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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입당에 `셈법` 복잡해진 한국당 전대

이윤식 기자
입력 : 
2019-01-14 17:54:24
수정 : 
2019-01-14 21: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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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출마땐 친박·TK세력 결집
김무성 등 비박 움직임에 관심
조경태, 출마선언 미루고 주시

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 유지
대외 인지도 높은 黃·吳 유리

"이기붕이 나오면 누가 찍겠나"
우상호, 황교안 겨냥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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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가운데 다음달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당권 주자들 셈법이 분주해졌다. 황 전 총리가 출마하면 친박과 대구·경북 세력이 결집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견제책으로 비박계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의원 등이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직후 '전당대회 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측근들에게 최근에도 "당대표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내 다른 당권 주자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당초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의원은 하루 전인 13일 기자회견 일정을 취소했다. 조 의원 측근은 "조 의원이 (전당대회에) 아예 안 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룬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에 대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오는 30일 여의도 모처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인데, 이날 당권 도전 여부를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말 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황 전 총리 입당으로 김 의원 측근에서 출마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입당해 현재 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조만간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대권 주자급 출마로 이번 전당대회가 '빅매치'로 흥행할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대권 주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빠져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당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단적인 계파 싸움이 우려된다. 대선 주자들이 선수로 뛴다면 경기장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면서 "대선 주자들은 당 미래를 위해 신중히 재고하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국당 차기 지도체제가 단일성 지도체제로 정해진 것도 당권주자들 전략을 수정하게 하는 요소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차기 지도체제를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지난 의원총회에서 지도체제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라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의원총회 이후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회의원 다수가 현행 지도체제를 유지하자고 해서 그 결과 현행 지도체제대로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분리 선출 방식인 여성 최고위원은 동시 선출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국당은 1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관련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한다.

단일성 지도체제는 황 전 총리, 오 전 시장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성 지도체제는 당대표 권한이 비교적 강한 편이고,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는 단일성 지도체제에 비해 당대표 권한이 분산된 편이다. 또 선출 방식에 따라 단일성 지도체제는 대외 인지도가 높은 후보자에게, 집단지도체제는 당내 조직력이 강한 후보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황 전 총리는 인지도와 국정 운영 경험을 앞세워 보수 진영 차기 주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친박계 수장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한계론도 거론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이끌었고 지난해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당내 취약한 지지 기반 때문에 친박계 지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 전 총리를 이승만 대통령 당시 이기붕 부통령에 빗대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를 언급하며 "가령 이승만 대통령이 실각했는데 이기붕이 정치를 하겠다, 다음 대선에 나오겠다 이러면 누가 그걸 받겠나"고 말했다. 우 의원은 "물론 황 전 총리가 이기붕 정도 국정농단 세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활동했는지 몰랐을 리가 없다"며 "제가 볼 때 이건 도의적으로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한국당 입당과 정치 입문 이유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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