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질문
서편제 대본

외국인 친구한테 서편제 영화자막달아서 주고싶은데,,,

 

대본 구할 수 없을까요? ㅠ_ㅠ

내 프로필 이미지
  • 질문수8
  • 채택률100.0%
  • 마감률100.0%
닉네임okdo****
작성일2006.06.29 조회수 4,637
질문자 채택
1번째 답변
탈퇴한 사용자의 답변입니다.
프로필 사진

[서 편 제]

제작 기획 - 이태원
원작 - 이청준
각색 - 김명곤
감독 - 임권택
촬영 - 정성일
조명 - 차정남
음악 - 김수철
편집 - 박순덕


씬 1 소릿재
         (산판 트럭이 소릿재 길을 따라 내려간다)
         (주막 앞에서 멈추는 산판 트럭)
동 호    (운전사에게) 고맙소.
         (동호, 차에서 내려 산판 트럭이 떠나는 것을 본다)
         (길을 내려가는 산판 트럭)
         (상을 치우려는 세월네)
동  호   하룻밤 묵을 수 있어요?
세월네   (힐끗 보며) 방은 있지만 잠자리가 불편하실텐디요.
동  호   아무려면 어때요. 눈만 붙이면 되지.
세월네   어떻게, 식사는 하실라요?
동  호   술이나 한 상 봐줘요.

씬 2 소릿재
         (주막 등)
동  호   (소리) 이 고갯길을 소릿재라하고 이 주막을 소릿재 주막이라 한단 말을
듣고 왔소만...

씬 3 소릿재 주막 방
동  호   그 이름이 댁네 소리에 내력을 두고 생긴 말이오?
         (세월네 고개를 젓는다)
동  호   그럼, 댁네보다 먼저 소리를 하던 사람이 있었단 말이오?
세원네   예, 소릿재나 소릿재 주막은 그 분을 두고 생긴 말이지요.
동  호   그럼 댁네 소리는 그분에게 배운 소리요?
세월네   (소리) 직접 배우지는 않았어도, 그분 딸한테 배웠으니 제자라 할 수 있
지요.
동  호   그럼 그분 제로 한 대목 들려주시오, 못치는 북이지만 한번 잡아보겠소.
         (동호, 북을 끌어 앞으로 가져와 자세를 잡는다)
세월네   갈까보다 갈까보다 / 님 따라서 갈까보다 /
         바람도 쉬어남고 구름도 쉬어넘는 / 떼지어 날아가는 청천의 기러기도 /
         다 쉬어넘는 / 동설령 고개라도 님 따라 갈까보다
         (북치는 동호의 모습)
세월네   하늘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
         일년일도 보련마는 우리님 계신 곳은 /
         (동호, 회상에 잠긴다)
         (세월네 소리와 유봉소리 O.L)

씬 4 바닷가 콩밭
유  봉   (소리) 무슨 물이 막혔간디 이다지 못오는가 /
         이제라도 어서 죽어 삼월동풍 제비되어 /
         님 계신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노니다가 /
         밤중이면 님을 만나 만단정회를 풀어볼까 /
         뉘년의 꼬임을 듣고 영영 이별이 됐단 말인가? /
         어쩔거나 어쩔거나 님 없는 세상을 어쩔거나 님 없는 세상을 어쩔거나 /
         아무도 모르게 울음을 운다.
         (어린 동호가 실눈을 뜨고 태양을 바라본다)
         (이글거리는 햇덩이)
         (동호, 일어나 콩밭 쪽으로 가다가 엄마 쪽을 바라본다)
         (소리나는 쪽으로 슬금슬금 걸어가는 금산댁)
         <시간경과>
         (감자를 먹는 어린 동호의 얼굴)
         (금산댁, 고추를 따고 있는 동호는 혼자 떨어져 감자를 먹고 있다)
유  봉   (발성연습하는 소리)
나뭇꾼 1 거 소리 한번 좋다, 누구야?
나뭇꾼 2 윤초시댁 생신잔치에 불려온 소리꾼이래. 이제 윤초시도 가세가 기울어져
         명창은 못부르고 떠돌이 소리꾼을 부른 모양이야.
         (금산댁, 유봉의 소리에 뒤를 쳐다본다)
         <시간경과>
         (유봉이 밭으로 와서 선다)
         (금산댁, 유봉을 유혹하듯 뒷걸음질 친다)
         (유봉, 금산댁에게 다가간다)
         (유봉, 수줍어 하는 금산댁을 안느다)

씬 5 대갓집 사랑
         (복띠를 매는 유봉)
         (송화가 옷을 유봉에게 건네준다. 고수가 쟁반을 들고 들어와 앉는다)
고  수   나는 내일 강진으로 가네.
유  봉   (옷 입으며) 정미소 상략식에서 초선이가 소리를 헌담서?
고  수   (북닦으며) 응.
         (북닦는 고수의 손)
고  수   (소리) 근디 자네는 여기서 며칠 더 묵는다면서?
유  봉   (소리) 응, 그럴 작정이네, 당장 어디 갈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씬 6 대갓집
         (어린 동호가 송화에게 다가가서 소리를 듣는다)
유  봉   (소리) 어사또 거동보고 벌떼같이 달려든다.
         육모 방맹이 들어매고
         해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매게
         달같은 마패를 들어매고
         (유봉의 B.S)
유  봉   사면에서 우루루루... 삼문을 와닥 딱!
         (북치는 고수)
         (유봉의 뒷모습)
유  봉   암행어사 출또여!
         (유봉의 B.S)
유  봉   출또여.
         (윤초시 일행, 점잖게 소리를 듣고 있다)
유  봉   (소리) 암행어사 출또 하옵신다.
         (소리판 L.S)
유  봉   두세번 부르는 소리 / 하늘이 덥쑥 무너지고 / 땅이 툭 꺼지는 듯 /
         수백명 구경꾼이 독담이 무너지듯이
         (윤초시 친인척들의 소리 듣는 모습)
유  봉   (소리) 물결같이 흩어지니 항우의 외침 소리
         (윤초시와 그 친구들, 소리를 듣고 있다)
유  봉   (소리) 이렇게 무섭든가 / 장비의 호통소리 이렇게 놀랍든가!
         (소리판 L.S)
유  봉   유월의 서리바람 뉘 아니 떨것느냐 / 각읍 수령은 정신 잃고
         (유봉 B.S)
유  봉   이리 저리 피신헐제 / 하인거동 장관이라 /
         밟히느니 음식이요 깨지나니 화기로다 / 장구통 요절나고
         (소리판 L.S)
유  봉   북통은 치구르며 / 뇌고소리 절로 난다 /
         제금줄 끊어지고 젓대 밟혀 깨어지며 /
         기생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찔렀으며 / 취수는 나발 잃고 주먹 불고
         (유봉 클로즈업)
유  봉   흥앵 흥앵 / 대포수 총을 잃고 입방포로 꿍! /
         이마가 서로 다쳐 코 터지고 박 터지고 / 피 죽죽 흘리는 놈 /
         발등 밟혀 자빠져서 아이고 아이고 우는 놈 / 아무일 없는 놈도 우루루루
         (금산댁, 사람 사이를 뚫고 들어온다)
유  봉   (소리) 달음박질 / 허허 우리 골 큰일났다 / 서리 역졸 늘어...

씬 7 마을 골목
         (밤길을 걸어 금산댁의 집으로 들어가는 유봉)

씬 8 금산댁 방
         (동호를 재우던 금산댁이 유봉의 신호에 나간다. 유봉 방으로 들어오고,
         요를 까는 금산댁을 덮친다)
         <시간경과>
금산댁   마을에 소문이 퍼졌어요.
유  봉   홀아비하고 과부가 정분 났는디 어뗘?
금산댁   그것이 아니고 무슨 봉변을 당할지 무서운디요.
유  봉   봉변이라니?
금산댁   시집이나 친정쪽 눈치가 험악혀요.
유  봉   왜?
금산댁   집안 망신이래요.
유  봉   천한 재인놈하고 붙었다 그런거요? 임자도 그렇게 생각혀?
금산댁   그렇게 생각혔다면 이렇게 됐겄어요?
유  봉   까짓것, 뜨자구. 내 비록 가난한 떠돌이 소리꾼이지만 거기 굶기진 않을
         테니께.
금산댁   송화가 나를 좋아 할까요? 거기 딸 말여요.
유  봉   무슨 문제요? 내 친딸도 아닌디.
금산댁   예?
유  봉   부모 잃은 앤데, 소리꾼 맨글라고 데리고 있는거요.

