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불화설’에 칼 빼든 영국 왕실…“케이트·메건 비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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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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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궁 “악성댓글, 수사 대상될 수도”
케이트 미들턴(왼쪽) 왕세손비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지난해 12월 25일 영국 노퍽 카운트의 샌드리엄의 한 교회에서 나란히 서 있는 모습. AP뉴시스


영국 왕실이 찰스 왕세자의 큰며느리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작은며느리 메건 마클 왕자비 간 불화설을 부추기는 행태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영국인들은 두 왕실 여성을 놓고 온라인에서 편을 갈라 상대방을 거칠게 비방하고 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영국 켄싱턴궁은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모든 종류의 차별 발언을 그만두라”며 “예의와 친절, 존중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어기는 댓글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실 계정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악성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다고도 했다.

졸지에 라이벌 된 미들턴과 마클
최근 영국 네티즌들은 미들턴과 마클을 ‘세기의 라이벌’로 몰아가며 인종차별과 외모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켄싱턴궁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마클 사진에는 “돼지 얼굴” “드레스가 마치 웨이트리스 유니폼 같다” “흑인 혼혈인 마클이 피부 표백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비방성 댓글이 수천개씩 쏟아졌다.
마클과 미들턴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마클이 아름다운 것은 맞지만, 그에게 ‘왕실의 기품’은 찾아볼 수 없다”며 “하지만 미들턴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클의 사진마다 “미들턴 영원하라”고 댓글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미들턴이 나온 사진에는 “피부색은 괜찮지만 너무 말라서 늙어보인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켄싱턴궁은 지난 1월 인스타그램 측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막말과 모욕을 처리해달라”고 지원 요청까지 한 상태다.
왕실의 두 며느리 간 불화설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자 부부가 켄싱턴궁에서 런던 교외의 프로그모어 별궁으로 이사한 것을 두고 미들턴과 마클의 다툼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켄싱턴궁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들턴과 마클에 대한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두 여성의 불화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케이트 미들턴(왼쪽) 왕세손비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지난해 6월 8일 영국 런던에서 한 행사에 함께 참여한 모습. AP뉴시스


달라도 너무 다르다…페미니스트 vs ‘남편바라기’
마클과 미들턴의 판이한 이력도 갈등설에 불을 지폈다. 마클은 미국 영화배우 출신인데다 페미니즘 운동까지 한 인물이다. 마클은 지난해 3월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해리 왕자와 결혼한 후 왕실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에 “내가 여성이자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클이 결혼 이후 고분고분한 ‘왕실 여성’으로 변해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들턴은 ‘윌리엄 바라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에서 석사학위까지 따고도 일부러 취직하지 않았다. 남편 윌리엄 왕세손의 후광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듣는 게 싫어서다. 미들턴의 이런 모습을 두고 영국 언론들은 ‘(윌리엄을) 기다리는 케이트’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마클이 내성적인 미틀턴에게 버릇없게 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마클이 공식석상에서 미들턴보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등 왕실 내 서열을 지키지 않는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인이 미국인을 비하하는 시선이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불화설 부추기는 언론?
왕실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쏟는 영국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영국 언론들도 미들턴과 마클의 패션과 몸무게, 학창시절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선정적인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며 “과거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것과 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켄싱턴궁은 2016년 11월 성명에서 “해리 왕자는 폭언과 사생활 침해가 그의 여자친구인 마클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클에 대해 악의적 보도를 했던 언론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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