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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2월 월화드라마 신작 맞대결, 승자는?

[문화부 jebo@imaeil.com]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SBS와 MBC, 그리고 JTBC가 지난 11일 동시에 새 월화극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이미 10% 돌파를 앞두고 있는 tvN '왕이 된 남자', 그리고 주연배우 박신양의 허리부상으로 촬영이 중단됐다가 최근 방송 재개된 KBS 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2'와 맞붙는 상황이다. tvN과 JTBC가 9시 30분, 그리고 지상파 3사는 10시에 일제히 월화극이 방영돼 총 방영시간 중 30분 동안은 방송 5사의 드라마 시간대가 겹친다. 완벽한 동시간대 경쟁은 아니지만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SBS의 월화극 타이틀은 사극 '해치', MBC는 스케일 있는 판타지 소재 '아이템'이다. JTBC는 타임루프 설정을 활용한 '눈이 부시게'를 새 월화극으로 내놨다. 새 월화극 세 편 중 일단 먼저 승기를 잡은 건 '해치'다.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자층을 거느린 사극 장르답게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 '눈이 부시게'에 대한 평가가 좋아 향후 만만찮은 승부가 예상된다. '아이템'은 세 편의 신작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BS 드라마 '해치'

◆SBS '해치', 정통사극 표방하며 시청자 모아

'해치'는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 중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보는 정통사극이다. 최근에는 대개 젊은 배우들을 기용해 재기발랄한 스토리를 다루던 퓨전사극이 대세였지만, '해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이산'과 '마의' '동이' 등 특히 정통사극에서 남다른 필력을 보여줬던 김이영 작가가 '해치'의 각본을 집필한다.

내용도 매력적이다. 조선 임금 계보에서 가장 많은 스토리를 가진 인물 중 한 명인 영조를 중심에 내세운다. 물론 그동안 수많은 사극에서 영조를 보여주고 다각도의 해석을 내놨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영조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을 때 특별할 게 없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유달리 학문에 집착했던 인물, 탕평책을 실시하며 왕권강화를 도모했던 왕, 그리고 훗날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비정한 아버지 등 영조를 말할 때 흔히 떠오르는 내용들이 이미 드라마와 영화 및 각종 저서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해치'는 좀 다른 쪽에 시선을 둔다. 영조가 왕이 되기 전, 즉 연잉군으로 불리던 왕자 시절을 다루며 그가 난관을 뚫고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 집중한다. 애초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나 왕이 될 수 없는 신분을 가진 연잉군이 온갖 장애물을 넘어서며 왕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역경을 스펙타클하게 그려내고 있다.

KBS의 대하사극이 보여주던 정통적인 사극 톤이 아니라 젊은 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센스있는 연출을 가미했다. 젊은 연기자들로 주요 출연진을 구성한 것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주인공 캐릭터인 연잉군 이금 역에 정일우를, 조력자 박문수 역에 권율, 그리고 또 다른 조력자인 다모 여지 캐릭터에 고아라를 캐스팅했다. 사극 경험이 많거나 혹은 적당히 무게감 있는 배우를 중심에 세우던 기존의 사극 캐스팅 방식에서 벗어난 행보다. 종종 발성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정일우에게 메인 캐릭터를 주고 역시 정통사극이나 무술의 달인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고아라를 데려온 것 때문에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하는 상황이다. 초반부에 미스 캐스팅 논란이 불거지진 않았으니 안정적으로 극에 녹아들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다.

역사교육과 출신으로 조선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김이영 작가의 몰입도 높은 필력과 함께 '해치'는 1회 6%(닐슨코리아 전국), 2회 7.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극에 충성도 높은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면서 젊은 층까지 포용하는 데에 일단은 성공했다.