씬 9 개펄
         (송화를 잡고 폭풍우를 뚫고 가는 유봉, 금산댁이 동호를 업고 뒤따른다)
         (빠른 걸음으로 폭풍우를 뚫고 가는 유봉)
         (동호를 업고 빠른 걸음으로 유봉을 쫓는 금산댁)

씬 10 고갯마루
         (풀숲 길을 걸어가는 유봉, 금산댁, 송화)

씬 11 유봉의 셋방
         (산고에 몸부림 치는 금산댁)
         (동호, 문구멍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송화도...)
         (고통스러워하는 금산댁)
         (문구멍으로 들여다 보고있는 동호와 송화)
         (힘이 빠져 기진맥진하는 금산댁)
산  파   힘줘, 힘줘...
         (들어오던 유봉, 멈추어 선다)
         (유봉을 보고 도망가는 송화, 동호)
         (산파, 방에서 나와 힘없이 마루에 앉는다)
         (유봉, 방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간다)
         (죽은 금산댁을 안고 우는 유봉)

씬 12 소릿재 주막 방
         (동호, 회상에서 깨어나 술을 마신다)
동  호   (세월네에게 술을 따라주고) 그 소리꾼 이름이 유자 봉자 아니던가요?
세월네   맞아요.
         전쟁통에 임자가 없어진 이 집에서 소리를 하며 지내다가 돌아가셨대요.
         (고기를 씹는 동호)
세월네   (소리) 저는 그분 딸 송화 아가씨한테 소리를 배웠구요.
동  호   (고기를 씹다가) 그 송화라는 딸은 어찌 되었소?
세월네   부친 삼년상 치른 뒤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지요.
동  호   (소리)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오?
세월네   예. 앞도 못 보는 처지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원.
동  호   아니, 그 여자가 장님이었단 말이오?
세월네   (소리) 예.
동  호   아니 어떻게 눈을 잃게 되었소?
세월네   (소리) 글쎄요... 딸 소리 좋게 할라고 부친이 멀게 했단 소문도 있고,
         자식이 도망갈까봐서 그렇게 만들었다는 소리도 있고.

씬 13 인써트
         (소복 입은 송화가 길을 걷는다)

씬 14 소릿재 주막방
         (악몽에 시달리던 동호, 일어난다. 멍한 동호의 모습)
세월네   (소리) 어떤 사람은 그럽디다. 아무리 외롭기로서니 자식을 곁에 둘라고
         눈을 뺏은 애비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겄는가, 좋은 소리를 헐라면 소리를
         혀는 사람 가슴에다 말 못할 한을 심어줘야 하기 땜에 그랬다고요. 허지
         만 그것도 어디 믿을 말이요?

씬 15 유봉집 마루
         (동호, 송화에게 진도 아리랑을 가르치는 유봉)
유  봉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동호송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유  봉   아라리가 났네, 헤에에
동호송화 아라리가 났네, 헤에에
유  봉   동호만 한번 해봐, 아라리가 났네, 헤에에
동  호   아라리가 났네, 에헤에...??
유  봉   에헤에가 아니고 아라리가 났네 헤에에
동  호   아라리가 났네 헤에에
유  봉   헤에에가 아니고 헤에에
동  호   헤에에...??
유  봉   (동호에게) 저리가. (송화에게) 송화만 해봐.
         (동호가 일어나 나간다)
송  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헤

씬 16 유봉집 방안
         (유봉은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하고 송화와 동호는 방안에서 발성연습을
         한다)

씬 17 유봉집
         (유봉이 동호에게 북을 가르친다)
유  봉  발가락으로 받치고, 손을 올려놓고, 허리 똑바로 세우고, 북채 잘 잡고
        중몰이 다시 한번 치는 거야. 소리 크게 하고.
동  호   합궁딱, 궁딱딱, 엇궁딱, 둥... 둥...

씬 18 유봉집
         (소리를 배우고 있는 송화, 몸을 흔들며 땅을 쳐다보며 소리를 한다)
송  화   보고지고... 보고지고...
유  봉   (북 두들기며) (소리)땅에 뭐 떨어졌어? 왜 땅 쳐다보고 몸을 그렇게
         흔들어. 다시
송  화   (제대로) 보고지고...

씬 19 유봉의 집
         (북치는 동호의 모습)
송  화   (소리)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머리에 또아리를 얹고 소리를 하는 송화의 모습)
송  화   낭군을 보고지고 서방님과 정별후로...
         (소리 연습하는 동호와 송화의 모습을 지켜보며 북채를 깎는 유봉)
송  화   일장서를 내가 못봤으니 (또아리를 떨어뜨려 다시 주워 쓴다)
         부모 공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 이러는가!

씬 20 장터 한 곳
         (낙산거사가 그리는 그림 클로즈 업)
낙산거사 (소리) 오얏 '리'자라. 나무 목밑에 아들 '자'했으니까
         아들은 육십이 지나도 부모의 슬하에 있다 하는 말이야.
유  봉   (소리) 얼씨구, 명필이다. 거참 잘 그린다.
         (유봉의 소리에 고개를 드는 낙산거사)
유  봉   (소리) 보통솜씨가 아니구만 그려. 나도 한 장 받아야겠구먼.
유  봉   (구경꾼에 섞여 앉으며) 명필이여, 명필.
         (고개를 돌려 계속 그림을 그리는 낙산거사)
낙산거사 백성 '민' 이제 해방이 되었으니 백성도 우대를 받아야 한다 해서
         봉황을 그려넣고
유  봉   암만 그렇지. 아 그렇구 말구
낙산거사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유봉이 무안한 듯 주위를 슬쩍 돌아본다)
         (그림 그리는 낙산의 부감)
낙산거사 (소리) 기둥 '주'자.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음 기둥이 바로 서야 해.
         그래서 소나무로 기둥을 삼고 학을 앉혔지.
유  봉   (소리) 이민주라.
유  봉   거 이름 참 좋다. 아무렴 민주주의를 해야지.
사  내   이거 나도 좀 하나 그려주시죠.
낙산거사 (낙관 찍으며) 내가 오래간만에 잡놈을 하나 만나서
         대포 한잔 해야 쓰겄소.
         (일어나 돈을 주머니에 넣는다)

씬 21 장터 주막
         (유봉과 낙산 들어온다)
송  화   안녕하세요?
낙  산   오냐, 우리 송화가 이제 처녀티가 철철 흐르는 구나.
         너 언제 내 딸 될래?
유  봉   너 이놈. 남의 딸 탐내지 말어.
낙  산   야, 이놈아. 넌 큰애비한테 인사도 안하는거냐?
동  호   안녕하세요?
유  봉   (주모에게) 우리 약주하고 두부 좀 주슈.
         (약주와 두부 인써트)
낙  산   (소리) 그래 무슨 일로 행차 하셨나?
유  봉   창극 공연에 이동성 명창이 나온다고 해서 저놈들 소리 귀좀 뚫어주려고
         데리고 나왔어.
낙  산   나도 어제 가서 봤는데 몸이 아프다고 못나오고 다른 사람이 대신 나와서
         하더라.
유  봉   그려?
낙  산   그나저나 소리 가르칠랴 말고 저 두놈 나한테 넘겨라.
유  봉   거, 뭔 소리여?
낙  산   왜정 때는 엔까가 판을 치더니 해방되고 나니까 양놈들 노래소리가
         판을 치니 한물간 소리 배워봤자 앞길이 막막할꺼야. 나한테 그림이나
         배우면 굶는 건 면할꺼다.
유  봉   씨끄러워 이놈아.
         왜놈 노래 양놈 노래가 우리 판소리를 당하기나 하냐. 두고봐라 이놈아.
         판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오고야 말테니까.

씬 22 장터 거리
         (풍물패를 앞세운 창극단. 풍악을 울리며 장터를 돈다. 춘향과 이도령을
         태운 인력거가 뒤를 따른다)
         (풍물패 지나가자 주막에 있던 송화, 동호도 나오고 유봉과 낙산거사도
         따라 나온다. 유봉, 이도령이 지나가자 눈여겨 본다)
         (이도령, 유봉을 알아보고 쳐다본다)
         (이도령을 피해 술집으로 들어가는 유봉)

씬 23 가설무대 앞
         (가설무대 입구)
이도령   (소리) 달아달아 / 밝은 달아
                (춘향전 포스터)
                니 아무리 바쁘어도

씬 24 가설무대 안
춘향몽룡 (합창) 중천에 멈춰있어 / 내일 날 오지 말고 / 백년여일 이 밤같이 /
         이 모냥 이대로 / 늙지말게 허여다오 /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
         어허 둥둥 내 사랑
         (유봉 일가의 창극 보는 모습)
변사또   (소리) 관장의 명을 거역하고 기생의 몸으로 수절이라니 /
         저년을 매우 쳐라
나  장   (소리) 예이 -
         (나장, 춘향을 친다)
이  방   (소리) 하나요.
춘  향   일개형장 치옵시니 일자로 아뢰리다 / 일편단심 먹은 마음
         (송화와 동호의 얼굴)
춘  향   (소리) 일시일각에 변하리까
         (동호얼굴)
춘  향   (소리) 가망없고
         (송화얼굴)
춘  향   (소리) 무가내요

씬 25 가설무대 앞
         (가설극장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유봉일가가 나오고 뒤이어
         나장이 따라 나온다)
유  봉   (애들에게) 가자
나  장   어이, 유봉이!
         (유봉, 돌아본다)
나  장   (유봉에게) 아, 도망가는 거여?
         (유봉, 빙그레 웃는다)

씬 26 장터주막 안
         (친구 2가 주막문을 활짝 열면 유봉과 송도상 등이 들어간다)
친  구1  (따라 들어가려는 아이에게)집에들 가, 어?
         (부엌 문이 열리고 작부 1,2가 나온다)
주  모   애들아 이도령님 오셨다. 방으로 모셔라.
         (따라오던 사람들 창문으로 일행을 본다)
         (유봉 일행을 보는 구경꾼들)

