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친절하고, 위생적이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네 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심하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독된 ‘단골 마니아’들을 줄줄이 확보하고 있는 집들이다. 오늘은 맛과, 조리법과, 세월의 최강자 세 곳을 소개한다.
평생 깔끔 예쁜 아줌마의 기막힌 손맛 충무로 생선회, 생태탕 ‘장가안가’
서소문에서 해영식당이라는 횟집을 할 때 피아노 치는 딸을 무조건 흠모했던(사실은 고등학생이었고 지금은 아이 엄마가 되었단다) 단골 기자들이 그렇게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그러다 순화동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해영식당도 사라졌는데, 만인의 장모님이 선택한 곳이 매일경제신문사 근처 충무로였다. 아주머니가 언론인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언론사 기자들이 알고보면 불쌍한 것들이라서 계속 챙겨주고 싶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들이 영화 미술가라서 그런가. 아무튼 해영식당은 충무로로 오면서 ‘장가안가(張家安家)’로 이름도 바꿨다. 회 맛, 탕 맛은 오히려 더 좋아졌고 그 깔끔함도 입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 확실하다.
젊은 사람들은 이 집은 생태탕, 서더리탕 맛집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 든 사람은 깔끔한 회 맛과 매운탕이 최고라며 칭찬한다.
장가안가는 외관과 분위기도 일반 동종식당과 다른 모습이다. 일단 찻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입구와 수많은 화분들,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재즈, 스윙의 선율을 듣노라면 마치 100년 쯤 된 카페에 앉아있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집에 들어간 손님들은 목소리도 차분해지고 술 취해 소리지르는 일도 거의 없다. 아, 꼭 한 분, 매일경제신문사 논설위원을 지내셨던 모모님이 오시면 예의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 때문에 집 전체가 움찔움찔거리기도 하지만…
info
주소 : 서울시 중구 필동1가 3-17
찾아가는 길 : 지하철3,4호선 충무로역 5번출구 130m, 극동빌딩 옆골목으로 우회전 50m 오른쪽
문의 : 02-2269-2432
메뉴 : 생태탕, 생대구탕, 오징어찌개, 회정식, 회무침 등
우렁된장찌개 식탁 축제 양평동 ‘너도나도식당’
‘아서라, 천천히 먹어야 한다’ 참았던 고등어조림과 콩나물, 시금치나물, 깍두기, 동치미, 무채 나물 등을 골고루 집어 먹어야 한층 격상된 너도나도식당의 우렁된장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이 집 단골 가운데 시골 출신 중장년들이 많은 것은, 제기랄, 된장찌개 하나가 무엇이라고, 이거 한 그릇 비벼먹고 세상 뜬 엄마 생각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나 그것이 이 집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살아 계시다면 당장 뫼시고 행차해볼 집이다. 가까운 곳에 선유도공원과 한강공원도 있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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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양평동5가57-1
찾아가는 길 : 지하철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로 나가 되돌아 20m 오른쪽
문의 : 02-2634-5469
메뉴 : 우렁된장,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고기 먹으러 갔다가 청국장에 환장하고 오는 집 일산 풍동 ‘양수면옥’
숯불에 구워먹는 꽃등심은 한 면을 굽고 뒤집어 뒷면을 굽다 종업원이 잘라주면 바로 먹어야 된다. 씹는 순간 물씬 올라오는 육즙이, 동시에 녹아버린 꽃등심의 흔적을 목구멍 안으로 흘려보내버린다. 두툼한 고기가 어떻게 입 안에서 녹아버릴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양수면옥의 육회를 절대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신선한 육사시미와 비밀의 양념, 그리고 배가 어우러져 먹고 또 먹게 되는 신비의 맛이다. 놀라고 또 놀라고 있는 손님을 완전히 쓰러트리는 최후의 일격은 청국장이 날린다. 깊은 청국장 향과 걸죽한 농도, 그리고 두툼한 두부에 향이 살아있는 고기가 제대로 조합된 명품 청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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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573-15
찾아가는 길 : 경의선 풍산역 2번 출구로 나가 오른쪽으로 500m, 좌회전 300m 오른쪽
문의 : 031-901-3377
메뉴 : 구이 - 꽃등심, 떡심살, 차돌박이, 생갈비, 안창살, 소금구이 / 생고기 - 휵회, 육사시미 / 양념갈비 등
[글과 사진 =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14호(10.0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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