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사탕인가 초콜릿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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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밸런타인데이

밸런타인데이, 단맛 역사 살펴보니

우리 인기 단맛 사탕은 ‘옥춘’

입시와 얽힌 엿 얘기 흥미로워

약국은 특별한 초콜릿 탄생지



밸런타인데이엔 초콜릿 등을 주고받는 이들이 많다. 요즘은 초콜릿을 포함해 여러 가지 디저트의 색과 모양이 화려하다. 보기만 해도 달콤하다. 사진 케티이미지뱅크 제공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부터 3월14일 화이트데이까지. 일 년 중 가장 달콤한 시기다. 이맘때 파는 초콜릿과 사탕에는 선물의 의미가 크다 보니, 늘 먹던 초콜릿을 사려면 왠지 남들 따라 사는 것 같아 괜히 멋쩍기도 하다. 아무려면 어떤가. 나를 위한 초콜릿 한 조각을 똑 분질러 입안에서 슬슬 녹이며 단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보자.

한국의 ‘전통 사탕’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제사나 잔칫상에 올라가는 사탕. 퍼석하게 씹히는 엷은 박하 맛에 반만 분홍색인 사탕의 정식 이름은 ‘옥춘(옥춘당)’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옥춘은 설과 추석 명절 물가 변동을 가늠하는 제사용품 시세에 이름이 꼭 올라갔다. 모양은 익숙해도, 요즘 이 이름을 아는 이가 드물어서 개그맨 문세윤은 이를 “저승 캔디”라 부르기도 했다. 단번에 와 닿는 재미있는 작명이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옥춘과 저승캔디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엿은 들어가고 싶은 학교에 철썩 붙으라는 기원을 담아 교문에 붙이거나 선물로 건넸다. 입시와 엿에 얽힌 유명한 사건으로 ‘무즙 파동’이 있다. 1964년 중학교 입시 자연 문항 18번 문제는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에 무엇을 넣을 수 있는가’였다. 당시 정답은 ‘디아스타아제’였으나, 교과서에 무즙과 침에 디아스타아제가 있다고 했으니 무즙도 맞는다고 소동이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만든 엿 좀 먹어보라’며 솥에 엿을 담아 서울특별시교육위원회를 방문했다. 난감해진 시교위는 무즙 엿이 가능한지 국립과학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했고, 무즙 엿은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되기도 했다. 결국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되어 경기중학교 등 세칭 ‘일류 중학교’ 추가합격자가 생겼다. 사건은 여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이 틈을 타고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한 정치, 경제계 인사의 자녀들이 ‘일류 중학교’에 부정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관련된 공무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모들은 아이가 단 음식을 먹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물며, 부모가 치과의사라면?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초콜릿 공장 사장 윌리 웡카는 단것을 금지하는 치과의사 아버지 몰래 초콜릿을 먹고 단맛에 눈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의 드라마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도 비슷하다. 외근 중에 디저트 맛집을 찾아다니는 출판사 영업직 칸타로도 치과의사 어머니 몰래 단 음식을 탐한다. 치과의사와 설탕은 원수지간 같지만, 뜻밖에도 솜사탕 기계는 치과의사가 만들었다. 녹인 설탕을 원심력을 이용해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내는 전동기계는 치과의사이자 발명가 윌리엄 모리슨과 사탕 제조업자 존 워튼의 공동 발명품이다. 이들이 1904년 세인트루이스 국제박람회에 ‘요정의 실’(fairy floss)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솜사탕은 3개월간 6만8665개 박스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초콜릿의 발전에 공헌한 약사들도 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초콜릿을 약국에서 팔았다. 유명한 초콜릿 브랜드 ‘노이하우스’는 장 노이하우스가 감기약과 카카오를 취급하는 가게였다. 그의 손자는 가게를 물려받아 벨기에식 초콜릿 프랄린을 만들었다. 초콜릿 4대 발명 중 하나로, 이전까지 거칠었던 초콜릿의 식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콘칭(conching)기술을 개발한 루돌프 린트의 본가도 약국이었다. 그는 스위스 초콜릿 ‘린트’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스위스에 거주하던 독일인 약사 앙리 네슬레가 만든 ‘페린 락테’(Farine Lact?e·가루형 분유)는 모유를 먹지 못하는 신생아들을 살렸고, 밀크초콜릿의 재료가 되었다. 네슬레는 같은 마을에 살던 초콜릿 제조업자 다니엘 페터에게 분유 사용을 권했고, 1875년 최초의 밀크초콜릿이 만들어졌다.

디저트 숍마다 예쁘게 포장한 초콜릿과 사탕이 넘쳐난다. 심지어 편의점 초콜릿도 ‘1+1’이다. 서로 마주보는 연인들의 표정이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다. ESC도 달콤한 것들을 잔뜩 준비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참고서적 <초콜릿어 사전>·<다크초콜릿 스토리>·<초코 홀릭>





밸런타인데이 성 발렌티누스의 축일(祝日)인 2월14일을 이르는 말.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전후해 초콜릿 소비가 크게 늘지만, 서양에서는 부활절에 달걀이나 토끼 모양을 본뜬 초콜릿을, 만우절에 물고기 모양 초콜릿을 선물한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유럽의 밸런타인데이 풍습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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