씬 27 장터 주막 방안
         (송도상과 창극간원 1,2, 유봉 술을 마신다)
작  부1  아유, 이몽룡 아저씨는 웬 코가 그렇게 커? 거기도 큰가 한번 볼까?
도  상   허허 하하, 너 그러다 이거 성나면 죽는다.
작  부1  호호, 누가 죽는지 두고 봐야 알지?
친  구1  허허, 저년이 저거 도상이한테 아주 갔구만.
친  구2  기집년들은 주인공 한테는 쪽을 못 쓴다니까.
작  부2  아유, 누가 쪽을 못써. 나는 목석같은 이 아저씨가 좋더라.
작  부1  근데 저 아저씨는 벙어린가봐.
친  구1  유봉아! 너 서울하고는 아주 인연을 끊을래?
도  상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 있어. 추월이 죽은 5주기가
         지나면 동문들이 모여서 자네 파문을 취소하라 하셨어.
유  봉   흥.
친  구1  선생님도 독하시지. 제자 앞길을 막아 놓구 돌아가시기 전에 겨우 그런
         말씀이라니.
유  봉   야, 그 얘긴 그만 하자.
작  부1  추월이가 누구에요?
도  상   우리 선생님 애첩이었지.
작  부1  그 여자하고 저 이하고 이러쿵 저러쿵 했어요?
작  부2  근데, 그 여자도 죽은 거예요?
친  구1  (소리) 자살했어, 5년도 넘었지.
작  부2  오마나!
친  구2  (소리) 야, 추월이가 널 먹었지. 니가 추월이를 먹은 것도 아니잖아.
유  봉   그만 두자니까!
친  구1  (소리) 니 재주가 아까와서 그러는 거야. 소리공부 한창 할 때
         다 배우지도 못하고 이렇게 떠도는 게 딱해서.
유  봉   야 선생 없어도 내 공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주둥아리 닥쳐.
친  구1  야! 너, 팩하는 성질은 여전하구나. 다 너 위해서 하는 소리인데
         뭘 그리 화를 내?
유  봉   누가 언제 너더러 나 위해 달랬어? 너나 잘해.
         그것도 소리라고 무대위에서 팔아 먹고 다니냐? 자식아.
친  구1  야 너 말이면 다하는 줄 알아?
         (멱살을 잡는 친구1)
유  봉   자식이 무대에 좀 섰다고 뵈는 게 없어?
         (유봉, 뺨을 때린다)
친  구1  (벌렁 넘어졌다가 일어서서) 이 자식이!
작  부1  아유, 이 아저씨들 왜 이래?
도  상   이봐, 너희들이 참어. 유봉이 취했잖아.
친  구1  취해도 개같이 취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이게 무슨 행패야!
유  봉   친구? 흥, 친구 좋아하시네. 나 위해주는 척하면서 놀려먹는 니놈들 속을
         내가 모를 줄 알아? 개같이 취했다구? 그래 너 이자식아 말 잘했다. 내가
         이렇게 들개처럼 떠돌아다녀도 니까짓 놈들 겁 하나도 안다. 이자식들아.
         두고 보자구.
친  구2  두고 보자는 놈 하나도 겁 안나더라.
유  봉   (멱살 잡으며) 뭐야? 이 자식이.
         (송도상이 친구를 말린다)
도  상   자자, 그만들 하구 늦었으니까 먼저 들어가. 나는 유봉이하고 한잔 더
         마시고 갈테니까.
친  구1  에이, 좋은 술 먹고 이게 무슨 꼴이야.
친  구2  가자구.
         (두사람, 나간다)
작  부2  (유봉에게) 앉으세요.
         (유봉, 앉는다)
도  상   너는 그 놈의 자존심이 너무 세서 탈이야.
유  봉   그것 없었으면 벌써 미쳐서 죽었다.
도  상   자, 같이 한잔 하자구.
         (두사람, 술을 마신다)
작  부1  저 아젔는 그만 마셔야겠어요.
유  봉   너도 나 위해서 그런 소리 하냐? 내 술 내가 알아서 마실테니 주둥아리
         닥쳐!
작부2    아유, 이 아저씨 말문 터지니까 아주 화끈하셔.
유  봉   잔소리 말고 술이나 따라!
작  부2  예.
         (작부2, 술을 따른다)
도  상   야, 유봉아, 너 웬만하면 서울로 알라가자.
유  봉   흥, 내가 올라가면 니들 다 죽어.
도  상   흥흥, 한번 와서 죽여 줘 봐라.
유  봉   건방진 놈, 자신만만 하구나.
도  상   너 옛날 생각만 하고 말 함부로 하면 안돼. 그땐 니가 수제자였지만
         지금은 나야.
유  봉   (절을 하며) 아이구, 그렇습니까? 이거 정말 몰라 뵈서 죄송하게 됐습니
         다. (작부2에게) 야아. 이 대명창 선생님한테 술 한잔 따라 올려라.
작  부2  받으세요.
작  부1  받으세요.
유  봉   야, 거드름 떨지 말고 소리나 잘해, 이 자식아.
도  상   뭐? 이 자식이 정말.
         (도상, 일어나 팁을 준다)
유  봉   갈래? 갈래면 가라. 야, 도상아, 나 묵는 여관에 가서 술한잔 더하자.

씬 28 밤길
         (쓸쓸히 여관으로 돌아가는 유봉의 모습)
         (눈물을 흘리며 걷는 유봉의 얼굴)

씬 29 단풍든 숲길
         (낙엽을 밟고 지나는 발)
         (동화와 송화)
         (유랑하는 세 사람의 뒷모습)
         (동호의 얼굴) (O.L)

씬 30 단풍든 산길
         (성인이 된 동호의 얼굴)
         (송화의 얼굴)
         (유봉의 모습)
         (걷는 세사람)

씬 31 산속
         (동호가 북을 치고 송화가 사랑가를 부른다)
송  화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동호 북이 틀리자) 한 박자 삐었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사앙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 이-이-이
         (동호 북이 또 틀리자) 다시. 추임새도 좀 넣고 해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 아매도 내 사랑아
         (북치는 동호의 모습)
송  화   (소리)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 시금털털 개살구 /
         작은 이도령 서는디 먹으랴느냐...
동  호   누나
동  호   작은 이도령이 뭐야?
송  화   도려님 애기를 갖는다는 거야, 애 배는거...

씬 32 한량 술자리
         (술자리에서 동호 북치고 송화 소리 한다)
송  화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 시금털털 개살구 /
         작은 이도령 서는디 먹으랴느냐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 딩동 지지루지허니 /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느냐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
         아매도 내 사랑아 / 포도를 주랴 앵두를 주랴 /
         귤병사탕에 외화당을 주랴 / 아매도 내 사랑 /
         저리 가거라 뒷 태를 보자 / 이리 오너라 앞 태를 보자 /
         아장 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한량2, 계속 춤을 추고 동호는 불만에 찬 얼굴로 유봉과 송화를 보며
         북을 친다)
송  화   방긋 웃어라 입속을 보자 / 아매도 내 사랑아
한  량1  햐 고거 참 감칠맛 나게 소리 잘한다.
한  량2  (송화 옆에 앉으며) 목청도 좋고 얼굴도 반반한게 아주 제법이며.
한  량3  (송화 가슴에 돈을 넣으며) 너 내가 머리 얹어주랴?
         (당황하는 송화)
한  량3  (소리) 화전뜰의 전답을 팔꺼나
         (불쾌해하는 유봉, 외면한다)
한  량4  (소리) 매봉산의 산판을 깎을 거나...
         (경멸의 눈으로 송화와 한량을 보는 동호)
한  량1  (웃다가) 얘, 내 잔에 술 한잔 따라라.
한  량3  (송화를 끌어 앉히며) 자자, 너 이 어른한테 술 한잔 따라라.
유  봉   (소리) 아직 어려서 술 따를 줄 모릅니다.
한  량3  씨끄러워, 따르라면 따르는 거지.
한  량2  아가, 어서 따라봐.
기  생2  어른이 청하시는데 얼른 따라올려.
         (송화, 술 따르다가 넘친다)
한  량2  이런 방정맞은 것!
한  량1  됐어. 됐어. 그러며는 술 엎지른 벌로 내 술 한잔 받아라.
         (한량1, 술 마시고 송화에게 따라준다)
송  화   못마셔요.
한  량1  이거 안마시면 오늘 집에 못 갈줄 알아.
기  생1  얘, 어르신이 주시는 것이니 어서 잔이라도 받아.
기  생2  얘, 마시는 시늉이라도 해라.
한  량3  어서.
         (송화, 술을 마신다)
한  량1  옳지, 옳지!
유  봉   (소리) 이보시오들. 어린애한테 너무 짖궂으십니다.
한  량3  뭐야, 이놈아?
         (유봉의 얼굴)
한  량3  (소리) 니가 예의범절을 잘 가르쳤으며는 이런 일이 없을 것 아니야?
유  봉   나는 소리나 가르치지 술 따르는 예의범절은 안 가르치오.
한  량2  (소리) 뭐야? 천한 재인놈이 어디서 말대꾸야?
유  봉   지금이 어느 시댄데 양반놈 재인놈 찾는거요?
한  량2  (소리) 아니 이놈이 어디서 눈깔 꼿꼿이 세우고 대들어?
         (주인, 들어온다)
주  인   (유봉에게) 이보게 유봉이, 어서 잘못했다고 빌게.
유  봉   잘못한 거 없소.
한  량1  너 이놈, 보자보자 하니깐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지만 상놈은 어디까지나
         상놈이지 어딧서 감히!
         (주인, 유봉을 끌고 간다)
한  량1  너 이놈 다시는 이런 판에서 벌어먹고 살 생각마라.
         이 주리를 틀 놈 같으니라고.
한  량3  여봐, 주인, 어디 소리꾼이 없어서 저런 놈을 불렀어?
         상놈의 자식 같으니라고.

