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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임단협' 불발…勞, 내주 부분파업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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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3-09 01:45:37

    © 르노삼성 제공

    닛산 로그 후속물량 배정받지 못할 우려 커져

    르노삼성자동차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르노그룹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제시한 ‘데드라인’인 8일까지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가 경고한 것처럼 수탁 생산 중인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반토막 난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르노삼성 노사는 이날 20차 임단협 협상을 했지만 최종 합의를 내지 못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선 부분은 기본급 인상 여부였다. 노조는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신차 배정을 앞둔 상황이라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대신 성과격려금 300만원,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등 14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사측은 지난 7일 일시금 지급 규모를 1500만원으로 늘리고, 근무강도 개선을 위한 인력 충원 및 설비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몇 년간 좋은 실적을 거뒀는데도 기본급은 계속 동결됐다”며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기본급 인상)이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1회성 수당을 올리지 말고 고정 급여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노사는 이날 밤늦게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지만,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가 르노삼성이 처한 현실을 서로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인식의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협상이 계속 겉돌았다”고 전했다. 임단협 협상은 당분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노조는 다음주 부분파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종료하지 못하면서 로그 후속 물량 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르노그룹의 제조와 공급을 총괄하는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초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임단협 협상이 지연되면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부산공장을 직접 찾아 “3월 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르노그룹이 실제 신차를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지난해부터 부산공장의 임금 수준이 다른 공장에 비해 높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이런 와중에 노사갈등까지 더해져 르노삼성에 대한 불신이 극도에 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르노그룹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공장 생산직의 2017년 평균연봉은 7800만원으로, 5년 전 로그 물량을 놓고 경쟁했던 닛산의 일본 규슈 공장보다 20%가량 높다.

    세계 52개 르노-닛산얼라이언스 공장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게 르노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8일까지 42차례(16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했다. 르노삼성 사상 최장기간 파업이다.

    노사가 이날 막판 합의에 실패하면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반토막 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을 넘긴다 해서 신규 물량 배정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협상 타결이 늦어질수록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에서 르노삼성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부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부산공장의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경쟁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21만5680대를 생산했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로그(10만7251대)로, 회사 전체 생산량의 49.7%에 해당한다. 르노삼성은 2014년 8월 북미 수출형 닛산 로그를 처음으로 위탁 생산했다. 로그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르노삼성은 부산 한 곳에만 완성차 공장을 두고 있다. 일감이 줄어들면 대규모 인력감축 우려도 나온다. 연간 10만대 정도의 물량만으로는 부산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르노삼성이 로그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산공장은 2교대에서 1교대제로 전환해야 하고, 800~900명 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경남 지역 경제의 타격이다. 르노삼성 문제는 부산 지역 전체의 일이다. 부산공장은 부산·경남 지역 협력사 2만3000여명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 협력사 매출은 2017년 기준 1조3791억원 규모다. 현재 부산공장의 가동률이 75% 수준까지 떨어지며 협력사들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물량이 줄게 되면 결국 관련 부품사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임단협 타결 무산에 두고 사측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 직후 긴급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소집했으며 앞으로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을 사측이 경쟁력 저하로 모든 요구 사항을 거부했다"면서 "차후 교섭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달 말 민주노총·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9개월간 지루한 협상을 이어왔다. 노조는 설립이래 가장 많은 총 160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1780억원 이상 생산 차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사측은 집계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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