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참여마당] 수필: 나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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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맛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가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신정 연휴까지 방학을 맞았다. 그 덕에 작은아이까지 데리고 친정엘 갔다.

친정어머니는 모처럼 딸과 손자들이 왔다고 수육을 해주셨다. 수육과 빨간 김장김치의 궁합은 환상이었다. 그런데 한쪽에 놓고 어머니가 드시는 시래기된장국이 자꾸만 눈에 들어와 떠먹어 보았다.

나도 몰래 눈이 크게 떠지며 맛있다를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아예 국그릇을 내 앞으로 당겨 놓고 먹기 시작하자 어머니가 의아해하시며 많이 있으니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제 너도 나이가 드나 보다. 보지도 않던 시래깃국을 맛있게 먹는 걸 보니” 하시며 나가시더니 시래기지짐, 시래기볶음, 시래기찜을 더 해오셨다.

나는 정신없이 수육을 내놓고 음~음~을 연발하며 먹었다. 그리고 이 맛있는 요리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다.

어머니는 시래깃국은 시래기에 된장,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 주무른 후 멸치 육수를 붓고 끓이면 된다고 하셨고, 시래기찜은 시래기에 된장과 생콩가루를 넣고 주물러서 물을 자작하게 부은 후 뚜껑을 덮고 중불로 은근히 졸이면 구수한 찜이 된다고 하셨다. 시래기볶음은 시래기에 들기름을 조금 넉넉히 넣고 볶다가 맛소금으로 간하면 된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생각보다 쉬운 시래기 요리에 자신이 생겨, 며칠 후 집으로 돌아오며 삶은 시래기를 많이 얻어왔다. 그리고 열심히 조리해 내어 놓으니 남편은 맛있게 먹는데 아이들은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 영양소가 풍부한 이 시래기를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먹이나 생각하다 매일 만드는 계란말이에 다져 넣었고,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밥에 넣어 주었더니 잘 먹었다.

먹어 보니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들어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이런 옛날 음식, 거친 음식을 많이 먹여 건강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김장이 끝나면 무청과 배추 겉잎을 아버지가 짚으로 엮어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두시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주은경(상주시 신봉 학마루1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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