MBC 드라마 '아이템'

◆MBC '아이템',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젊은 층 공략

'아이템'은 '해치'에 비해 좀 더 젊은 시청자 층의 눈높이를 맞춘다. 동명웹툰을 드라마화했으며 첨단 무기와 초능력 등의 설정이 등장하는데다 전반적인 액션의 스케일도 큰 편이다. 촬영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꽤 많은 분량의 CG까지 포함해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신과 함께' 시리즈는 물론이고 '공작' 암수살인'에 '킹덤'까지 최근 출연작을 줄줄이 히트시키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주지훈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주목도를 높였다. 트렌디한 장르물을 만들어 어필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다만, 여러 설정과 물량에 비해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 은근히 발목을 잡는다. 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메인 줄거리는 나쁜 짓을 일삼는 소시오패스 기업인과 이에 맞서는 '꼴통검사', 그리고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프로파일러의 한판 승부다. 검사 역을 주지훈이 맡았고 프로파일러는 진세연이 연기한다. 김강우가 비뚤어진 인성을 가진 젊은 기업인을 연기하며 악역으로 나섰다. 흔히 그렇듯 권력을 가진 악에 맞서기 위해 반대 진영의 인물들이 서로 손을 잡고 팀워크를 과시하며 싸움을 하게 된다. 굉장히 흔한 내용에 흔한 캐릭터다.

메인 줄거리나 캐릭터 설정이 뻔해 보인다면 여기에 디테일을 추가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아이템'의 초반부에서는 그런 섬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개의 장르물이 극 초반부에 물량은 물론이고 몰입도 높은 에피소드로 시선을 잡아끄는 전략을 펼치는데, '아이템'은 전반적으로 전개가 느린데다 각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전형적인 방식으로 풀어내 '새로울 게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드라마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캐릭터 표현인데 이 드라마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요즘 잘 나가는 배우 주지훈이 투입됐는데도 기대에 부응하는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4%대, 화제성은 세 편의 신작 중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JTBC 드라마 '눈이부시게'

◆JTBC '눈이 부시게', 호평 일색

'눈이 부시게'는 세 편의 신작 드라마 중 호감도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확보하고 순조롭게 일단 이 드라마의 설정이 상당히 신선하다. 시간을 되돌려주는 시계를 손에 넣게 된 주인공 혜자(한지민과 김혜자의 2인 1역 설정)가 이 능력을 사용한 부작용으로 노인의 외모를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기본 설정은 이러한데 사실 이 특별한 능력은 유사소재의 타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굉장히 소소한 일상의 흐름에 잘 녹아들어 절대 튀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소시민인 혜자가 자신의 일상에 약간의 트릭을 가미하기 위해 타임루프 능력을 사용하고 나중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를 되살리기 위해 과도하게 시간을 되돌리다 자신이 써야할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판타지 설정은 딱 이 정도에 그친다. 그리고는 오히려 휴머니즘을 부각시킨다. 또 적절한 코미디와 로맨스로 몰입도를 높인다.

불과 이틀 치 방송 분량에서 이 설정들이 두루 쓰였는데,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 다양한 코드를 수시로 바꿔 꺼내드는데도 그 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칫하면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맛을 일종의 '만능간장'으로 버무려 하나의 맛으로 완성시키는 방식이며 이 '만능간장'의 역할은 결국 연출자인 김석윤 감독(현 JTBC 드라마 본부장)이 해내고 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는 '송곳'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비롯해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의 히트작을 내놨던 김석윤 감독의 연출 노하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석윤 감독은 예능 PD로 출발해 시트콤을 만들고, 정통 드라마와 영화까지 발을 넓히며 장르를 변주했던 인물이다. 특히 경쾌하고 간결한 연출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데 능하다. 캐릭터의 인간미를 강조하는 것도 김석윤 감독의 전매특허다. 눈물을 쏙 뽑아내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인데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해놓고 디테일을 가미하기 위한 기술적 요소로 쓰여 부담스럽지 않았다. 각본은 그동안 김석윤 감독과 예능, 드라마를 함께 작업했던 이남규 작가가 맡아 또 한번 팀워크를 과시하고 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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