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맛집] 한 번에 네가지 맛을 즐긴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맛있고, 친절하고, 위생적이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네 가지 조건에 부합되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심하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독된 ‘단골 마니아’들을 줄줄이 확보하고 있는 집들이다. 오늘은 맛과, 조리법과, 세월의 최강자 세 곳을 소개한다.

평생 깔끔 예쁜 아줌마의 기막힌 손맛

충무로 생선회, 생태탕 ‘장가안가’

한때 이 아주머니는 경향신문, 중앙일보 기자들의 ‘장모님’으로 불리셨던 분이다.

서소문에서 해영식당이라는 횟집을 할 때 피아노 치는 딸을 무조건 흠모했던(사실은 고등학생이었고 지금은 아이 엄마가 되었단다) 단골 기자들이 그렇게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그러다 순화동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해영식당도 사라졌는데, 만인의 장모님이 선택한 곳이 매일경제신문사 근처 충무로였다. 아주머니가 언론인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언론사 기자들이 알고보면 불쌍한 것들이라서 계속 챙겨주고 싶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들이 영화 미술가라서 그런가. 아무튼 해영식당은 충무로로 오면서 ‘장가안가(張家安家)’로 이름도 바꿨다. 회 맛, 탕 맛은 오히려 더 좋아졌고 그 깔끔함도 입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 확실하다.

젊은 사람들은 이 집은 생태탕, 서더리탕 맛집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 든 사람은 깔끔한 회 맛과 매운탕이 최고라며 칭찬한다.

장가안가는 외관과 분위기도 일반 동종식당과 다른 모습이다. 일단 찻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입구와 수많은 화분들,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재즈, 스윙의 선율을 듣노라면 마치 100년 쯤 된 카페에 앉아있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집에 들어간 손님들은 목소리도 차분해지고 술 취해 소리지르는 일도 거의 없다. 아, 꼭 한 분, 매일경제신문사 논설위원을 지내셨던 모모님이 오시면 예의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 때문에 집 전체가 움찔움찔거리기도 하지만…

info

주소 : 서울시 중구 필동1가 3-17

찾아가는 길 : 지하철3,4호선 충무로역 5번출구 130m, 극동빌딩 옆골목으로 우회전 50m 오른쪽

문의 : 02-2269-2432

메뉴 : 생태탕, 생대구탕, 오징어찌개, 회정식, 회무침 등

우렁된장찌개 식탁 축제

양평동 ‘너도나도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다. 비좁은 실내에 고개 숙인 사람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먹고 있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약간 거만한 표정으로 손님들의 식사 장면을 관찰한다. 테이블에 상이 차려진다. 커다란 양푼에 한 공기 분량의 밥이 딸랑 들어있다. 된장찌개가 올라오기 전에 반찬이 먼저 도착한다. 뜨거운 김이 살아있는 고등어조림을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반찬을 미리 먹는 것은 본게임의 식욕을 감퇴시킬 우려가 있다. 곧이어 우렁된장이 뚝배기 안에서 발버둥거리며 등장한다. 이건 냄새부터 완전 미치게 만든다. 볼 것도 없다. 뚝배기 안에 국자를 푹 담가 콩 알갱이, 두부, 애호박, 조갯살, 청양초 등 모든 재료들을 골고루 담아 양푼에 뿌린다. 젓가락으로 밥을 해체함과 동시에 된장찌개와 골고루 섞일 때까지 잘 저어준다. 미친듯이 침이 넘어가지만 제대로 섞이기도 전에 숟가락을 들이대는 만행을 저지르면 몸이 불쾌해 한다. 된장과 쌀이 하나가 된 '장미일체'의 기운이 감지되면 먹기 시작한다.

‘아서라, 천천히 먹어야 한다’ 참았던 고등어조림과 콩나물, 시금치나물, 깍두기, 동치미, 무채 나물 등을 골고루 집어 먹어야 한층 격상된 너도나도식당의 우렁된장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이 집 단골 가운데 시골 출신 중장년들이 많은 것은, 제기랄, 된장찌개 하나가 무엇이라고, 이거 한 그릇 비벼먹고 세상 뜬 엄마 생각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그러나 그것이 이 집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살아 계시다면 당장 뫼시고 행차해볼 집이다. 가까운 곳에 선유도공원과 한강공원도 있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info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양평동5가57-1

찾아가는 길 : 지하철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로 나가 되돌아 20m 오른쪽

문의 : 02-2634-5469

메뉴 : 우렁된장,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고기 먹으러 갔다가 청국장에 환장하고 오는 집

일산 풍동 ‘양수면옥’

마블링의 비밀은 무엇일까? 씹을 때마다 육즙이 뽁뽁하게 터져 나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조화일까? 고기만 좋으면 가능한 일일까? 그냥 고기나 먹으면 될 일인데, 양수면옥 테이블 앞에 앉으면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를 먹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양수면옥의 투톱 메뉴는 암소한우고기와 청국장이다. 구이로 꽃등심과 떡심살, 그리고 차돌박이 등이 있는데, 역시 꽃등심 맛이 환상이다. 아! 그놈의 마블링이 뭔지 물기 촉촉한 생고기를 그대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숯불에 구워먹는 꽃등심은 한 면을 굽고 뒤집어 뒷면을 굽다 종업원이 잘라주면 바로 먹어야 된다. 씹는 순간 물씬 올라오는 육즙이, 동시에 녹아버린 꽃등심의 흔적을 목구멍 안으로 흘려보내버린다. 두툼한 고기가 어떻게 입 안에서 녹아버릴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양수면옥의 육회를 절대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신선한 육사시미와 비밀의 양념, 그리고 배가 어우러져 먹고 또 먹게 되는 신비의 맛이다. 놀라고 또 놀라고 있는 손님을 완전히 쓰러트리는 최후의 일격은 청국장이 날린다. 깊은 청국장 향과 걸죽한 농도, 그리고 두툼한 두부에 향이 살아있는 고기가 제대로 조합된 명품 청국장이다.

info

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573-15

찾아가는 길 : 경의선 풍산역 2번 출구로 나가 오른쪽으로 500m, 좌회전 300m 오른쪽

문의 : 031-901-3377

메뉴 : 구이 - 꽃등심, 떡심살, 차돌박이, 생갈비, 안창살, 소금구이 / 생고기 - 휵회, 육사시미 / 양념갈비 등

[글과 사진 =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14호(10.02.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