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황보라, '♥차현우' 화제로만 묻히기엔 아까운 유쾌한 여배우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8.09 15:55 수정 2018.08.09 18:24 조회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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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지난 7월 30일,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배우 차현우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차현우와 6년째 연애 중인 배우 황보라가 인터뷰에서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에 이어, 차현우의 친형인 배우 하정우가 라디오에서 두 사람이 결혼을 전제로 예쁘게 만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

다음날 만난 황보라는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될지 몰랐다.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 것도 없고 스쳐지나가듯 짧게 말했을 뿐인데. 괜히 저 때문에 그랬나싶어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며 스스로도 많이 놀란 모습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에서 봉세라 과장 역을 맡아 코미디 감초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황보라. 원작 웹툰에 없고 새로 만들어낸 캐릭터라 당초 봉세라는 시나리오 위 세 줄짜리 설명에 불과했다. 캐릭터 전개도, 출연분량도 보장된 게 없었다.

황보라는 이런 역할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황보라가 유쾌하게 표현해낸 봉세라는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그야말로 '하드캐리'였다. 시청자는 봉세라를 응원했고, 이런 지지에 힘입어 봉세라의 분량은 갈수록 늘어나더니 후반부에는 러브라인까지 붙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을 넘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버린 힘. 이 모든 것은 황보라이기에 가능했다.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황보라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종영 이후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는 언론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포커스가 그녀의 연기보다 남자친구 이야기로 기우는 분위기다. 그래서 아쉽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매력있고 유쾌한 이 여배우의 진정성이 묻히는 거 같아서. 그래서 들어보고자 한다. '배우' 황보라의 이야기를.

황보라

Q.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배우 황보라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황보라: 가끔 촬영장에 가면 지나던 아주머니들이 주인공인 (박)민영이나 (박)서준이보다 저한테 음료수를 막 주셨다. 데뷔한지 엄청 오래돼 어린 친구들은 절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젊은 친구들에게도 얼굴도 알리게 된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Q. 봉세라 캐릭터로 개성 강한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봉세라 연기는 어떻게 탄생했나.
황보라: 봉세라의 코믹한 설정이 너무 과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시청자가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원작이 웹툰이고, 영준(박서준 분)에게도 만화같은 특징들이 있으니, 봉세라도 다소 과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캐릭터를 잡고 쭉 밀고 나갔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자칫 시트콤처럼 보일까봐 감독님과 상의하에 수위조절에 신경을 쓰며, 유쾌한 봉세라를 만들어나갔다.

Q. 감독은 황보라의 코믹연기에 만족하던가.

황보라: 만족하셨던 거 같다.(웃음) 감독님께는 감사한 마음 뿐이다. 저만을 위한 전용카메라를 하나 붙여주셨다. 제 리액션을 계속 찍다가, 언제든지 따서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제가 등장하는 신에서는 풀샷이라도 계속 리액션을 선보이고 사부작사부작 뭐든 했다. 사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제가 다른 드라마 촬영이랑 겹쳐 들어갈 수 없는 일정이었다. 근데 감독님이 '쌈, 마이웨이'를 보시고 연락을 주셨다. 봉세라라는 원작 웹툰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애정이 크다며, 제가 하면 좋겠다고 권하셨다. 감사한 마음에 하고 싶었는데, 마침 다른 드라마 촬영일정도 조율이 되어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맡게 된 봉세라인데, 이렇게 사랑받을 지 몰랐다. 다시 대중에게 저라는 배우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단 말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다.

황보라

Q. 결과적으로 잘 됐지만, 봉세라가 원작에 없던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확보된 분량이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

황보라: 분량부분에서 보장돼 있지 않았던 건 맞다. 첫 회에서도 회사회식 장면에 한번 나왔다. 솔직히 말해 보장된 게 없으니 불안하긴 했다. 근데 시청자가 좋아해주시고 그런 피드백이 바로 오니, 분량이 점차 늘어났다. 나중에는 러브라인도 생기고, 테마곡까지 생겼다. 이런 좋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갈수록 촬영할 맛이 났다.

Q. 극중 양철 역의 강홍석과 러브라인이 있었다. 두 사람의 코믹 커플케미를 좋아한 시청자도 많다.
황보라: 사실 러브라인은 원래 없었다. 그런데 5화 때 갑자기 양비서(강홍석 분)와 마주치는 장면이 생기더라. 그 때 '아, 이 친구랑 러브라인이 있구나'라고 예감했다. 드라마 속 주연커플이 아닌 감초커플들이라 대충 촬영할 수도 있는데, 감독님은 저희 신을 오래 공들여 찍으셨다. 그 부분도 정말 감사했다.

Q. 상대역 강홍석과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황보라: 강홍석 씨가 뮤지컬 배우라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 했다. 주위에서도 선하고 성격이 진국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랬다. 또 제가 누나라 연기하기에 편했다. 현장에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오는 친구였다. 덕분에 더 풍부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Q.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배우들이 비슷한 연배들이라 유난히 더 팀워크가 좋았다던데.

