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크·부산시민공원 주변 맛집, 잘생긴 공원 구경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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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5.06. 오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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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토박이 추기봉·최원순 씨 부부가 초읍동 살림집을 개조한 음식점 '미가정'에서 내놓는 오리양념불고기와 오리소금구이. 정식이 아닌 데도 함께 나온 밑반찬 가짓수가 엄청나다. 이재찬 기자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내에 들어선 부산 유일의 동물원 '더파크'가 지난 주말부터 일반인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부산진구 범전동 부산시민공원도 1일 개장과 함께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더파크와 부산시민공원을 찾은 김에 들를 만한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라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서인화), 부산시립시민도서관(관장 김경자) 관계자 등을 통해 일대 맛집 수소문에 나섰다. 그중 몇 곳을 소개한다.

오리고기 '미가정'

즉석에서 버무린 양념불고기에
한정식 뺨치는 정갈한 상차림

중화요리 '아서원'

담백한데다 푸짐하기까지
유산슬엔 해물·채소 가득

■오리고기·샤부샤부 '미가정'


초읍동 일대에는 오리고기, 돼지갈비, 한우구이 등 고깃집은 의외로 많은 편이었다. 미가정은 연지동과 초읍동에서만 3대째 살고 있는 추기봉(64)·최원순(62) 씨 부부가 살림집을 개조해 4년 전부터 운영 중인 아담한 식당. 골목 안에 위치해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 모임, 가족 모임 등으로 은근히 알려진 곳이다. 부산대 앞에선 6년 넘게 샤부샤부 음식점을 경영했다. 부인이 요리를 전담하고 남편은 고기 굽기 등 서빙을 담당했다.

미가정의 인기 메뉴 오리양념불고기와 오리소금구이를 주문했다. 오리는 '산들강오리'를 사용 중이었다. 진공포장 상태 등 위생 문제를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주인장이 설명했다.

각종 밑반찬과 함께 소금구이용 생오리가 먼저 나왔다. 오리소금구이를 이렇게 예쁘게 차려 내는 집은 드물게 보았다. 더욱이 정식 집이 아닌 데도 밑반찬 가짓수나 정갈한 상차림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한때 군무원이었던 추 사장 내외의 꼼꼼함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반찬 그릇 하나 놓는 데도 열 하나 흩트리지 않았다.

오리양념불고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린 것 같아 물었다. 주문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양념을 한단다. 소고기, 돼지고기와 달리 양념을 해서 재어 놓으면 양파 등에서 물이 나와서 음식이 깔끔하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양념 소스를 미리 준비해 놓는 것도 아니었다. 참기름, 고춧가루, 고추장 등으로 순전히 즉석에서 버무렸다. 그리고 양념오리는 잘못 구우면 태우기도 하고, 양념을 튀기기 일쑤여서 주방에서 큰 불로 초벌구이를 하면서 살짝 기름을 뺀 뒤 상으로 가져왔다.

이어 부추와 버섯을 더해 오리고기를 마저 구운 다음, 상추와 깻잎, 곰취장아찌 등에 싸서 먹었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맛에 기름기를 살짝 빼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오리고기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소금구이보다 양념구이 쪽이 훨씬 입맛에 맞았다. 
미가정의 봉평 메밀 막국수.

오리고기를 먹은 뒤에는 주로 볶음밥이나 막국수를 주문한다고 했다. 미가정이 내놓는 막국수 원료는 봉평메밀. 봉평농협에서 제공하는 메밀을 가져와 직접 뽑고 한우사골로 육수를 우려낸다고 했다. 다만, 들기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부산 사람 입맛을 고려, 참기름으로 대체했다고. 가끔 강원도 현지 음식이 먹고 싶어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들기름을 넣어 주기도 한다. 고깃집이지만 된장찌개는 없다. 인정 넘치는 주인 내외의 서비스에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부산 부산진구 성지로 93번길 16(초읍동). 기업은행 초읍동지점과 초읍동새마을금고 사잇길 건너편 '썬더치킨' 골목 안. 가게 앞에는 3대 정도 주차 가능하고 기업은행 뒤편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오리소금구이 및 오리양념불고기 각 2만 8천 원. 메밀 막국수 5천500원. 오리탕(2만~3만 5천 원)은 사전 예약자에 한함.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명절 때만 쉼. 051-803-9185.



