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시민사회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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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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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선언서 전문] 3.1운동 100년, 진보-보수 망라한 '범국민선언' 발표 [이대희 기자]
 
3.1운동 100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기념하는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가 1일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등지에서 열린다.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는 100년 전 온 겨레가 하나가 되어 독립을 열망했듯 오늘날 전 국민이 우리 사회 정치, 종교, 성별, 세대의 갈등을 넘어 하나가 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열린다. 

이에 따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7대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민족종교협의회)과 진보, 보수를 망라한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려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1일 열릴 행사는 정오 무렵부터 저녁까지 이어진다. 정부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한일 시민 동아시아 평화선언'을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다. 

이어 오후 2시경 개회 선언과 함께 순국 선열을 위한 묵념 후 기미독립선언서 낭독 행사가 열린다. 한국YMCA전국연맹 김흥수 이사장,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백미순 상임대표, 새마을운동중앙회 정성헌 회장, 한국YWCA연합회 한영수 회장이 낭독자로 나선다. 

▲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계 기념사가 이어진 후,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이 발표된다. 해당 선언문은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종교계, 역사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추천한 15명 인사들이 초안을 만들었고, 이를 다양한 100명의 시민이 원탁 토론을 통해 검토한 후 최종 완성되었다. 

범국민선언문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민의 바람을 담았다. 대회 참가단체들이 추천한 청년들이 발표자로 나선다. 

범국민선언문은 앞으로 한국을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며 "뿌리 깊은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국가, 민의를 왜곡하는 정치를 바로 잡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시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차이가 존중받고,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역동적인 시민의 민주주의를 꽃피우자"고 강조했다. 

평화의 메시지도 담았다. 선언문은 "전쟁을 끝내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 분단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자"며 "온 겨레의 지혜와 힘을 모아 평화 번영 통일의 길을 열자"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를 향한 메시지도 담았다. 선언문은 일본이 "먼저 식민 지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일본 평화헌법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100년의 꿈인 동양평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 손을 맞잡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전문이다.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3.1운동 10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선조들의 피로 되찾은 이 나라를 더욱  정의로운 민주국가로 가꾸어 우리와 미래 세대 온 인류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이 선언을 발표한다.  
   
100년 전 오늘, 조선의 민중들은 일제의 억압에 맞서 평화롭게 일어섰다. 후손들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기 위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일제의 총칼 앞에 섰다. 제국주의의 군화 발에 아래 쓰러져가면서도 우리 선조들은 배타적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남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된 권리를 우리 자신은 물론 온 인류가 함께 누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3.1운동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결을 이끄는 겨레의 횃불이요, 만인의 자유와 평등, 인류 행복과 세계 평화로 가는 길을 비추는 등대다. 지난 100년 우리 겨레가 걸어온 역사의 깊은 어둠, 거센 격랑 속에서도 이 불빛은 변함없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왔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고통 받을 때에도,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이역만리에서 온갖 수난 속에 죽음을 맞았을 때에도 온 겨레의 가슴에 품은 3.1운동의 빛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전 세계를 휩쓴 냉전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온전한 독립 국가를 세우려던 꿈은 또 다시 외부 간섭에 직면했고, 이념대결의 벽에 가로 막혔다. 우리 자신의 책임도 크다. 남과 북으로 외세가 갈라놓은 대로 갈등하고 대립하다가 끝내 전쟁까지 치렀다. 그 후 60여년 이상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서 남과 북은 대결과 적대를 계속해 왔고, 한반도와 그 주변은 열강의 군비가 집결한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 분단체제는 민족의 자유로운 발전을 가로막고 모든 이들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위협해왔다.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의 막다른 길목에서 결코 주저앉지 않았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선조들이 피워 올린 3.1정신의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 끝내 새 길을 열어왔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우리는 맨 손으로 세계가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취를 이루었다. 온갖 독재와 억압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존중받는 민주국가로 가꾸었다. 4.19, 5.18, 6.10, 촛불시민항쟁에 이르는 민주 항쟁의 역사가 입증한다. 녹슨 분단의 장벽도 8천만 겨레의 손으로 함께 걷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오늘 한반도를 뒤덮은 한 겨울의 냉기를 떨쳐내고 평화 번영 통일의 봄을 열어가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식민지배에 맞서 목숨 바쳐 싸웠던 독립투사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이 강토를 지키고 이 나라를 자유롭고 평등한 행복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스러져간 모든 영령들을. 나라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식민과 분단의 긴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왔고 끝내 오늘을 일구어온 모든 평범한 사람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자매와 형제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역사의 여러 구비에서 중국으로, 러시아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5대양 6대주 세계 곳곳으로 떠나가 온갖 설움을 겪어야 했던 동포들을, 그리고 우리를 찾아와 이 땅에 뿌리내리고 동포로 이웃으로 함께 살게 된 모든 이들을. 

