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체스터 총을 만들었던 발명가 벤저민 호치키스는 프랑스로 이민 가서 연발기관포를 발명했다. 그의 발명품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어마어마한 화력을 입증하면서 전쟁의 총아가 됐다. 전쟁은 총의 발전을 요구했고, 총의 진화는 전쟁을 더욱 참혹하게 끌고 갔다. 리볼버 권총도 마찬가지이다. 활과 도끼로 저항하던 인디언을 말살하는 능력을 입증한 콜트 권총은 미국 남북전쟁을 지나면서 확실한 살인무기로 등극했다.
전쟁이 뒷걸음질 치면서 총의 용도가 바뀌었다. 분노를 표출하는 도구가 됐다. 2007년 버지니아텍에서 조승희가 총을 무차별로 쏘아 학생 등 32명이 숨졌다. 암살용으로도 쓰인다. 1950년 11월 푸에르토리코 국수주의자 두 명이 무장한 채 블레어 하우스에 침입해 해리 트루먼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 은행강도들은 위협용으로 쓴다. 이 모든 게 총의 살상능력 때문이다.
어제 미국 피츠버그의 한 교회에서 총기사고로 11명이 사망했다. 총기 소유가 헌법적 권리이기는 하지만 내부를 향한 사고가 잦아지면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 반대자이다. 그렇지만 계속 반대하자니 민심이 떠나고 규제로 돌아서자니 선거에 불리하게 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지위가 되면서 부닥치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자위권 보장 차원에서 총기 소유를 규제하지 말자는 여론이 인 적이 있다. 미국을 보면 아찔하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이웃들끼리 아파트 천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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