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그대로를 지키는 것, 그것이 나의 고집"

입력
기사원문
이윤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스페인 돌며 곤드레비빔밥 등 해외홍보…유럽 현지서 `원더풀` 극찬
국내 1호 음식감독으로 왕의 남자·식객· 공작까지 50여편 영화 숨은 역할도


평창동계올림픽 앞두고 강원도의 맛 알리는 김수진 원장

"한식을 가장 한국스러운 방식으로 지키고 싶다. 이것은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자긍심이자 고집이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불고기, 잡채, 김치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파리 한국문화원과 함께 프랑스 등 유럽 현지에서 강원도 음식을 알리고 돌아온 김수진 한류한국음식문화연구원장(푸드앤컬쳐아카데미 대표)에겐 한식 전문가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퓨전 한식'이 넘쳐날 때 그는 30여 년간 오로지 '전통 한식'이라는 외길을 걸었다.

한식, 그것도 강원도 풍미를 담은 음식을 해외에 알리는 준비를 하면서 외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주변의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기우였다. 김 원장은 음식에 앞서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를 알릴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까지 직접 준비해 갔다. 김 원장은 "발표 이후 직접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원더풀'이라며 극찬을 쏟아냈다"고 말하며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도 찬사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이번에 강원도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정선에 특화된 곤드레 비빔밥, 곤드레 버섯 불고기, 더덕 보쌈, 옥수수 푸딩을 준비했다. 음식을 맛본 현지인들은 곤드레 구매 방법까지 문의해오기도 했다.

'강원도 음식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김 원장은 자신의 음식 토대를 친가에 두고 있다. 부친의 고향이 강원도인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집안의 어른들을 통해 만두, 순대, 빈대떡 등 지역 토속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서울 토박이 남자를 만나 결혼한 후에는 서울·경기 지역의 음식을 섭렵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맞게 된다. 경기도 부호의 딸로 평생 큰 살림을 이끌고 24절기마다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 온 그의 시어머니가 김 원장의 혹독한 스승 역할을 한 셈이다.

"사실 시어머니가 너무 엄격하셔서 음식을 배우면서도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시어머니의 음식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의 결심이 섰습니다. 이후 장류부터 김장까지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그에 맞는 음식 만들기를 10여 년간 반복했습니다."

김 원장은 이를 토대로 30대 중반엔 외식업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대학에서 식품조리학을 전공한 만큼 김 원장도 음식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침은 있었지만 음식 맛으로 소문이 나면서 사업도 날개를 달았다. 김 원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과 유럽을 다니면서 푸드 스타일링에 대한 공부도 이어갔다.

이러한 열정으로 김 원장은 한국영화에서 '음식 감독'이라는 새로운 전문 분야를 만든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05년에 개봉한 '왕의 남자'에서 조선시대 궁중 연회상을 차려내면서 영화에서 '푸드팀'이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이후 '식객'에서는 본격적으로 '음식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음식 감독이라는 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스러운 자리 뒤에는 시련도 뒤따랐다. 김 원장은 당시 과로로 인해 눈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이후 시력을 크게 잃기도 했다.

김 원장은 내년 개봉을 앞둔 남북한 첩보전을 다룬 영화인 '공작'에서도 음식 감독을 맡았다. 그는 단순히 음식만 차려 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음식과 관련된 장면을 찍을 땐 연기 지도에도 직접 나선다. 그는 "영화에 들어가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라면서도 "한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화를 통해 또 다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도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음식 자문회의 등으로 분주한 김 원장은 "이번 유럽 홍보를 통해 한식의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먹을거리가 별로 없어서 걱정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아나운서가 직접 읽어주는 오늘의 주요 뉴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