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1 고전소설 전우치전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

田禹治 (147X ~ ?)

조선 시대의 각종 기록에서 등장하는 기인. 많은 기록에서 도술을 사용하는 인물인데, 전반적으로 환술(幻術)을 잘 쓰는 인물로서 묘사된다. 일반적인 인간들 수준에서는 천하무적이지만, 본격적인 신선들의 레벨에서는 그리 높이 평가되지 못하는 편이다. 전우치전이라는 고전소설을 통해 구체적인 활약이 정리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화담 서경덕과 다양한 민담에서 얽혔던 기인이었다.

의외로 조선 중종 때의 실존했던 인물이다. 본관은 남양(南陽). 실존인물과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 똑같다. 어우야담등의 야담집에도 전우치의 기행(?)이 실려 있다. 이를 볼 때 전우치는 조선시대 사람중에서 특이하게도 도가에 정통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2 역사 속의 전우치

실존한 전우치는 중종 치세 초반에 미관말직을 지내다가, 스스로 사직한 뒤 송도에 은거했다. 이후 도인으로서 활약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대의 유교적인 가치관 때문에 고발을 당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나쁜 도술을 부렸는지, 백성을 현혹시켰다는 명목으로 잡혀서 옥사하는 불행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보니 시체가 없었다 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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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최후 때문인지, 전우치의 죽음 이후 기이한 소문들이 전설로서 퍼지기 시작했고, 작자미상의 고전 소설 《전우치전》(田禹治)의 주인공으로서 현대까지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3 전우치전 내용

송도(개성)에서 살면서 도술을 깨우친 전우치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서 능력을 숨기고 살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굶어죽는 백성들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전우치는 옥황상제의 흉내를 내면서 임금 앞에 나타나 황금 대들보을 만들어서 바치라고 한다. 그리곤 그걸 몰래 빼돌려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었다.

속은 것을 깨달은 조정에서는 전우치를 잡아들이려고 하고, 전우치는 조정과 각종 악당들의 나쁜 짓를 신나게 고발하면서 권선징악을 행하고 다닌다. (중간에 역적을 고발해서 조정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우치가 너무 설치고 다니자, 세상사에 초탈해야할 도사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다닌다고 생각한 서경덕에게 혼쭐이 나고, 함께 산으로 들어가서 도술을 수련하면서 끝난다.

4 대표적인 도사 주인공

고전소설 《전우치전》에서는 악당들과 위선자들을 조롱하는 장난꾸러기 도사로서 등장한다. 전우치전 말고도 전운치전(全雲致傳) 등 여러 이본이 있다. 배경도 고려 혹은 조선으로 다르다. 불쌍한 백성들을 도와주고 악당들을 골탕먹이는 성품을 지녔지만, 세상을 개혁하자는 진취적인 의식은 부족하며, 개인적으로 장난을 치고 다니는 웃기는 주인공이다. 개그물 주인공

전우치의 도술은 대게 환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도깨비처럼 사람을 골탕먹일 수 있는 장난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호리병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거나, 조정에 붙잡혔을 때는 그림 속으로 탈출하는 도술까지도 보여준다. 심지어, 도술로 만든 을 먹여 양반들의 성기를 떼어버리는 장난까지 친다. 내가 고자라니!

그밖에도, 과부를 보쌈하려 하는 괴팍한 짓을 자주 벌인다. 유부녀가 좋더라! 야담집에서는 본처가 있음에도 과부들만 상습적으로 골라 덮치다가, 도사 윤군평에게 털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유몽인의 어우야담, 임방의 천예록 등의 야담집에서 나타나는 전우치의 도술은 썩 뛰어난 편은 아니다. 장생이란 거지로 은둔한 도사한테 굽신굽신 거리거나, 윤군평이란 당대 제일의 도사한테 혼쭐이 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다른 도사에게 죽는 내용까지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우치의 도술은 삼국지의 좌자처럼 환술을 잘 쓰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윤군평, 장생, 서경덕 같은 진정한 도인들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다만, 전우치를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조선에서 1위를 다투는 킹왕짱 강한 실력자들이므로, 전우치도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뛰어난 도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전우치전에서 그를 제지하는 화담 서경덕너무 강력해서 조선시대의 각종 이야기에서 상황을 종결하는 역할로서 등장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의 인물이다. 조선시대의 민담에서 파워 랭킹 1위를 다투는 서경덕을 상대로 싸웠음을 감안한다면, 전우치의 실력도 결코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홍길동보다는 많이 모자라지만.

