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여성들은 왜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티를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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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고장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탄생 / 무더위한방에 날려주는 가비와 모스카토 다스티 / 라구 소스 곁들인 타야린 파스타 파스타와도 찰떡궁합
한입 베어 물면 줄줄 흐르는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흰 복숭아. 침샘을 살짝 건드리는 기분좋은 라임의 신맛. 뒤를 이어 따라오는 멜론의 달콤함까지. 무더운 여름의 짜증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달콤 새콤한 제철 과일이 몽땅 한잔에 담겨있네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가비(Gavi)랍니다.

부르고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입니다. 유명한 로마네꽁띠 같은 최고급 피노 누아 와인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죠. 부르고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탈리아 와인 산지로는 피에몬테가 꼽힙니다. 레드 품종 네비올로로 빚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와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라는 최고급 와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에몬테 주요 와인 산지

이탈리아의 북서쪽 끝자락에 있는 피에몬테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워낙 유명해 레드 와인 산지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도 이곳에서 생산되는데 바로 가비입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특히 여성들에 인기가 높은 스위트 화이트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도 피에몬테서 생산됩니다. 피에몬테는 프렌치 스타일의 음식이 많고 이탈리아 답지않게 치즈를 많이 쓰는데 이런 음식들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가비는 피에몬테의 유일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으로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코르테제 품종 100%로 만듭니다. 산도가 높고 레몬, 라임 등 시트러스 계열 과일과 청사과 느낌이 나는 산뜻한 화이트 와인이라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요즘 한 모금만 마시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립니다. 피크닉이나 여름 휴양지에서 가족, 친구들과 가볍게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피에몬테 아스티(Asti) 지방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Moscato)는 프랑스 뮈스카(Muscat)와 같은 품종입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알콜도수 5% 정도여서 술이 약한 경우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신선한 꽃향기와 청포도맛이 느껴지고 달콤해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아스티 지방에서는 모스카토 품종으로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도 만드는데 병에 ‘Asti’라고만 적혀 있으면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스푸만테입니다. 알코올도수는 7%로 모스카토 다스티 보다는 다소 높습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가비 레 마르네(Gavi Le Marne)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중 한 곳이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 명가 그룹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 일원인 미켈레 끼아를로(Michele Chiarlo)로 입니다. 가비 레 마르네(Gavi Le Marne)가 대표 화이트 와인으로 야생 효모만 사용하고 차가운 온도에서 20∼25일동안 천천히 발효해 코르테제 품종의 맛과 향을 잘 뽑아냈습니다. 특히 발효를 끝낸 효모와 함께 계속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를 3개월 동안 거쳐 토스티한 아몬드 등의 풍부한 아로마가 돋보입니다. 상큼하게 톡 쏘는 듯한 라임과 달콤한 멜론, 흰 복숭아, 청사과 등의 과일과 청량감이 느껴지는 미네랄이 입안에서 잘 어우러집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프리미엄 모스카토 다스티 루나(Luna)

미켈레 끼아를로는 60년 넘게 프리미엄 모스카토 다스티도 생산하고 있는데 루나(Luna)는 달콤하고 신선한 열대 과일 아로마를 즐길 수 있습니다. 스위트 와인은 산도가 중요합니다. 산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단맛에 금방 질리기 때문이죠.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으면 디저트와도 훌융한 매칭을 보여줍니다. 루나는 이런 균형을 잘 지녀 디저트는 물론 음식 없이도 즐길 수 있습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단맛만 강하게 느껴지지 때문에 차갑게 칠링해서 마셔야 합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와인의 아트 레이블

미켈레 끼아를로는 물, 불, 공기를 소재로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보여주는 예술 조형물들을 제작해 매년 포도밭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또 이탈리아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지안까를로 페라리가 피에몬테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를 와인 레이블에 담아 와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알베르토 끼아를로(Alverto Chiarlo·오른쪽)와 셰프 제이디

최근 미켈레 끼아를로를 이끄는 장남 알베르토 끼아를로(Alverto Chiarlo)씨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세프 제이디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아이러브한식에서 진행된 쿠킹 클래스에서 그를 만나 함께 이탈리아 피에몬테 대표 음식을 만들며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살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합니다.

