환경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구제급여를 선지급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장항제련소 등의 주민이 피해구제급여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환경피해 구제심의 때, 김포거물대리 피해주민들도 피해구제급여 대상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박항주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국' 국장은 김포 거물대리 주민들의 실태를 설명했다. 그는 "김포시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실시한 2차 환경역학조사에 따르면 주민생체노출검사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일수록 요중 니켈수치가 높게 나타났고, 초원지리 지역 주민의 경우 폐암 발생이 전국 대비 2.0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15년 3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김포시 거물대리 등에 소재하고 있는 86개소 사업장을 단속한 결과 무려 72%에 달하는 62개소가 환경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며 "환경부는 2015년 3월 지방자치단체 단속반의 평균 적발률이 7%라는 것을 고려하면, 단속률이 10배나 높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12월 8일, 환경오염피해구제법(환경오염피해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에 따라 지역주민 21명이 피해구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7년 2월 16일 구제급여 지급대상이 아니라 결정했다. 그리고 다시 17년 4월 13일 2차 신청을 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개했다.

박 국장은 특히 현행 환경오염 피해구제법에 메스를 가했다. 그는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23조인 '피해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알 수 없거나 그 존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무자력인 경우' 구제급여 지급대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이에 더해 "지역주민들이 피해기업을 몇 개로 특정하고 있고, 주물공장등이 몇 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장항제련소로 인한 피해주민들과의 형평성을 거론했다. 그는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는 2018년 2월 27일 제12차 환경오염피해구제심의회 결과에 따라 장항제련소 피해자들에게 구제급여 지급여부 및 피해등급 등을 결정했다. 김포거물대리와는 대조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피해구제법 23조 2항의 3은 '환경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구제급여를 선지급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대해서 김포 거물대리는 적용이 안 됐고, 장항제련소는 적용됐다"며 "주요 차이점은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뀐 것과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라 구제기금이 축적됐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환경부는 환경오염피해구제관련 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장항제련소 등의 사례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면, 김포 거물대리 피해자를 구제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며 "김포 거물대리 피해자들에게 피해구제를 적용하는 않은 것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를 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로 규정하고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지원을 거부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힐난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인과관계 추정의 배제조건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그는 "현행 환경오염피해구제법 9조 3항 (인과관계추정 배제 단서조항)의 경우, 법이 발의될 당시에 없었던 조항인데 이 조항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개최 아침에 환경부가 갑자기 제안한 것"이라며 "환경부는 이 조항을 2013년 12월에 산업계와 합의된 내용이라며 설명했지만, 이 내용은 입법공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원회의 등에 보고되지 않았던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4년 4월 23일,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조항을 삭제하고 이의신청 청구조항을 신설했던 것인데 국회 법사위에서 문제의 조항이 다시 만들어졌다"고 규탄했다.

요약하면 '기업이 시설을 적법하게 시설을 운영한다면, 인과관계 추정을 적용받지 않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것의 의미는 적법운영을 하면 무과실책임의 원칙도 무력화되고, 기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서 "도대체 이런 제도는 누가 운영하고,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 토론회는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와 사단법인 '환경정의'가 공동주최했고, 환경정의연구소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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