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청문회의 나비효과?…트럼프는 왜 ‘노딜’에 베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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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28. 오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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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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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28일,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을 차지한 이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을까. 그보다는 ‘마이클 코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코언은 지금은 등을 돌린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다. 지난 며칠 미국 언론들과 정가의 관심도 북핵보다는 코언이었다. 옛 집사 코언이 입을 열면 ‘트럼프 탄핵’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터였다.

북핵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에 몰릴수록 김정은 위원장의 기회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성과에 목마를수록 북한의 협상력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핵담판’은 예상을 뒤엎고 ‘노딜(No deal)’이라는 대반전으로 마무리됐다. 결정적인 걸림돌은 ‘영변+α’였다. 비핵화 조치와 경제제재 해제를 놓고 북미 간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미국 쪽에서 나온 신호들과는 배치된다. 그간 협상팀을 중심으로 “핵리스트 신고가 필수는 아니다”는 식의 기대 수준을 낮추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이 진행된 27~28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의회 청문회가 갑작스러운 미국 측의 태도 변화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날, 코언이 미 전역에 생방송된 공개 증언 자리에서 메가톤급 폭로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베트남으로 떠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코언의 증언은 그를 아예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북핵 성과는 필요하지만, 극도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어정쩡한 타협은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줄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 등의 비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타결의 기준점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코언 청문회의 나비효과인 셈이다.

코언은 앞서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8일 0시) 열린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과 260일 만에 만나 약 2시간동안 ‘친교 만찬’을 한 직후였다.

코언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기간 중 사적 이익을 위해 수차례 러시아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를 짓는 사업을 점검했으며,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성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을 통해 여성 2명에게 13만 달러를 지급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캠프 이메일 해킹 후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공개되기 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는 미 전역에 생중계됐으며, 미 주요 언론들은 ‘러시아 스캔들’로 촉발된 사태가 트럼프의 탄핵으로 이어질지를 놓고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코언 청문회 관련 질문은 27일 저녁 ‘친교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자리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고, 백악관은 출입기자 가운데 글을 쓰는 펜기자의 취재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국내정치 상황이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약간의 힌트는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No rush)”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옳은 일을 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도 했다.

당초 이를 두고 기대치를 낮추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을 택했다. 국내 여론이 자신의 탄핵을 거론할 정도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과 합의를 도출했다가 되레 ‘역풍’을 맞는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거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제 마음에 드는 완벽한 거래가 아니었다. 만족스럽지 않은 거래를 하느니 제대로 하기 위해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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