셰프 제이디가 선택한 요리는 토마토 미트소스인 라구를 곁들인 타야린(Tajarin) 파스타와 참치가 들어간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우둔살 비텔로 토나토(vitello tonnato), 그리고 디저트인 모스카토 판나 코타(Moscato Panna Cotta)입니다. 미켈레 끼아를로가 직접 운영하는 피에몬테 현지 와이너리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미리 받아 국내 식재료를 매칭해 셰프 제이디의 스타일로 조리했습니다.
라구소스를 곁들인 타야린 파스타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파스타인 타야린은 면이 얇고 납작한 리본 파스타로 탈리아텔레보다는 폭이 좀 더 얇은편 입니다. 파스타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피에몬테에서는 매콤한 라구 스타일이 많답니다. 같은 피에몬테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요리인 만큼 궁합이 매우 뛰어날 수 밖에 없겠죠. 가비 레 마르네의 상큼한 산도가 미트소스의 느끼함을 잘 잡아줘 타야린 파스타의 맛을 한층 북돋아주네요. 기자는 셰프 제이디의 요리 시연에 따라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타야린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이를 맛본 알베르토 끼아를로씨가 ‘엄지 척’을 해줍니다. 셰프 제이디의 쿠킹클래스는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수 있도록 레시피를 만들기 때문에 ‘요알못’이라도 셰프처럼 맛난 요리를 만들 수 있답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랑게 네비올로 일 프린시페(Langhe Nebbiolo Il Principe)

물론 미트 소스로 만든 타야린 파스타는 레드와인과도 잘 어울립니다. 미켈레 끼아를로의 ‘베이비 바롤로’ 랑게 네비올로 일 프린시페(Langhe Nebbiolo Il Principe)는 바이올렛 등 꽃 향기와 체리, 라즈베리 등 붉은 과일에 민트 등의 알싸한 허브까지 어우러집니다. 랑게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포함한 넓은 지역인데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마찬가지로 네비올로 품종 100%로 만듭니다. 바롤로는 보통 10년이상은 묵혀야 맛과 향이 최고조에 달하지만 랑게 네비올로는 신선함을 즐기며 바로 먹기 좋습니다. 산도, 탄닌, 알코올의 균형감이 좋고 랑게 네비올로만의 탁월한 구조감과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바롤로

미켈레 끼아를로 바롤로는 기본급 바롤로인데 체리, 카시스, 오렌지 껍질향에 숙성된 바롤로에서 나오는 호두, 삼나무, 가죽, 타르 등의 복합적인 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2∼3년동안 대형 오크에서 숙성하며 바롤로 2014는 아직 아주 어린 빈티지이지만 지금 마셔도 바롤로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네요. 일 프린시페는 이탈리아어로 왕자란 뜻입니다. 바롤로가 와인의 왕, 바르바레스코는 와인의 여왕인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마시기 좋게 만들어서 아들 격이란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비텔로 토나토(vitello tonnato)
비텔로 토나토(vitello tonnato)는 냄비에 고기를 넣고 샐러리, 당근, 마늘, 월계수잎, 정향, 후추, 당근, 양파, 화이트 와인, 물을 넣고 90분동안 푹 끓여 만듭니다.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식감이 어린 바롤로, 랑게와 근사한 조합을 이루네요. 마치 고기속으로 와인이 스며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목넘김이 좋아 쉽게 마실수 있으면서도 입안을 꽉 채우는 풍성한 복합미가 고기맛을 더욱 우아하게 만들어줍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모스카토 다스티 루나(Luna)
?모스카토 판나 코타(Moscato Panna Cotta)

디저트 모스카토 판나 코타(Moscato Panna Cotta) 셰프 제이가 새롭게 만들어 선보였는데 젤라틴 파우더와 휘핑크림, 우유, 모스카토 다스티를 넣어 만든 젤리타입의 디저트입니다. 당도가 적당한 디저트인데 미켈레 끼아를로 모스카토 다스티 루나(Luna)의 열대과일 같은 달콤함과 부드럽게 잘 섞이며 기분좋고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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