황보라: 저희 배우들이 다 친했다. (황)찬성이는 예전에 '욱씨남정기'를 같이 하면서 친해졌었고, 서준인 제가 전부터 워낙 팬이었다. 예전에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시사회 뒷풀이에서 만났는데, 그 때 '이 친구 센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기억을 갖고 이번에 만나 급친해졌다. 민영이도 성격이 정말 쿨하고 좋다. 저희가 다들 또래라, 술자리를 자주 가지며 많이 친해졌다. 제가 맏언니라 좀 주도해서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친해지니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는 같이 으샤으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서로간에 좋은 케미가 연기로 잘 나온 거 같다.

황보라

Q. 황보라, 하면 특유의 코믹연기가 먼저 떠오른다. 코믹에 특화된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은 없나.

황보라: 다채로운 면들을 보여주면서도, 기왕이면 이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싶단 생각도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는 웃긴 부분만 비쳐졌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풍부한 감정선이 있고 사연이 있는 캐릭터를 접하고 싶다. “황보라가 웃기면서도, 희로애락을 담아낼 줄 아는 배우구나” 했으면 좋겠다. 제가 라미란 선배님을 존경한다. 40대에 라미란 선배님이 있다면, 30대 저희 또래에선 제가 그런 코믹연기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감초연기로만 빛나는 아쉬움은 없는가.
황보라: 아쉽지 않다. 그것만으로 쓰여지는 것도 감사하다. 과한 욕심은 화를 일으킨다고, 전 욕심 없다. 지금 이대로 만족한다.

Q. 봉세라만큼 과하지는 않더라도, 원래 유쾌한 성격 아닌가.
황보라: 평소에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하고 개그에 욕심내는 건 맞다. 원체 딱딱한 걸 싫어한다. 그래서 봉세라 캐릭터와 잘 맞았고, 봉세라를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었다. 예능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엔 이영자 선배님 특유의 화법을 따라하곤 한다. 어린 아이들이 하는 행동들도 유심히 관찰한다. 그런 걸 연기할 때 리액션에 접목시키는 편이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1차원적인 행동들이, 오히려 관객들의 마음을 열고 호감으로 다가갈 때가 많다.

Q. 이번에 좋았던 시청자 반응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황보라: '회사에 봉과장 같은 동료가 있으면 진짜 열심히 다니겠다'는 댓글도 봤고, '황보라를 위한 로코를 만들면 좋겠다'는 댓글도 좋았다. 한번은 외부에서 “우울증이 있었는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봉과장을 보는 낙으로 산다”는 분을 만났다. 제가 누군가에게 행복과 힐링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생기더라.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도 다잡게 됐다.

황보라

Q.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봉세라로서 머리가 길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짧아졌다.

황보라: 드라마 '배가본드' 촬영에 바로 들어가 머리를 잘랐다. 국정원 요원 역을 맡아 보이시한 느낌을 위해 5~6년만에 커트를 했다.

Q. '배가본드'에서도 코믹한 캐릭터를 맡는 건가.
황보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코였지만, '배가본드'는 장르물이라 너무 코믹쪽으로 가지는 않을 거 같다. 그렇다고 제가 아예 코믹을 거둬내면 이질감이 느껴질 테니, 약간의 유머와 재치가 있는 정도의 캐릭터를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에선 사투리 연기를 펼친다. 원래 고향이 부산이라 사투리 표현에는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진짜 제 목소리로 연기하는 거라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

Q. 어느덧 15년차 배우다. 목표한 것들을 잘 이뤄가고 있는 중인가.
황보라: 어렸을 땐 “20대에는 이걸 하고, 30대에는 저걸 하자”라며 구체적인 목표들이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싹 사라졌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 그냥 현실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거라 여기게 됐다.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는 게 행복인 거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지금처럼만 살고 싶다. 제가 인복이 좋다. 주위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좋은 선배님들이 앞서 걸어간 길을 제가 그대로 따라가면 될 거 같다. 그러다보면 저도 언젠가 미래에는 더 큰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Q. 15년 배우생활을 하면서 중간에 위기는 없었나.
황보라: 잠깐 착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주연을 하고 싶었고 청순가련형 캐릭터도 맡고 싶었다. 제게 어울리는 건 따로 있는데, 그런 욕심을 냈다. 그 때 약간 배우병이 있었던 거 같다.(웃음) 얼마 전에 예전 소속사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봤는데, 네가 예전에는 봉세라 캐릭터 같은 건 소모되기 싫다며 하지 않으려 했었다. 근데 지금은 네가 그걸 하고 있더라. 너한테 잘 맞는 옷을 입은 거 같아 예뻐 보였다”라고 하시더라.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바보같이 그랬다. 시청자가 제게서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아닌 '척' 할 수 있는, 있어 보이는 역할을 원했다. 그런 안 어울리는 역할만 찾다보니 잠깐의 공백기가 왔다.

Q. 그 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나.
황보라: 자연스럽게 극복됐다. 평생 배우할 건데, 어떻게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체불가한 배우로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욕심을 내려놓고 제게 어울리는 역할을 찾게 됐다.

Q. 그래서, 지금은 행복한가.
황보라: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주위에 정말 좋은 사람이 많고, 그래서 든든하다.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그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저만 열심히 잘하면 되겠다 싶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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