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나’들 애정 공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사고뭉치 둘째 아들 윤호(정일우). 학교에서는 붕붕 하늘을 날며 ‘하이킥’을 날리는 ‘싸움짱’, 집에서는 엄마의 갖은 구박에도 애교를 잃지 않는 ‘착한 아들’이다. 이런 양면성이 그의 매력. 깜짝스타 윤호, 브라운관을 벗어난 모습은 어떨까?

현실에서 만난 정일우(20)는 말투와 몸짓이 과묵하고 겸손했다. 푸른 스웨터의 V넥 부분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맨 귀여운 차림새와는 대조적. “왜 툭하면 당신 이름이 인터넷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라가느냐?”고 묻자 한참 고개를 숙였다가 “감독님이 캐릭터를 잘 잡아 주셨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고작이다. 한 번 더 묻자 그제서야 “가식 없는 미소가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처음과 끝이 똑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타요? 이제 ‘거침없이 하이킥’ 시작한 지 4개월밖에 안 됐는데 제가 어떻게 그런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겠어요? 연기는 평생 제 직업이니까 그냥 열심히 할 뿐이죠.”

말은 이렇지만 객관적인 요즘 그의 위상은 ‘청춘스타’에 가깝다. 4개월여 만에 인터넷 팬 카페에 10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촬영장에는 수십 명 팬들이 찾아온다. 최근 영화 3편, 드라마 2편, CF 6편의 섭외가 들어와 차기작을 놓고 고심 중. 정일우의 ‘누님들’, 즉 그보다 연상의 여성들만 가입이 가능한 팬 카페 ‘일우 플러스 누나즈’도 있다.

“극중에서 선생님으로 나오는 민정(서민정)이 누나를 제가 은근히 감싸 주잖아요. 그래서 연상의 시청자들이 호감을 갖는 것 아닐까요?”

고교 시절 연극반으로 활동하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병태 역을 맡아 연기의 ‘참맛’을 깨달았다는 그, 하지만 아직 서툰 부분이 많아 조심스럽다. “발음과 발성이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린다.

“제가 소리를 높이면 목이 갈라지는 스타일이라서…. 나문희 선생님께서 엎드린 다음에 허리를 쫙 펴고 고개를 들고 대사 연습을 하면 좋아진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는 촬영장에서 김혜성(민호), 김범(범) 등 비슷한 연령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경쟁심은 없을까? 손사래를 친다. “적어도 저는 아무 생각 없어요. 혜성이는 집중력과 발음이 좋고, 범이는 대본을 정말 빨리 이해해요. 제가 쫓아가야 될 부분이죠.”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 비결을 묻자 “금기에 대한 도전”이라고 답한다. “물론 각 캐릭터의 개성이 넘치고 선배들 연기력도 빼어나지만, 일반적으로 금기시 여기던 파격적 소재를 흥미롭게 소화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야동(야한 동영상)’ 같은 것 말이에요.”

화면 속에서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도 여성 시청자들이 그에게 빠져드는 이유. 하지만 그는 촬영할 때 이외에는 오토바이를 멀리한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배웠는데 두 번이나 다칠 뻔했어요. 저하고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누나들은 궁금해요

1. 시간 날 땐 뭐해?=음악감상, 플레이 스테이션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 수영 2. 어떤 음악을?= 록, 펑키 마니아. 고릴라즈(Gorillaz), 구구 돌즈(Goo goo dolls) 등 개성 있는 록 밴드를 특히 좋아한다. 기분 ‘꿀꿀할’ 때 들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3. 이상형은?=도도하고 나한테 무조건 잘 해주지 않는 여자. 나를 휘어잡을 수 있는 여자. 지금은 여자친구 없다. (그럼 연상도? 나이는 상관없다.) 4. 누굴 닮고 싶니?=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영화마다 맡은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5. 혹시 진짜 싸움도 잘하니?=중·고생 시절 한번도 주먹다짐을 해 본 적 없다. 극중 모습과 완전히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다. 6. 내성적으로 보여!=낯을 가리는 편이며 내성적인 건 맞다. 하지만 한번 친해진 사람과는 속을 완전히 터놓는다. 털털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7. ‘거침없이…’ 식구 중 제일 고마운 사람은?=특히 정준하 선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항상 나이 어린 우리들한테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

[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