씬 33 길
         (유봉 화나서 앞장서 걷고, 송화와 동호가 허겁지겁 뒤를 쫒는다)

씬 34 유봉의 집
         (집에 도착한 송화, 동호, 유봉 마루에 앉아 냉수를 마시고 있다. 동호
         방문 열려는데)
유  봉   (송화의 뺨을 치며) 빌어먹을 년, 술 따르란다고 따러?
동  호   한량들이 시키는데 안 따르고 배겨요?
유  봉   (동호의 뺨을 치며) 이놈의 자식이 어디서 말대꾸야?
         (나가면서 송화에게) 철딱서니 없는 년 같으니.
동  호   저런 것이 아버지여?
송  화   뭔 소리여?
동  호   아버지면 누님을 그렇게 때리나?
송  화   내가 잘못 했으니까 그렇제. (앉으며) 얼마나 화가 나셨것어.
동  호   누님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여... 누님은 언제까지 이러고 살거여. 그까짓
         천대 받는 소리 해봤자 앞날이 뻔한디 언제까지 저 사람 따라 댕길거여.
송  화   그래도 나는 소리가 좋아. 소리를 하면 만사를 다 잊고 행복해지거든.
동  호   그래서 번 돈 저 사람이 술 먹고 다 없애는디도?
송  화   얼마나 괴로우시면 그러시겄냐 아버지도 불쌍하신 분이여
동  호   (송화를 보며) 아버지는 뭐가 아버지여? 암것도 아니제.
송  화   (동호 보며) 동호야 그러면 못써.
         오갈데 없는 우리를 길러주시느라고 얼마나 고생하셨어.
동  호   흥! (먼 곳을 본다)

씬 35 길
         (풀숲 길을 걸어가는 세 사람)

씬 36 장터 약장수판
         (북치는 동호의 모습)
송  화   (소리) 아이고 여보 도련님 / 참으로 가실랴오
         (송화의 모습)
송  화   나를 어쩌고 가실랴오
         (북치는 동호의 모습)
         인제 가면 언제 와요 / 올 날이나 일러주오
         (약장수판 뒷모습)
송  화   높드라는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실랴오
약장수   (행인들에게) 아주머니 이쪽으로 앉으세요. 어서 오세요. 이리 들으세요.
송  화   꽃피는 춘삼월에 / 꽃피거든 오실랴오 / 조그마난 조약돌이

씬 37 장터 주막 안
         (술 마시고 있는 유봉)
송  화   (소리) 크드라는 광석이 되어 / 정이 맞거든
유  봉   저놈의 새끼, 저걸 장단이라고 치고 있는 거여 뭐여

씬 38 장터 약장수판
         (북치는 동호)
송  화   (소리) 오실랴오.
         (모여드는 사람들)
송  화   (소리) 운종룡 풍종호라
         (관객들)
송  화   (소리) 용 가는 데는 구름이 가고
         (송화 M.B.S)
송  화   범이 가는 데는 바람이 가니
         (북치는 동호)
송  화   (소리) 도려님 떠나신 곳에
         (약장수판 F.S)
송  화   이 내몸도 따라가지 / 도련님도 기가막혀
         (유봉, 사람을 헤치고 들어간다)
유  봉   비켜, 비켜
송  화   (소리) 오냐, 춘향아.
         (유봉, 동호를 밀치고 송화 소리를 중단한다)
송  화   우지마라...
유  봉   이놈의 자식, 이게 북이여?

씬 39 장터 약장수판
         (약을 건네주는 약장수 부인의 손)
         (송화, 약을 구경꾼들에게 구경시킨다)
약장수   (소리) 제가 이렇게 말씀 드리니까 이 약 한 알만 먹으면 모든 병이 다
         나아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텐데 천만에
         만만에 말씀입니다.
         (약장수의 모습)
약장수   이 약은 딱 한가지 병에 잘 듣는 약이다 그런 말씀입니다.
         그럼 그 한가지 병은 어떤 병이냐...

씬 40 장터 여인숙 방
         (동호, 마룽 앉아있다. 유봉 들어오며)
유  봉   들어와 이놈아.
         (동호, 따라 들어간다. 유봉 감봉지 내려 놓으며)
유  봉   이것들 묵어라.
유  봉   (송화, 문을 닫는다)
유  봉   (소리) 야, 이놈아!
         (유봉과 송화의 얼굴)
유  봉   이 북이라는 것이 소리하고 음양이 맞아서 어우러져야지 그렇게 시도 때
         도 없이 뚜드락거리면 그것이 북치는 것이냐? 쇠가죽 두드리는 것이지.
         (유봉의 앞 모습)
유  봉   자동차가 길을 달릴라면 말이여, 길이 잘 닦여 있을 것 아니여. 그것처럼
         북이 장단하고 추임새로 소리 길을 닦어줘야 한단 말이여. 일년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북도 밀고 달고 맺고 푸는 그런 길이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이놈아 중몰이를 친다면 말이여... 밀고... 달고 맺고...
         풀고, 알겄냐?
약장수   (소리) 잠 좀 자게 조용히 혀.
유  봉   (무시하고) 그리고 추임새를 할 적에도 말이여 소리가 나가다가 숨이 딸
         려가지고 소리가 처진다 싶으면 얼씨구 하고 이렇게 추어서 부추켜 줘야
         할거 아니야. 그리고 소리가 슬프게 나갈때는 북가락도 줄이고 추임새도
         이렇게 슬프게 해주고 소리가 씩씩할 때는 북소리도 크게, 추임새도 씩씩
         하게, 아 이렇게 해야 될 것 아니여, 이놈아
약장수부부 (소리) 조용히 못 혀. 잠좀 자자구. 보자보자 하니까 갈수록 태산이여.
유  봉   춘향가에 장단이 천개가 있다면 이 천개를 수천번 수만번 쳐가지고 이 장
         판지에 들기름이 쩔 듯이 그냥 네 몸뚱이 속에 북가락이 꽉 쩔어있어야
         된단 말이여. 이놈아! 알겠어?
         (방문이 열리고 놀란 송화, 동호, 방문 쪽을 쳐다본다)
약장수   잠 좀 자자구, 그놈의 술주정도 하루 이틀 해야지. 지겹다 지겨워.
유  봉   흥, 나도 너희들 따라 다니면서 소리 팔아 먹고 사는 것 지겹다 지겨워.
         (약장수 부인 들어온다)
약장수부인 아이고 그놈의 알량한 소리갖고 되게 유세하고 자빠졌네.
유  봉   뭐야?
약장수부인 지겨우면 그만두면 될 것 아니야?
유  봉   그래 그만 둘란다. 그 더러운 놈의 밥 안먹으면 그만 아니여!
약장수   그래 생각 잘했다. 안 그래도 빠요린쟁이하고 바꿔칠라고 하던 참인디.
약장수부인 당장 집들 싸.
           (약장수 부부, 나간다)
약장수부인 (소리) 땡겨 쓴 돈이나 빨리 갚어.
           (거정스러운 송화와 동호)

씬 41 길
         (멀리서 진도 아리랑을 주고 받으며 송화와 유봉이 걸어온다. 동호도 흥
         이 나서 매고 있던 북을 친다.)
유  봉   사람이 살며는 몇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송  화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유  봉   소리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이 쌓인 한을 풀어나 보세
송  화   청천 하늘에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
         (후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유  봉   가버렸네 정들었던 내 사랑 기러기떼 따라서 아주 가버렸네
송  화   저기 가는 저 기럭아 말 물어보자 우리네 갈 길이 어드메뇨
         (후렴)금
유  봉   금자동이냐 옥자동이냐 둥둥둥 내 딸 부지런히 소리 배워 명창이 되거라
송  화   아우님 북가락에 흥을 실어 멀고 먼 소리길을 따라갈라요
         (후렴)
유  봉   노다가세 노다나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후렴)
송  화   춥냐 덥냐 내품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낮거든 내 팔을 베어라
         (후렴)
유  봉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날 두고 가는 님은 가소 싶어서 가느냐
         (후렴)
(합 창)  만경창파에 둥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 디어라 노를 저어라
         (후렴)

씬 42 길

씬 43 어느 장터
         (거리에서 송화와 유봉의 소리가 들려온다)
송  화   아이고 여보 영감 /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
         내 잘못 되았소, 이리 오시요 / 이리 오라면 이리 와요
유  봉   여보소 마누라 이 돈 근본을 자네 아나 / 돈의 근본을 자네 알어
         (약을 진열하는 약장수)
유  봉   (소리) 생사지권을 가진 돈 / 부귀공명이 붙은 돈
         (북치는 동호)
유  봉   (소리)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 둥글둥글이 생긴 돈
         (엿장수)
유  봉   (소리) 가다오다가 생긴 돈
         (호떡 장수)
유  봉   (소리) 이리저리 생긴 돈
         (소리하는 유봉, 송화)
유  봉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 얼씨구나 돈 봐라
송  화   어디 돈 어디 돈 / 돈 봅시다 돈 보아 / 돈이라니 웬 돈이요 /
         일수돈을 얻어왔소 / 월수 체계 파수돈을 얻어왔소
         (악극단 가두 선전대 소리에 아이들이 흩어진다)
         (악극단 가두 선전대 행렬)
유  봉   소리꾼 목구녁이 갈보년 밑구녁만도 못한 세상이라더니 정말이로구나.
         (돌아보며) 치워라.
구관조   동호야, 북잡아라. 동호야, 북잡아라, 얼씨구 좋다.
         (구관조가 웃는다)
약장수   시끄러워!

