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폐지 논의 본격화…여당, 단계적 폐지 추진

거래대금 증가 등 자본시장 활성화 기대
당정 협의서 브레이크 걸릴 수도…기재부, 증권거래세 폐지 부정적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바람인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식 추진하고 있다.

증권거래세가 사라지면 그만큼 거래대금이 늘어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폐지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혁신성장 위해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해야”

민주당내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는 최근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상품별 과세체계의 인별 소득기준 전환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현 0.3%(농어촌 특별세 포함)인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최종적으로는 완전히 폐지한다.

최운열 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내년부터 20%씩 단계적 인하 후 폐지' 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증권거래세율이 높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중국(0.10%), 대만(0.15%), 싱가폴(0.20%) 등 증권거래세가 있는 나라들도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다.

때문에 높은 증권거래세율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감소시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증권시장만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세를 내야하는 점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또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을 통산한 뒤 현재 배당소득으로 분류되는 펀드 소득을 양도소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펀드 장기투자 소득에 대해서는 누진과세를 폐지하고 저율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펀드 등에서 손실이 난 만큼 과세표준이 차감돼 투자자는 그만큼 세제 관련 혜택을 얻게 된다.

남은 손실에 대해서는 이월공제 제도를 도입해 전체 순이익에 대해 통합 과세하는 안도 내놨다.

최 위원장은 “현행 불합리한 과세체계로는 자본시장이 혁신성장을 위한 자금공급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조세중립성, 형평성, 국제적 정합성 등에 부합하는 과세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부동산에 집중된 유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당내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테스크포스(TF)'에서 논의를 거친 뒤 당정협의를 통해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환영하는 금융투자업계…기재부 반대 ‘골치’

민주당의 자본시장 과세 체계 개편 방침에 금융투자업계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면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거래세가 폐지될 경우 그간 부과됐던 거래세만큼의 증시 거래대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심리를 개선해 회전율 상승과 일 평균 거래대금 증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 1995년 당시 증권거래세율이 0.5%에서 0.45%로 낮아졌을 때 일 평균 거래대금이 4000억원 후반에서 5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늘어났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펀드 등 금융상품의 손익이 통산되고 양도소득으로 전환돼 높은 누진과세에서 벗어나면 투자자들의 세후 수익률이 올라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금융상품 전반에 수요 증가와 함께 분산투자 유인이 강화돼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중소형사보다 대형사가 더 이익을 볼 전망이다. 신 연구원은 “이번 자본시장 과세 체계 개편안은 금융상품 및 자산관리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들에게 보다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 특히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에 부정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할 것”이라면서도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도 “세목 하나를 없애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완전 폐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현재 연간 증권거래세가 6조원을 웃돌기에 완전히 폐지하면 그만큼 세수에 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기재부 쪽 손을 들어줬다. 재정개혁특별위는 최근  발표한 재정개혁보고서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먼저 확대한 뒤 증권거래세도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장은 “증권거래세만 따로 떼어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며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가 시행된 후 이중과세 문제를 없애기 위해 거래세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주식 보유액 15억원에서 내년 10억원, 후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즉,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2021년에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가 먼저 이뤄진 뒤 증권거래세 폐지를 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기재부는 연구 용역, 당정 TF 논의 등을 거쳐 내년 중반기쯤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확정하자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폐지의 영향, 다른 세수 방안 확보 등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총선이 있기에 증권거래세 폐지 등이 묻힐 위험이 높다”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용두사미로 끝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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