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성취 명소, 간절한 소원 들어주는 명당 '시크릿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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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15. 오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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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새해에는 저마다 소원이 바람대로 술술 풀릴 수 있기를…’ [최재수 기자 biochoi@imaeil.com]

황금돼지해가 밝은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또 무엇인가를 소원한다. 그 소원을 특정한 장소에서 하면 잘 들어줄 것만 같다. 이 때문에 입소문 난 '소원 명소'에는 애틋하고 간절한 소원을 담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경북에도 소문난 소원 명소가 많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는 연중 소원을 비는 이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인다. 신비한 돌로 유명한 영천의 '돌할매' 역시 신비로운 전설을 품은 기도처다. 사랑하는 사람이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울진 사랑바위(미륵바위)도 입소문이 나 찾는 이들이 많다.

팔공산 갓바위


◆팔공산 갓바위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 이런 영험 때문에 대구경북 사람은 물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소원을 빌러 몰려드는 곳이다. 특히 대학 입시철이 되면 이곳은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불상 머리에 마치 갓처럼 생긴 넓적한 돌이 얹혀 있다 하여 갓바위 부처라고 불린다. 그 머리 위에 두께 15㎝ 정도의 평평한 돌이 얹어 있다. 소원 포인트는 좌불 오른쪽 아래 바위벽. 사람들은 바위벽에 동전을 조심스레 붙인다. '붙인다'기 보다는 '얹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듯 싶다. 수직벽이니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당연히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동전이 있다. 그 동전을 붙인 이의 소원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곳은 수능 시험 때나 연말연시, 특히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이면 간절한 소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중에서도 부산과 경남지역 사람들의 소원 성취에 더욱 후덕하다는 말이 있다. 갓바위가 바라보는 방향이 동남쪽, 바로 부산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포항에서 온 주부 이정희(가명·49) 씨는 "둘째 딸이 대학 정시에 원서를 냈는데 합격을 빌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대구 비산동에 사는 박정숙(가명·46) 씨도 "갓바위에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지난해 8월 치킨집을 냈는데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한 달에 한두 번은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하회마을을 방문한 커플이 삼신당 느티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금줄에 소원지를 매달고 소원을 기원하고 있다. 안동시청 제공


◆하회마을 삼신당 느티나무

수령 600여 년 된 느티나무다. 삼신당은 아기를 점지해주는 신의 집이라고 할 수 있으며, 느티나무 신목은 인간의 소원과 신의 뜻이 전달되는 통로이다. 이곳 방문자는 부정한 것의 침범이나 접근을 막기 위해 친 금줄(새끼줄)에 소원을 적은 소원지를 끼운다. 정월 보름날이 되면 소원지를 매단 금줄을 걷어 불태우고, 새로 마련한 금줄을 건다. 류시주 하회마을 노인회장은 "하회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외국인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소원지에도 한글을 비롯해 영어, 프랑어스어, 일어, 한자, 아랍어 등 다양한 외국어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울진 월송정

울진군 평해읍 바닷가에 자리한 월송정은 뒤로 울창한 솔숲을 병풍 삼아 2층으로 지어진 정자다. 동쪽에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방문자들은 월송정에 올라 휘영청 밝게 뜬 달을 보며, 장엄하게 솟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저마다 소원을 빈다. 동해 바다의 신선한 기운이 넘쳐나는 듯한 이곳은 신라 화랑들이 자주 찾아와 달빛을 즐겼다는 옛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이곳에서 빈 소원은 솔향기와 해풍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온누리에 퍼지면서 성취의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울진 '사랑바위'


◆울진 사랑바위

울진군 금강송면 삼근리에 있는 일명 '사랑바위'라고 불리는 미륵바위다. 높이 4m의 바위로 몸통 하나에 머리가 2개로 흡사 남녀가 포옹하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사랑바위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이곳에서 나는 구엽초를 달여 먹으면 자식을 얻는다는 전설이 내려 오고 있다.

만지기만 해도 운수가 대통한다는 만불사 와불의 발바닥. 기묘한 형태의 문양이 상서로운 기운을 더해주는 것만 같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만불사 와불

영천 만불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만불사는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 고찰은 아니다. 만불사가 유명하게 된 데에는 바로 소원 들어주는 '와불'(臥佛)의 발바닥이 큰 역할을 했다. 발바닥을 만지면 운수가 대통한다고 해 불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와불은 '누워 있는 부처님'을 말한다. 부처님의 열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열반상은 길이 13m, 높이 4m, 무게 13t 국내 최대 규모다. 재질도 일반 청동과는 달리 황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쪽 발바닥의 폭만도 65㎝, 길이는 1m60㎝에 달한다. 발바닥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기괴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언뜻 보면 연꽃 문양 같기도 하다. '천폭륜상'(千輻輪相)이다. 1천 개의 바퀴살, 바퀴테, 바퀴통의 세 가지로 '무량겁(無量劫;무한히 긴 시간을 이르는 말)의 지혜'를 형상화한 것이다.