씬 44 마을 골목
         (유봉의 앞 모습. 송도상의 집인 듯한 쪽으로 들어간다)
         (송도상을 찿아가는 유봉의 뒷모습)

씬 45 송도상 방안
         (담배를 마는 송도상의 손)
         (유봉, 송도상의 손을 보고 있다)
도  상   이거하면 삼십년 살고, 이거 안하면 백년 산다해도 내 이거하고 삼십년
         살아버리고 말지 어떤 시러배 아들놈이 아 이 좋은걸 안할 것인가!
         (담배를 빨며 비스듭히 눕는다. 송도상의 부인이 들어와 유봉에게 차를
         준다)
부  인   따님이 소리를 잘 한다면서요?
유  봉   예, 소질이 좀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놈 가르칠 밑천이 딸려서 저사람
         소리좀 도둑질 할라고 왔습니다.
부  인   차 식기전에 드세요.
         (부인, 일어나 나간다)
         (유봉, 차를 마신다)
         (담배를 피는 도상의 취한 얼굴)
유  봉   (소리) 낙향했다는 소문은 진작에 들었는디 인제사 찾아와서 미안하네
         (돈봉투를 내놓는 유봉의 손)
유  봉   (소리) 저... 이거...
도  상   친구지간에 뭘 이런걸 가지고 왔어?
유  봉   몇 푼 안되지만 약값에다 보태게.
도  상   고맙네. 이놈의 것이 워낙 비싸놔서. (돈을 집어 넣으며) 이런 니미럴,
         작부생활 삼십년에 남은 건 빤스 몇장 뿐이라더니 소리광대 삼십년에 남
         은 것이라곤 이것 뿐이라네.
유  봉   비슷한 처질세.
도  상   그래, 무슨 대목을 할려나?
유  봉   내가 옥중가를 못 배웠어.
도  상   이런 나도 그거 잘 못하는데.
유  봉   선생님한테 배운대로만 해주게.
도  상   우리 선생님 옥중가야 들으면 오싹 오싹 소름이 끼치지만 난 그렇게 못하
         네. (기침을 하고) 아-
         춘향이 비몽사몽간에
유  봉   춘향이 비몽사몽간에
도  상   사방에서 귀신 소리가 들리난디
유  봉   사방에서 귀신 소리가 들리난디
도  상   사방에서를 꽉 잡아 졸라채줘야 그 다음 귀신 소리의 성음이 산다고 하셨
         네. 응? (도상 O.S 유봉)
도  상   사방에서
유  봉   사방에서 귀신소리가 들리난디
도  상   밤새 소리는 부욱-부욱 / 도깨비는 휘이 - 휘이
유  봉   밤새 소리는 부욱-부욱 / 도깨비는 휘이 - 휘이

씬 46 폐가 움막
         (어둠속의 대나무 숲과 폐가)
송  화   (소리) 아이 죽어 동자 귀신 / 총각 죽어 몽다리 귀신 /
         여자 죽어 사귀 귀신 /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윗 방의 동호가 일어나 송화와 유봉 쪽을 바라본다)
송  화   으흐-으히-으흐...
유  봉   (북을 두드리며) 이 대목은 통성을 쓰지 말고 머리하고 코를 울려서 가성
         을 쓰라고 했지.
         으흐-
         자, 다시 한번 해봐. 턱을 좀 당기고
송  화   흐흐-으흐-으흐-아이고 아이고
유  봉   옳지, 잘했어. 옛날에 송흥록이란 명창은...
         (유봉, 송화에게 설명한다)
유  봉   이 귀곡성을 어떻게 잘 했던지 밤중에 이 소리를 내며는 갑자기 바람이
         불고 촛불이 꺼졌다는 거여.

씬 47 폐가 움막
         (움막 밖의 불만스런 동호와 안에서 소리하는 송화의 모습이 보인다)
송  화   또 한 귀신이 울고난다 / 머리 풀어 산발 하고 /
         온 몸에다가 피칠을 하고 / 한 손에다가는 장검을 들고서
         (불만스러운 동호의 얼굴)
송  화   (소리) 춘향 앞으로 나오면서
         (소리하며 몸을 비트는 송화)
송  화   춘향 아씨 놀라지 마시오 /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 /
         남원읍 사는 청도라는 귀신이오
유  봉   (북을 두드리며) 상청을 올릴 적에는
         (유봉의 모습)
유  봉   창이라도 찌를 듯이 무섭에 내질러야지. 그렇게 힘없이 하면 그게 소리냐
         넋두리 흥타령이제. 거기다가 몸은 또 왜그렇게 비틀어?
동  호   (소리) 흥, 기운이 없으니 비틀기라도 해서 쥐어 짜야지.
유  봉   뭐여?
동  호   (소리)허구 헌날 죽으로 때우고 사는디 뭔 힘이 있다고 소리가 나오겄소?
유  봉   니놈이 뭘 안다고 떠들어? 주둥아리 닥쳐 이놈아.
         (송화 보며)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부터 다시!
         (송화의 모습)
송  화   나는 다른 귀신이
유  봉   (소리) 질러!
송  화   아니라
송  화   남원읍 사는 청도라는 귀신이오.
동  호   (소리) 누님, 이젠 소리로는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여. 괜히 쓸데 없는
         짓하다가 골병들지 말고 관두란 말이여.
         (동호의 불만스런 모습)
동  호   그 까짓 소리 하면 쌀이 나와 밥이 나와.
유  봉   (밖으로 뛰어 나오며) 뭐여 야 이놈아! 쌀 나오고 밥 나오야 소리 하냐?
         이놈아, 지소리에 지가 미쳐가지고 득음을 하면 부귀공명 보다도 좋고 황
         금보다도 좋은 것이 이 소리속판이여, 이놈아. 이놈의 자식이 대가리가
         컸다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나불대.
         (유봉, 북채로 동호를 친다)
동  호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유  봉   아니 이 자식이. 어디서 애비한테 대들어!
         (유봉, 또 때린다)
동  호   이런 니미럴, 왜 때려?
유  봉   뭐야? 이 천하의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이놈의 자식. 이놈의 새끼.
         (유봉, 마구 팬다)
동  호   (유봉을 밀치며) 이따위 광대노릇 안하면 그만 아니여, 니미럴.
         (동호, 가방 들고 뛰어 나간다)

씬 48 고목 아래
         (동호, ㄸ어오고 송화가 동호를 잡는다)
송  화   (소리) 동호야! 동호야
송  화   동호야, 너 왜 이러냐?
동  호   누님도 이 집구석 떠. 그게 사는 길이여. 모질게 맘먹고 뜨란 말이여.
         (뛰어 언덕을 내려가는 동호)
송  화   동호야!
         (뛰어가던 동호, 언덕 위에서 송화 쪽을 바라본다)
송  화   (소리) 동호야!
         (송화, 동호가 간 길을 본다)

씬 49 건재상 안
         (읍내 길을 걸어오는 수심에 찬 동호의 얼굴)
주  인   (동호를 맞으며) 아이구 어서 오시오.
동  호   약재들은 다 걷어졌습니까?
주  인   주문량 만큼은 안되고요, 복령이 좀 모지래요.
동  호   전화 좀 씁시다.
주  인   예.
동  호   (전화기를 잡으며) 복령이 얼마나 모자라요?
주  인   한 열근 모지래요.
         (다이얼을 돌리는 동호의 손)
동  호   (전화기에다) 서울 22국에 0236번이요.
주  인   (동호 곁에 앉으며) 아 참, 소릿재 주막에 갔던 일은 잘 됐수?
동  호   예. 사장님이세요? 예, 접니다. 다른 것은 다 구해졌는데요,
         복령이 한 열근 모자라는데요. 예,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 동호)

씬 50 시골역
         (동호 기차역에 서 있다가 걸어와 행인에게 길을 묻는다)
동  호   아저씨, 오수로 가려는데 기차 말고 버스편은 없나요?

