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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장승조의 사랑이 박보검보다 어른스럽다 할 수 있나?

너의길을가라 2018. 12. 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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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조는 눈빛이 깊은 배우다. 깊다는 건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일렁이는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파고들어 감정을 출렁하게 만든다. 그걸 알아버렸다면 이미 늦었다. 우리는 장승조라는 수렁에 빠져버렸다. 생각해보면 MBC <돈꽃>의 장부천도 그랬고, tvN <아는 와이프>의 윤정후도 마찬가지였다. 찌질한 바람둥이든, 능청스러운 은행원이든 결국 장승조는 눈빛으로 시청자를 설득했다. 분량과 관계없이 그의 눈빛은 매번 빛났다. 


'서브병' 유발자 장승조가 tvN <남자친구>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뽐내고 있다. 그가 맡은 태경그룹 대표 정우석은 간단히 말해 '재벌'이다. 차수현(송혜교)의 전 남편이다. 이혼의 표면적인 원인은 정우석의 불륜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차수현을 놓아주기 위한 정우석의 자발적 선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옥 같은 재벌 며느리의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순애보, 정우석을 설명하는 결정적 표현이다. 


<남자친구>는 차수현과 김진혁(박보검)'의 동화같이 순수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는 김진혁에게 맞춰진다. 돈키호테를 떠오르게 하는 그의 사랑법,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이 차수현의 마음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런데 정우석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김진혁의 사랑보다 정우석의 사랑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남자가 봐도 멋지다는 호평이 잇따른다.

 


김진혁의 직선적인 사랑이 소년의 그것과 같다면, 정우석의 사랑은 밸런스와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어른 남자의 것이다. 비교 체험처럼 서로 다른 두 버전의 사랑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물론 정우석을 선택하고 싶다가도 그의 엄마가 김화진(차화연)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지만,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한 장승조의 연기만큼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우석의 사랑은 정말 '성숙한' 어른 남자의 사랑일까? '남자가 봐도 멋진' 사랑인 걸까? 장승조의 연기를 칭찬하는 것과 정우석이라는 캐릭터, 정우석의 사랑법을 비판하는 건 별개다. 그는 첫 만남에서부터 차수현에게 빠져들었다. 자신의 배경을 보고 달려드는 다른 여자들과 다른 차수현의 무덤덤함이 마음에 들었다. 좀더 정확히는 호기심에 가까웠으리라.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집안끼리의 정략이었다. 선택권은 없었다. 


차수현은 행복하지 않았다.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건 고통스러웠다. 차수현은 그 2년의 시간이 지옥 같았다고 회고했다. 힘들어 하는 차수현을 보다 못한 정우석은 가짜 불륜을 기획했다. 자신의 귀책사유를 만들어 차수현을 놓아준다. 그동안 봐왔던 재벌(가 남성들)의 폭력적인 사랑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기꺼이 키다리 전 남편이 된다. 차수현을 몰래, 차수현을 엄마의 마수로부터 지킨다. 그걸 정우석은 '오빠 마음'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혼 생활동안 아내를 그토록 외롭게 방치했던 남자가 이혼한 지 4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와서 갑자기 전처를 찾아가 "좋아하는 여자 일이니까"라며 다가가는 건 달달한 일이 아니라 소름돋는 일이다. 정우석에겐 차수현을 지킬 수 있는 시간과 자격이 무려 2년이나 있었다. 현실과 싸워보기는커녕 회피했던 남자의 때늦은 반성에 불과하다. 



차수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자꾸만 나타나는 전 남편이 반가울까? 오히려 그를 보면 과거의 결혼 생활이 떠올라 끔찍하지 않을까? 설령, 정우석이 자신을 위해 이혼을 선택했다는 걸 뒤늦게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차수현은 진실된 사랑을 원했던 사람이나, 정우석은 마지막 순간까지 차수현을 배제한 채 속였다. 차수현은 이혼할 때 웃었다고 했다. 그에게 정우석 역시 지옥의 구성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김진혁과 썸을 넘어 연애를 시작한 시점에서 정우석의 존재는 불편할 뿐이다. 차수현을 보호하느라 온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우석은 얼핏 보기에 젠틀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경쟁자 김진혁에 자극을 받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상 그를 움직이는 건 질투에 가깝다. 제법 멋진 척 감정을 조절하는 어른인듯 연기하지만, 그의 사랑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이다. 


차수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여자와 가짜 연애를 연출했던 정우석은 차수현 이외의 사람에겐 어떤 상처도 줄 수 있는 냉혹한 남자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사랑을 지킨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상처를 안기는 사람을 어찌 성숙하다 말할 수 있을까. 정우석이 진정으로 차수현을 사랑하고 있다면 이쯤에서 차수현을 깔끔하게 놓아주는 게 최선 아닐까? 


반면, 김진혁은 자신의 사랑에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선택에 묵묵히 책임질 줄 안다. 물론 상대방인 차수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사랑이 더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장승조의 눈빛 때문에 혹하지 않았다면, 사실 정우석의 사랑은 나쁜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두고 '지켜주는 사랑'이니 '거리를 두는 사랑'이니 하는 건 좀 민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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