이제 이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 평범한 이들이 지키고 건설해온 이 땅 위에 주권이 바로 선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자. 뿌리 깊은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국가, 민의를 왜곡하는 정치를 바로잡자. 시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차이가 존중받고,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역동적인 시민의 민주주의를 꽃피우자.   

 모두가 존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모두가 실질적인 평등을 누리는 세상을 열어가자.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로잡아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정한 기회와 일할 권리를 보장하자. 아무도 탈락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균등한 삶을 누리게 하자. 무분별한 개발과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파괴되어온 생태계를 보전하고 모든 면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발전시키자. 

이제, 함께 평화를 누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자. 전쟁을 끝내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 분단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자.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항구적인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 가로막힌 교류와 협력의 길을 열어 한반도에 상생의 공동체를 건설하자. 온 겨레의 지혜와 힘을 모아 평화 번영 통일의 길을 열자.

식민 지배 과거사 왜곡을 바로잡자. 나라의 주권과 자결권을 민주적으로 바로 세우자. 군사주의와 패권주의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새롭게 구축하자.  
우리 스스로 평화가 되어 지구촌에 공존의 희망을 열어가자. 진정으로 독립된 민주국가, 복지국가, 문화국가, 평화국가로 이 나라를 가꾸어 나가자. 국제사회에 인도와 정의를 확립하는 일에 국경을 넘어 협력하자. 세계를 평화의 동산, 인류와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조화롭고 공존하는 풍요로운 생명공동체로 가꾸어가자.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에 제안한다. 우리는 한일관계가 불행하고 어두웠던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러자면, 먼저 식민 지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노동자 등에 대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일본 평화헌법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100년의 꿈인 동양평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 손을 맞잡자.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한반도 주민들은 지난 60여년을 불안정한 휴전체제에서 살아왔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는 이들을 볼모로 하는 어떤 종류의 무력사용에도 반대한다. 우리는 오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북미 협상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모든 양자-다자 협상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이제 평화에 기회를 주자. 불신과 적대가 아니라 이해와 존중이 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온 인류 앞에 함께 입증해내자. 

8천만 겨레여, 전 세계의 자유민이여

우리가 꿈꾸어오던 인도와 정의의 시대가 아직 오지는 않았다. 물질문명이 고도화되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억압과 차별, 분쟁과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인류문명을 파멸시킬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와 파괴적 군비는 증가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새로운 억압과 가난을 낳기도 했다.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를 병들게 했다. 

그러나 다른 세상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온갖 퇴행과 절망을 딛고 수많은 희생과 죽음을 넘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원래부터 지닌 인간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세계, 아무도 차별당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세계를 열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가 굽힘없이 새 길을 열어왔다. 

지금 한반도가 새 시대의 문 앞에 서있다.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전쟁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와 동아시아,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 모두를 위한 나라를 바로 세워 동아시아에 평화의 시대를 열고 온 세계와 함께 행복을 누리려 했던 100년의 꿈, 힘으로 억누르지 않는 세상을 향한 인류의 꿈이 있기에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3.1운동이 등불이 되어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밝은 미래를 향해 즐겁고 기쁘게 함께 나아가자.

2019. 3. 1.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100인 원탁토론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초안위원회가 작성하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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