씬 51 거리
         (오수에 도착한 동호, 두리번거리며 길을 묻는다)

씬 52 술집
         (방안에 작부가 화투를 치고 있다)
동  호   (들어서며) 실례합니다. 이 집에 송화라는 장님 소릭꾼이 있었다던데.
작  부   있었지요. 한 3년 전까지는...
동  호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시오?
작  부   몰라요.
동  호   이 집에 누구 아는 사람 없을까요?
작  부   없어요. 내가 제일 고참인데 뭐.
         (동호, 돌아서 나가려 한다)
작  부   (소리) 여보세요. 그 여자와 어떻게 되는 사이예요? 남동생이 하나 있었
         다던데. 저 툇마루가에 앉아서 늘상 기다리곤 했었는데...
         (동호, 돌아보면 동굴같은 툇마루가 보인다)

씬 53 면소재지 부근
         (면소재지 쪽으로 들어가는 버스)

씬 54 장터 주막
         (중년의 주모가 방에서 나온다)
주  모   예, 우리 집에 몇 달 있었지요.
동  호   지금 어디 있을까요?
주  모   글쎄요. 정처없는 떠돌이라...
동  호   같이 사는 남자도 없었습니까?
주  모   아이고, 누가 장님을 데리고 살라고 했겠어요? 소리 잘하고 얼굴 반반하
         니께 노리개 삼아서 놀다가 떨어져 나가곤 했지요.

씬 55 장터 거리
         (동호, 주막에서 나와 막막한 심정으로 눈을 바라본다)

씬 56 강변 터미널
         (버스가 다리를 건너와 지나간다)
         (동호,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보다가 지나가는 여인에게 길을 묻는다)
동  호   아주머니, 말 좀 물읍시다. 천일옥이란 술집이 어디요?
         10년 전부터 있었다던데...
여  인   저근디요. 저집 장사 걷어치운지 오래됐어요.
         (인서트 - 건물)

씬 57 한약방
         (동호가 한약방 안에서 전화를 걸고 있다)
동  호   접니다 사장님.
사  장   (소리) 이 사람아, 애가 폐렴에 걸렸다고 자네 처가 난리야. 대학병원에
         입원한 모양인데 병원비가 모자란다고 해서 조금 가불해줬어.
동  호   고맙습니다. 약재가 모아지는대로 바로 올라가지요.
사  장   (소리) 하여튼 알았으니까 대충 마무리하고 어서 올라와. 그놈의 누인지
         뭔지 그만큼 찾아도 소식이 없으면 이제 그만 잊어버리지 그래.
동  호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끊겠습니다.
         (동호,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주인, 동호를 힐끗 쳐다본다)
         (동호, 한약방에서 나온다)

씬 58 선창 거리
         (낙산거사 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호, 무심코 지나치다가 다
         시 돌아와 낙산에게 간다)
동  호   아저씨!
낙  산   누구신고?
동  호   저 아버지 따라 북치고 다니던 동홉니다.
낙  산   아이구, 너 이놈. 유봉이 아들놈이로구나.

씬 59 선창 술집
         (동호와 낙산이 술을 마시고 있다)
동  호   그때는 그 가난이 너무도 지긋지긋했고 아버지도 죽이고 싶도록 미워서
         떠났지만 세월이 지나니까 보고싶고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낙  산   그렇겠지.
동  호   그래 몇 해를 찾아나섰지만 아버님 돌아가셨단 말만 듣고 누님은 도무지
         만날 길이 없었습니다.
낙  산   송화도 너 떠난 뒤에 식음을 전폐하고 소리까지 작파해서 니 애비 속을
         무던히 썩혔더니라.

씬 60 폐가 움막
         (물을 먹이는 유봉의 모습)
         (물을 받아먹는 송화의 얼굴)

씬 61 폐가 움막
         (송화의 약을 지어 돌아온 유봉이 송화가 없어진 것을 알고 두리번거린
         다)

씬 62 고목 아래
         (송화, 고목 아래 앉아 있다)
유  봉   (뒤에서 나타난다) 송화야, 돌아올 놈이 아니다. 어서 들어가자.

씬 63 계꾼 술자리
         (계꾼 술자리 외경 - 유봉의 소리 들린다)
유  봉   (소리) 이 박을 타거들랑은
         (유봉, 부인들 앞에서 소리하고 있다)
유  봉   (소리)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서 밥 한통만...
         (유봉의 소리가 갈라지자 부인들 쳐다본다)
유  봉   제가 갑자기 목이 잠겨서 딸년 소리를 대신 올려드리겄습니다. 송화야,
         이리 나오너라.
         (송화, 앞으로 나와 앉는다)
유  봉   옥중가 한 대목 들려드려라.
         (유봉, 재촉하듯 북을 친다)
송  화   ...
유  봉   뭐혀?
부  인1  아니 뭐하는 거야?
부  인2  벙어린라?
유  봉   (소리) (북 다시 치며) 송화야!
부  인3  누가 저런 소리꾼을 불렀어?
부  인2  (방문 열고) 이봐, 주인장.

씬 64 읍내 주막
         (수심에 차 길을 걷는 유봉을 술집의 낙산이 발견한다)
낙  산   야, 유봉이 이놈아.
         (유봉 돌아본다)
낙  산   너 회동 계꾼 모임에서 망신 당했다면서...
유  봉   (걸어오며) 말도 마라, 그런 개망신은 난생 처음이다.
낙  산   그러길래 이놈아,
         진작 나한테 보내가지고 그림이나 배우게 하라고 안했냐?
유  봉   (앉으며) 불난 집에 부채질 하지 말어 이놈아. 내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소리를 하게 만들고야 말테니까.
낙  산   요놈의 고집. 고집.
유  봉   나한테서 고집 빼면 남는게 있냐.
낙  산   잔좀 주쇼. 그나저나 네 놈도 참 많이 늙었다
유  봉   너는 어떻고? 영감 고린내가 풀풀난다 이놈아.
낙  산   이놈아 아직 정력은 창창허다.
유  봉   허허, 그놈의 허풍은 여전 하구만.
낙  산   허풍이 아니여, 내가 잘 알고 있는 돌팔이 한의사가 한 놈 있는디, 그놈
         이 한약에다 해구신을 집어 넣어줘서 그걸 먹었더니 밤이면 밤, 아침이면
         아침마다 미칠 지경이다. 어때 너도 한 재 구해주랴?
유  봉   허허, 써먹을 데가 있어야 그런 걸 먹지, 이놈아. 근데 한약쓰는디 부자
         를과하게 넣으면 눈이 먼다던데 정말 그런가 모르겄어.
낙  산   글쎄, 나도 그런 말을 듣기는 했는디, 왜그랴? 판수 되고 잡냐?

씬 65 폐가 움막
         (약탕기에 약과 부자를 넣는 유봉의 손. 약봉지로 약탕기를 싼다) (O.L)
         (끓고 있는 약탕기) (O.L)
         (유봉, 약탕기의 약을 그릇에 붓는다)
         (약짜는 유봉의 손)
         (해바라기 하고 있는 송화의 모습이 보이고 유봉이 약그릇을 들고 온다)
송  화   이젠 다 나았는데 먹어야 돼요?
유  봉   몸을 보하는 약이다, 먹어라.
         (송화, 약을 마신다)

씬 66 길
         (둑길 위를 걷는 유봉과 송화) (O.L)

씬 67 대숲길
         (길을 가는 송화, 눈을 부비고 유봉을 쫒아가다가 발을 헛딛는다)
유  봉   (돌아보며) 왜 그러냐?
송  화   눈이 침침해요.
유  봉   응? 눈이 침침혀?
송  화   요 며칠새 내내 그래요.
유  봉   몸이 허해서 그러는 모양이다. 내 팔을 잡고 가자.
         (송화, 유봉의 팔을 잡고 간다)

씬 68 고가방
         (대갓집 전경)
         (유봉이 계속 송화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 뒤모습)
송  화   절이 가까운 모양이지요!
유  봉   요너머에 백련사란 절이 있다.
송  화   해가 떴나요?
유  봉   아침 안개가 자욱하구나.

씬 69 고가 정자
         (거문고를 뜯는 노인의 모습)
         (정자에 노인과 유봉이 앉아있다. 노인은 거문고를 뜯고 있고 유봉은 듣
         고 있다)
         (이동으로 송화의 모습이 보여진다 - 구음 끝)

씬 70 고가 방
         (노을진 산)
         (송화 마루에 앉아 황혼을 맞고 있다)
송  화   해가 졌나요?
유  봉   아직 안졌다.
송  화   노을이 있나요?
유  봉   하늘이 붉게 물들었구나.
송  화   바람이 부는 것 같아요.
유  봉   그래 찬 바람이 분다.
송  화   조금 있으면 달이 뜨것네요.
유  봉   그러것지.
송  화   별도 뜨것네요. 전 이제 하늘도 달도 별도 영영 못 보게 되나요?
유  봉   ...
송  화   전... 전 인제 장님이 되었나요?
유  봉   ...
송  화   추어요.
유  봉   그래 이불을 깔아주마.
송  화   아버지! 저 소리 배우고 싶어요. 심청가 배우고 싶어요.

