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토 부르고뉴 글라스 |
아기 타다시의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 1권 첫페이지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 와인을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 도멘 드라 로마네꽁띠(Domaine de la Romanee Conti)의 리시부르(Richebourg) 1990. 백가지 꽃향기를 모아 놓은 것 같다고 묘사되는 이 와인이 담긴 잔은 가장 볼이 넓은 리델(Riedel) 부르고뉴 잔이다. 저자가 ‘살얼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실제 이 잔은 입술을 베일듯 얇고 가볍다. 피노 누아는 왜 이렇게 얇고 볼이 넓은 잔 마셔야 하는 걸까.
리델 맥주 전용 글라스 |
회사에서 맥주 전문가로 통하는 ‘맥덕(맥주덕후)’ 박모(42)씨는 요즘 홉의 함량이 높은 인디언 페일 에일(IPA) 맥주에 푹 빠져있다. 그가 집에서 맥주를 즐길때 쓰는 잔은 일반 맥주 잔이 아니라 화이트 와인 잔. 박씨는 “식당에서 주로 쓰는 맥주 잔은 폭이 좁은데다 입에 닿는 테두리가 너무 두꺼워 혀 전체에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에일 맥주의 풍부한 풍미를 섬세하게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와인잔은 볼이 넓어 에일 맥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리델 코카콜라 잔 |
스피릿 글라스 |
잘토 샴페인 글라스 |
와인 잔은 기능적인 측면이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와인 마니아 현모(37)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글라스’로 알려진 잘토(Zalto) 글라스 마니아다. 너무 얇아 잔을 세척하다 벌써 3개나 깨뜨렸지만 최근 새 잔을 구입했다. 현씨는 “잘토 부르고뉴 잔은 7만원대로 고가지만 한번 써본 이들은 디자인, 두께, 무게, 그립감에 홀딱 반한다. 볼 면적이 넓어 피노누아의 맛과 향을 제대로 표현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와인 맛을 더욱 좋게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며 엄치를 치켜 세웠다.
리델 레드타이 글라스 |
리델 파토마노(Fatto a Mano) 시리즈 |
지페라노 울트라 라이트 |
슈피겔라우의 아디나 프레스티지 라인 |
슈피겔라우의 아디나 프레스티지 라인도 아름다운 곡선이 매혹적이다. 특히 잔 바닥을 날카롭게 깊게 파가 엣지있게 디자인한 점이 돋보인다. 이런 디자인은 샴페인 잔에에는 매우 이상적으로 날카롭고 깊게 팔수록 버블이 매우 잘 올라온다.
일본 토요사사키 이온스트롱 파인크리스탈 |
최근 기자가 찾은 한 와인 글라스 수입업체 대표는 인터뷰도중 잠시 뒤로 물러나달라고 요청한 뒤 1m 높이에서 와인 잔을 책상위에 떨어 뜨렸다. 하지만 깨지기는 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일본 토요사사키가 강화 유리 이온스트롱 파인크리스탈(Ion-Strong Fine Crystal) 소재로 만든 와인 잔으로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두께도 얇고 디자인도 잘토를 연상케 하는데다 가격도 2∼3만원대여서 가정은 물론 레스토랑에서 쓰기 좋다.
자페라노 에스페리엔제(Esperienze)는 와인 잔 바닥에 물결처럼 원형으로 여러개 홈을 파 와인이 표면에 닿는 면적을 높였다. 와인이 더 빠르게 산소와 접촉해서 스월링 할때 더욱 짧은 시간에 맛과 향이
올라오도록한 점이 특징이다. 가격 역시 2∼3만원대로 기능과 가성비를 충족시킨다.
자페라노 에스페리엔제 |
와인 잔은 관리하기가 쉽지않다. 세척할때 깨뜨리기 쉽고 제대로 닦지 않으면 얼룩이 남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와인 잔을 세척할때는 세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세제는 기름 성분이 있어 세제를 사용하면 기름 성분과 잔향이 와인 잔에 남아 온전한 와인의 맛 즐기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스파클링 잔의 경우 버플이 현저히 줄어든다. 따라서 립스틱 자국 등 때문에 부득이하게 세제를 사용할 경우 뜨거운 물로 여러차례 헹궈야 한다. 일반 세제보다는 거품양이 적은 식기 세척기 전용 세제를 권장한다.
와인을 마신 뒤 바로 닦을때는 찬물을 사용해도 쉽게 지워진다. 하지만 다음날 씻을 때는 따뜻한 물을 써야한다. 와인 잔 내부 표면에 달라붙은 와인 찌거기가 찬물로는 잘 안닦인다.
세척 후에는 극세사 린넨으로 물기를 바로 닦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자국이 남아서 세척을 안한 것 처럼 보인다. 맨손으로 하면 손자국이 묻기때문에 장갑을 끼면 훨씬 깨끗하게 닦을 수 있다. 뜨거운 김을 쐬며 닦으면 광이 잘 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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