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넘긴 르노삼성 앞날은…일감 반토막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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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09. 오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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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상보)신규물량 배정 사측 시한 두고 합의 실패-노조, 쟁대위 구성해 투쟁 나설 듯]

지난달 15일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부의 모습. 평소 근무시간이지만 이날 회사측의 임단협 제시안에 반발한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공장은 텅 비어있었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총 34번, 128시간 공장이 멈췄다. 사진 전면에 올 9월 위탁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가 보인다./사진=김남이 기자

르노삼성차 노사가 르노그룹 본사가 제시한 협상 시한인 8일까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끝내지 못했다.

르노그룹은 노사가 이날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닛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고 경고한 바 있다. 르노삼성의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노조는 "총력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후속 물량 배정 제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은 노사가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20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최종합의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9일 밝혔다. 20차 본교섭은 노사가 여러 차례 정회를 거듭한 끝에 오후 11시 35분경 큰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과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보상금과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측은 지난 7일엔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을 추가로 주고 인력 충원 등으로 노동 강도를 줄이겠다는 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도 기본급 인상을 주장했고 사측은 기본급 인상 등 고정비가 인상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적정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노사가 이날 막판 합의에 실패하면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반토막 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을 넘긴다 해서 신규 물량 배정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협상 타결이 늦어질수록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분에서 르노삼성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부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부산공장의 생산비용이 더 올라간다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경쟁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21만5680대를 생산했다. 이 중 절반 가량이 로그(10만7251대)로, 회사 전체 생산량의 49.7%에 해당한다. 르노삼성은 2014년 8월 북미 수출형 닛산 로그를 처음으로 위탁 생산했다. 로그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은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르노삼성은 부산 한 곳에만 완성차 공장을 두고 있다. 일감이 줄어들면 대규모 인력감축 우려도 나온다. 연간 10만대 정도의 물량만으로는 부산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르노삼성이 로그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산공장은 2교대에서 1교대제로 전환해야 하고, 800~900명 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경남 지역 경제의 타격이다. 르노삼성 문제는 부산 지역 전체의 일이다. 부산공장은 부산·경남 지역 협력사 2만3000여명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 협력사 매출은 2017년 기준 1조3791억원 규모다. 현재 부산공장의 가동률이 75% 수준까지 떨어지며 협력사들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물량이 줄게 되면 결국 관련 부품사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임단협 타결 무산에 두고 사측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 직후 긴급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소집했으며 앞으로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을 사측이 경쟁력 저하로 모든 요구 사항을 거부했다"면서 "차후 교섭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달 말 민주노총·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9개월간 지루한 협상을 이어왔다. 노조는 설립이래 가장 많은 총 160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1780억원 이상 생산 차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사측은 집계했다.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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