씬 71 낡은 초가
         (할머니 혼자 지키고 있는 초가에서 송화의 소리가 들려온다)
송  화   심청이 거동보아라 / 밥벌러 나갈적에 / 헌 베중의 대님메고 /
         청목휘양 둘러쓰고 / 말만 남은 헌 치마에 / 깃 없는 헌 저고리 /
         목만 남은 길버선에 / 바가지 옆에 끼고 / 바람 맞은 병신처럼 /
         옆 걸음쳐 건너간다
         (유봉이 북을 땅땅 친다)
유  봉   이 대목은 눈먼 애비 봉양 하겠다고 심청이가 밥 빌러 나가는 대목인디
         그렇게 밋밋하게 감정없이 소리허면 쓰겄냐. 니가 심청이가 된 기분으로
         애절하고 슬프게 해야지. 다시!
         (송화가 다시 소리 한다)

씬 72 길
         (유봉, 눈먼 송화를 인도하며 걷고 있다)
         (유봉과 송화의 걸어오는 앞 모습)
유  봉   이산저산 꽃이 피니 / 분명코 봄이로구나 / 봄은 찾아왔건마는 /
         세상사 쓸쓸하구나 /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 오늘 백발 한심허다 /
         내 청춘도 날 버리고 /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씬 73 가을 길
         (멀리서 걸어오는 송화와 유봉의 모습이 보인다)
         (유봉 소리를 한다)
유  봉   왔다갈 줄 아는 봄을 / 반겨한들 쓸데가 있나 /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
         녹음방초 승화시라 / 옛부터 일러 있고 /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된들 /
         또한 경개 없을소냐 / 한로상풍 요란해도 /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은 어떠허며 / 가을이 가고

씬 74 겨울 들판
         (유봉이 눈먼 송화를 이끌며 눈길을 헤쳐 나간다)
         (배음으로 이산저산이 들린다)
유  봉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 백설이 펄펄 휘날리어 /
         월백설백 천지백하니 /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
         봄은 갔다가 해마디 오건만 / 이내 청춘은 한번 가서 /
         다시 올 줄을 모르네 그려

씬 75 소릿재 폐가
         (폐가에 도착하는 유봉과 송화가 멀리 보인다)
유  봉   어화, 세상 벗님네야 / 인생이 비록 백년을 산데도 /
         잠든 날과 병든 날과 / 근심걱정 다 제하면 /
         단 사십도 못 살 우리 인생인줄 / 짐작하시는 이가 몇몇인고
유  봉   (짐을 내리고 방과 부엌을 기웃거리며) 주인이 전쟁통에 죽었다는디 이불
         하고 부엌 살림이 조금 남아 있구나. 소리 공부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
         이다.
송  화   뭘 먹고 살아요?
유  봉   (마당으로 나가며) 저 아래 한 스무 채 산다니께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
         야 치겄냐?

씬 76 소릿재 폐가 방안
         (방문이 열리고 밥상이 들어온다)
         (유봉이 밥상을 내려 놓는다)
유  봉   시래기 죽이다. 이 서편소리는 말이다. 사람의 가슴을 칼로 저미는 것처
         럼 한이 사무쳐야 되는디 니 소리는 이쁘기만 허지 한이 없어. 사람의 한
         이라는 것은 한평생 살아가면서 가슴 속에 첩첩이 쌓여서 응어리지는 것
         이다. 살아가는 일이 한을 쌓는 일이고 한을 쌓는 일이 살아가는 일이 된
         단 말이여. 너는 조실부모 한데다가 눈까지 멀었으니 한이 쌓이기로 말하
         자면 남보다 열배 스무배 더 헐텐데 어째 그런 소리가 안나오냐.

씬 77 폐가 근처
         (송화, 소리가 나오지 않아 주저앉아 운다)
송  화   몸으로 희생하여 상림뜰 벌었더니 / 대우방수 천리 풍년이 들었단다 /
         그런 일도 있었으니 내 몸으로 대신 감이 어떠하냐 /
         마른 땅의 새우... / 마른 땅이 새우...
유  봉   (소리) 운다고 목이 풀리냐.

씬 78 소릿재 폐가 방안
         (유봉, 양말을 꿰매고 있고 그 뒤로 송화 앉아있다)
유  봉   그렇게 잠겼다 풀렸다 하면서 목을 얻어가는 거다. 내일부터는 상성은 지
         르지 말고 중성하고 하성으로 목을 살살 달래도록 혀.

씬 79 폐가 앞
         (소리가 안나오자 우는 송화)
송  화   마른 땅의 새우 뛰듯 / 마른 땅의 새우 뛰듯 / 마른 땅의 새우 뛰듯 /
         마른땅의...

씬 80 소릿재 폐가 방안
         (유봉, 닭이 담긴 상을 들고 들어온다)
유  봉   아이고 그렇게 무작정 질러댄다고 소리가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몇 번이
         나 말해야 알아 듣겄냐? 몸뚱이에 기운도 없는디 무리허면 목청만 상혀.
         자, 닭이다. 소리품으로 얻어왔다. 이리와, 어서 먹고 기운내서 소리혀
         라.
         (유봉, 닭다리를 송화에게 내민다)

씬 81 폐가 앞
         (콩깍지를 들춰내고 닭털을 꺼내는 손)
닭주인   (소리) 이런 쌍놈의 새끼. 어디, 그러면 그렇지. 이것이...
         (유봉의 얼굴)
닭주인   (소리) 닭털이 아니고 오리털이냐.
         (닭주인, 유봉을 친다)
         (넘어진 유봉을 마구 패며 욕을 한다)
닭주인   이놈의 자식아 그 닭이 어떤 닭인디. 니가 씨암탉을 잡아 먹어?
         (유봉, 맞으며 마루쪽으로 기어간다)
송  화   (닭주인 잡으며) 아저씨, 아저씨. 그 닭 내가 먹었어요.
         (닭주인, 송화를 밀고 유봉을 팬다)
닭주인   이놈아, 마을에 얼씬만 했다하면 다리몽둥이를 작씬 부러뜨려버릴테니까.
         이 상녀러 새끼야.
송  화   (유봉에게 기어가며) 아버지, 아버지...

씬 82 소릿재 폐가 방안
         (송화, 유봉을 부축하여 들어온다)
         (송화, 유봉의 피를 닦아준다)
유  봉   (송화의 손을 뿌리치며) 아따, 그놈의 자식 목청 한번 좋다. 너 들었쨔.
         심봉사가 선인들한티 화를 내는 성음은 저렇게 나와야 되는 것이여, 잉?

씬 83 폐가 근처
         (소리 연습하는 송화)
송  화   몸으로 희생하여 상림뜰 빌었더니 / 대우방수천리 풍년이 들었단다 /
         그런 일도 있었으니 내 몸으로 대신 감이 어떠하냐 / 마른 땅의 새우뛰듯
        여산폭포 돌궁굴듯 치둥굴 내리둥글  / 가슴 쾅쾅 뚜다려 발동동 구른다

씬 84 소릿재 폐가 방안
         (송화, 문앞에 앉아있고, 유봉 그 앞에 앉아있다)
유  봉   이제 제법 니 한을 소리에 실을 수 있게 되었구나.
송  화   ...
유  봉   송화야.
송  화   예.
유  봉   내가 니 눈을 그렇게 만들었다.
송  화   ...
유  봉   알고 있었쟈?
         (송화, 끄덕인다)
유  봉   그럼 용서도 했냐?
송  화   ...
유  봉   니가 나를 원수로 알았다면 니 소리에 원한이 사무쳤을텐디 니 소리 어디
         에도 그런 흔적은 없더구나. 이제부터는 니 속에 응어리진 한에 파묻히지
         말고 그 한을 넘어서는 소리를 혀라.
         (송화의 얼굴)
유  봉   (소리) 동편제는 무겁고 맺음새가 분명하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정한이
         많다고들 하지. 하지만 한을 넘어서게 되면 동편제도 서편제도 없고 득음
         의 경지만 있을 뿐이다.

씬 85 선창가
낙  산   (멀거니 바다를 보다가) 어느 해든가, 한 오륙년 전이든가 유봉이 부녀가
         소릿재에 산다는 말을 듣고 찾아 가봤더니 세월네라는 여자만 주막을 지
         키고 있더구나. 유봉인 이미 죽고 송화는 이태전 거길 떠났다는 거여.
         (송화의 소리로 범피중류가 흐른다)
송  화   범피중류 둥덩실 / 떠나간다 / 망망헌 창해이며 / 탕탕헌 물결이로구나 /
         백반주 갈매기는 /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 삼강의 기러기는 /
         한수로만 돌아든다

낙  산   그 후 소식을 모르다가 몇 해 뒤든가, 보성읍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주막
         앞을 지나다가 아, 뜻밖에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

씬 86 어느 주막
         (낙산거사가 안으로 들어와 문간에 서서 안쪽을 들여다본다)
         (낙산거사, 자리에 앉으면 주모가 물을 놓고 간다)
낙  산   가만있자, 밥은 먹었고, 편육하고 쇠주를 좀 주쇼.
         아주머니, 저 소리하는 여자가 혹시 장님이 아니오?
         (범피중류 끝난다)