와불의 발바닥 문양 결을 따라 손길을 옮기며 천천히 발바닥을 쓰다듬으며 소원을 빈다. '아기를 원하는 부부는 자식의 기쁨을, 병을 앓고 있는 이는 건강한 삶을,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풍요를, 시험을 준비하는 자에게는 합격의 기쁨을 준다'고 한다. 정말 이대로라면 만사가 형통이겠다.

창녕에서 왔다는 이영미(53) 씨는 "추석이나 설날 즈음에 찾는데, 올해는 안 좋은 다리를 낫게 해 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김창원(55) 씨는 "늦게 시작한 사업 번창을 빌었다"고 했다.

한 주부가 돌할매 앞에서 돌을 들어올리기에 앞서 합장한 채 소원을 빌고 있다. 박노익 선임기자


◆돌할매

영천 북안면 산기슭에 위치한 돌할매, 이곳 역시 소원 성취의 명소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모양새는 별것 없다. 그저, 자그마한 사당 안에 바윗돌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돌할매는 무게 10㎏ 정도, 지름 25㎝의 달걀모양 화강석이다. 돌할매는 마을 주민들이 350년 전부터 마을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여쭸던 곳이다. 소원 명소가 된 지금은 주말이면 평균 수백 명이 찾아 소원을 빈다. 새해가 밝은 지 보름이 지났지만 요즘도 새해 소망의 성취 여부를 알고자 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먼저 합장한 후 삼배를 하고 돌을 한 번 들어올려 본다. 10㎏ 정도의 무게라 웬만한 어른이라면 쉽게 들어올릴 수 있다. 그러고는 자세를 바로잡고 돌 앞에 서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소를 읊조린 다음 소원을 말하고 다시 한 번 돌을 들어올려 본다. 처음보다 돌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증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정지희(가명·47) 씨는 "재수를 한 아들이 이번 정시에 꼭 합격하기를 빌었다"고 말했다. 이학범(가명·61) 씨는 "나이 많은 아들이 올해는 꼭 장가를 갔으면" 했고, 최근 식당을 연 연 박희숙(43) 씨는 "장사가 잘되기를 빌었다"고 했다. 아들이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면접을 앞두고 있다는 박옥자(가명·49) 씨는 "이번에는 꼭 합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소백산 돼지바위. 영주시청 제공


◆영주 소백산 '돼지바위'

풍요와 다신을 상징하는 돼지를 닮은 바위다. 영주시 순흥면 초암사에서 국망봉(해발 1,420m) 가는 탐방로 3.5㎞ 지점에 이르면 잘생긴 돼지 한 마리가 숲속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는 모습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국망봉 돼지바위는 높이 3m, 폭 2m, 길이는 5m 크기의 커다란 바위로 마치 돼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 '돼지바위'라 불린다.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에라도 잠긴 듯 두툼하고 푸근한 옆모습이 영락없는 복돼지 얼굴이다. 전해 오는 전설에 의하면 이 바위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돼지해라 돼지띠 사람들이 이 바위를 찾아와서 소원을 빌면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진다는 설이 있어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은 반드시 돼지코를 만져보고서야 국망봉 정상에 오른다.

문경새재를 찾은 이들이 책바위 앞에서 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있다. 문경시청 제공


◆문경새재 책바위

몸이 허약해진 아들이 자신의 돌담을 헐어 3년동안 책바위까지 옮기며, 돌탑을 쌓은 끝에 장원급제를 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바위다. 조선시대 문경새재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이곳을 지나며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다. 이런 이유로 수능이나 고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책바위의 새끼줄에다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달아 놓았다. '수능 고득점 기원', 'OO대 합격', 'OO업체 합격 소망' 등의 글씨가 씌어진 소원지가 매달려 있다.

한 가족이 현풍휴게소에 있는 '소원을 들어주는 느티나무' 앞에서 소원을 빌고 있다. 박노익 선임기자


◆현풍휴게소 느티나무

대구 달성군 현풍읍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창원 방향) 현풍휴게소에 주민들의 소원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난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다. 현풍휴게소 측은 이곳을 느티나무를 주제로 갖가지 스토리텔링 존으로 꾸몄다. 느티나무 도서관에다 도깨비가 방망이를 들고 있는 포토 존, 휴게소 옆을 흐르는 낙동강을 보며 자신의 소원을 적는 소원 우체통 등이 '소원을 들어주는 느티나무 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길'에 촘촘히 있다. 휴게소 측은 엽서에 소원을 써 느티나무 '소원 우체통'에 넣거나 소원리본을 달 수 있도록 했다.

휴게소 관계자 이일원 씨는 "방문자들의 고민이 모두 해결되고 희망과 소원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낙동강을 감상할 수 있는 쉼터 전망대도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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