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바하>는 종교와 스릴러가 조합된 영화답게 영화 내내 긴장감이 흐른다.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정치’와 ‘종교’는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소재라고 했다.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영화의 소재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정치권의 힘이 표현의 자유보다 월등히 앞섰던 과거에는 정치를 영화의 소재로 삼는 것은 거의 금기시됐다. 종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종교를 소재로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한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무속 신앙과 기독교의 ‘사탄(악마)’를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여기에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성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곡성> 이후 국내 영화계에는 종교를 스릴러라는 장르와 조합시키는 스토리텔링이 하나의 공식처럼 남았다. 

<사바하>는 기독교와 불교의 사이비, 이단 종교를 연구해 이들의 실체를 언론에 알리고 양쪽 종교계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종교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다. <사바하>는 불교에서 뻗어 나온 신흥 종교와 기독교라는 양립시키기 쉽지 않은 두 가지 소재를 활용한 스릴러라는 장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곡성>의 스토리텔링 스타일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우선 스토리의 전개를 보면 그렇다. 

▲ <사바하>에서도 배우 박정민의 발군의 연기는 돋보인다. 출처= CJ엔터테인먼트

동시에 영화 <사바하>는 극중에서 박목사가 던지는 의문을 통해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구원’에 대한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마치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가 슨 역사소설 ‘침묵(沈黙)’이나 그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사일런스>의 메시지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영화 내내 긴장감이 잘 유지된다는 점에서 <사바하>는 스릴러라는 장르 구현에 충실했으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곡성>에 비해 결말로 다가가는 부분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초반에 이것저것 벌려놓은 것이 많은데 이를 후반부와 결말로 전부 수습하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 중에서는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 때문인지 주인공 박목사(이정재)보다는 조연인 배우 박정민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정리를 하자면, 영화 <사바하>는 종교와 스릴러라는 소재를 잘 엮고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결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남기는 해석의 요지들은 개봉 후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공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