씬 87 주막 방안
         (절을 하는 송화)
송  화   송화라고 헙니다.
         (송화 O.S 낙산)
낙  산   아버지가 유자 봉자 아닌가?
송  화   ...어떻게 저희 아버님을? ...혹 혁필 그림을 그리시던 낙산 아저씨 아니
         신가요?
낙  산   알아보는구나. 한 10년 넘었쟈?
         (지긋이 송화를 보다가) 소리가 많이 익었구나.
송  화   (고개를 저으며) 아버님이 원하시던 소리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낙  산   무슨 소리를 원했는디?
송  화   한에 묻히지 말고 그것을 넘어서는 소리를 허라고 허셨지요.
         (키들키들 웃는 낙산의 클로즈 업)
낙  산   아, 그놈 유봉이 놈이... 너한테 너무 지나친 욕심을 부렸구나.
         아마 그놈 저승까지도 그 욕심 보따리는 싸가지고 갔을 게다.
송  화   여전허시네요.
낙  산   나도 이젠 늙었다.
송  화   그림은 잘 팔리나요?
낙  산   이젠 그린 사는 사람도 없어.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들다.
송  화   저 하나 그려주셔요.
낙  산   무엇이 보인다고... 그걸 가져 뭐하냐.
송  화   마음으로 보지요.
         ('화'자 마지막 글씨를 쓰는 낙산)
낙  산   (송화를 보며) 소나무 '송'자라. 소나무 위에 학을 두 마리 그렸으니
         (완성된 '송'자)
낙  산   (소리) 학은 천년을 사는 영물이라.
         (낙산의 해설을 들으며 미소짓는 송화)
낙  산   (소리) 학처럼 오래오래 살라는 뜻이다. 또 니 앞길이 해처럼 밝으라고
         해도 그려 넣었다.
         (송화 O.S 낙산)
낙  산   꽃 '화'자라.
         (완성된 '화'자)
낙  산   (소리) 꽃에는 나비가 따르는 법이라.
         (낙산의 해설을 듣는 송화)
낙  산   (소리) 이세상 모든 것은 서로 짝이 있어야되니 부디 좋은 사람 만나 자
         식 낳고 잘 살라고 나비를 그렸다.
         (낙산, 낙관을 찍어 송화에게 준다)
         (송화, 종이를 잡아 둘둘 만다)

씬 88 염전 길
         (버스가 서고 동호 내린다)
사  내   (소리) 돈 언제 갚을거여 그려. 열흘이 넘었잖아.
         (동호 시야에서 본 염전 주막)
사  내   나도 처가집에서 빌려온 돈인디 이러다 나까지 신용 잃겠어. 니미럴.

씬 89 염전 주막 안
         (동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천가는 술상을 치우고 있다)
사  내   (소리) 정 이러면 나 니 집에 들어눠번질껴.
동  호   목 좀 축일 수 있겠소?
천  가   막걸리는 갖다 놓은지가 며칠 돼서 좀 안 좋을 것인디, 소주가 어떻소?
동  호   소주도 괞찮아요. 저녁 요기도 같이 좀 부탁합시다.
천  가   이 골이 초행길이신게라우?
동  호   예, 그래서 하룻밤 묵어 가고 싶소만.
천  가   요샌 밤을 자고 가신 손님이 통 없어 놔서, 잠자리도 험할틴디.
         (내실쪽 문이 열리며 송화가 들어간다)
동  호   그런 걱정은 마시오. 참 이집에 소리 하는 아낙이 있다던데.
천  가   (소리) 예 있지요.
동  호   소리 좀 청할 수 있겠소?
천  가   소문 듣고 오셨소?
동  호   예
천  가   글쎄, 요세는 여간해서 소리를 안하는디. 내 잠깐 물어봐야겄소.
         (방문 열고) 어쩔란가, 소리 좀 듣고 싶다는디...

씬 90 인써트
         (어스름에 잠긴 염전 전경)

씬 91 염전 주막 방안
         (천가가 문을 열어주면 송화가 방으로 들어가 앉는다)
         (동호, 송화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천가, 문을 닫는다)
         (송화의 B.S)
동  호   소리를 쫓아 남도천지 안돌아본 데가 없는 위인이오. 소리만 있어주면 이
         대로 앉아 밤이라도 세우겠소.
송  화   들을만한 데도 없이 천하기만 한 소리요.
동  호   (소리) 소문을 듣고 찾아온 터이니 사양치 말고 좀 들려주시요.
         (송화, 자세를 고쳐 앉는다)
동  호   (북을 앞으로 잡아 끌며) 북을 잡아본 지 오래돼서... 장단이나 맞을런지
         모르겠소.
         (동호, 북을 둥둥 친다)
송  화   그때의 심청이는 부친 눈을 띄울랴고 /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석에 몸이 팔려 / 만경창파를 떠날 적에 /
         북을 두리둥두리둥 둥둥 두리둥 둥둥 둥둥 /
         여보시오 심낭자 물때 늦어가니 / 어서 급히 물에 들어라 /
         심청이 이 말을 듣더니 뱃전 안에 엎드러져 /
         아이고 아버지 심청은 죽사오나 / 아버지는 눈을 떠 천지만물을 보옵시고
        날같은 불효여식을 생각지 마옵소소 /
         나 죽기 섧찮으나 혈혈단신 이 내몸이 / 누게 의지 한단 말이냐
         (북치는 동호의 모습)
송  화   (소리) 물결을 바라보니 원해만리라.
동  호   그렇지.
송  화   (소리) 하늘이 닿았는디 / 태산같은 뒷덩이 뱃전은 움죽 풍랑은 우루루루
동  호   그렇지.
송  화   (소리) 물결은 워리렁워리렁 툭 쳐 뱃전을 탕탕 와르르르르
송  화   심청이 거동봐라 바람맞은 사람처럼 이리비틀 저리비틀 /
         뱃전으로 나가더니 다시 한번을 생각한다 /
         내가 이리 진퇴키는 부친효성 부족함이라 /
         치마폭 무릅쓰고 두 눈을 딱 감고 /
         뱃머리로 우르르르르 손 한번 헤치드니 / 기러기 낙수격르로 떴다 물에가
송  화   (소리) 풍
동  호   (북을 치며) 어이
         행화는 풍랑을 쫓고
         (동호임을 알아채고 동호쪽을 보는 송화)
         (두사람의 부감)
송  화   명월은 해문에 잠겼구나
         (시선을 거두는 송화)

씬  92 인서트
         (밤 깊은 염전전경)
송  화   (소리) 이때의 심황후는 눈먼 부친의 신세한탄을 듣더니 심황후 거동봐라

씬 93 염전 주막 방안
         (동호 O.S)
송  화   이 말이 지듯마듯 / 산호주렴을 걷쳐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 /
         아이고 아버지
         (송화 얼굴)
송  화   심봉사 이 발을 듣고 먼 눈을 희번덕거리며 /
         에이 이거 웬말이냐 누가 날더러 아버지라고 하여 /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 무남독녀 외딸하나 / 물에빠져 죽은지가 /
         무금삼년인디 / 아버지라니 누구여 / 아이고 아버지 /
         여태 눈을 못뜨셨소 / 아버지 눈을 떠서 / 어어서 나를 보옵소서
         (소리하는 송화)
         (북치는 동호)
         (송화)
         (동호)
         (소리하는 송화)
         (북치는 동호)
         (동호 O.S 송화)
         (송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호)

씬 94 염전 주막 안 (아침)
         (문이 열리고 천가가 밖을 내다본다)
         (송화는 뒤에 앉아있다)

씬 95 염전 길
         (동호,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다)
천  가   (소리) 저 사람이 자네가 늘 기다리던 동생인가?
송  화   (소리) 예. 제 소리가 저 사람의 북장단을 만났을 때 대번에 동생인지 알
         아챘지요. 옛날 제 아비 솜씨 그대로였어요.

씬 96 염전 주막 안
천  가   어쩐지 심상치 않더라니. 헌디 그렇게도 기다리던 사람끼리 왜 서로 모른
         척 하고 헤어졌단 말인가?
송  화   한을 다치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천  가   무슨 한이 그렇게도 깊게 맺혔간디 풀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헤어졌단 말
        이여?
송  화   우리는 간밤에 한을 풀어냈어요.
천  가   어떻게?
송  화   제 소리허고 동생의 북으로요.
천  가   어쩐지 임자 소리가 예전하고 썩 다르다 했더니만은...
         (버스 소리 들려온다)

씬 97 염전 길
         (동호, 버스가 서자 차에 올라탄다. 차 떠난다)
천  가   (소리) 나도 밤새워 들었는디 자네 소리하고 저 사람 북장단이 어우러졌
         을 때 서로 몸을 대지 않고도 상대편을 희롱하고 어쩔 때는 서로 몸을 보
         듬고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

씬 98 염전 주막 안
         (버스 떠나는 소리 들린다)
송  화   제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지요?
천  가   한 삼 년 되었제.
         (송화 B.S)
송  화   제 팔자를 생각해 보면 당치도 않게 편한 세월이 너무 길었나 봐요. 이제
         그만 몸을 옮겨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천  가   나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을 했네만... 다시 홀아비로 돌아가는구만. 정해
         진 곳은 있는가?
         (송화, 고개를 젓는다)
천  가   (소리) 정해지거든 알려주소. 내 짐을 부쳐줌세.

씬 99 갈대밭
         (여자 아이의 손에 이끌려 길을 가는 송화)
         (멀어져 가는 송화와 여자아이)
         (타이틀 오른다)

                            -  끝  -


좋은 일 하시네요^^

위에 대본 구했습니다!!

 


 

알아두세요!

위 답변은 답변작성자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포인트 선물할 때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