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재명’

정제혁 기자

정치윤리 본질 직결된 사안

법정서 진실 가려지겠지만, 문 대통령 지지층과 깊은 골

여당 당혹, 야당 “사퇴” 공세

‘위기의 이재명’

이재명 경기지사(사진)가 부인 김혜경씨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비방 의혹으로 벼랑 끝에 섰다. 이 지사 측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만큼 검찰이 기소할 경우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밖에 없는데, 사법부가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면 이 지사 정치생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여권의 차기 대선구도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은 이 지사 사죄와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폈다.

이 지사는 최근 줄곧 크고 작은 도덕성 의혹에 휘말렸다.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것만 2건이다. 하나는 배우 김부선씨와의 과거 관계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다. 다른 하나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때 직권을 남용해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이다. 두 건 모두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가볍지 않고, 특히 친형 강제입원 건은 공직자 직무와도 관련된 의혹이다. 이 지사 개인 도덕성과 공직자 윤리의 문제인 셈이다.

그런데 ‘혜경궁 김씨’ 건은 이 지사 측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내부 총질’을 했다는 것이어서 성격이 또 다르다. 김혜경씨가 지난 대선 경선을 전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경쟁 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문어벙’ 등이라고 비방하고, 야당이 주장한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도 전파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김씨는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라는 글도 게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요컨대 ‘혜경궁 김씨’ 건은 ‘자연인 이재명’의 도덕성, ‘성남시장 이재명’의 공직자 윤리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 이재명’의 ‘정치 윤리’ 본질에 닿아 있는 셈이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비하는 여권 내 상처를 헤집는 금기어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도 지난 대선 정국의 가장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여권이 꼽는다.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이 지사는 여권 지지층과는 한배를 타기 힘들다.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여권 내부 입지를 상실하게 된다.

문 대통령 지지층과 이 지사 측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 경선, 6·13 경기지사 선거 경선을 거치며 쌓인 양측 감정의 골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권의 분화가 촉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혹해했다. 이해찬 대표는 18일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 후 ‘심경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길에서 이러지 말라”고 잘랐다.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씨라면 이재명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을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기소의견 송치할 만한 정황 증거들이 모아졌지만 이 지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 측 한 의원은 “유죄판결이 난다면 어떤 형태로든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