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아이템', '눈이 부시게'. 방송 3사가 11일 야심차게 첫 월화드라마를 동시에 출항시켰다. 우선 시청률만 놓고 봤을 때는 '해치'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SKY 캐슬'이 그랬듯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디로 옮겨갈지는 아직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첫 방송에서 뚜렷하게 장단점을 보여준만큼 2주 내에 시청률 판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SBS ‘해치’, 경쾌한 사극 vs 피로도 높은 연출

‘이산’, ‘동이’, ‘화정’ 등 폭넓은 시청자들을 사극의 세계로 안내한 김이영 작가의 신작 ‘해치’는 우선 첫 방송에서 화제성의 우위를 점했다. 젊은 연잉군(영조)과 박문수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가상의 사헌부의 인물들을 배치해 극적인 재미를 더했다. 이에 첫 방송 후 영조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뒤를 이었다.

‘해치’는 전통 사극의 묵직함에 젊은 배우들을 배치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또 검술이 난무하는 사극의 틀을 벗어난 경쾌하고 빠른 호흡의 액션도 특징이다. 여기에 연잉군(정일우)과 킹메이커 여지(고아라), 박문수(권율)의 강렬한 첫 만남이 그려지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해치’가 마냥 장점만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가장 크게 지적한 부분은 바로 어두운 화면. 영화같은 톤을 채택하다 보니 시청자가 느낄 피로감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몇몇 배우들의 발음이 몰입도를 떨어트린다는 문제도 있다. 어느 사극이든 지적이 일어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장르 특성상 고어를 많이 채택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문제다.

 

◆ MBC ‘아이템’, 주지훈 초능력 vs 난해한 소재

‘아이템’은 같은 날 일제히 닻을 올린 월화극 세 편 중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디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미드 ‘히어로’(HERO)와 비교하며 케이블 채널들의 퀄리티 높은 장르드라마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는 느낌이라고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모처럼 안방 나들이로 화제가 된 주지훈 역시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 중 하나. ‘주지훈 초능력’이라고 할 정도로 방송 전 화제성이 높았던 것과 달리 첫 방송 시청률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극중 강곤(주지훈)의 초능력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과 만나 앞으로 더욱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초능력이라는 소재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떡밥회수’가 필수처럼 여겨지는 추적물에 판타지까지 더해지며 난해한 전개가 될 수도 있다.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다고 해도, 친절하지 않은 전개가 이어진다면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JTBC ‘눈이 부시게’, 혜자스러운 비주얼 vs MSG 없는 스토리

출연자들의 면면을 두고 봤을 때 영화를 방불케하는 ‘눈이 부시게’. 지난해부터 열일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한지민, 국민엄마 김혜자, 영화까지 섭렵한 비주얼 남신 남주혁, 믿보배로 성장한 손호준이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혜자스러운 비주얼’ 드라마가 탄생한 셈.

‘해치’, ‘아이템’과도 그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앞선 두 작품이 시각적인 측면을 강조한 작품이라면 ‘눈이 부시게’는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만들어 내는 웃음 포인트, 현실에 기인한 뼈 때리는 대사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너무 착하기만 해서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0분 단위로 갈등이 옮겨가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눈이 부시게’ 시청자층에 확장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드라마 기획 의도와 방향성이 일관성 있게 흘러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드라마가 아쉽게 묻히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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