5 기타

홍길동전이 대의를 우선하는 의적으로서 세상을 개혁하고자 하는 영웅전에 가깝다면, 전우치전은 순전히 자기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는 개그형 영웅에 가깝다. 때문에 문학적으로는 B급 소설의 주인공에 가깝지만, 의외로 진지한 홍길동보다 전우치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나중에는 자신보다 뛰어난 도사이자, 마찬가지로 실존인물이었던 서경덕에게 패배한다. 이후에는 함께 신선이 되거나 도술에 관한 을 쓰게 된다. 참고로, 전우치를 묵사발 내는 서경덕은 조선시대의 야담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인물이다.[1]

조선 중종 시대의 인물을 모델로 만든 작품임에도 배경은 고려 말로 나온다. 내용 자체가 왕을 농락하는게 많다보니 검열을 피하기 위해 시대배경을 고려 말로 잡은걸로 보인다.

전우치전 관련해서 전우치를 했다라는 썰렁한 농담이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조정(=정부)을 농락하는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공공기관 사이에 오고가는 공문서의 예시 인물로 자주 등장한다. (일반 국민들은 볼 일이 거의 없지만.) 문서의 예시에 쓰이는 걸 보면 보통 동사무소는 홍길동인데, 기재부는 '전우치' '서화담' '율도공사' 라고 예시를 들고 있다.(...) 단, 2012년초 개정을 통해 율도공사는 AA공사로 바뀌었다.

6 등장매체

웹툰 포천에서 등장한다. 괴상하게도 신과 함께, 단군할배요에서도 장난스러운 연결고리가 있다.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서경덕의 사후에 단군을 언급했기 때문인듯하다. 또 작가 유승진씨가 호연작가와 어느정도 아는사이이기도 하고…. 146화에서 정도령에게 속아 독약을 먹고 중독돼 목숨이인공인 이시경의 스승이 된다. 2막 16장(56화)과 2막 17장(57화)에 걸쳐 전우치전의 내용이 소개되며, 이것이 본격적인 등장이다. 2막 50장#에서 양사언이라는 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자신이 도술 대결에서 2번 패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 저승차사 강림도령이고 다른 한사람은 스승 서경덕. 사족으로 이 두사람에게 패배했던 일화를 말할때 각각 신과함께의 강림도령과 단군할배요의 단군 그림이 조그맣게 나온다(...). 서경덕이 전우치와의 도술대결에서 승리하고 전우치에게 제자가 되라고 제안 위태롭게 되었다. 정도령 개*끼 해당화의 제목이 '부라퀴'. 물론 디 워에 나오는 악한 이무기를 말하는 건 아니고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기를 쓰고 덤비는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전우치가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도령에게 내뱉은 말인 것으로 보아 일종의 욕인듯. 그래도 청학상인이 전우치를 업고 해독에 정통한 인물인 장상웅이라는 자에게 달려갔고, 그의 제자들이 해독에 성공하지만 이후 한동안 등장이 없어서 사망한 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이때 해독에 참가한 두 사람 중 구암이라고 소개된 사람은 바로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허준의 호가 바로 구암龜岩이다. 그리고 죽었지만 지인(같은 서경덕 문인인 차식車軾)의 집에 찾아가 책을 빌려갔다는 일화대로 두공부시집(중국 시인 두보의 시집)을 빌렸다.
  1. 화담 서경덕은 각종 민담에서 뛰어난 도사로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개성 3절로 칭해지는 뛰어난 학자이자 정치인이었다. 서경덕이 정의롭지만 장난기가 넘치는 전우치를 묵사발 내주는 역할을 맡는 것은, 서경덕의 인덕이나 업적을 반영한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