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오뚝이와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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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를 흔히 ‘오뚜기’로 잘못 쓰기 쉬운데 표준어는 ‘오뚝이’다. ‘오뚝이’는 ‘오뚝하다’라는 형용사의 어근 ‘오뚝’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결합한 말이기 때문에 어근을 밝혀 ‘오뚝이’라고 적는다. 흔히 사용되는 ‘오뚜기’는 기업의 이름으로 고유 명사다. ‘아무렇게나 굴려도 오뚝오뚝 일어서는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는 ‘오뚝이’로 표기해야 한다. ‘오뚝이’와 같은 형태로는 ‘홀쭉이’, ‘배불뚝이’, ‘꿀꿀이’, ‘삐죽이’, ‘살살이’ 등이 있다. 모두 ‘-하다’라는 형용사나 동사의 어근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그런데 ‘뻐꾸기’의 경우는 ‘뻐꾹이’로 적지 않고 ‘뻐꾸기’로 적는데, 이는 우리말에 ‘뻐꾹하다’라는 형용사나 동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다’나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경우는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데, 이런 형태로는 ‘꾀꼬리’, ‘딱따구리’, ‘개구리’, ‘귀뚜라미’, ‘기러기’ 등이 있다.

그런데 일이나 감정 등이 이리저리 뒤섞이거나 복잡하게 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얽히고설키다’라는 동사가 있다. 여기서 ‘얽히고’는 ‘얽다’라는 동사의 피동형이기 때문에 형태를 밝혀 ‘얽히고’라고 적지만 ‘설키다’의 경우는 형태를 밝히기가 어려운 표현이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설키다’로 적는다. ‘늘그막’, ‘빈털터리’, ‘도떼기시장’, ‘뒤치다꺼리’ 등의 단어들도 어간의 본뜻과 멀어져 원형을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이처럼 우리말은 어원이 확실한 경우는 어원을 밝혀서 적고 어원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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