 
중국집 배달 일부터 주방장까지 40년 가까이 중식과 인연을 맺어온 황필용 씨가 운영 중인 부산 초읍동 '아서원'이 가장 추천하는 점심 특선 메뉴. 유산슬과 고추잡채, 탕수육, 짜장면 등이 보인다. 이재찬 기자 chan@
■중화요리 '아서원'

초읍 일대에서 영업 중인 음식점 중에 중화요리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배달 전문이 대부분이어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코스요리를 즐길 곳을 찾다가 아서원으로 향했다.

아서원 주방장 겸 사장 황필용(52) 씨는 "원래부터 중화요릿집을 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다 보니까 배달집부터 출발했다"면서 "거제리에서 4년, 초읍 안동네에서 6년 등 10년 가까이 열심히 종잣돈을 벌어서 현재의 가게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황 사장이 부산으로 온 것은 열네 살 때. 당시로선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곳이 중국집밖에 없어서 짜장면 배달 일부터 시작했단다.

나중엔 큰 요리를 배워 보겠다며 대구의 중화요리전문점 아서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곳에선 주로 코스요리를 배웠다. 이후 중식요리사 자격증은 울산의 한 호텔에 근무할 때 땄으니까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쯤이다. 중국집 개업 직전엔 광안리해수욕장 입구의 중국음식점 '여빈'에서 주방장으로 2년 반 근무했다.

황 사장의 아내 손수연(44) 씨도 전남 구례 출신. 덕분에 이 집 고춧가루 등은 전라도에서 공수해 온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조림 제품을 쓰거나 건조 상태로 들여오는 식자재의 경우, 다시 한 번 삶거나 재가공 상태를 거쳐서 음식에 사용한다고. 또한 조미료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지만 대한민국 중국집 중에 춘장을 직접 만들어 쓰는 집이 드문 만큼 일부 조미료 사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집 메뉴라면 당연히 짜장면 맛이 기본이지만 요리도 한두 개 맛보기 위해 점심 특선 메뉴를 주문했다. 유산슬, 탕수육, 고추잡채와 꽃빵, 짜장면, 고구마탕이 차례로 나왔다. 3인 이상이라야 주문 가능하지만 1인당 1만 3천 원이라는 가격 치고는 꽤 푸짐했다. 
아서원의 새콤달콤 '탕수육'.

음식은 대체로 중국요리치고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었다. 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오히려 심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짜장면은 얼핏 유니짜장과 닮았고, 탕수육 소스는 계피향이 살짝 나면서도 새콤달콤함을 강조했다. 탕수육 돼지고기 역시 씹히는 식감을 고려해 안심이나 등심이 아닌 뒷다리살을 사용했다. 유산슬에도 해산물과 야채가 풍부한 편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다 아서원 직원들 식사 광경과 맞닥뜨렸다. 황 사장은 짬뽕을, 조리장과 주방 보조 직원은 짜장면을, 다른 직원들도 중국 음식을 앞에 두고 있었다. 지겹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겹다니요. 자꾸 먹어봐야 돼요. 우리가 만드는 음식의 맛을 모르면 안 되죠. 짬뽕 한 젓가락 하실래요?" 황 사장의 투박하지만 꾸밈 없는 말투가 오히려 순박하게 다가왔다.



※부산 부산진구 성지곡로 17(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수영장 입구 문화빌딩 3층. 점심 특선(3인 이상·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1인당 1만 3천 원. 짜장면 4천500원, 짬뽕 5천500원, 탕수육 2만~3만 원, 깐풍새우 3만 5천 원, 삼선 누룽지탕 5만 원.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주문 마감 오후 9시). 명절 때만 쉼. 051-806-2332.



■초읍·연지동 다른 음식점

그 밖의 초읍동 음식점으로는 돌솥밥과 전복갈비찜이 유명한 돌쇠본가(본보 2011년 9월 29일자 보도·051-804-7980), 오리 바베큐로 유명한 '모두모두농원'(본보 2012년 11월 8일자 보도·1599-1488), 양념 돼지갈비가 특히 맛있다는 원초량갈비(051-802-0829), 돌솥 정식과 삼계탕이 인기인 한식당 사랑채(051-805-3832), 삼계탕 전문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건양정홍삼삼계탕 초읍점(051-808-3455), 가게는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짜장면 맛만큼은 일품인 신생향(051-809-4203) 등이 추천됐다.

또 연지동에서는 메기탕과 추어탕을 맛볼 수 있는 로얄메기탕(연지동·051-819-1268), 생선회를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진주횟집(051-819-2353) 등이 거론됐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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